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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230화 (230/325)

제230화. 비행선 실전투입

추력기관이 돌아가면서 함께 가동되는 소형 발전기에서 비행선에 전기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선내의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그것을 확인한 신만수 장령이 기계기판에 부착된 버너 스위치를 켰다.

곧바로 열 공기주머니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열원이 작동하고 공기주머니의 공기가 데워졌다. 내연기관이 만들어지면서 부수적으로 개발된 버너가 외부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급속도로 가열했다.

이전의 코크스를 활용한 열원보다 공기 가열시간이 크게 단축된 장비였다.

정지부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서 약간의 부력 증가만으로도 비행선이 뜨기 때문에 평강은 공기를 가열되기 시작하자마자 갑판에서 살짝 떠올랐다.

평강의 탑승부 아랫부분엔 고정식 바퀴가 달려있었다. 탑승부 하단보다 현식총좌가 밑으로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착륙 또는 지상계류시 현식총좌를 보호하고 부드러운 착륙을 보조하기 위해 바퀴는 대략 3척(약90Cm)정도의 길이를 가진 지지대에 부착되어 있었다.

바퀴의 재질은 얼마 전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천연고무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말레이 일대에 심었던 고무나무가 고무를 채취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덕이었다.

그렇다고 튜브를 넣은 현대시대의 타이어와 같은 형태는 아니었고, 바퀴 전체를 천연고무로 만든 것이었다.

현재 고무를 가공하는 방법들이 개발 중이어서 그것이 어느 정도 결과를 내면 현대시대에 사용했던 타이어 형태의 바퀴가 개발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통자 천연고무로 만들어진 바퀴까지 갑판에서 떨어지면서 공중으로 살짝 떠오른 평강을 잡아주는 것은 갑판과 탑승부를 연결한 추가의 안전밧줄이었다.

충분한 고도로 상승할 수 있을 만큼의 부력이 생성되기 전까지 비행선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안전장치였다.

이 안전밧줄에 연결된 측정 장비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충분한 부력이 생겼다고 판단한 이치원이 조정석의 신만수 장령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곧바로 이륙 결정이 떨어졌다. 신만수 장령이 손짓으로 그것을 알리자 이내 갑판에 대기하고 있던 기술자들이 탑승부와 갑판을 연결하고 있던 안전밧줄의 고리를 풀었다.

갑판과 분리된 안전밧줄은 이치원이 탑승부에 실려 있는 도르래를 재빨리 감아 수납했다.

그러는 사이 구축함에서 분리된 비행선, 평강이 고도를 높여 하늘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때가 착륙만큼이나 위험한 순간이었다.

바람에 살짝 밀려나기라도 하는 날에는 곧바로 구축함의 함교와 충돌할 수도 있었고, 자칫 상공에서 바다로 쏟아지듯 내려오는 하강 기류에 휘말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갑판에 처박히거나 바다로 추락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종사인 신만수 장령은 무사히 평강을 구축함 위로 띄우는데 성공했다. 이륙부상이 완료되자 신만수 장령이 추력기관을 가동시켰다.

탑승부 뒤쪽에 장착된 내연기관이 작동하기 시작하고 이내 바람날개가 돌면서 비행선을 부드럽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추진력을 얻은 평강이 부드럽게 선수를 돌려 육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평강에 맡겨진 임무는 기함의 열기구가 발견한 일단의 포병대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이륙 전에 기함으로부터 전달된 작전명령대로라면 지난 전쟁에서 대월이 남진군으로부터 노획한 일포일 가능성이 높았다.

날틀02에는 무선전신기가 장착되어 있지 않았다. 장거리 무선전신기를 가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출력을 얻을만한 발전기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날틀02에는 비행선 내에서 사용되는 소량의 전기를 충당할 정도의 작은 발전기만 설치되어 있었다.

기술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무장도 더 충실해지고, 발전기와 무선전신기까지 탑재되어 있는 차기 비행선이 개발되고 있다니 그것이 하루라도 빨리 배치되길 이치원은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 하늘에 떠 있다 보면 지상과 교신이 필요한 경우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여하간 평강은 사전에 배포된 지도상의 좌표를 따라 열기구가 관측했다는 포병대의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초기 비행선의 형태를 벗어난 날틀02의 비행 방법은 순수하게 눈으로 보고 조정하는 시계(視界)비행이다.

