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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204화 (204/325)

제204화. 남부 포르투갈과 북부 포르투갈의 차이

조선이 잉글랜드 및 프랑스와 정식외교관계를 맺은 이후 런던과 파리에는 조선 대사관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두 대사관은 동일하게 외교관계를 수립한 대한제국의 대사업무도 대리하고 있었다.

포르투갈 영사관에 전신소가 건설된 이후, 사실 이 두 대사관에도 전신소를 건설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유사시 관련시설이 해당국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정은 유보되었다.

물론 각 대사관은 상호 조약에 의거해 20명 규모의 조선 해병대가 주둔해 경비를 서고는 있었지만 적국으로 돌변했을 때 완벽한 보호 및 파괴가 가능할 지는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런던과 파리에 주재하는 조선 대사관과 본국과의 통신은 포르투갈 총독부에 건립된 전신소가 대신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전신소의 존재가 잉글랜드와 프랑스에 알려졌다.

그러자 양국의 주포르투갈 영사관들은 포르투갈 총독부에 조선에 주재하는 자국의 대사관들과의 통신 연계를 의뢰해 왔다.

포르투갈 총독인 이항복은 그런 두 나라 영사의 요청을 순순히 수락했다. 그것은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주포르투갈 영사관의 임무 성격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본래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주포르투갈 영사관들의 주 임무는 포르투갈 총독부와의 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선전신이라는 양국이 보기엔 이 기적과 같은 장치를 이용해 조선에 주재하는 양국의 대사관과 거의 실시간으로 통신이 가능해진 이후, 두 영사관의 주 임무는 통신의 중계업무로 바뀌었다.

그런 잉글랜드 주포르투갈 영사관의 전갈을 이미 받았던 주조선 잉글랜드 대사는 이미 아일랜드 사절의 포르투갈 방문으로 인해 촉발된 이번 사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왕의 호출을 받은 탓에 주조선 잉글랜드 대사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입궁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조선의 어마어마한 경제력과 군사력, 거기다 산업 생산능력을 알고 있는 대사로써는 잉글랜드의 이번 결정이 너무 섣불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주포르투갈 영사는 소환하면서도 주조선 대사인 자신은 그대로 두었고, 조선 무역선단의 입항도 막지 않음으로써 완전히 척을 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일부 보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조선의 분노를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에 하나 이번 일을 조선이 적대행위라 규정할 경우 자칫 조선과 잉글랜드 사이에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랬을 때의 결과가 마치 눈앞에 펼쳐진 것처럼 선명히 그려졌던 대사는 혹시라도 조선이 선전포고라도 하는 것이 아닐지 매일같이 피가 마르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태왕의 부름이 떨어졌으니 잉글랜드 대사의 불안감은 최고조로 치달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잔뜩 긴장한 표정의 잉글랜드 대사에게 광해가 물었다.

“잉글랜드가 무역금수 조치를 내린 것을 알고 있으리라 보네만.”

“예. 폐하.”

불안감으로 흔들리는 음성으로 답하는 대사에게 광해가 물음을 이었다.

“아마도 잉글랜드에선 이번 아국의 조치가 서운했던 모양인데, 난 그 정도로 양국의 우호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네.”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소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아마도 본국의 생각도 같을 것이옵니다. 그럼에도 이번 조처를 취한 것은 아일랜드의 독립분자들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조선을 향한 불만이 아니라 아일랜드를 향한 일종의 경고다?”

“소신은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사옵니다.”

“어찌 해서 그리 생각하는가?”

광해의 물음에 잉글랜드 대사가 서둘러 답했다.

“정녕 본국이 조선과 척을 지고 싶었다면 소신에게 그에 대한 명령이 별도로 내려졌을 것이오나 그런 것이 전혀 없었사옵니다. 그것은 본국이 조선과 척을 질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 확신하옵니다.”

“그렇단 말인가. 하긴 양국의 우호가 그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겠지.”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폐하.”

잉글랜드 대사는 광해의 심기가 상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잉글랜드의 대사는 명확히 알고 있었다. 순한 인상에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 조선의 태왕은 어질기만 한 군왕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 잉글랜드 대사에게 광해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하다니 짐이 그간 잉글랜드가 요청해오던 무기 수출을 진행해 볼까 하는데.”

