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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264화 (264/325)

제264화. 남진국 왕조의 교체

조선의 강력한 요구로 대월의 세자가 신의주 황궁으로 입조했다. 사실 처음엔 대월의 국왕을 부른 것인데 협의를 통해 세자의 입조로 대신하기로 한 것이었다.

대월의 국왕을 대리해 태왕의 앞에서 구배를 올리고, 3번 이마를 바닥에 대어 극경(極敬)의 자세를 보였다.

광해는 속국이 된 대월 국왕을 책봉하는 교지를 내리고 그 옥새를 새로이 만들어 하사했다. 대월의 세자가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태왕을 대리한 도승지에게 교지와 옥새를 받았다.

광해는 대월의 세자를 위한 연회를 베풀어 그 노고를 치하했다. 다음 날, 대월의 세자가 신의주 황궁을 떠났다. 교지와 옥새를 하루라도 빨리 국왕에게 전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월의 세자가 황궁을 떠난 날 오후, 남진의 사은사가 신의주로 들어왔다.

남진을 대신해 대월과 전쟁을 하고 땅까지 할애할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사신이었던 것이다.

사안이 사안이었기 때문인지 사은사는 대월 전쟁에 투입되었던 남진군의 지휘 장수였던 관홍이란 자였다.

대월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경우 차기 국왕으로 밀어주기로 남진의 권력을 나눠 쥐고 있는 군벌들이 약조했던 바로 그자였다.

그런 그의 입조는 남진의 왕권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외교부의 예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접한 외교부 관리에게 관홍은 남진 국왕에 봉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그 청원과 함께 관홍이 내민 서류는 세자를 포함한 남진의 군벌들이 수결을 놓은 연판장이었다.

연판장의 내용은 간단했다.

관홍을 새로운 남진의 국왕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그곳엔 세자의 수결까지 놓여있었다.

정당한 왕위 계승권자가 자신의 왕위를 타인에게 양도한 셈이었다. 대월과의 전쟁에서 죽은 남진의 전 국왕인 마림의 장자였던 세자의 수결을 확인한 외교부 관리는 곧바로 해당사안을 외교부 대신에게 보고했다.

그 소식을 전달받은 외교부 대신은 곧바로 태왕과의 알현을 청해 해당 사안을 상세히 보고했다.

외교부 대신의 보고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은 광해가 물었다.

“지금 즉시 주 남진 조선 사무국으로 전문을 보내 세자를 입조케 하라. 필요하다면 원수부에 지원을 청해 날틀042를 활용하여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라.”

“명을 받잡나이다. 폐하.”

태왕의 침전에서 황급히 물러난 외교부 대신은 곧바로 주 남진 조선 사무국으로 전신을 보내는 것과 동시에 원수부로도 협조를 구했다.

태왕의 명이 있었다는 말 한마디에 원수부는 별다른 조선 없이 곧바로 날틀042 한 대를 남진 세자의 이동을 위해 제공했다.

명령을 받은 날틀042 한 대가 할롱을 떠나 남진의 왕도인 광저우(广州, 엄주)로 향했다. 조선 사무국으로부터 태왕의 명을 전달 받은 남진의 세자도 거부는 생각지 못했다.

할롱에서 출발한 날틀042는 시간당 250리(약98km)의 속도로 날아 8시간 만에 광저우에 도착해 세자 일행을 태우고 신의주로 향했다.

항속거리가 1만 리(약3,927km)에 달하는 날틀042는 무급유로 비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도의 중간 기착지가 필요 없던 날틀042는 광저우부터 신의주까지 직선거리로 날아 만 하루면 도착이 가능했다.

태왕의 명이 떨어지고 이틀 만에 광저우에 있던 남진의 세자가 신의주에 도착하는 신기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동을 맡은 날틀042가 중무장을 갖춘 군용 비행선이었기에 남진의 세자를 수행해 온 관리는 단 둘뿐이었다.

그들을 태우기 위해 날틀042는 기01 총탄을 단 1천5백발만 실었다. 그것은 만재량의 10분지 1규모로 3정이 장착된 기01을 1분간 사격할 수 있는 총탄의 양이었다.

여하간 비행선에서 내린 이들은 곧바로 황궁으로 향했다.

