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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141화 (141/325)

제141화. 오란찰포 대회전

후금군은 몽골 기마대처럼 기마궁술을 사용한 치고 빠지기에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돌파난전에도 뛰어났다.

그런 후금군 기마대가 옆구리를 파고들면서 난전이 벌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조선군 기동마차들이 일제히 반전하면서 난전이 벌어진 전장의 외곽을 포위하듯 돌았다.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빙글빙글 돌면서 조준사격으로 후금군과 뒤엉킨 몽골 기마대를 사살했다. 안에서 날뛰는 후금군을 격살하기 위해 활을 드는 몽골 기마병이 가장 먼저 조선군의 총격을 받았다.

그것에 못 이겨 일단의 몽골 기마대가 돌출하면 그들을 달고 기동마차들이 원진을 이탈해 도주하면서 계속 총을 쏴댔다.

몽골 기마대와 조선군 기동마차 사이에 공간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기동보군들의 사격에 지속적으로 몽골 기마대원들이 죽어나갔다.

안에서 부수는 후금군과 밖에서 사격으로 괴롭히는 조선군의 압박에 몸부림치던 몽골군이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물러섰다.

하지만 조선군도, 후금군도 그렇게 물러나는 몽골군을 그냥두지 않았다. 악착같이 쫓아가며 두들기고 쏘아 붙이는 통에 결국 몽골군이 두 손을 들었다. 자그마치 4만에 가까운 병력이었다.

후금군이 포로를 무장 해제시키고 포박지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조선군의 기동마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달려 나갔다.

작전대로면 아직까지 몽골군을 달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을 기마대를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무서운 속도로 약속된 장소를 달려갔을 땐, 겨우 수천 정도 남은 몽골 기마대의 생존병들을 조선군 기마대가 포박해 꿇어앉히고 있었다.

거의 2시간을 달고 다니며 총을 쏜 끝에 추격해오던 몽골 기마대를 전멸지경으로 몰아붙였던 것이다.

주변에서 조선군 제7기동전단과 후금군 기마대가 추격에 나섰던 몽골군을 부수고 있는 사이 몽골군 본대가 조선군 본대를 향해 진군했다.

추격을 위해 달려 나간 이들을 빼고도 10만에 달하는 대규모 기마대가 지축을 울리며 조선군 본대를 향해 달려왔다.

서전의 패전으로 인해 연합군이 가진 화포의 긴 사거리에 대해 알아차린 몽골군은 자신들의 장기인 치고 빠지기 전술을 펼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대신 몽골군은 대량 돌파로 연합군을 그냥 밀어버릴 요량으로 10만의 기마대를 일직선으로 몰아 조선군 군진을 향해 밀어닥쳤다.

조선군 포병대가 3천보에서부터 포격을 가했지만 몽골군의 돌격은 숱하게 죽어나가면서도 수그러들 줄 몰랐다. 수만 단위가 죽어나갔지만 그보다 월등히 많은 병력이 살아남아 돌진을 계속 이어온 것이다.

“5백보!”

지휘부 망루 견시수의 외침에 몰아닥쳐 오는 몽골군 기마대를 굳은 표정을 바로보고 있던 이순신이 명령했다.

“구포 방포.”

명령을 받은 신호수들의 고동과 북이 울리고 깃발이 휘날렸다. 신호를 확인한 구포병들이 일제히 비격진천뢰를 쏘아 올렸다.

몽골과 마찬가지로 기마대 위주로 운용되는 여진군과의 전투를 거쳐본 조선군 포병대는 기마대를 향한 포격에 대해 전문가집단이었다.

어떤 거리에선 어디를 조준해야 달려온 기마대가 포격을 당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에 맞춰 각도를 조절한 구포들이 포격한 5백발의 비격진천뢰들이 하늘 높이 날았다.

그 밑을 지나가던 몽골 기마병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콰과과과쾅!

하늘에서 비격진천뢰가 폭발했다. 그리고.

쏴아아아아.

강철비가 쏟아져 내렸다.

5백문의 구포로 쏘아진 비격진천뢰가 한 번에 쏟아낸 날카로운 쇳조각은 자그마치 수천 개다. 그 쇳조각들이 무서운 속도로 지상을 향해 내리꽂혔다.

