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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149화 (149/325)

제149화. 선박용 대출력 증기기관

11개국의 왕들은 내금위의 기마대에다 왕도방어 병단인 11병단의 기마대1천까지 붙여 30대가 넘는 마차로 철산단지로 향했다.

오늘과 내일 모레까지의 일정으로 철산단지 시찰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맞아 침전에서 서책을 보고 있던 광해에게 이항복이 물었다.

“폐하. 소신이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나이까?”

“말해 보라.”

“어제 왜 그리하신 것이옵니까?”

“어제? 아! 춤 말이던가?”

“예. 어이하여 그리하신 것이옵니까? 술이 과하셨던 것도 아니었던 것으로 아옵니다만.”

“틈을 보여주고 싶었다.”

“틈······ 이요?”

“그러하다. 저들이 다가올 틈. 아! 저자도 인간이구나. 뭐, 그런······. 무언가 비벼볼 여지는 있겠다 싶은 구석 정도를 보여주고 싶었달까.”

“굳이 그러하지 않으셨어도 저들은 감히 거부치 못했을 것이옵니다.”

“안다. 하나 그렇게 힘으로만 눌러서야 될 일도 아니 되는 법. 쥐도 도망갈 구멍을 주고 쫓는다는데 하물며 일국의 군왕들임에야. 저들을 불러 체면과 위신을 깎았으니 내 체면과 위신도 저들 앞에서 깎아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손해 봤다는 생각은 없어질 테니까.”

광해의 답에 이항복이 미소 지었다.

“그 보람이 있긴 하셨던 모양이시옵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가?”

“저들이 오늘 아침 이화관을 떠나며 폐하의 술이 과하셨던 것 같다면서 괜찮으신지를 물은 이들이 아홉에 달하옵니다. 이전에는 문안도 여쭙지 않았던 이들이 말이옵니다.”

“세상이 그런 것이지. 그나저나 빠진 사람이 둘이로군. 명국과 동일본인가?”

“예. 그러하옵니다.”

“춤 출 때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 싶었지. 뭐,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랬다. 명국이야 그 썩어가는 속내를 모를 것도 아니고, 동일본의 경우엔 왕의 이름을 달고 있어도 왕은 아니었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누군가와 함께 춤을 추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더구나 자신의 왕다움을 앗아간 장본인인 막부의 쇼군이 지켜보는 앞에서임에야.

그 둘을 빼고는 나름 거리를 좁히긴 한 모양이었다. 시간만 허락했다면 그들과 함께 철산을 방문하며 우애를 더 다졌겠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아침 조회까지 미루며 시간을 비웠다.

잠시 후, 광해가 장원으로 향했다.

장원 외곽에 마련된 증기 연구소에서 오늘 선박용 대출력 증기기관의 시제품 시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이틀 전에 시행했어야 하는데 조선 연합에 가입될 국가들의 군왕들이 방문한 까닭에 미뤄졌었던 것이다.

그것이 더 미루지 못하고 광해가 군왕들의 철산 시찰에 맞춰 시연회를 개최했던 연유였다.

증기 연구소에 도착해 본 선박용 증기기관은 확실히 기관차용 증기기관보다 컸다.

“어느 정도의 출력인가?”

“2천 마력입니다. 폐하.”

마력의 측정은 125근(75Kg)짜리 추를 1초에 1미터 옮기는 것을 1마력으로 한다. 그렇게 측정된 마력을 조선이 그대로 출력으로 쓰고 있었다.

증기연구소장의 답에 광해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기관차용 기관으로 발명된 증기기관의 출력이 8백 마력에 불과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라는 광해에게 증기연구소장이 설명을 이었다.

“이것 두개를 연결하여 하나의 축을 구동시키는 동축 기술도 함께 개발되어 선박에 적용시키기가 훨씬 수월해 졌나이다.”

“언제 상용 기관이 출시되겠는가?”

“시범운전과 여러 부하 시험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는 상용 기관을 출하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고생했다. 그대들의 노고에 온 조선의 백성이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폐하.”

증기연구소장을 비롯해 연구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그런 이들에게 광해가 포상을 약속했다. 그런 태왕의 약속에 연구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증기연구소에서 나온 광해가 장원에 딸린 화포 개발조에 들렸다. 대구경 장사정포의 개발 진척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태왕이 방문에 화포개발조장과 연구원들이 화들짝 놀라 분주히 움직였다.

“어서오서서. 폐하.”

“어찌 진척이 있는가?”

“포는 완성이 되었사온데 사거리가 잘 나오지 않고 있나이다.”

