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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117화 (117/325)

제117화. 징검다리, 마드라스

이당시 무굴제국은 악바르 대제의 치세였다. 인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여겨지던 그는 영토를 인도 대륙의 중부지역까지로 넓혀놓았다.

하지만 인도의 남부는 조금 복잡한 구도를 가지고 있었다. 남부의 위쪽은 흔히 데칸 술탄국이라 불리는 여러 개의 이슬람 국가들로 나뉘어 있었고, 그 아래지역은 힌두교 국가인 비자야나가르 왕국이 장악하고 있었다.

아직 영국은 진출하기 전이었고, 포르투갈은 중서부의 고아 지방을 점령한 채 무역거점으로 활용 중이었다.

이중에서 조선이 목표로 삼은 곳은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마드라스였다.

현대시대엔 첸나이라 불리는 지역으로 1640년에 영국이 진출하면서 무역항으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곳이었다.

그곳을 조선은 영국보다 한발 먼저 차지해 조선과 유럽의 무역루트에서 징검다리로 삼을 계획이었다.

말라카에서 떠난 무역선단이 직선으로 항해해 닿기 가장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향해 동태평양 함대가 접근했지만 그에 맞서는 함대는 보이지 않았다.

해안지역에 기대어 들어선 도시도 작은 어촌 규모여서 상륙에 대한 반발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어선들이 사용하는 작은 포구는 있었지만 대형 범선들이 접안할 정도의 시설은 없어서 해병대는 연락선들을 통한 강습상륙으로 마드라스의 땅을 밟았다.

곧바로 해안가를 점령한 조선 해병대가 상륙거점을 만들고, 이내 본격적인 상륙이 시작되었다.

2개단, 2천의 병력이 상륙했을 때야 비로소 첫 번째 저항이 시작되었다.

해당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군대가 동원된 것은 아니었고, 마드라스와 인근에 몰려 살던 타밀족의 전사들이 반발해 온 것이었다.

수도 겨우 수십 명에 지나지 않았고, 무장도 전통적인 활과 창칼에 불과해서 큰 위협은 되지 못했다.

전투도 벌어지지 않아서 그들은 해병대의 위협사격에 겁을 먹고 도주했다.

제대로 된 저항은 상륙 이틀 후에 가해져왔다. 비로소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군대가 투입된 것이다.

수는 3천, 전투코끼리와 소수의 기마대가 섞인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군대는 교전 시작 10분 만에 스스로 붕괴됐다.

해병대가 방렬한 30문의 야포가 사격하는 포격음에 놀란 코끼리들이 난동을 부린 탓에 군열이 무너지고 사상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은 몰려왔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물러갔다.

조선 해병대는 주변 숲에서 잘라온 나무로 요새를 세우고, 흙을 퍼 담은 흙주머니로 그렇게 세운 요새를 보강했다.

요새 안에 언덕을 높게 세워 포단을 만들고, 그 위에 포대를 배치해서 성채 벽에 구애를 받지 않고 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네 귀퉁이에 망루를 세우고, 성채 벽에 소총수들이 몸을 숨긴 채 총을 쏠 수 있도록 총구를 내었다.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이 다시 몰려온 것은 그로부터 다시 이틀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번엔 병력도 이전보다 훨씬 많았고, 문제를 일으켰던 전투코끼리는 대동하지 않았다.

대신 수백의 기마대가 동행했다.

그들은 조선군 요새를 향해 곧바로 돌진했다.

2천 남짓한 조선 해병대를 그 몇 배의 수를 동원한 자신들의 병력으로 순식간에 쓸어버리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돌격이었다.

사격선 안에 들어오자마자 포단 위에 방렬되어 있던 30문의 야포가 불을 뿜었다.

산탄포탄이 폭발하면서 돌진하던 비자야나가르 왕국군 병사들이 무더기로 죽어나갔다.

그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저들의 돌격은 멈추지 않았다.

무장은 활과 창칼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용기는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요새로부터 5백보 거리로 접근한 순간부터 50문의 구포가 불을 뿜었다.

공중 폭발탄인 비격진천뢰의 살상력은 야포로 쏘아지는 산탄포탄을 훌쩍 상회했다.

