제276화. 아먀구치시 소요 사태(2)
가장 먼저 폭도들과 마주친 병력은 시모노세키 좌포분청과 함께 감영에 방어선을 치고 기다리던 550단 예하 3대였다.
1백 명으로 이루어진 3대는 11정의 현식총을 방어거점을 따라 분산 배치하고 지휘소가 있는 감영건물 옥상에 2문의 구포를 두어 지원사격이 가능하도록 방어진형을 짰다.
문제는 폭도들이 구포의 사거리보다 먼 지역에서 일포로 조선군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는 점이었다.
사방에서 폭발탄이 작렬하면서 아군에 피해가 나오자 곧바로 병력을 방어선에서 철수시켜서 감영 건물 안으로 대피시켰다.
다행이 일포는 고각사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영 옥상에 설치된 지휘부와 구포에는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3대장은 곧바로 현식총과 저격수들을 옥상으로 불러올려 집중 배치했다.
전진 방어진형의 구성이 불가능한 이상 옥상에서 화망을 조밀하게 구성해서 폭도들의 접근을 방어하겠다는 생각에 따른 배치였다.
“일포는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요?”
현식총 사수들의 배치를 끝낸 부장의 물음에 3대장도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다. 저걸 어디서 구했는지.”
두 사람의 대화에 시모노세키 좌포분청장이 끼어들었다.
“야마구치 좌포청에 여러 문의 일포가 보관되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아니 좌포청에 왜 일포가······?”
놀란 표정인 3대장에게 좌포분청장이 답했다.
“나고야 및 동일본 사태로 인해서 포도청에서 전진 화력거점 사업이라는 것이 진행되었습니다. 좌포청에 일정분량의 화력증강을 꾀하는 사업이었죠.”
최근 전략물자 사전 전개창고에서 제후국 지원용으로 소량 남아있던 일포가 철수 중이었다. 소문으로는 현역에 삼포보다 개량된 신형야포가 곧 배치되고, 삼포들은 전량 전략물자 창고로 회수, 보관될 것이란 소문이 가득했다.
그전에 보관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포를 완전 퇴역시켜 폐기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었는데 폐기하느니 아마도 좌포청에 화력지원용으로 공급한 모양이었다.
“그럼 시모노세키 좌포분청에도 일포가 있습니까?”
희망어린 음성인 3대장의 물음에 좌포분청장이 고개를 저었다.
“현재 서남도 좌포청 산하 분청들 중 일포를 배치 받은 곳은 야마구치와 히로시마, 2개의 분청뿐입니다. 배치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탓이지요.”
좌포분청장의 답에 3대장의 표정이 다시 평시로 돌아갔다. 일포가 있다면 이쪽도 폭도들에 맞서 똑같이 화력전을 전개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희망이 사라졌기에 방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었다.
간간히 돌진해 오는 폭도들을 향해 현식총과 구포가 불을 뿜어 격퇴하는 수순을 밟은 것이다. 그런 산발적 전투가 반나절 정도 지속되면서 폭도들은 여전히 감영으로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포의 포격은 건물에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 폭발탄의 파괴력이 석조건물을 파괴할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석조건물까지 파괴가 가능한 신형 작렬탄을 사용하는 삼포가 아닌 것에 3대장이 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올릴 정도였다.
그런 상황을 3대 지휘부 곁에서 지켜보던 시모노세키 좌포분청장이 말했다.
“확실히 이쪽의 화력이 강하니 전격적인 돌진을 하지 못하고 산발적인 공격만 거듭하는군요.”
그 말에서 무엇을 떠올렸는지 3대장이 황급히 부장에게 물었다.
“탄약! 잔탄수 확인해. 서둘러!”
대장의 말뜻을 재빨리 알아들은 부장이 옥상에 배치된 현식총 사수들과 구포병들에게 잔탄 수량을 확인했다.
“제기랄. 당한 거 같습니다.”
“얼마나 남았는데?”
“현식총은 총당 5백발에서 1천발 사이, 구포는 자탄형만 3발 정도씩 남았답니다.”
대응을 전 화력을 동원해서 했기 때문이다.
“현식총과 구포는 별도의 명령이 있기까지 발사 중지. 저격수들로 대응하고 소총 사격권 내로 진입하면 소총수들로 대응한다.”
출동당시 예비탄을 기동마차들의 여유 공간에 만재하기는 했었지만 추가 보급이 이루어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던 까닭에 발생한 문제였다.