“어찌해서?”

“화약의 문제가 아닐까 하옵니다.”

“화약? 힘이 모자란 것인가?”

“이포와 마찬가지로 갈색 화약으로 초구 속도를 높이고는 있사오나 압력이 부족한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 겐가?”

“화약의 양을 정량보다 더 많이 넣어서 점점 증량해도 사거리 증대에 들어가는 화약의 양과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화약의 양이 늘어나는데도 사거리가 증가하지 않는다?”

“예. 폐하.”

“해서 얼마나 날아가는가?”

“기존 이포 포탄크기의 세배에 달하는 포탄을 4천보 정도 날리옵니다.”

“4천보라······.”

현대 도량형으로 계산하면 7Km를 살짝 넘기는 셈이다. 목표가 5천5백보(약 10Km)였으니까 1천5백보가 짧은 셈이었다.

“화약의 양은 얼마나 들어가는가?”

“포의 내구성이 견딜 수 있는 최대치인 이포 포탄의 다섯 배를 썼나이다.”

포탄의 크기가 이포탄의 3배라니까 비율로 따지면 화약을 7할 정도 더 쓴 셈이다.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화약량이 늘어난 만큼 사거리도 7할(70%), 그러니까 2천보 정도 더 늘어나야 하는데 실제로 얻은 사거리의 증대는 겨우 1천보였다.

아니, 이포탄의 경우 4천보를 넘어간 경우도 보고되고 있으니까. 실제로는 화약의 증대로 얻어낸 사거리의 증가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셈이었다.

결국 화포 개발조장의 말대로 화약의 문제이지 싶었다.

“화약은 다 제대로 폭발하고?”

“불완전 연소가 증가되기는 하였사옵니다. 발사 압력이 커지면서 완전 연소가 되기 전에 탄이 발사되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갈색화약의 특성상 일정량의 불완전 연소는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불완전 연소가 일반적인 상태보다 증가한 상태에서 발사가 되었다면 탄의 무게보다 화약의 양이 지나치게 많다는 소리다. 사거리 증대를 위해 화약의 양을 너무 많이 쓴 까닭일 터였다.

“불완전 연소가 증가했다면 차라리 흑색화약을 사용해 보면 어떠하겠나?”

“사용해보았사온데 그땐 오히려 너무 빨리 폭발하여 초구속도가 낮아진 탓인지 사거리가 줄어들어나이다.”

“그럼 흑색화약 정도로 빨리 타지 않으면서도 갈색화약보다는 빠른 속도로 연소가 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혹시 목탄의 재료를 바꾸어보면 어떠하겠나?”

광해의 물음에 화포 개발조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 온지······?”

“과거에 썼던 버드나무 목탄은 어떠한가?”

“과거의 경험으로 보면 맹렬하게 타들어가는 속도가 빨라지니 불완전연소가 감소되기는 하겠사오나 그 양이······.”

실제역사에서 조선의 화약이 다른 나라의 화약보다 성능이 좋았던 것은 버드나무를 태운 재로 화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버드나무 재가 화약의 연소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던 까닭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초기 화약의 대량생산을 시작하면서 구하기 쉬운 잡목탄으로 바꾼 것은 버드나무 목탄을 필요한 만큼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천안 일대에 버드나무를 더 심어 후일을 대비한 것으로 아는데?”

광해의 질문에 배석해 있던 포탄 개발조장이 재빨리 답했다.

“예. 선왕의 재위 16년에 심었사옵니다.”

선조16년이면 거의 23년 전이다. 제대로만 자라났다면 상당한 크기로 자랐을 터였다.

“지금이라면 양을 감당 할 수 있겠나?”

“버드나무들의 성장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여······. 송구하옵니다. 폐하.”

자신조차 잊고 있었으니 관리들이 잊었다고 나무랄 수도 없었다.

“그때 식재한 버드나무가 얼마나 되었던가?”

“당시 천안일대에 수백만 그루가 심어진 것으로 아옵니다.”

그 말에 기억이 났다. 당시 김억수가 이런 것에도 돈을 쓰냐면서 꽤나 투덜거렸을 정도로 많은 돈이 버드나무를 심는 데 들어갔었으니까.

“조속한 시일 안에 확인하여 화약에 사용이 가능한지 상고(上告)하라.”

“예. 폐하.”

“일단 화약에 들어가는 목탄을 버드나무로 다시 바꾸어 실험해보게.”

“그리하겠나이다. 폐하.”

