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65화 (65/325)

제65화. 대마도 정벌

쾅!

폭발탄이 터지고 안에든 작은 쇳조각들이 무서운 속도로 비산했다.

퍼버버버버벅.

갑판 일대가 싹 쓸려나갔다.

주로 조선 육군이 사용하는 산탄포탄이다.

구경삼아 모여 있던 탓에 왜병들의 피해가 컸다.

물경 20명이 넘는 왜병이 죽거나 다쳤다.

하갑판에서 터진 포탄에도 다수의 왜병들이 당했다.

놀란 도도 다카토라의 귀로 다시금 포격음이 들려왔다.

콰광!

이번엔 2발 다 선체를 뚫고 들어갔다.

쾅쾅.

하갑판에서 들려온 두발의 폭음과 어울려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정신이 쏙 빠진 표정의 도도 다카토라의 시선으로 무서운 용두를 앞세운 장갑귀선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피, 피하라!”

도도 다카토라의 고성이 그의 함대에 울려 퍼졌다.

왜군의 배는 속도를 중요시했다.

따라서 날렵한 형태의 침저선이었고, 함선의 무게도 가볍게 만들었다.

대체로 가볍고 튼튼하긴 어려운 법이다.

그런 왜선들을 향해 장갑귀선들이 그 육중한 몸을 들이 밀었다.

애초에 충파라는 작전 개념이 왜선에는 없다.

들이받아서 무사한 배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측면으로 서둘러 비켜서며 요란하게 조총을 쏘아댔다.

타다다다다다당.

장갑귀선들의 측면 장갑판을 탄환들이 때리며 마치 꽹과리 치는 듯한 소음이 연달아 울렸다.

조총을 쏜 왜병들의 놀람이 컸다.

“쇠, 쇠다! 쇠로 만든 배다!”

왜에서 조선의 쇠는 최고다.

최근 들어 왜군들이 보급 받은 칼 중에서 조선의 철로 만든 것을 제일로 쳤다.

같은 장인이, 같은 공을 들여 만든 칼도 조선 철과 왜의 철로 만든 것이 달랐다.

강도, 질김, 날카로움 그 어떤 것도 조선 철을 사용해 만든 칼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왜에 조선은 철의 나라였다.

그런 철의 나라, 조선의 쇠배가 나타난 것이다.

소란이 혼란으로, 그리고 곧바로 공포로 다가들었다.

그 순간.

콰과과과쾅!

왜군 함렬 안으로 파고 들어온 장갑귀선들에서 일제히 야포가 발사되었다.

선수포는 여전히 산탄포탄이었지만 양측면에서 발포된 포탄은 조선 수군의 전매특허인 화염포탄이었다.

왜선 곳곳에서 화염이 솟고, 불길이 일었다.

겪어보지 못한 혼란이 도도 다카토라의 왜군 함대를 덮쳤다.

그렇게 혼란 속에 빠진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 속으로 다시금 장갑귀선들의 야포 일제사가 쏟아졌다.

콰과과과쾅!

불길이 거세게 일었다.

변화는 그때 또 일어났다.

좌우 외곽을 사선으로 비스듬히 가르고 나간 장갑귀선들이 일제히 안쪽으로 방향을 틀어 돌진하기 시작했다.

노를 통해 급격한 방향전환을 한 장갑귀선들의 돌진에 왜선들의 옆구리가 훤하게 드러났다.

그곳으로 선수포를 쏘며 그대로 장갑귀선들이 돌입해 들었다.

콰광!

쾅. 우직!

요란한 소음들 속에.

쾅쾅.

선수포에서 쏜 폭발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지끈.

밀고 들어가는 장갑귀선의 돌진 속도에 못 이겨 결국 옆구리를 들이 받친 왜선이 반으로 쪼개지며 부셔져나갔다.

왜선들을 완전히 반으로 쪼개버린 장갑귀선들이 부서진 왜선의 반대편 벽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또.

콰과과과쾅!

장갑귀선들의 야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흩어져있다고 안전한 게 아니었다.

함열 안으로 파고든 장갑귀선들이 종횡으로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 안을 휘저었다.

더구나 왜군 함대의 함렬을 가르고 들어온 좌, 우열의 장갑귀선들이 밖에서 안쪽으로 방향을 틀어 밀고 들어온 탓에 그걸 피하고자 왜선들이 안으로 몰렸다.

순간.

콰과과과쾅!

가운데 중심을 파고들었던 장갑귀선들이 일제히 야포를 쏘았다.

전형적인 모루와 망치전술이 해상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밖에서 몰아붙이고, 안에서 쏘아 부셨다.

무자비하게 돌진해 부수고, 야포를 쏘고, 장갑귀선들이 무적의 신위를 떨쳤다.

