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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140화 (140/325)

제140화. 치고 빠지기

지휘부 망루에서 적이 관측되는 최대 거리는 3만보다. 개활지인 덕에 가능한 관측거리였다. 그런 관측거리를 가진 지휘부망루에서 견시수가 외쳤다.

“적 기마대 출현! 어! 갈라집니다.”

견시수의 외침에도 이순신은 어떠한 동요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전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후, 그런 이순신의 귀로 견시수의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

“적 기마대가 수십 개의 갈래로 갈라져 내려옵니다.”

화포의 포격 집중을 방해하기 위한 방법이다. 거기다 저렇게 쪼개져 내려오면 피해에도 불구하고 엉킴이 덜해서 각개 돌격이 가능해진다.

물론 뭉쳐서 돌진할 때에 비해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이 감소하고 활을 통한 일제사의 집중도가 떨어지긴 하겠지만 대량 포격이 가능한 적을 상대로는 전술을 제대로 선택한 셈이었다.

더구나 몽골군은 접근 방법도 바꾸었다. 그것에 망원경을 바라보고 있던 견시수가 외쳤다.

“어! 적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거리······. 3천5백!”

급속한 접근을 위해 말들의 체력저하를 감수하고서라도 첫 포격을 당한 3천보 보다 먼 거리에서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듯이 말을 달려오는 몽골 기마대의 무리가 수십으로 나뉘어 조선군 군진으로 달려왔다. 방향은 이순신의 말대로 노골적으로 좌우의 포병대를 노렸다.

견시수의 보고에서 그것을 확인한 이순신이 명령했다.

“포병 지휘를 포병대장에게 맡긴다.”

이순신의 명이 곧바로 신호병에 의해 전달되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포병대장 백규의 귀로 포병 망루에 올라가 있던 견시수의 외침이 들려왔다.

“3천 급속 통과!”

“조준거리 2천 5백, 장탄 산탄. 전포 방포!”

백규의 명령이 깃발수들에 의해 전포에 전달되고 이내 1천5백문의 이포가 다시금 불을 뿜었다.

막 2천5백보를 통과하던 몽골군 기마대가 그렇게 발사된 포탄을 뒤집어썼다. 직격당해 나동그라진 기마와 폭발한 포탄에 휘말려 주저앉는 기마가 속출했지만 몽골군의 돌진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포병의 괴멸이었다. 자신들이 장기로 삼는 활을 사용한 원거리 전투도 아니었다. 그대로 돌진해 치고받는 싸움으로 적 포병을 끝장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고래고래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몽골군 기마대의 기세가 사나왔다.

한 번의 포격이 더 이어진 후, 백규의 명령이 떨어졌다.

“전포 직사 대기. 장탄 확산탄!”

확산탄.

사실 개발된 지는 상당히 오래된 포탄이다.

본래는 해군 총사였던 이순신의 요청으로 개발된 것으로 해군용이었다. 사용 목적은 과거 조란탄과 같았다. 도선을 위해 선상 위에 모여 있는 적군에게 사용하는 탄이다.

조선 해군이 일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조란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대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조선군의 주력 폭발탄 중 산탄포탄이 비슷한 효과를 보이기는 했지만 사격과 폭발 사이에 시간차가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 있었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탄이었던 셈이다.

최근엔 함선에 구포가 탑재되면서 도선 전투를 위해 적함의 선상에 모여 있는 적군에 대한 대응 체계가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 이전엔 상당히 곤란을 겪었던 것이다.

여하간 그렇게 도선전투 대비용으로 만들어진 이 확산탄은 다른 폭발탄 또는 비격진천뢰와 동일한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발사와 동시에 착화된 포탄의 심지가 다 타고나면 폭발해 수많은 쇠구슬을 쫙 퍼트리는 형태였던 것이다.

다만 그 폭발시간이 상당히 짧다. 거의 발사 직후 폭발하는 형태다.

배를 붙이고 도선전투를 벌이려는 적을 상대로 개발된 무기이니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이게 오히려 확산탄을 제대로 보급하지 못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폭발시간이 너무 짧다 보니 자칫 포 안에서 터지거나, 포구 초입에서 터져 오히려 아군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폭발시간을 늘이면 즉응성이 떨어져 산탄포탄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결국 수없는 시험발사를 거치면서 전장 적응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폐기되었던 포탄이다.

