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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231화 (231/325)

제231화. 사상 첫 공중 폭격

신만수 장령이 자세를 낮춰 비행선 아래방향으로 망원경이 달린 폭격조준장치에 눈을 갖다 대었다. 이것으로 조준폭격이 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폭격지점의 대략적인 선정정도는 가능했다.

바람에 천천히 밀린 비행선이 포가 늘어서 있는 공터지역의 중앙부정도에 도달하자 곧바로 신만수 장령이 폭탄 투하스위치를 눌렀다.

폭탄창에서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좌측 폭탄창의 첫 번째 폭탄이 수납 장치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져 내리며 투하구 아래로 사라졌다.

수평으로 수납되어 있던 폭탄은 떨어지면서 무게중심의 이동에 의해 탄두방향이 아래로 변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공중 폭격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폭탄은 개별로 투하할 수 있도록 각 폭탄마다 별도의 투하스위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의 스위치로 모든 폭탄을 일괄 투하할 수 있는 장치는 날틀02에는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신만수 장령은 연속적으로 6개의 투하스위치를 누르고서야 동작을 멈추었다.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투하한 까닭에 폭탄창엔 각기 좌우측으로 2발씩 4발이 남아있었다.

투하된 6발의 폭탄이 지상과 연쇄적으로 충돌하면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광, 쾅쾅쾅쾅쾅!

한발, 한발의 폭발력이 어찌나 큰지 폭발 반경 일대가 완전히 화염으로 뒤덮였다. 문제는 폭탄들이 떨어진 지점이 본래 폭격을 하고자 했던 중심부에서 한참 떨어진 공터의 한쪽 귀퉁이로 치우쳤다는 점이었다.

바람의 영향으로 폭탄들이 일직선이 아니라 사선으로 떨어진 탓이다.

폭격 조준기가 부착되어 있다지만 그저 망원경을 아래방향으로 고정시켜 놓은 것에 불과해서 풍속이나 풍향, 그리고 비행선의 속도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런 조준경을 이용해 떨어트린 폭탄이 명중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벗어났다.

6발이 폭발하며 일어난 화염에 피해를 입은 포는 겨우 대여섯문 정도에 불과해 보였다.

혀를 찬 신만수 장령이 바람날개를 다시 구동시켜 비행선의 위치를 조정했다. 그런 비행선을 향해, 지상에선 일총은 물론이고, 활까지 쏘아댔다.

물론 그게 닿을 리는 없었지만 밑에 있는 이들도 그냥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을 테니까.

비행선의 위치를 조절한 신만수 장령이 다시금 폭격조준기에 눈을 갖다 대고 투하스위치를 눌렀다. 그에 따라 ‘철컥’소리를 연속적으로 내며 나머지 4발의 폭탄이 투하구 아래로 사라졌다.

잠시 후, 지상에 도달한 폭탄들이 폭발하면서 화염이 일어났다. 폭탄의 수가 적어서인지 이전보다 화염은 작았지만 다행이 이번엔 중앙부에 가까워서 많은 수의 포들이 화염에 휘말렸다.

그렇게 일어난 화염이 가라앉고 난 지상을 확인한 신만수 장령이 아쉬움에 다시금 혀를 찼다. 여전히 절반 가까운 포가 그대로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한대가 아니라 3대 정도의 비행선이 함께 편대를 이루고 왔다면 한차례의 폭격만으로도 완전히 괴멸시킬 수 있었을 듯싶었지만 불행히도 조선이 보유한 폭격 비행선은 지금 신만수 장령과 이치원 준위가 타고 있는 평강뿐이었다.

“아무래도 한두 번쯤은 더 와야겠다.”

혼잣말 같은 그 말을 던져두고 조종석을 앞쪽으로 원위치 시킨 신만수 장령이 비행선을 움직여 바다 쪽으로 선회시켰다.

현식총좌에서 나온 이치원이 조종석까지 가서 신만수 장령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현식총으로 한번 갈려볼까요?”

“그러자면 현식총 사거리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그건 너무 위험해. 그냥 다시 갔다 온다.”