광해는 남진의 세자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자 영빈관인 이화관에서 쉬고 있던 관홍을 불렀다. 삼자대면이 필요한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태왕의 부름을 받고 대전으로 들어서던 관홍은 그 자리에 자국의 세자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세자 저하.”

“어서 오세요. 관 장군.”

“어찌 이곳에······?”

“폐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폐하께오서······. 하면 제가 떠난 뒤 바로 출발하신 겁니까?”

관홍의 물음에 세자가 고개를 저었다.

“이틀 전에······. 비행선을 보내주셔서 타고 왔습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선은 관홍도 대월 전선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무기를 가진 조선의 힘을 새삼 절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긴 실제로 처음 비행선을 목격한 대한제국 병사들 중에선 신벌이 내린 것이라며 바닥에 엎드려 두려워한 이들도 많았으니까.

확실히 당 시대에선 감히 생각도 해보지 못한 무기이기는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날 무렵 내관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왕 폐하 납시오.”

뒤를 길게 끄는 환관의 음성이 끝나기 무섭게 태왕이 대전으로 들어섰다.

용상에 앉자 조선의 대소신료들이 허리를 깊게 숙여 예를 표했다. 남진의 세자와 관홍도 그런 조선의 관리들을 따라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런 그들의 귀로 환관의 커다란 음성이 들려왔다.

“평신(平身).”

대신들이 몸을 펴자 광해가 한쪽에 서 있던 남진의 세자와 관홍을 바라봤다.

“남진의 세자가 왔는가?”

“예. 소신 남진의 세자 허, 폐하의 황명을 받아 이리 입조하였나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중국의 예를 따라 만세를 외치는 남진의 세자를 빙긋이 미소 지은 얼굴로 바라본 광해가 말했다.

“짐이 그대에게 직접 묻고 싶은 것이 있어 오라 하였다.”

“하문하소서.”

“저 관홍이란 장수가 남진의 왕위를 청하였다. 그러며 내놓은 연판장엔 세자의 이름도 있었다. 아는가?”

“소신이 다른 장군들과 함께 수결을 놓은 것이니 당연히 아옵니다.”

“하면 그것이 진짜란 소리더냐?”

“예. 소신은 왕위를 관 장군에게 양위하기로 하였나이다.”

남진의 세자인 마허의 답에 광해가 물었다.

“연유가 무엇이냐? 혹 위협이라도 당한 것이더냐?”

광해의 물음에 잠시 멈칫했던 마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옵니다.”

“한데도 왕위를 양도했다는 소리더냐?”

“남진은 왕실과 오군도독부가 중요 결정을 함께 내리옵니다.”

명나라의 군정 제도를 그대로 본 따서 만든 이 오군도독부는 정작 명나라에선 사리지고 남진에만 남은 제도였다.

남진을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중앙을 왕실이 맡고 나머지 5개 구역을 5명의 군벌이 나누어 맡은 것이다. 이 군벌들은 병력 동원권 등, 해당지역의 군권만 가진 것이 아니라 행정권도 가지고 있었다.

일종의 번국 제도로 같은 시기 동일본과 나고야에서 행했던 다이묘 제도와도 비슷한 것이었다.

“하면 세자는 어찌 되는가?”

걱정 어린 광해의 물음에 태왕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마허가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소신은 관 장군이 담당하던 지역으로 물러나 그곳을 책임지게 될 것이옵니다.”

한마디로 왕실과 관홍이 자리를 바꾸는 것이었다.

한성 조약에 의해 조선은 제후국의 권력 다툼에 개입할 수 없었다. 따라서 남진 자체적인 권력 투쟁에도 관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광해가 굳이 세자까지 불러 남진의 왕위 계승 과정을 따져 물은 것은 이번 대월 전쟁으로 남진이 상당한 넓이의 영토를 새롭게 확보하게 된 까닭이었다.

그 땅을 제대로 경영하고 통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던 것이다.

세자의 답에서 권력 투쟁은 있었지만 그것이 무력 분쟁으로까지 발전하지 않고서 해결 되었다는 것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광해가 관홍을 바라봤다.

“경은 자신이 있는가? 새로이 남진의 영토가 된 대월의 땅이 적지 않다.”