“무, 무기 수출이요!”

호통에서 끝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던 궁에서 오히려 그간 성과를 내지 못했던 무기 수출을 허락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잉글랜드 대사의 놀람은 상당히 컸다.

그런 그에게 광해가 물었다.

“왜? 그새 생각이 바뀐 건가? 별로 기쁜 표정이 아니니.”

“아, 아니옵니다! 너무 갑작스런 소식에 그만 소신이 얼이 빠져서······. 어찌 기쁘지 않겠나이까? 소신과 잉글랜드는 폐하의 은혜에 큰 감명을 받았나이다.”

“그렇다니 다행일세.”

빙긋이 웃는 광해에게 잉글랜드 대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떠한 것에 수출 허가를 내려 주실 수 있으시겠나이까?”

”전열함과 호위함이면 어떨까 하네만.”

“저, 전열함과 호위함이요!”

바다에서 조선의 함선은 무적이었다. 그 어떠한 나라의 배도 조선의 함선이 가지고 있는 우수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것은 조선에 범선 제작기술을 가르쳐준 에스파냐도 마찬가지였다.

철과 목재를 적절히 섞어 쓰는 조선의 독특한 건조방식은 선체의 강도를 높여 무거운 포를 대량 장비하고서도 빠른 속도로 항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런 조선이 배를 수입하려는 노력을 그간 잉글랜드를 포함한 유럽의 여러 나라가 벌여왔지만 아직까지는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한데 지금 광해가 잉글랜드에 그것을 판매할 수 있노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잉글랜드 대사의 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놀라는 잉글랜드 대사에게 광해가 말했다.

“자세한 것은 군무 대신과 외교 대신이 잉글랜드 대사와 상의하여 결정하도록 하라.”

광해의 명에 배석해 있던 대신들 속에서 군무대신과 외교대신이 고개를 조아려 답했다.

“그리하겠나이다. 폐하.”

두 대시의 답을 들은 광해가 잉글랜드 대사를 조용히 불렀다.

“그러니 대사.”

“예. 폐하.”

“금수조치는 그만 풀게. 더 해봐야 양국의 의만 상하지 않겠는가 그 말이야.”

“소, 속히 본국으로 폐하의 뜻을 전해 그리하도록 하겠나이다.”

황급히 허리를 숙이는 잉글랜드 대사의 음성이 당황감과 흥분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대사를 내려다보는 광해의 입가로 악동 같은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

주조선 잉글랜드 대사로부터 해당 소식을 접한 주포르투갈 영사는 곧바로 본국에 쾌속선을 보내 그 내용을 알렸다.

그것을 전달받은 잉글랜드 의회는 환호성을 질렀다.

지금은 포르투갈이 무너져 경쟁에서 도태되고, 에스파냐와 네덜란드도 대한제국과의 전쟁에서 사실 상 패하면서 주춤한 상황이었다.

거기다 숙적인 프랑스마저 섭정의 난정(亂政)으로 혼란스러웠다.

잉글랜드에게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의 우수한 함선들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식민전쟁에서 잉글랜드가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곧바로 잉글랜드 의회는 금수조치를 해지하라고 제임스 1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임스 1세는 잉글랜드 의회의 설득에 선뜻 응하지 않았다. 현재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과 외교관계를 설립한 곳은 그레이트브리튼, 다시 말해 영국 전체가 아니라 잉글랜드뿐이었다.

스코틀랜드 의회는 조선이란 나라와의 관계에 사실상 관심이 아예 없었다. 웨일즈야 14세기에 들어오면서 완전히 잉글랜드 왕실에 종속되었으니 돌아볼 것도 없었고.

아일랜드 의회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기 때문에 이 사안을 논의할 상황도 아니었다.

따라서 현재시점에서 조선, 나아가 대한제국과의 관계 개선이나 해외식민지의 개척 등에 관심이 있는 나라는 상업이 발달해 있는 잉글랜드뿐이었다.

출발이 스코틀랜드의 국왕이었기 때문인지 제임스 1세도 해외 식민지나 조선과의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는 해외 식민지의 확대나 조선과의 관계 회복보다는 그레이트브리튼의 현실화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선과의 고의적인 위기 상황이 그것에 더 낫다는 생각을 가진 제임스 1세는 잉글랜드 의회의 설득을 피해 스코틀랜드 궁정으로 피해버렸다.