급한 대로 사용량을 줄이는 조처를 취하면서도 3대장은 너무 늦은 게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그런 대장의 걱정을 이해했던지 부장이 다른 물음 없이 재빨리 답했다.
“예. 대장.”
복명한 부장이 해당 명령들을 전파하면서 현식총 사수들과 구포병들이 대기하고, 저격수들이 옥상 난간 쪽으로 바짝 붙었다.
또한 건물 속에 엄폐하고 있던 소총수들이 창가 등에 사격 거점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시 이어진 산발적 접근에 현식총이나 구포의 사격이 없자 폭들들 속에서 이전보다 많은 수가 감영 건물로 접근해 왔다.
그들을 향해 저격수가 사격을 하고, 사거리에 닿은 소총수들이 사격을 가했다.
문제는 상대에게도 이쪽으로 비슷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점이었다.
탕타다다당.
총소리에 황급히 쌍안경을 든 3대장의 시야로 엄폐물에 몸을 숨긴 채 총을 쏘는 폭도들의 모습이 보였다.
“가총!”
제후국에 제공된 일총보다 위협적인 화기였다. 최초로 조선군에 보급되었던 제식 병기였지만 사거리는 현재 조선군이 주력 개인화기로 사용하는 다총과 같았다.
더구나 좌포청에 배치된 가총은 보급의 일원화를 위해 무연화약으로 제작된 신형 금속탄피형 총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된 형태였다. 초기형과의 구분을 위해 군에서는 가2총이라 부르는데 탄창이 없어 연발사격이 안 된다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다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 탓에 양측의 총격전이 제법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3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부장의 물음에 3대장이 답했다.
“저 폭도들 움직임이······. 아무래도 훈련을 받은 것 같아. 그것도 정규 군사 훈련을.”
“설마요.”
황급히 자신의 쌍안경을 들어 폭도들을 살피던 부장의 입에서 놀란 음성이 튀어나왔다.
“은폐와 엄폐 동작에서 사격동작으로 이어지는 것이······. 맞는군요. 훈련을 받은 놈들입니다.”
놀란 표정이 역력한 부장과 눈을 맞춘 3대장은 아무래도 이번 전투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각 분대장들에게 전하게. 적은 단순 민간인들이 아니라 훈련된 자들이라고. 섣불리 대응하지 말고 적, 정규군으로 상정하라고 말이야.”
“예. 대장.”
명령에 복명한 부장이 다시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건물 사방으로 분산 배치되어 있는 분대장들에게 상황을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감영에 배치된 3대가 나름대로 건물의 이점을 살려 대응에 나서고 있었다면 곡물저장 창고에 배치된 6대는 다소 어려운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몸을 숨길만한 곳이 작은 창고 관리동 하나뿐이었던 데다 나머지는 모두 개활지나 다름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군데군데 참호를 파고 그것에서 나온 흙을 주머니에 담아 쌓아놓은 몇 개의 진지에 현식총을 거치해 두었다.
구포는 관리동 옥상에 배치했지만 단층 건물이라서 사격점이 높지는 않았다.
그 관리동 옥상에 지휘부를 차린 6대장이 함께 온 시모노세키 우포분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감영에 남은 병력과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우포분청장의 물음에 6대장이 답했다.
“아! 저희 부대는 지원대라서요. 행정병들이 주지요. 전략물자 사전 전개 창고를 이관하기 위해 남겨진 병력이라 그렇습니다.”
이런 것도 조선군에서 이전과 달라진 내용 중 하나였다.
과거에는 각 대급에 지원 분대와 전투분대 섞여 있었지만 최근 들어 집중관리가 시행되면서 지원대의 운영이 단급으로 바뀌었다.
이전과 달리 대급의 전투력을 확신하지 못한 것에 따른 변화였던 것이다. 그에 따라 최근 조선군은 대급 전술보다 단급 전술개발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적어도 1천명 규모인 단급의 작전이 조선 육군의 기본 작전 편제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군이 가장 기본 작전으로 생각하는 화력전 전개에 필수적인 포병대조차 단급부터 배치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시류로 인해 6대도 550단의 지원대로 운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행정병들이라고 해도 훈련은 모두 받은 이들이다.