“소신, 신명을 다 바쳐 남진의 발전에 매진 할 것이옵니다. 폐하의 은덕으로 말미암아 대월에서 확보한 새로운 영토도 최선을 다해 발전시키고 안정을 추구하겠나이다.”

새로 국왕이 될 이의 의지가 분명하고 가장 우선한 왕위 계승권자의 양도 의지를 확인 한 이상 광해도 더는 그 문제를 붙잡고 늘어질 수 없었다.

“경을 믿고 맡기겠다.”

광해의 답에 관홍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깃들었다. 태왕의 말이 자신에게 남진 국왕의 교지를 내려 줄 것을 암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홍의 추측대로 다음 날, 새로운 남진왕을 책봉하는 교지와 옥새가 하사되었다.

관홍이 태왕 앞에 나아가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고개를 조아린 후 교지와 옥새를 받았다. 남진국의 왕조가 바뀐 것이다.

새로이 남진의 왕조를 열게 된 관홍을 조선의 대신들이 축하했다. 태왕도 연회를 열어 남진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와 새로 국왕에 오른 관홍을 축하했다.

연회가 끝난 다음 날, 관홍과 세자는 관홍이 타고 온 배편으로 남진을 향해 돌아갔다.

그리고 맞이한 4월은 완연한 봄을 알리는 훈풍과 함께 시작되었다.

*****

4월 첫 대전 조회에서는 제법 긴 토의 끝에 마련된 조선군의 대양군 체제로의 변환에 맞춘 행정구역 정리 계획이 태왕에게 보고되었다.

이 계획에 의하면 그간 대만도 관할이었지만 대성양 지역에 존재하는 오리사와 마드라스를 녹주도로 옮기고, 녹주도의 관할이면서 대서양에 접한 적도기니와 상투메 프린시페, 다카르, 그리고 카보베르데를 남포르투갈도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울러 서미도를 새롭게 개설하여 천도열도(쿠릴열도)와 웅다 반도(캄차카 반도), 그리고 현월열도(알류산열도) 전역을 관할하게 했다.

또한 이 서미도엔 신세계항은 물론이고 서부지역에서 조선군 단독으로 진행된 점령 작전으로 확보된 북미 서부지역 전역을 관할하게 했다.

따라서 새롭게 개척도시가 건설된 벤쿠버도 서미도가 관할하게 되었다. 계획서는 에스파냐로부터 인수한 남미의 발파라조도 이 서미도가 관할하게 했다.

북미도는 퀘벡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군과 휴스턴을 본거지 삼아 세력을 확장중인 조선 해병 개척단이 확보한 지역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울러 이 행정구역 개편안엔 아직 점령도 시작하지 않은 하와이를 하와이도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호주도로 명명해 두고 있었다.

서류상으로만 이긴 했지만 그 지역들을 모두 조선의 영토로 선포한 셈이었다.

아울러 호주도가 설치될 경우 대만도 관할인 암본과 반다제도, 그리고 동티모르는 호주도 관할로 이관하도록 되어 있었다.

지리적으로 대만도의 감영이 있는 태북(타이베이)보다 호주도의 감영이 설치될 호주가 지리적으로 더 가깝다는 연유였다.

이 계획대로 모두 마무리 될 경우 조선은 본토 8도, 만주 4도, 서부 3도, 그리고 나고야도가 추가된 해외 6도, 거기에 원해 7도를 아우르는 27개도를 3개의 대양에 걸쳐두고 있는 세계제국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이 계획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현재 정벌전이 진행 중인 동일본을 조선의 영토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직 점령 작전이 시작도 되지 않은 하와이와 호주 등을 조선의 영토로 표기한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이 계획이 처음 만들어 질 때는 해외 9도로 동일본 지역을 관동(關東, 간토)도와 동북(東北, 도호쿠)도로 나누어 포함시켜 두었었다.

하지만 태왕의 특명으로 인해 동일본 지역이 빠지면서 해외7도가 된 것이었다.

행정부를 대표해 총리대신이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계획의 보고를 끝내자 이번엔 군부를 대표해 이순신 원수가 앞으로 나서 대양군 체제로 변환될 조선군의 체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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