비격진천뢰가 공중에서 폭발하면 그 아래에 있던 비자야나가르 왕국군 병사들이 무더기로 쓰러졌다.

곧이어 나총의 사거리에 들어오자 조선 해병대 병사들의 소총사격이 시작되었다.

8발의 리볼버 탄창이 빌 때까지 재장전이 필요 없었던 조선 해병대의 사격이 연이어졌다.

그들이 경험했던 포르투갈의 총병들과 전혀 달랐다.

포르투갈의 총병들은 한번 쏘고 다음 번 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대하는 조선군은 전혀 다른 방식의 전투를 벌였다.

그런 새로운 전투방법에 휘말린 탓에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서야 가까스로 조선군 요새에 다가간 병사들에게 짧은 막대기들이 날아들었다.

수탄이다.

콰광쾅쾅!

수십 개의 수탄이 폭발하면서 접근한 비자야나가르 왕국군 병사들이 다시금 우르르 쓰러졌다.

몇몇 생존자들은 조선 해병대의 소총 사격에 곧바로 쓰러졌다.

결국 막대한 피해를 이기지 못한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이 수천의 전사자를 남긴 채 물러섰다.

거의 1만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했음에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조선 해병대의 화력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었다.

며칠 후, 병력을 더 늘려 마드라스로 접근한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은 쌍둥이처럼 두개가 서있는 요새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상륙한 조선군 해병대의 수도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이 늘었고, 방렬된 야포와 구포의 수도 증가했다.

하지만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이 동원한 병력은 3만. 그 대규모 군세를 믿었던 것인지 그들이 공격을 걸어왔다.

커다란 방패를 든 병사들이 앞서는 가운데 3만의 병력이 차츰차츰 전진해 왔다.

그들이 2천보 거리에 들어왔을 때 조선 해병대의 야포가 포격을 시작했다.

최대사거리를 날아온 폭발탄들이 터지면서 사상자가 생기기 시작하자 비로소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이 뛰기 시작했다.

그들이 요새로부터 5백보 거리에 들어왔을 때 1백문의 구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사용탄은 이전과 달리 자탄형 비격진천뢰였다.

하늘 높이 떠오른 자탄형 비격진천뢰들이 폭발했다.

콰과과과쾅!

곧이어 하늘에서 굵은 쇠구들이 쏟아져 내렸다.

산탄형 비격진천뢰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던 비자야나가르 왕국군 병사들이 커다란 방패를 뒤집어쓰듯 들어 올리고 그 밑으로 숨었다.

투두두두둑.

머리위로 들어 올린 방패를 두들기고 바닥으로 떨어진 자탄들을 비자야나가르 왕국군 병사들이 의아하게 바라보는 순간.

콰과과과쾅.

3천개의 자탄들 대부분이 폭발하면서 폭발반경에 든 병사들을 일소시켰다.

천 단위가 넘어가는 병사들이 일거에 죽어나자빠진 광경은 전율을 금치 못했다.

잠시의 정적을 조선군 야포의 포격음이 깨면서 비자야나가르 왕국군 병사들이 무작위 돌격을 개시했다.

그 위로 야포탄과 비격진천뢰가 쏟아지고 이내 소총사가 개시되었다.

병력이 충분히 공급된 조선군 요새의 성채엔 해병들이 두 줄로 배치되어 있었다.

앞줄이 사격을 끝내면 뒷줄이 전진해 사격하고, 뒤로 물러난 병사들은 재장전을 했다.

이후 앞줄로 나간 병사들이 사격을 끝내고 물러서면 재장전을 마친 병사들이 앞으로 나가 다시 사격했다.

이것을 반복하는 조선 해병대의 소총 사격은 거의 끊임없이 이어졌다.

무모한 돌격이었다.

만 단위가 훌쩍 넘어가는 전사자들의 시신을 남긴 채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이 퇴각했다.

이번엔 그런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을 조선 해병대가 요새의 문을 열고 추격했다.

전투를 치른 병사들이 아니라 요새문 안에 대기 중이던 별도의 해병대원들이었다.

사기는 충천하고, 체력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던 해병대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면서 소총을 쏘아댔다.