허리를 굽히는 화포 개발조장에게 광해가 물었다.

“하면 완성된 포의 실물을 좀 볼 수 있겠나. 사거리는 그렇다 쳐도 포는 볼 수 있을 테니까.”

“예. 이쪽으로 오소서.”

자신의 명에 조심스러운 몸가짐으로 앞서나가는 화포 화포 개발조장을 따라 광해가 움직였다.

지난 폭발사고 이후, 모든 무기의 발포 시험은 완벽한 방호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표준 절차를 지켜서 시행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연유로 광해가 안내된 야외 발포 시험장에 설치된 대구경 장사정포의 발포 시험장도 어른 손바닥 길이보다 두터운 방호장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장갑판 너머에 위용을 드러낸 포의 실물은 압도적이었다.

커다란 몸체에 두개의 포신을 단 포는 과거 전함에 달렸던 이연장 대포와 딱 닮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만들라고 그림까지 그려가며 지시한 것이 광해 본인이니 형태에 놀란 것은 아니다.

크기에 놀란 것이다.

“포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 것인가?”

“구경이 9치(약27Cm), 포신의 길이가 18척(약5M)이옵니다.”

현대 화포의 표시대로라면 272mm 20구경장 포인 셈이다. 그런 포 두개가 나란히 달린 현대식 2연장 함포의 몸통이 우람한 덩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선회는?”

“구동부는 포가 개발조에서 이미 개발을 완료하였나이다. 시험 발사에는 필요치 않아 굳이 장착하지 않았사옵니다.”

화포 개발조장의 답에 고개를 끄덕인 광해가 물었다.

“시험 발사를 볼 수 있겠나?”

“예. 곧바로 준비하겠나이다.”

복명한 화포 개발조장과 화포 개발조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이내 시험발사 준비가 갖춰졌다. 이후 모두가 장갑판 뒤로 서자 화포 개발조장이 종을 요란하게 울렸다.

곧 시험발사가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장원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요란하게 잠시 종소리를 울린 후, 심지에 불을 붙였다.

여전히 발화는 심지형태였던 것이다.

모두가 귀를 막고 있는 가운데 장갑판 뒤로 길게 늘어진 심지가 타들어가더니 잠시 후.

꽈쾅!

천지를 진동하는 포격음과 함께 몸이 느낄 정도의 거센 발포 진동이 전달되었다. 그 정도의 발포 충격을 받았으나 포는 제 위치에 그대로 잘 서있었다.

이 대구경 장사정 함포에도 초기형이긴 하지만 주퇴복좌기가 달려 대부분의 충격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위해 특수제작 된 고탄성 스프링 열두 개가 각각의 포신에 부착된 주퇴복좌기에 달려있었다.

물론 아무리 고탄성이라고는 해도 이시대의 기술을 기준한 것이지 현대시대의 특수강 기술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조선의 특수합금 개발 기술은 이 시대 그 어떤 나라도 가지고 있지 못할 만큼 뛰어났다. 그 기술 덕에 방금 발생한 어마어마한 힘을 받아낼 수 있는 탄력을 보유한 스프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장갑판에서 나와 본 사격장의 모습에 광해가 경탄을 금치 못했다.

4천보 거리에 세워져 있던 목표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확인 한 까닭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시험발사는 폭발탄이 아니라 동일 한 무게를 가진 공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운동 에너지만으로 목표대를 날려버렸던 것이다.

그 모습을 만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광해가 물었다.

“4천보에서 관통 능력은 어떠한가?”

“탄의 무게 때문인지 최대사거리 상에서 범선의 장갑판에 쓰이는 목재의 두 배 두께까지는 그대로 관통되옵니다. 지금 폭표대로 세웠던 것이 바로 그 강도를 가진 것이었사옵니다.”

“통상 범선을 상대로는 충분한 관통력을 가졌다는 소리로군.”

“예. 폐하.”

문제는 철갑선으로 넘어 갔을 때지만 아직 그것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것은 현재 화학연구소와 포탄 개발조가 함께 연구 중인 무연화약이 개발된 후에 해결 될 문제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해는 관통력의 문제만큼은 지금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목탄을 바꾸어 시험해 보고 다시 상고하라.”

“예. 폐하.”

허리를 숙이는 화포 개발조장의 모습을 일별한 광해가 함포로 사용될 포를 찬찬히 살폈다. 이것이 조만간 건조될 순수 철선에 장착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작된 철선은 증기기관도 함께 장비할 계획이었다. 광해는 그렇게 건조된 조선의 철선이 대양을 누빌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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