신만수 장령의 답에 이치원도 수긍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치원의 답을 들으며 신만수 장령이 비행선의 속도를 높였다. 기관이 굉음을 내며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청력보호를 위해 쓴 귀마개를 뚫고 들려올 정도로 기관 구동음이 컸다. 그렇게 맹렬하게 돌아가는 추력기관을 일별한 이치원이 다시 현식총좌에 가서 걸터앉았다.

높은 고도 때문에 쏠 일이 없다지만 작전 중엔 다른 일이 없다면 이치원의 자리는 현식총좌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현식총좌에 앉은 이치원의 눈에 천천히 지나가는 지상이 보였다. 최고속도라지만 솔직히 속도감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하늘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은 지상에 비해 느리게 다가오는 까닭이었다.

구축함으로 돌아온 평강은 무사히 착함에 성공했다. 갖은 상황에서 모두 훈련을 해온 덕에 측풍이 부는 가운데도 신만수 장령은 잘 착륙했다.

2조 비행대원들이 내리자 곧바로 폭탄 재장착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비행대를 지원하는 병력은 선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함께 배속되어온 기술자들이 폭탄을 실었다.

비행선이 준비되자 이번엔 고승환 준령과 송현 준위가 탑승했다.

신만수 장령으로부터 현장에 관한 설명을 들은 고승환 준령은 전달받은 상황을 참작하여 폭격에 심혈을 기울일 터였다.

잠시 후, 기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강이 온달급 구축함을 이륙해 다시 육지로 날아갔다. 어쩌면 한 차례 정도 더 출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만수 장령과 이치원은 서둘러 식사를 하는 등 재출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비행선의 폭격이 진행되는 동안 병력의 상륙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서 전 병력의 상륙이 완료되었다. 해병에게 맡겨진 임무는 상륙지 보호와 주둔지 방어였다.

공격임무는 15산악병단과 35산악병단, 두 부대에 전적으로 맡겨졌다

해변과 일포가 발견된 공터와는 거리가 멀어서 상륙시점에 포격을 당할 걱정은 없었다. 문제는 정글로 들어갔을 때인데 사거리 상 해변으로부터 10리(약3.9Km)까지는 무방해 보였다.

문제는 그 이후인데 통상적으로 울창한 밀림의 경우 포격의 피해가 현격하게 저하된다. 그렇다고 사상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피해를 가능한 입지 않고 작전을 펼쳐야 하는 공격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험요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애물들로 인해 밀림 안에서는 포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비행선이 폭격 중인 공터 정도에서나 포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일단 공터에 방열되어 있던 포들의 제거는 비행선에 맡겨둔 채 15산악여단이 먼저 정글로 진입했다.

진격로 개척과 해변 주변의 정글에 숨어있을 지도 모를 적군에 대한 탐색 및 격멸이 임무였다.

적과의 교전은 드물었고, 설사 일어난다고 해도 전투는 소규모였다. 대월은 상륙한 조선군이 대량의 화력 투사할 수 있는 해변 쪽으로는 대규모 병력을 투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4번의 출격 끝에 비행선 평강이 공터에 방열되어 있던 포들을 괴멸시켰다.

실제로 파괴시킨 포는 30문 남짓이었고, 10여문은 계속된 폭격에 방열을 포기하고 대월이 정글 안으로 끌고 들어감으로써 사실상 파괴에 실패하고 놓친 셈이었다.

그래도 대월군의 포격을 저지했다는 점에서 비행선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비행선의 보고와 기함에서 띄운 열기구의 평가가 동일하게 내려지자 10리 안쪽에 머물던 15산악병단이 더 깊게 진출하기 시작했다.

대월에서 조선과 대월간의 전투가 벌어지던 시점 북미 남부에서 조선과 에스파냐간의 개척도시 인수가 이루어졌다.

펠리페 3세의 정식 국서를 받은 개척도시의 지휘부들이 조선에 인계하고 철수를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조선과 대한제국은 현대시대로 보면 멕시코까지의 북미 전역에 대한 배타적 영유권을 잉글랜드와 프랑스, 그리고 에스파냐에게 인정받은 셈이었다.