다만 전투력 유지 훈련량이 조금 다르긴 했다. 야전 훈련이 많은 전투대들과 달리 지원대는 절반을 약간 하회하는 야전 훈련량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워낙 행정임무가 많은 까닭이다. 1개 지원대가 단급 부대의 취사, 보급, 행정, 군기기찰을 전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550단은 지원대인 6대를 남겨두고 이동해 간 탓에 여러 가지 문제를 겪고 있었다. 따라서 550단 지휘부는 조속히 전략물자 창고의 경계임무를 이관하고 6대가 새로운 주둔지로 이동해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런 6대가 본격적인 폭도들과 조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소수의 폭도들만 접근해서 쉽게 격퇴가 되었는데 어느새 다수의 폭도가 접근하면서 긴장도가 높아졌다.
더구나 폭도 속에서 일포가 등장하면서 6대에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흙주머니로 쌓아올린 현식총 진지를 폭도들의 일포가 정확히 명중시켜 파괴했던 것이다. 첫 탄 명중이라는 기염을 토하는 폭도의 일포는 절대로 일반 민간인들의 실력이 아니었다.
이미 저들이 훈련된 병력이라는 3대의 판단이 6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은 무선전신기가 아직 대급 부대까지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축전지와 결합된 소형 무선전신기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못했다. 따라서 무선전신기는 마차형으로 구성된 이동전신소 형태로 단급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것도 증기기관을 탑재한 발전마차에서 내연기관을 채용한 비교적 간단한 발전마차가 개발되면서 가능해진 것이었다.
그렇게 육군에선 병단급, 해병대에선 여단급까지 배치되었던 무선전신 마차가 단급 부대까지 배치된 것도 겨우 1년 남짓한 일이었다.
하긴 20만에 달하는 육군 병력을 감안하면 단급부대만 2백 개였다. 이것은 병단 본부를 제외하고서도 2백대가 넘는 이동전신 마차가 동일한 수의 발전마차와 함께 배치되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단급 부대에 배치하는 것도 결코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으로 인해 무선전신을 주고받을 수 없었던 3대와 6대는 시내를 장악한 폭도들과의 대치해 있는 탓에 전령조차 제대로 운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로인해 서로 간에 통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보의 교류가 끊어진 탓에 입지 않아도 될 6대의 피해가 커져갔다.
대급 부대가 보유한 유일한 포인 구포의 사정거리는 5백보(약910M)인데 반해 일포의 시정거리는 유효사거리만 1천5백보(약2.7km)에 달했다.
애초에 일포는 전장식이긴 했어도 강선을 가지고 있어서 명중률이 높기로 유명했다. 어지간히 운용 방법만 알아도 거의 절반 이상은 명중이 나올 정도로 잘 만들어진 포였던 것이다.
한데 폭도들의 사격은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포격이 상당히 정확해서 초탄 명중이 자주 나올 정도로 완숙된 능력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적어도 수년간 포격 훈련을 받은 전문 포수들이 섞여 있음을 뜻했다.
현식총 진지를 정확히 날려버리는 적의 포격을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던 6대장은 곧바로 현식총을 진지에서 철수하도록 지시했지만 포격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의 철수명령도 수월하지 전달되지 못했다.
폭도들이 진지 제압용 화염포탄만이 아니라 산탄포탄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철수 명령을 전달받은 현식총 사수들이 진지에서 빠져나오느라 개활지에 노출되면 여지없이 산탄포탄이 날아들어 상당한 피해가 입고 있었다.
폭도들은 영악하게 굴었다.
일포 사격이 시작된 이후로 접근을 중단하고 포격으로만 6대를 두들겨왔던 것이다.
그와 같은 작전 행동은 사전 화력전개로 적의 저항 의지를 꺾고, 지상병력을 투입한다는 조선군의 교전교리와 완전하게 부합되는 행동이었다.
상대의 행동에서 그것을 느낀 6대장은 조선군과 똑같은 군사교리로 훈련된 또 다른 군대를 떠올렸다. 바로 대한제국군이다.
“빌어먹을! 대한제국군 출신들이 섞였다.”
비로소 폭도들에 대한제국군 출신들이 섞여 있다는 것을 확인한 6대장이 휘하 병력에 해당 사항을 전달하려 애를 썼지만 철수가 수월하지 않을 정도의 포격을 받는 상황이라 부대 내 전령의 운용도 원활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려움 속에 내몰린 6대의 분대들이 사방에 흩어진 채 공격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