후방이 무더기로 무너지면서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의 후퇴가 도주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군열이 무너지고 방향도 무시되면서 사방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에서 조선 해병대가 소총을 마구 쏘았다.

이 전투로 비자야나가르 왕국군은 거의 2만에 달하는 전사자를 내었다.

비자야나가르 왕국에겐 불행히도 마드라스의 전투 소식이 그들의 북부지역에 산재한 데칸 술탄국들의 귀에 들어갔다.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고 있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연이은 패배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퍼져나갔던 것이다.

기회를 포착한 데칸 술탄국들이 곧바로 군대를 모아 남진하기 시작했다.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북부에서도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북부에서 내려오는 데칸 술탄국들은 평소에도 비자야나가르 왕국이 전력을 기울여야 했던 상대.

그들을 상대하면서 남부에서 또 다른 전쟁을 벌일 능력은 없었다.

비자야나가르 왕국이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었다.

경험상 마드라스를 침공한 군대와 비슷한 형태의 무장을 갖춘 이들은 일정지역을 차지하고는 더 이상의 확장을 하지 않았다.

고아지방을 차지한 채 눌러 앉아있는 포르투갈이 그 증거였다.

그에 반대로 데칸 술탄국들은 서로의 명운을 걸고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대.

선택은 명확했다.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사신이 뒤늦게 마드라스의 조선군 요새로 찾아왔다.

상대를 포르투갈과 같은 유럽의 군대로 상정했던지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사신들은 포르투갈 통역관을 대동하고 있었다.

다행히 동태평양 함대에도 포르투갈 어를 사용하는 통역병이 있었다.

그들을 통해 양측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입장에서는 남부에 다수의 병력을 묶어 둘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협상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적을 두고 병력을 뺄 수도 없는 노릇.

비자야나가르 왕국의 사신단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이틀간의 협상으로 양측은 타결을 보았다.

마드라스에 대한 권리를 완전하고도 영원히 조선에 이양한다는 것에 합의한 것이다.

인도 대륙에 조선의 영토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마드라스 바닷가의 커다란 바위에 조선령 마드라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요새를 보강하고 점령지의 도시화를 위해 주변 거주민들을 상대로 정지 작업을 펼치던 조선군은 굉장히 적대적인 상황에 부딪쳤다.

주변에 거주하는 타밀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땅에 들어온 이방인들에게 상당히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해병대의 거친 기질과 그들의 적대감이 만났으니 충돌은 불가피했다.

기어코 수백 명의 타밀족 전사들이 조선군 해병대를 습격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춰두고 있던 조선 해병대가 그런 타밀족 전사들을 순식간에 격파하고 타밀족 밀집 거주 지역으로 진출했다.

대규모 전사 집단이 저항을 해왔지만 조선군의 강력한 화력에 순식간에 격파되어버렸다.

야포와 구포, 거기다 수탄에 나총으로 연결되는 조선 해병대의 화력에 창과 칼로 대적한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수백의 타밀족 전사들이 죽고, 그 이상의 전사들이 부상을 입은 채 도주했다.

시작한 이상 아예 뿌리를 뽑기로 작정한 이순신이 무장한 전사들을 색출해 모두 추포하란 명을 내렸다.

곧바로 대규모의 무장 해병대원들이 타밀족 거주지에 들이닥쳐서 민가를 수색했다.

이내 무장하고 있거나, 적대감을 보이는 타밀족 사내들을 무더기로 추포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저항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해병대에 사살되는 이들도 나왔다.

자칫 타밀족 사내들의 씨가 마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드라스에 거주하는 타밀족 사이에 번져나갔다.

마드라스 주변의 타밀족들이 그들을 도우려 전사들을 보냈지만 조선 해병대의 화력에 순식간에 녹아버렸다.

당황한 주변의 타밀족 마을들이 전사를 보내는 것을 주저했다.

그렇게 주변의 지원이 차단되자 마드라스의 타밀족도 사면초가의 상황을 인정해야만 했다.

거칠고 배타적이기로 소문난 타밀족이었지만 항거불능의 파괴력을 가진 조선군 앞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마드라스에 거주하는 타밀족의 지도자들이 요새로 찾아온 것은 조선 해병대가 타밀족 전사 색출작업에 나선지 사흘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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