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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42화 (42/325)

제42화. 조선의 철 생산량

이제 임진왜란까지는 7년 남았다.

총은 계속해서 만들어 쌓고 있었지만 5백문을 장원의 무기고에 쌓은 이래, 조선철포의 생산은 중단시켰다.

광해군이 원하는 것은 야포였다.

전장식이었고, 후퇴기도 없는 기초적인 철포였지만 기존의 것들보다 포구가 작아서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강점이 있는 포였다.

육상에선 이동에 훨씬 용이할 것이고, 해상에선 같은 함선에 더 많은 포를 실을 수 있게 해줄 야포를 광해군은 차기 조선의 제식 철포로 규정해 두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구경이 작으니 포탄도 작다.

작아진 포탄만큼 밀어내는 데 들어가는 힘이 줄어든다.

화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작은 양의 확약을 증가시키는 것만으로도 사거리의 증대를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물론 포의 내구성이 견뎌낼 수 있는 한도 안에서이긴 하겠지만 분명히 사거리가 기존 철포에 비해 늘어날 것이다.

거기다 강선의 영향으로 정확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될 터였다.

그런 이점들을 가진 야포였다.

물론 그런 이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격진천뢰의 발전형인 폭발탄의 개발은 필수다.

탄이 작아져 부족해진 파괴력을 폭발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지상에선 작은 쇳조각을 잔뜩 집어넣은 산탄형 폭발탄을, 함상에선 인화물질을 넣은 일종의 화염탄형 폭발탄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거기다 화약의 개량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염초밭을 대량으로 만들면서 염초의 수급이 원활해진 이상 염초의 함량을 높여 폭발력을 강화시켰던 조선 후기의 화약을 실현해 낼 계획이었다.

염초 함량이 높아지면 민감해진다.

따라서 염초의 양을 늘리되 민감도를 일반 취급이 가능할 정도로 맞춰야 했다.

장원의 화약 기술자들은 지금 수 많은 실험을 통해 그 배합비율을 찾고 있었다.

야포, 폭발탄, 개량 화약.

이 3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광해군이 계획한 1차 화력 개량이 마무리 된다.

그걸 독촉하고 연구에 도움이 되려면 장원으로 가야 하는데 광해군의 발은 대궐에 묶여있었다.

그것에 답답해하는 광해군을 김억수가 찾아왔다.

“지난해의 결산을 말씀드리고자 찾아뵈었습니다.”

“어땠습니까? 소득은 괜찮습니까?”

“그것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김억수의 말에 광해군이 물었다.

“무엇이 두렵다는 말씀이십니까?”

“무산 철산단지에서 벌어들이는 은이 상상 이상입니다. 명에서 은이 씨가 마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릴 지경입니다.”

“현재 생산량이 어느 정도입니까?”

“매월 30만 관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현대시대 도량형으로 따지면 1천125톤이다.

현대로 보자면 별것 아니지만 이시대로 보자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1년이면 1만3천5백 톤에 육박한다.

실제역사에서 명나라에 남은 기록에 의하면 1400년도에 평균 1만2천 톤 가량이 생산된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그보다 4백년 정도 후에 벌어진 아편전쟁 당시 청나라 철 생산량이 10만 톤 정도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에 1500년도 후반기인 지금 시대엔 그보다는 늘어났을 것이 분명하지만 정확한 양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무산 제철단지의 철 생산량이 1400년대 명나라 전체의 철 생산량보다 살짝 많다는 것은 굉장한 것이었다.

“그중 얼마나 명으로 들어가는 겁니까?”

“현재는 소량만 조선에서 소비하고 거의 전량이 명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명에서 들여오는 것은요?”

“숯으로 만들 장작을 사오고는 있습니다만 그 비용으로 보자면 1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랬다.

광해군은 초기를 제외하고는 철산단지에서 사용되는 숯을 거의 전량 명에서 수입하는 나무로 만들고 있었다.

아니었다면 지금쯤 함경도의 산은 온통 헐벗고 있을 터였다.

실제로 조선으로 수많은 숯용 나무를 수출하였던 명은 천진항 일대의 산이 모조리 민둥산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 폐해를 명나라 조정이 알면 숯용 나무를 수입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것에 대비해 석탄을 코크스로 만드는 연구가 진행 중이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역사기록에 의하면 중국은 고대부터 제한적이지만 코크스를 써왔다는 기록이 있다.

당연히 중국과 접한 조선에도 그 기술이 있었지만 초보적이었다.

작금의 발전된 조선의 제철과정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무산 제철단지에선 장원에서 올라간 숯쟁이들로 구성된 연구진이 코크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당연히 석탄을 대량으로 공급할 곳도 물색 중이었다.

현대의 지식을 가진 광해군은 함경도 지방에 풍부한 석탄광이 여럿 있다는 걸 알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여하간 명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반대로 흘러나가는 돈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종계변무사로 명에 간 홍순언과 명에 상단을 개설한 조필이 그걸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결과가 없었다.

“그건 지금은 어쩔 수가 없으니 기다려 볼 밖에요.”

“홍순언 영감에게선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까?”