특히 남미에서부터 세력을 확장해 멕시코 일대까지 장악하고 있던 에스파냐가 멕시코 전역에서 물러선 것은 굉장한 소득이었다.

조선과 에스파냐의 협정에 의해 조선과 대한제국이 획득한 지역은 멕시코 남부의 병목구역까지로, 현대시대로 보면 베라쿠르스 주와 오악사카 주의 남부 일부를 제외한 북부 전역이었다.

협정 체결 이후 대서양 함대의 경계구역이 해당 지역까지 넓어졌다.

이처럼 해양 경계구역이 넓어지면서 태평양 방향의 경계에 문제가 생겼다. 대판(오사카)에 배치된 조선해군 태평양 함대로써는 여기까지 함선을 보내 경계하기가 너무 멀었던 것이다.

현재 태평양 함대의 경계구역은 말레이 일대, 그러니까 현대시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북미대륙에 달하는 북태평양 전역이었다.

현재 미개척지로 남아있는 호주에서부터 남미 지역에 이르는 남태평양은 태평양 함대의 예비 작전구역이기는 했지만 보유전력의 한계로 인해 사실상 작전 임무에서는 완전히 배제되면서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해당 지역이 현재로는 가장 핫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에스파냐가 열정적으로 개척을 진행한데다 대량의 금과 은이 채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적의 활동도 빈번했고,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에스파냐 해군도 상당한 함대를 파견해 놓고 있는 지역이었다.

이곳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연일 계속되자 결국 원수부가 해군 배치 조정안을 태왕에게 제출하면서 개편작업이 시작되었다.

원수부가 태왕에게 상신한 해군배치 조정안은 부산포를 모항으로 두고 있는 이순신 함대를 대판(오사카)으로 이전하고 대판을 모항으로 삼고 있던 태평양 함대를 북미 대륙, 서부지역 점령 작전의 거점인 신세계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원수부의 요청을 검토한 태왕이 조금 다른 안을 지시했다.

이 지시에서 가장 핵심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하와이를 점령하라는 것이었다.

지리적으로 하와이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존재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해당 지역을 통한 위협국가가 사실상 없는 상태여서 구태여 점령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지금도 그 상황은 변화가 없었지만 남미지역이 발전하면서 해당 지역에 주둔하게 되는 에스파냐군의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위협사항으로 떠오른 것이다.

따라서 광해는 현대시대 미국처럼 태평양 방어의 전초기지로 하와이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미국은 태평양 서부에서 오는 위협에 대한 방어가 주목적이었지만 조선은 반대로 태평양 동부에서 가해지는 위협에 대한 방어가 주목적이었던 셈이다.

광해는 우선 1년의 시한을 두고 외교적으로 하와이를 설득해서 조선의 영역으로 편입되도록 유도하고 불응하면, 군사력을 투입해서 병합하기로 했다.

아울러 광해는 넓은 태평양 전역에 대한 방어임무 분할을 계획했다.

이 계획에 의하면 우선 포라중에 모항을 두고 있던 인도양 함대를 마드라스로 옮겨 완전히 인도양 방어임무에 전념하도록 조치했다.

그와 함께 태평양 함대를 향후 확보하게 될 하와이로 이전시켜 태평양 방어의 중심으로 삼되 거리상의 제약을 회피하기 위해 하와이 외에 별도로 4개의 해역방어 거점을 추가로 확보하도록 했다.

그렇게 선정된 4개의 거점은 아시아, 말레이, 북미, 그리고 남미 지역에 하나씩 존재했다.

현재의 모항인 대판(오사카와)을 아시아 해역방어 거점으로 삼고, 포라중을 말레이 해역방어 거점으로, 현대시대의 밴쿠버를 북미 해역방어 거점으로, 칠레 남부에 위치한 발파라조를 남미 해역방어 거점으로 삼도록 했다.

이것을 위해 광해는 이미 발파라조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에스파냐와 협상을 벌이도록 외교부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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