기마와 기마병을 가리지 않고 쇳조각이 뚫고 들어가거나 박혔다.

순식간에 수백의 기마대가 무너져 내렸다. 피해는 그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갑자기 몸속을 파고든 쇳조각에 놀란 말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까닭에 말위에서 태어나 말위에서 죽는다는 몽골 기마병들이 속절없이 나가 떨어졌다.

그런 이들을 주변의 기마가 밟아 짓이겼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번져나갔다. 그렇게 엉망인 몽골 기마대를 조선군 포병대가 발사한 확산탄들이 무서운 속도로 스쳐지나갔다.

재수 없게 경로에 걸린 기마병의 머리가 날아갔고, 기마의 옆구리가 뚫렸다. 그렇게 기마의 숲을 뚫고 날아든 확산탄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확산탄에서 비산한 수만 개의 쇳조각이 몽골 기마대를 빛살처럼 꿰뚫고 지나갔다. 직전에 비격진천뢰에 의해 무너졌던 것보다 훨씬 많은 몽골 기마대가 일거에 쓸려나갔다.

그런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몽골 기마대는 미친 듯이 밀어닥쳐 왔다. 마치 시신으로 길을 내어서라도 연합군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된다는 듯이 굴었다.

그렇게 밀려드는 기마대의 머리 위에서 이번엔 자탄형 비격진천뢰가 터졌다.

콰과과쾅!

그리고 쏟아진 수천발의 자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몽골 기마대가 딱 그 짝이었다. 하늘에서 뭐가 터지자 일제히 몸을 움츠린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무언가가 쏟아져 내리자 놀란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콰과과과쾅!

자탄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주변에 있던 기마대를 날려버렸다. 폭발의 여력에 휩쓸려 온통 상처뿐인 기마대원들의 비명과 말들의 구슬픈 울음이 온 들판을 채웠다.

나동그라지거나 주저앉은 기마와 기마병들을 뒤따라 달려오던 기마가 밟아 짓이기며 지나갔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번져나갔다.

생전 처음 당하는 공격에 당황하는 가운데서도 몽골 기마대는 악착같이 전진해 왔다.

죽어 나동그라진 기마를 밟고 뛰고, 부상으로 신음하는 기마와 기마병을 건너 뛰어 몽골 기마대가 몰아닥쳐왔다.

마치 해일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려 다가오듯 사나운 기세였다.

“1백보!”

포병 망루 견시수의 외침과 동시에 그간 기다려만 왔던 연합군의 각종 화포가 불을 뿜었다. 장탄은 모조리 조란탄이다.

자그마치 5백문의 화포들이 쏟아낸 조란탄이 전방을 휩쓸었다. 선두의 몽골 기마대 수천이 일제히 고꾸라지며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언제 따라붙었는지 그 위를 뛰어넘은 몽골 기마대가 그대로 돌입해왔다.

조선군의 최전방은 장창대였다. 그나마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동일본군 소속의 아시가루와 남진군 장창대가 전방을 맡고, 명군과 후금 한족팔기에 소속된 장창병들이 후방에 배치되어 있었다.

농민군들로 구성된 명군과 후금 한족팔기에 소속된 장창병들이 선두에 섰을 경우 돌진하는 기마대의 위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도주할까 걱정한 것에 따른 배치였다.

그렇게 조선군 최선두에 서서 군진을 형성하고 있던 장창병들이 몰아닥친 몽골 기마대와 충돌했다.

쾅. 우지끈.

자신들의 장기인 장거리 활 공격을 버리고 펼친 몽골 기마대의 돌파전법은 거칠고 사나왔다.

선두에 서서 연합군 장창병대를 향해 과감히 달려든 몽골 기마들이 무더기로 무너졌고, 그 충돌력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던 연합군 장창병대의 선두도 무너지고 짓이겨 졌다.

그런 양측의 충돌부위에서 마구 뒤엉켜 아비규환의 장이 연출됐다. 비명과 피, 죽음으로 도배된 접전 지역에서 결국 몽골 기마대의 돌진이 가로막혔다.