이 확산탄을 이순신이 대동에서 훈련을 하는 사이 대량 제작을 의뢰해 보급 받았다. 물론 과거 그대로는 아니다. 약간의 개량을 거친 것으로 폭발 시간을 늘렸다. 대략 1천보 정도 날아간 직후 폭발하게 맞춰졌다.

그런 확산탄을 장탄한 1천5백문의 야포가 자신들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드는 몽골 기마대를 향해 조준되었다.

“거리 1천!”

포병 망루 견시수의 외침과 동시에 하늘로 치솟아 있던 백규의 손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방포!”

곧바로 깃발수의 적기가 올라가고 1천5백문의 이포가 발사되었다.

콰과과과광!

무시무시한 속도로 직선을 그리며 날아온 포탄이 어느 순간 일제히 날아가던 그대로 폭발했다.

순간, 안에든 수십 개의 쇳조각이 포탄이 날아가던 속도에 폭발의 여력이 더해진 가속을 받아 달려오던 몽골 기마대를 헤집었다.

공격목표인 포병대를 코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밀집해 들어오던 몽골기마대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초기에 통과한 선두를 이후의 기마대는 거의 전멸지경이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비명, 말울음 소리에도 무사히 통과한 선두의 몽골 기마병들은 그대로 돌진을 계속했다. 칼을 꺼내들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 들어갔다. 조금만 더 달려가면 저 악마 같은 포들을 박살낼 수 있을 듯 했다.

그 순간, 조선군 포병 뒤에서 대기하던 조총병들이 포의 사이사이로 진출했다.

이때 양측의 거리는 5백보.

조총병들이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포 사이사이에 3열종대로 섰다. 그리고 전원이 장탄했다.

몽골기마대와의 거리 3백보.

“삼단 사격자세. 1, 2열 앉아. 3열 거총!”

조총병대 지휘관의 명에 1열에 선 조총병들이 거총하고.

“2백보!”

말이 2백보이지 달려오는 기마대를 마주하고 선 포병대원들과 조총병들이 느끼는 위압감은 코앞에 달려오는 기마대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조선군 포병대원들도, 조총병들도 흔들림이 없었다. 조선식으로 훈련받은 나고야 총병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위해 조선군은 실제로 달려오는 기마를 마주하고 사격하는 훈련을 거듭한다. 간혹 달리던 탄력을 이기지 못해 실제로 소총병과 충돌하는 기마도 생기는 훈련이라서 굉장히 위험했지만 조선군은 이 훈련방법을 고수했다.

조선 군사고문단의 지원으로 훈련된 나고야 병단의 총병들도 마찬가지로 그 훈련을 받았다. 그 덕에 코앞까지 다가온 적 기마대를 마주하고서도 조총병들은 흔들림이 없었다.

“1백보!”

“사격!”

견시수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떨어진 소총병대 지휘관의 명령에 요란한 사격음이 울려 퍼졌다.

타다다다탕!

선두에 섰던 기마대가 우르르 무너졌다. 사격을 마친 3열의 조총병들이 분주하게 장탄하는 사이 2열의 조총병이 일어나 사격했다. 그리고는 다시 1열로 넘어갔다.

그렇게 소총병대가 사격을 다 했을 때, 살아남은 소수의 기마대가 포병의 코앞까지 진출했다.

그 순간.

타다다당!

포병들이 장비하고 있던 기마총이 발사되는 소리였다. 포병은 기마대와 마찬가지로 기본 무장으로 기마총이 보급되어 있었다.

포격을 마친 포병대원들이 서둘러 총을 장탄하고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조선군 포병의 소총사에 기필코 포병을 박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마지막까지 달려왔던 몽골기마대가 그렇게 쓰러졌다.

이후로도 살아남은 소수가 악착같이 돌입해왔지만 조선군 포병의 기마총과 장탄을 마친 나고야 조총병들의 연속적인 사격으로 결국 도달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3만이라는 대군을 투입한 몽골군이 대패한 것이다.

