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236화 (236/325)

제236화. 미래를 위한 걸음

설렘은 광해보다 이순신이 더했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타고 왔던 비행선이 지상요원들의 손에 의해 ‘파’라 쓰인 선미 왼쪽에 위치한 커다란 사각형으로 옮겨지고 이내 그 사각형 전체가 내려가면서 사라졌다는 것에 놀랐다.

그런 이순신을 포함한 태왕일행을 오른쪽 갑판 맨 뒤쪽에 있는 ‘하’자가 쓰여 있는 사각형으로 선장이 안내했다.

그리고 이내 그 사각형 전체가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험선으로 제작된 이 항공모함은 선미 쪽 좌우 양측으로 승강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직 기술적 한계로 승강기를 움직이는 기계장치가 기관부와 가까워야만해서 선미 쪽에 위치하게 된 것이었다.

천천히 내려간 갑판 아래는 커다란 지하 동굴 같았다. 수많은 기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긴 했지만 비행선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만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자신들보다 먼저 내려온 비행선은 그 기둥들 사이를 지나가 한 쪽에 계류되었다. 이동을 위해 풀렸던 계류용 밧줄들이 다시 채워지는 것을 확인한 이순신이 재빨리 내부 크기를 가늠했다.

내부갑판에도 커다란 사각형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 수가 상부 비행갑판보다 훨씬 적은 6개였다.

하긴 함의 우측으로 치우친 함교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던 상부갑판과 달리 격납갑판은 수많은 장비와 공간들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는 태왕과 이순신에게 선장이 재빨리 설명을 올렸다.

“이곳 격납갑판에서 비행선의 재무장과 수리가 이루어지옵니다.”

“하면 무장이나 수리는 이곳에서만 가능하다는 소린가?”

이순신의 물음에 선장이 답했다.

“아닙니다. 상부 비행갑판에서도 가능합니다. 다만 정비가 필요할 경우에는 다소 공간이 필요한 터라 다른 비행선의 이착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가능한 격납갑판으로 이동시켜 진행하는 것으로 운용규칙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운용규칙이라······. 제작자 시점의 운용규칙인가?”

“예. 거제 건선단지에서 제안한 운용규칙입니다.”

선장의 답에 고개를 이순신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실전에 나가본 적은 없을 테니······. 실전 운용을 해보면 제대로 된 운용규칙이 만들어 지겠지.”

이순신의 말에 선장도 동의했다.

“예. 실전을 겪어보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는 단점들이 많을 것이기에······. 저희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장에 말에 이순신이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며 격납갑판을 살펴보다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날틀04가 들어오긴 무리이겠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이순신에게 광해가 다가왔다.

“경이 내게 했던 말과 이 배를 조합하면 떠오르는 작전들이 무수히 많이 있을 것이오.”

“예. 폐하. 비행선과 이 배의 조합으로 치러낼 수많은 작전들이 소신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나이다.”

“그것들을 정리해 보시오. 필요하다면 경은 거제에 머물러도 좋소. 조만간 날틀03 시제기가 3대 정도 더 제작될 것이니 함께 운용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게요.”

“그 이상은 언제 제작이 되는 것이옵니까?”

“장원의 보고에 의하면 비행선에 들어가는 헬륨기체가 부족한 실정이오. 북미에서 개발되고 있는 헬륨 광산에서 채굴된 헬륨 기체가 들어오기 전에는 더 이상의 비행선 제작은 불가능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소.”

만주에서 채취하는 헬륨기체의 용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량 매장된 휴스턴 인근의 헬륨광산의 채굴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채굴한 헬륨기체를 수송할 수송선의 제작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송용기의 시제품은 개발이 되었는데 선박용으로 대형화하는 것에선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배에 부착한 기체 수송구역에서 자꾸 틈새가 벌어져 누출이 일어나는 까닭이었다.

파도의 움직임에 맞춰 약간씩 휘어지는 배의 움직임에 의한 피로충격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선체와 기체 수송 칸을 이격하는 장치가 한창 개발 중이었다.