장창의 숲을 돌파하지 못하고 돌파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장창병대의 지휘관이 고함을 지르자 이내 후위의 장창병들이 앞으로 장창을 찔러 넣으며 돌진이 중단된 몽골 기마병들을 압살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무너지고 짓이겨진 장창병 사이로 파고들며 몽골 기마병들이 사정없이 칼을 휘둘러 틈을 벌이려 애를 썼다.

그런 몽골 기마대와 그 공격을 막으며 장창을 찔러 넣어 착실하게 죽여 나가는 연합군 장창대의 대결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몽골군의 공격은 장창병이 벌여 서있던 중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양 날개를 형성하고 있던 포병 집적지로도 몽골 기마대의 공격이 가해졌다. 최후 사선을 돌파한 몽골 기마대를 맞아 포병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명군과 동일본군, 그리고 남진군 기마대가 뛰어들었다.

그들이 포병대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런 연합군 기마대를 포병들이 기마총과 활, 그리고 종래엔 창칼을 들고 지원했다.

전 전선에 걸쳐 몽골군의 돌진이 저지된 것을 확인하자 상황을 주시하던 이순신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검병과 도부수 투입해 끝장을 내라.”

이순신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북소리가 짧고 빠르게 울리고, 고동이 길게 울었다. 아울러 색색의 깃발 세 개가 빠르게 휘둘렸다.

그 신호를 받은 검병과 도부수들이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렸다.

와아아아아.

이내 몽골 기마대와 연합군이 뒤엉킨 곳에 도착한 검병들과 도부수들이 돌진이 저지된 기마병을 향해 칼과 도끼, 철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무너지고 부서지는 몽골 기마대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갔다.

전방의 돌진이 가로막히면서 후방의 몽골 기마대가 우왕좌왕했다. 그런 이들의 좌측으로 돌아 나온 연합군 궁병대가 일제히 화살 공격을 퍼부었다.

겨우 5천 남짓한 궁병들을 노리고 몽골 기마대가 달려 나오자 활을 거둔 궁병들이 주저앉았다. 그러자 그 뒤에 숨어있던 조총병들이 일제히 일어서며 총을 쏘았다.

타다다당.

우르르 무너진 기마대에게 어느새 일어선 궁병들이 다시 활을 쏘아댔다. 그 사이 조총병들이 뒤에서 장탄하느라 분주했다.

황기해(黃旗海)라 불리는 호수를 우측에 끼고 오란찰포를 코앞에 둔 채 펼쳐진 들판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고 끊어지는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피와 죽음, 공포와 비명이 난무하는 벌판은 그자체로 온전히 지옥이었다.

몽골군은 패퇴했다. 도주한 이들의 수가 겨우 1만에 불과할 정도로 완벽한 패배였다.

5만이 넘는 전사자가 생겼고, 4만에 가까운 포로도 잡혔다. 제7기동전단과 후금의 기마대가 합동작전을 펼친 곳에서 사로잡힌 이들까지 합하면 몽골군 포로만 10만에 달할 정도였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기치에 모여들기는 했지만 복속되어 하나로 뭉친 결과가 아니었다. 진짜 과거의 몽골과 같은 단합이나 충성심이 아니었던 몽골 기마대의 포기가 빨랐던 이유가 컸다.

몽골군만큼은 아니었지만 연합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별도 작전에서 난전을 벌였던 후금 기마대에서 3천이 넘는 전사자가 나왔고, 몽골 기마대를 정면에서 받았던 장창병대에서 거의 5천에 가까운 전사자가 나왔다.

포병을 지키기 위해 분전했던 명, 남진, 그리고 동일본의 기마대에서도 상당한 전사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피해와 전과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순신이 굳은 얼굴로 연합군의 즉각적인 재편을 명령했다.

“재편을 서둘러라. 도주한 이들의 수가 적다하나 1만에 달하고, 적장은 잡히지 않았다.”

“예. 상장군.”

복명한 장수들이 서둘러 병력을 재편하는 가운데 이순신이 신립을 불러 명령했다.

“제7기동전단은 지금 즉시 오란찰포를 점령해 주시오. 만약 적장이 그곳에 있다면······.”

“모가지를 잡아끌고 오겠습니다.”

신립다운 과격한 답에 이순신이 작게 웃었다.

“믿고 맡기리다.”

“충!”

군례를 올린 신립이 지휘부 막사를 나간 직후, 제7기동전단이 조선군 진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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