*****

에케 바카투루는 소수를 잘라 내보내 적을 괴롭히는 몽골군 특유의 전술이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거듭된 패전으로 입을 다문 노장들에게 곧바로 전군을 동원한 총공세를 명령했다.

카라코룸에서 합류한 병력으로 인해 수만의 피해를 보고서도 몽골군은 20만을 훌쩍 넘어가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두가 기마대였다. 20만에 달하는 기마대가 모조리 용트림을 시작한 것이다.

한데 그런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연합군 군진에 보이지 않았던 조선군 제7기동전단 소속 기마대였다.

2만5천의 조선군 기마대가 막 출병직전에 있던 몽골군의 측면으로부터 3백보 거리까지 급속 접근하여 길게 달리면서 총을 쏘았다.

타다다다탕!

말에 올라 출진을 준비하고 있던 몽골군 일각이 우르르 무너졌다. 몽골군의 화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가해지는 공격이 얄미울 정도였다.

분노한 장수들의 명에 일단의 몽골군이 추격해나가자 조선군 기마대가 두말없이 물러섰다.

한데 그렇게 따라오는 몽골군 기마대를 향해 조선군 기마대가 달리는 말에서 뒤를 향해 사격을 했다. 그것에 맞아 떨어지는 몽골 기마병과 주저앉는 기마가 속출했다.

파르티안 샷이다.

몽골군으로써는 자신들의 장기에 자신들이 당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본래 기마 궁술은 조선도 뛰어났다. 과거에 치러지던 무과 과목에 기마궁술이 있었고, 말을 달려 과녁에 화살을 쏘아 맞히는 놀이를 할 정도로 조선은 활이라면 기마였던 도보였던 친숙했으니까.

거기다 조선군에 복무하는 대다수의 기마병은 몽골군만큼이나 기마술과 기마궁술에 뛰어났던 여진족이거나 내몽골에 거주하던 같은 몽골족 출신이었다.

그들이 파르티안 샷을 하지 못할 연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탓에 추격하던 몽골군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따라 나왔던 몽골군이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서니 도주했던 조선군 기마대가 다시 다가오며 사격했다.

완벽하게 몽골군이 장기로 삼았던 전술이었다.

보다 못한 몽골군 본진에서 5만의 대군을 나누어 추가로 추격에 나섰다. 그들을 달고 조선군 기마대가 서쪽으로 도주했다.

그러면서도 역시 파르티안 샷은 지속되었다. 그로인한 몽골군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었다.

이제 되었나 싶었던 순간 이번엔 반대편에서 일단의 마차가 달려왔다. 6필의 말이 끄는 육두마차의 속도는 기마가 달리는 속도와 큰 차이가 없다.

조선군 기마대에 한번 당해본 몽골군은 먼저 병력을 나누어 그런 마차를 향해 돌진했다.

몽골군이 마주쳐 나오자 조선군 기동마차들이 서둘러 방향을 전환했다. 그런 기동마차 위에는 보군들이 총을 거치한 채 앉아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1대의 마차에 탑승하는 보군의 수는 10명. 그들 중 4명이 후방을 향해 앉아쏴 자세를 취하고 나머지 6명이 그런 동료의 몸을 묶은 밧줄을 양쪽에서 붙잡아 주었다.

달리며 요동치는 마차의 진동에 사격하는 동료가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그 상태에서 이번엔 4백보까지 좁혀든 몽골 기마대를 향해 일제히 마차에 탑승하고 있던 기동보군들의 나총이 발사되었다. 기동보군의 총이 기마총보다 사거리가 긴 나총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사거리였다.

달려 나왔던 몽골기마대가 우르르 무너졌다.

자그마치 2천5백대의 마차를 쫓아 5만의 몽골기마대가 벌판을 달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6필의 말이 달리는 속도가 아무리 기마대의 속도와 비등해도 역시 마차는 마차다. 양측의 거리가 점점 좁혀왔던 것이다. 조금만 더 달려가면 자신들의 활 사거리에 마차가 들어온다는 것에 거듭 누적되는 피해에도 불고하고 이를 악물고 몽골 기마대가 달렸다.

그런 몽골 기마대의 옆구리로 여러 갈래의 기마대가 갑자기 나타나 돌진해왔다. 벌판의 작은 봉우리들에 나누어 숨어있던 2만의 후금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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