5등분 난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 중 외곽의 2등분된 함열이 전진을 계속해 와서 기다리고 있던 조선 판옥전선들의 사거리 안에 들어왔다.

이순신의 명을 받은 150척의 판옥전선들이 일제히 야포를 쏘았다.

1천5백발의 폭발탄이 왜선들을 뒤덮었다.

온 바다가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 왜선들에 붙은 불로 가득했다.

여기저기 부서져 가라앉는 배들과 살아서 도망가기 위해 아둥바둥대는 왜선들, 그런 왜선들을 쫓아가 사납게 들이박는 장갑귀선들로 온 바다가 아비규환의 장을 연출하고 있었다.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를 방패삼아 따라 들어가려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함대는 멈추어 섰다.

장갑귀선들의 충파를 목격한 까닭이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눈에 비친 장갑귀선들은 말 그대로 바다괴물이었다.

꼬리로 연기를 뿜으며 닥치는 대로 물고 뜯는 쇠로된 바다괴물.

조총이고, 석화시고, 대조총이고 아무것도 먹히지 않았다.

부딪쳐 깨고, 멀리서 쏘아서 부수고 불을 냈다.

대적불가.

방법이 없었다.

3백 척에 달하던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가 단 반시진의 전투로 몰살당하고 있었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함대가 다시금 꽁무니를 뺐다.

*****

4월 18일 아침.

밤을 도와 달려온 왕이 부산포에 차려진 정왜 사령부에 친히 왕림했다.

그렇게 도착한 광해가 보고를 받는 가운데 조선군 소총병 3만을 태운 교역선 3백 척이 부산포를 떠났다.

그들은 부산포 앞바다에서 대기 중이던 충청 수영과 탐라 수영의 함대와 합류해 바다로 나아갔다.

외해의 거친 물살을 헤치며 그 함대가 멀리, 멀리 움직여 나아갔다.

시간이 지나 어둠이 내리고 밤이 찾아왔다.

시시각각 경비순찰영의 탐망선들이 전해주는 정보를 받아 보는 정왜 사령부에서 광해와 장수들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급보입니다.”

다급한 표정인 군관의 보고에 잔뜩 굳은 표정의 광해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갑자기 풍랑이 높게 일어 탐망선들이 경비선을 무너트리고 철수하는 중입니다. 부산포 앞바다에 대기 중이던 수군 전선을 포함해 모든 함선들의 귀항이 촉구되었습니다.”

소식을 전한 군관의 말에 광해를 비롯한 장수들의 얼굴에 당황과 근심이 들어섰다.

“대마도 전단은?”

“소등(消燈) 항해 중이었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여기저기서 근심어린 한탄이 새어나왔다.

고생했을 군관을 내보낸 광해와 장수들에게 인고의 시간이 다가왔다.

아무런 소식도 없는 채 날이 밝기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

4월 19일 인시초(寅時初, 새벽 3시)

외해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파도가 높게 이는 대마도 이즈하라(厳原, 엄원) 포구 앞바다에 조선 수군의 함선들이 나타났다.

부산포 앞바다를 출발할 때는 충청 수영과 탐라 수영의 함대 150척의 호위를 받는 3백 척의 교역선이었지만 이즈하라에 모습을 드러낸 배들은 25척의 장갑귀선과 43척의 판옥전선, 그리고 113척의 교역선뿐이었다.

호송함대가 따라 붙어 있었다고는 하나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어디에 있는지 모를 고니시의 왜군 함대를 피하고자 불을 끈 채 야음(夜陰)을 틈탄 항해였다.

그 와중에 외해에서 높은 풍랑을 만나 함열이 깨어지고, 결국 함대가 흩어졌던 것이다.

다행히 대마도 전단이라 이름 붙은 이 특수 임무부대의 지휘관이 탄 배는 이즈하라에 도착한 함선들 속에 있었다.

대마도 전단장 송상현은 짧은 고심 끝에 작전 강행을 택했다.

곧바로 명령을 받은 판옥전선들이 이즈하라 포구에 다가가 폭발탄을 퍼부었다.

이른 새벽 불까지 끄고 다가든 판옥전선의 존재를 왜군은 까맣게 몰랐다.

2천보까지 접근한 판옥전선들의 포격에 포구에 정박해 있던 배들과 항구시설들이 불타올랐다.

판옥전선들이 거리를 좁혀 항구 인접시설들에 대한 포격을 지속했다.

판옥전선의 포격이 그치자 불타 무너진 왜선의 잔해를 장갑귀선들이 충파로 밀어내며 포구까지 길을 내었다.

곧바로 후방에서 대기하던 교역선들이 그렇게 난 길을 따라 차례로 포구로 접근하여 소총병들을 상륙시켰다.

포구 가까이에 자리 잡은 장갑귀선들이 상륙하는 조선군을 지원했다.