좌표를 따라 비행한다고는 해도 결국은 지도상에 표시된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여 비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조종사는 독도법을 숙지해야 함은 물론이고, 각각의 기준점을 참고하여 거리를 재는 삼각측정법도 익혀야만 했다.

한마디로 항법사의 능력도 함께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온달급 구축함에서 이륙한 비행선의 초기 고도는 7백 척(212M) 정도였다.

처음 훈련 때는 고도측정용 눈금 밧줄을 내려서야 측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육안관측만으로도 9할 가량의 적중도로 고도를 유추할 수 있었다.

전자파를 이용한 전자식 고도계는 물론이고, 아직 기압차를 이용한 고도계조차 발명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그 나마 광해가 현대시대 기억속의 자이로스코프를 바탕으로 하는 기초적인 자세계를 연구자들과 함께 만들어 부착함으로써 비행선의 수평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당시 비행선의 계기판은 굉장히 간단했다.

수평계와 나침반, 그리고 추력과 약간의 전기를 제공하는 내연기관의 냉각수 온도계, 냉각수 용량 표시계, 연료량 표시계, 외기 온도계, 비행선 내부 온도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용된 온도계는 수은을 활용한 기초적인 형태를 갖춘 것으로 실제역사보다 한 세기나 빨리 조선의 장원에서 개발된 품목이었다.

현재 장원에 새롭게 개설된 계량기 연구소에서 각종 관측기기의 개발이 한창 진행 중으로 그중에는 속도계와 고도계가 포함되어 있었다.

두 계기만 완성되어도 비행선과 함선의 운용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비행선의 모든 정보를 표시하기에도 부족한 7개의 계기가 전부 모여 있는 계기판을 앞에 두고 조종간이 놓여있는 조정석은 탑승부 맨 앞에 위치해 있었다.

조종사의 시계 확보를 위해 전방은 물론이고, 좌우와 발밑 일부까지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조종석은 꽤나 아찔했다.

날틀02의 탑승부는 좁고 기다란 형태를 취하고 있었는데 맨 앞엔 조정석이 위치하고, 그 바로 뒤에 가운데 통로를 끼고 양쪽으로 5개씩 공중투하폭탄이 달려있는 폭탄창이 위치했다.

폭탄창의 투하구는 추진기관과 연결된 자동식이지만 유사시 수동식으로도 열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었다.

마찬가지로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폭탄 투하가 가능하지만 전기 계통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고정안전 고리를 수동으로 젖히고 폭탄을 떨어트릴 수도 있었다.

그런 폭탄창 뒤로 탑승문과 연결된 작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이곳에 평소 이치원이 앉아있는 접을 수 있는 형태의 작은 의자가 붙어있었다.

그 공간 뒤로 폐쇄식 현식총좌, 그리고 맨 후방에 추진 기관부가 위치하고 있었다.

기관부에서 조종석까지 일자로 뚫려있는 통로는 한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아서 반드시 움직여야할 일이 아니면 이치원은 탑승문 공간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육지로 다가가면서 이치원은 탑승문 공간 바로 뒤에 장착되어 있는 회전이 가능한 폐쇄식 현식총좌에 걸터앉았다.

탑승부 갑판보다 약간 밑으로 내려와 있는 이 총좌는 1정의 현식총을 품고 있었다. 현식총이 기본적으로 수랭식인데 반해 비행선에 실리 현식총은 냉각수 장치를 제거한 공랭식이었다.

공랭식의 경우 1분 이상의 연사가 불가능했지만 어차피 실려 있는 총탄의 수량이 1분 연사분량이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그렇게 비교적 얼마 되지 않는 무게의 현식총 냉각장치를 떼어내야 했을 정도로 비행선은 무게와의 싸움으로 탄생한 무기였다.