그걸 위해 거제 건설단지와 헬륨기체 연구소가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 시대 조선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넘어서는 발명품과 개발품들이 현실화 되면서 발생하는 기술적 한계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이 타고 온 비행선이나 항공모함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착된 장비들은 아주 기초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부피가 컸고, 무게가 무거웠다.

당장 항공모함을 움직이는 기관 자체도 증기기관이다. 이정도 거체를 움직일 대출력 내연기관은 아직 개발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 날틀03에 부착된 2백 마력 내연기관이 조선이 개발한 최대출력이었다. 그조차 운용 중 수도 없이 고장이 난다.

자력으로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는 비행선이기에 쓸 수 있는 추력기관인 셈이다. 자동차나 선박이었다면 수리가 진행되는 동안 그대로 설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이 그랬다.

과대 개발, 과대 운용이 조선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런 일들을 가능케 한 것은 광해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현대의 지식과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조선 기술자들의 노력 덕이었지만 그것으로 메꿔 나갈 수 있는 한계에 이미 도달해 있었다.

이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것을 안정화시켜서 제대로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 행보 중 첫 걸음을 현재 조선이 가진 최고의 기술들이 모인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항공모함에서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항공모함을 제대로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서 광해가 항공모함의 선장을 비롯해 기술자들과 수많은 논의를 이어나갔다.

광해는 많은 해외영토들을 보유하며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수많은 열강들이 근대 이전에 가장 고전했던 부분을 실제 역사를 통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수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긴 했지만 근대 이전의 세계 제국들이 가장 골치를 썩은 문제는 해외영토에 대한 병력의 투사였다.

투입될 지역은 지천인데 보유한 병력은 한계가 있었고, 투입시간은 너무 길며 그로인한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더구나 무력 투사에서 막대한 인적 피해까지 강요당했으니까.

그런 출혈들을 모두 감수하고 지켜내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해외 영토들이 존재했고, 그 해외영토들부터 포기하며 해외영토를 잃기 시작했다.

종래엔 그렇게 포기하고, 잃어버린 해외영토들로 인해 해외영토들을 이어주던 네트워크가 무너지면서 빼앗겨서는 안 되는 해외영토까지 떨어져 나간 것이다.

그것을 막자면 누구보다 빠르고, 소규모 전력을 투입해서도 확실한 전투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광해는 그럴 수 있는 무기로 비행선과 항공모함을 택한 것이다. 이것을 성공적으로 실전배치해서 유지할 수 만 있다면 조선은 더 나은 장비들이 개발되는 근대까지 해외영토들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터였다.

근대로 넘어가면서 열병처럼 번지는 독립 러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해결방법을 찾아 잘 대처하길 바랐다.

그것에 대해서도 경고의 글을 후대의 왕에게 전할 정보들을 정리한 책에 써놓았다.

그러니 훗날은 후대에 맡겨두고 지금은 현재 광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중요했다.

광해와 기술자들의 토의에 종래엔 이순신도 끼어들었다. 함선의 운용에 있어 조선에서 최고의 전문가 중 한명이 바로 이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토의 와중에 이순신이 비행선으로 함선을 공격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기01은 모르겠지만 실전에서 증명된 공중투하폭탄의 명중률로는 함선을 격침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꺼내든 것이다.

항공모함에 탑승하고 있던 건선단지의 기술자는 대응무기가 없는 한 가깝게 내려가서 폭탄을 떨어트릴 경우 명중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말을 했지만 이순신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당장 일총 정도의 무기만 있어도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설사 그런 화약무기가 없다 해도 고전적인 투사무기, 이를 테면 기관을 사용하는 노의 일종이 발리스타만 있어도 위험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기낭의 재질이 천이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내부의 기낭들을 마치 하나처럼 보이도록 둘러싼 외부 기낭의 이중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고는 해도 천인 이상 날카로운 무기에 뚫리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닿기만 하면 하물며 화살에도 뚫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피격위험을 안고서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고도를 낮춰 접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그런 이순신에게 광해가 빙긋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현재 그것을 해결할 무기가 장원에서 개발 중이긴 하오.”

“그렇습니까?”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두 마음이 한데 섞인 이순신의 물음에 광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뢰라고······. 사실은 함대함 무기로 개발하던 것이긴 하지만 공대함 무기로 더 잘 어울리는 것이기도 해서 함께 개발 중이라오.”