포구인근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왜군의 조총탄은 장갑귀선의 측면장갑엔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못했다.

장갑귀선에서 쏘아대는 야포의 정밀 타격에 힘입어 상륙한 조선군이 왜군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거점을 확보하자 포구에 달라붙는 교역선의 수가 증가했다.

다수의 소총병들이 쏟아져 나왔다.

곧바로 육군의 야포가 포구에 설치되고 저항하는 왜군을 향해 포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조총과 창칼로 맞서는 왜군은 총검을 장착한 가형 소총과 산탄포탄을 쏘아대는 야포로 무장한 조선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잠자다 속옷차림으로 뛰쳐나온 가토 기요마사가 칼을 들고 병사들을 독려했지만 형편없이 밀리는 전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부장들의 팔에 이끌린 가토 기요마사가 산속으로 도주했다.

살아남은 다수의 왜군들도 그런 가토 기요마사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다.

조선군이 완전히 장악한 이즈하라 포구로 교역선들이 붙어 나머지 병사들과 장비, 물자들을 하역했다.

간단한 인원점검 끝에 송상현에게 올라온 보고엔 1만1천에 달하는 소총병들의 상륙이 완료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

본대와 떨어져 나온 함선들 중 대부분을 모은 것은 경상 소총 병단장으로 참전한 정발이었다.

그가 군령으로 금지된 등불까지 켜서 매단 채 애써 끌어 모은 함선은 장갑귀선 12척과 판옥전선 31척, 그리고 교역선 102척이었다.

나머지는 어디로 흘러갔는지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모을 수 없었다.

그 선단을 이끌고 정발은 왜의 포구를 찾았다.

간신히 찾은 포구는 위치상 이즈하라는 아니었다.

정발이 탄 배의 함장이 해도와 장원에서 왕의 명으로 개발한 백분의로 확인한 결과 이즈하라보다 북쪽에 위치한 히타카츠(比田勝, 비전승) 포구로 판명되었다.

정발은 곧바로 상륙을 지시했다.

배에 걸은 불빛 때문인지 히타카츠 쪽이 먼저 다가서는 조선 수군의 함선을 발견했다.

포구에 정박해 있던 왜군 함선 수십 척이 대응을 위해 나섰으나 장갑귀선과 판옥전선의 일제포격에 걸려 이각 만에 산산이 부서졌다.

이 전투에서 살아남은 왜선은 3척, 꽁지 빠지게 외해로 도주하는 그 왜선들을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조선 수군은 추격할 수 없었다.

이후 벌어진 전투는 이즈하라의 복사판이었다.

포구를 완전히 틀어막은 장갑귀선과 판옥전선이 폭발탄을 쏟아 붓고, 이내 포구 일대가 불바다가 되자 곧바로 교역선이 붙어 소총병들을 상륙 시켰다.

이쪽으로는 왜군이 병력을 많이 주둔 시키지 않았던지 교전이 금방 끝났다.

다수의 방어병력을 잃은 왜군은 산속으로 도주했다.

정발의 지휘를 받는 조선군이 일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히타카츠에 상륙한 조선군도 1만에 달하는 수였다.

날이 밝고 풍랑이 가라앉자 연락선을 통해 정발과 소식이 닿은 송상현이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병력이 무사히 대마도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조선으로는 세 번째, 광해로는 첫 번째이자 마지막 대마도 정벌이 이루어졌다.

광해는 대마도를 다시 왜에 돌려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물론 아직, 토벌해야할 왜군들이 산속에 남아있긴 했지만 말이다.

*****

어제 밤 풍랑을 피해 고니시 유키나가의 함대도 대마도로 피신해 와 있었다.

그들이 머문 지역은 사스나(佐須奈, 좌수내)라는 작은 포구였다.

히타카츠 포구와는 산을 사이에 두고 섬 반대편이었다.

이쪽은 조류의 영향으로 조선으로 향하는 뱃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선으로 향하는 배는 이용하지 않는 포구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함대도 풍랑에 밀려오지 않았다면 오지 않았을 포구였다.

그런 포구로 반파된 세키부네가 들어왔다.

히타카츠를 탈출한 바로 3척의 왜선들 중 한척이었다.

다른 2척에 비해 너무 많이 파손되어 본도로 도주하지 못한 채 대마도 뒤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들을 통해 고니시 유키나가는 조선군의 대마도 상륙을 알게 되었다.

하긴 지난밤 연이어 들려오던 폭음 소리가 불안했었다.

그로인해 산을 넘어 반대편을 살펴보도록 정찰병을 이미 산속으로 들여보낸 뒤이기도 했다.

소식을 접한 고니시 유키나가는 고심했다.

병력을 대마도에 상륙시켜 조선군과 일전을 벌여야 할지, 그대로 본토로 돌아가 상황을 전해야할지를 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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