지상으로 접근하면서 평강은 고도를 4천척(1천2백M)까지 올렸다. 혹시라도 대월군이 남진군으로부터 노획한 일총으로 대공사격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일총의 최대사거리는 6백보(약1천9십M)였다. 강선이 없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질수록 조준 사격은 애초에 불가능하겠지만 만약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행선의 얇은 선체는 소총사격에는 여지없이 뚫리기에 비행대원들의 불안감이 컸던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고도를 높일 경우 지상에 대한 현식총을 이용한 사격은 의미가 없어진다. 사거리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쏘고 맞는 것 보다, 못 쏘더라도 안 맞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더구나 이번 임무는 제압이 아니라 파괴였다. 파괴는 통상적으로 공중투하폭탄을 활용한다. 다행히도 공중투하폭탄의 경우 투하고도의 제약은 없었다.

단지 바람의 영향이 문제였다. 꼬리부분에 안정날개가 달려있다지만 무유도 낙하폭탄이기 때문에 명중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비행선의 지상 폭격은 단일 목표보다는 범위 목표에 대한 공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한마디로 어느 하나의 목표를 지정할 경우 그것을 맞춰서 파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대신 범위를 정해서 폭격을 할 경우 공중투하폭탄의 대량 투하로 상당부분 파괴가 가능했다.

뭐, 물론 대량 투하라고는 해도 10발 안쪽이었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통상적으로 삼포 이상에서 사용되는 금속탄피형 포탄들은 탄두, 장약 일체형이다. 포탄을 구성하는 상당부분이 발사 시 소모되는 장약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중투하폭탄의 경우 발사에 소모되는 장약이 필요 없기 때문에 폭탄 전체가 탄두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비슷한 크기의 일반 포탄에 비해 파괴력이 최고 5배가량이나 컸다.

그러니까 일장함포용으로 사용되는 9치(약27Cm) 구경 포탄과 유사한 크기의 공중투하폭탄의 파괴력이 일장함포 5문의 일제포격이 가하는 파괴력과 같다는 의미였다.

그런 공중투하폭탄을 장비한 평강이 기함의 열기구가 불러준 좌표에 접근했다.

제대로 찾아왔는지 투과창을 통해 내려다본 지상엔 포가 늘어서 있고 사람들은 분주했다. 최근 보급되기 시작한 신형 망원경, 이른바 쌍안경을 통해 확인한 지상엔······. 일포가 분명한 포들 40여문이 늘어서 있었다.

걱정했던 대로 일부 병사들이 일총을 하늘로 치켜들고 사격하는 장면이 목격되었지만 다행히 총알은 날아오지 않았다.

신만수 장령이 추력조절장치를 움직여 바람날개를 정지시켰다. 비행 중에는 추력기관으로 사용되는 내연기관을 정지시킬 수 없었다.

열 공기주머니에 뜨거운 공기를 밀어 넣는 장치부터 시작해서 각종 장치에 전기가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어를 활용해서 바람날개와 기관의 구동부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추력을 제공하는 바람날개를 정지시키는 형태를 사용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자동차에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이내 신만수 장령이 공중정지장치(에어브레이크)와 연결된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탑승부 양측면의 일부가 일어나 공기저항을 만들어냈다.

점차 추력을 잃고 천천히 비행선이 정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자동차의 브레이크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 것은 아니다. 바람 방향으로 슬쩍 밀려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정지비행이 가능한 정도였다.

그렇게 비행선의 정지비행이 시작되자 신만수 장령이 폭탄창으로 와서 안전 고리를 빼냈다. 오작동에 대비해서 폭탄이 수납 장치에 걸려있도록 만들어주던 안전장치였다.

비행기처럼 이동하며 발생하는 양력으로 떠있는 것이 아니라 기낭의 부력으로 떠있는 비행선이었기에 잠시 조종석을 비우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오래 비워둘 수는 없었다. 곧바로 조종석으로 돌아간 신만수 장령이 폭탄창 투하구 개폐스위치를 눌러 좌우측 폭탄창 투하구를 모두 열었다. 이내 추력기관과 연결된 구동부가 ‘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양쪽 투하구가 열렸다.

그것을 확인한 신만수 장령이 조종석 의자의 고정레버를 당겨 뒤로 살짝 빼더니 왼쪽으로 돌려 앉았다. 조종석 왼쪽에는 폭격조준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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