어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진기관이다. 물속에서 항진하는 어뢰에 추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제약사항이 많았다.

그것이 개발을 시작한지 10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음에도 결실이 늦어진 결정적인 이유였다.

사실 어뢰가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함대함도 아니고 잠대함 용도였다. 그러니까 잠수함에서 쏘아 배를 격침시키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잠수함은 여전히 개발 미완료 상태였다. 긴 시간 노력하고 수많은 연구와 개발을 거쳤지만 여전히 수두룩한 난관들이 앞을 가로막아 현실화가 안 되고 있는 대표적인 부분이었던 것이다.

같은 수중무기여서인지 어뢰도 지지부진한 부분 중 하나였다. 특히 이미 언급한 대로 추력부분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 발화와 가열, 그동안의 공기를 필요로 하는 증기기관은 아예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초기엔 태엽을 활용한 추력장치가 개발되기도 했다.

어뢰의 뒤에 장착된 바람날개만 돌리면 추력은 얻어지니 어뢰의 내부에 복합태엽을 감아 놓았다가 어뢰가 발사되면 그렇게 감겨있던 태엽들이 풀어지면서 바람날개를 돌려 추력을 얻게 하자는 계획이었던 것이다.

나름 가능성이 있어 시도해보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실패였다.

태엽은 용적을 필요로 한다. 감겨 있다가 풀리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오래 풀려야 할수록 그 공간은 커져야한다.

당연하겠지만 그만큼 많은 태엽이 감겨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뢰는 그렇게 무한정 키울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태엽의 크기는 어뢰가 가질 수 있는 최대치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태엽의 한계가 발생했다. 직렬로 상호 연결된 태엽 여러 개를 이어 붙여 차례차례 풀리는 방식도 도입했지만 그것도 어뢰의 크기 제한으로 한계가 존재했다.

그로인해 태엽이 풀리는 속도를 빠르게 하면 너무 일찍 추력이 끝나서 사정거리가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아졌다.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해 태엽이 풀리는 속도를 늦추면 어뢰의 속도가 너무 느려졌다. 목표로 한 배가 지나가 버린 다음에 어뢰가 목표지역에 도달하니 무기로써 쓸 수가 없었을 정도였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접근 사격방법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그 정도로 접근할 거면 차라리 포가 비용적으로나, 정확도 면에서도 훨씬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태엽 추력방식은 도태되었다.

그렇게 답보상태를 거듭하던 어뢰가 다시 개발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전기와 전구, 그리고 전신을 개발해 낸 벼락 연구소에서 모터와 축전지를 완성하면서부터였다.

현재 포탄 개발조에서는 모터와 축전지를 활용해 어뢰의 추력을 얻는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미 적응개발은 끝나서 시험용 어뢰가 생산 직전이었다.

그 상황에서 광해가 항공어뢰를 요구했던 것이다. 비행기에서 투하해서 배를 향해 항진해 나가는 어뢰를 얻길 바랐던 것이다.

바람날개가 달린 꼬리 쪽에 격자안정판을 달아서 적당한 수심을 유지해주는 기술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였다.

적당한 추력기관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개발의 모든 것이 그 외의 기능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현재 어뢰의 직진성과 안정성은 상당한 성능을 갖추고 있었다.

따라서 공중투하에도 무리 없이 추진기관이 작동하기만 하면 공중투하 어뢰가 완성될 상황에 이르러 있었다.

광해로부터 그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들은 이순신은 크게 기대를 품었다.

공중투하 어뢰가 제대로 작동만 해준다면 비행선을 통한 함선의 효율적인 공격이 가능해지고 그것은 함선을 함선으로 상대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한 지역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에나 알아차리고 도입하였던 항공모함 기동부대의 능력을 단숨에 파악해버린 이순신의 능력에 다시 한 번 광해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놀람의 연속인 항공모함 방문이 마무리에 들어갔다.

이순신은 광해의 제의대로 항공모함에 남아 비행선과 항공모함을 연결한 전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그렇게 이순신을 남겨둔 광해가 태자와 함께 다시 비행갑판으로 옮겨진 비행선에 올랐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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