잉글랜드로써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게 생긴 것이다. 전전긍긍하던 잉글랜드 의회는 잉글랜드 동인도 회사를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동방 무역의 기득권자로 여겨지던 포르투갈과 에스파냐는 대한제국과의 분쟁으로 사실상 동방 무역에서 퇴출된 상태였다.

거기다 최대의 경쟁자였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도 조선 해군과의 전투로 사실상 박살나면서 말라가를 포함한 아시아 일대의 무역을 잉글랜드 동인도 회사가 독차지할 기회를 얻고 있었다.

따라서 잉글랜드 의회는 잉글랜드 동인도 회사를 통해 조선의 전열함을 구입하는 방법을 사용하고자 했다.

문제는 영국 내에서 행해지는 대(對) 조선, 금수조치였는데 잉글랜드 의회는 그것도 동인도 회사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영국 외의 지역, 말하자면 조선으로부터 인도받은 말라가나 기니비사우, 또는 보아 지역에서 조선의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여 해당 지역의 산물로 둔갑시켜 잉글랜드로 반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것으로 조선 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를 두고 잉글랜드 의회가 논의를 거친 뒤 역시 애덤스 백작이 리스본으로 향했다.

리스본에 도착한 애덤스 백작은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이전에 방문했던 리스본과 지금 도착해 마주한 리스본이 무언가 살짝 달랐던 것이다. 뭐랄까? 도시의 활기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나 할까.

시민들의 표정이 밝았고, 거리의 분위기도 매우 활달했다. 절대로 외국에 점령당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나라의 백성들이 보일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협상을 위해 온 이상 변화의 이유는 알아야 했던 애덤스 백작이 식사를 핑계로 항구의 식당에 머물며 정보를 모았다.

이 당시 포르투갈은 남부와 북부가 완전히 다른 상황에 처해 있었다.

흔히 조선 포르투갈이라 불리는 남부 7개 주는 남포르투갈도로써 정식으로 조선의 강토로 편입된 지역이었는데 이곳은 차별금지법부터 시작해서 조선과 완벽하게 같은 법이 통용되었다.

제법 도로가 잘 갖춰져 있던 덕에 포르투갈 남부에 대한 도로공사가 이른 시일에 마무리 되어 산업시설들이 곧바로 착공되었다.

시설들 중 일부가 완공되어 가동되는 상황이어서 대량의 고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전쟁 이전부터 고민이었던 실업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있었다.

남포르투갈도 감영에서 풀어지는 구휼미에 의존하던 극빈층들에 대한 구직활동 지원이 시작되면서 리스본은 물론이고 남포르투갈도 전역에서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본 궤도에 오른 지 겨우 두어 달 남짓했는데 벌써부터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다는 말들이 포르투갈 백성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남부 포르투갈 백성들 사이에서 포르투갈 총독 겸 남포르투갈도의 관찰사로 부임한 이항복에 대해 칭송하는 이들이 많았다.

더구나 조선에서 포로생활을 하던 이들의 귀환이 지난달에 이루어졌는데 그것으로 인해 헤어졌던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이들이 지금은 망하고 없어진 포르투갈 왕실조차 신경 쓰지 않았던 포로들을 보내준 조선 태왕의 은혜에 고마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런 남부와 11개 제후국이 다스리는 북부는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남부가 자체적으로 발생되는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조선이 들여 개발을 우선으로 한 것과 달리, 북부를 차지한 11개 제후국들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지역에서 이익을 거둬가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포르투갈은 식민지였다.

이익을 만들어 본국으로 보내 살찌우는 일종의 희생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로인해 북부지역 거주자들의 남부 탈출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지만 조선과 제후국들이 맺은 협정에 의거하여 북부 포르투갈에 관한한 주거 이전의 자유는 각국의 관할지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될 뿐이라서 그렇게 탈출한 이들을 송환해야만 했다.

11개 제후국들은 그렇게 탈출하다 사로잡은 이들의 경우 참형도 불사하고 있을 정도로 엄하게 다스리고 있었다.

그런 내용을 파악한 애덤스 백작이 역시 조선이라 생각하며 총독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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