“보름 전에 왔던 서신대로면 예부시랑인 석성을 통해 열심히 명나라의 황제를 흔들어 대고 있다하니 기다려 봐야지요. 조 행수에게서는 별다른 연락이 없습니까?”

“마찬가지로 보름 전에 온 서신 후에는 아직 이렇다 할 연락이 없습니다.”

“그쪽은 두 사람을 믿고 기다려 보죠.”

“알겠습니다. 군 마마.”

고개를 끄덕이는 김억수에게 광해군이 물었다.

“신립 별장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습니까?”

“무산에 있는 나 행수의 전언대로라면 그런 모양입니다. 여진인들의 통행도, 곡식의 반출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하니까요.”

정철을 통한 설득이 먹힌 것이다.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일전에 전달한 것에 대해선 아무 말씀이 없으시군요.”

“왜와의 철 교역을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말씀대로 황을 밀무역하고 있는 이들을 통해 의사를 타진했었습니다.”

“어떻던가요?”

“얼마가 되었든 모두 사겠답니다.”

당연한 일이다.

철이 귀한 왜였다.

제철기술도 미비하고, 좋은 철광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왜는 굉장한 은광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와미(石見, 석견) 은광이다.

1526년에 발견된 이 은광은 단시간 만에 일본을 세계 3대 은(銀) 생산국으로 만들었다.

그로인해 작금 일본의 최대 수출 품목은 바로 그 은이다.

공교롭게도 그렇게 이와미 은광이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의 기술이다.

회취법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연산군 때 양인 김감불과 노비 김검동이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이 왜로 전해져 크게 성공한 것이다.

광해군은 그 은을 대량으로 긁어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긁어온 은을 모아 화폐의 가치를 보존하고 철전을 발행할 생각이었다.

물론 모으기만 할 생각은 아니다.

왜가 명, 그리고 서양의 나라들과 교역하는데 가장 큰 품목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은이다.

외국은 어쩔 수 없지만 명과의 교역은 독점해 볼 생각이다.

명으로 팔려가는 왜국의 은을 전부 명나라에 세운 조필의 상단을 통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왜는 그걸 거부하지 못할 터였다.

반대로 조필의 상단이 막대한 양의 조선 철정을 독점으로 공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창 전국 통일 전쟁으로 막대한 철의 수요가 발생한 왜다.

조선에서 생산되는 좋은 철을 확보하면 전쟁에 유리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거부할 수 없는 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그게 받아들여지면 양자 공히 독점이다.

“은에 대한 독점은요?”

“아직 일왕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될 듯합니다. 은광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모리(毛利) 가문이 동의한 사항이니까요. 중계를 맡은 영주는 우리가 포기할 까봐 몸이 달아있더군요.”

사실 이와미 은광은 조선의 입장에선 악의 근원이다.

이곳을 차지하고 있는 모리 가문이 이미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풍신수길)에게 복속했고, 그 자금이 고스란히 일본 전국통일에 쓰이고 있었다.

또한 그것에서 넘어 임진왜란 때 조선 침탈에 쓰였던 자금원이기도 했다.

광해군은 그걸 이용해 거꾸로 왜를 칠 바탕을 만들 생각이었다.

“좋습니다. 계속 진행하세요.”

광해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억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거 정말 문제없겠습니까? 조정이 알면 크게 문제가 될 겁니다.”

“알 수도 없겠지만 알아도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어째서요?”

“조필이 세운 상단엔 예부시랑인 석성도 연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돈을 받아먹은 수많은 명나라의 고관, 그리고 황제까지 연루되어 있는 일입니다. 조선은 알아도 어찌하지 못합니다.”

외형은 완벽하게 명나라의 상단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조필의 상단은 조선인 조필이 세운 명나라의 상단이라는 소리다.

물론 자금은 조선의 철물전이 대었다.

솔직히 말하면 돈을 댄 것도 아니다. 그저 무산에서 생산되는 철정 거래의 독점권을 준 것 뿐이니까.

그걸 활용해 조필의 상단은 명나라 상단들과 거래하며 이익을 남겼다.

그 돈이 어마어마했다.

그것으로 조필은 홍순언과 합세하여 명나라 조정에 막대한 뒷돈을 풀었다.

황제까지도 재물을 받았으니 가히 온 명나라 조정이 조필 상단의 돈을 받은 셈이다.

또 하나, 광해군은 이미 선조에게 명에서 양이의 물자로 돈을 벌어 종계변무를 해결하겠노라 공언했었다.

그걸 실현시키는 일이다.

물로 상대가 양이, 그러니까 유럽인이 아니라 왜인이 되겠지만 그걸 트집 잡기엔 조선의 왕실에, 선조에게 종계변무의 해결이 갖는 의미가 너무 크다.

그러니 선조의 귀에 들어가도 모른 척 할 수밖에 없다.

그건 광해군을 견제하는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광해군이 김억수에게 단언할 수 있는 연유였다.

그런 광해군에게 김억수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군 마마께오서 그렇게까지 확신을 하지니 소인도 믿겠습니다.”

“네. 믿으세요.”

싱긋 웃어 보이는 광해군의 모습에 작게 마주 웃은 김억수가 물었다.

“참, 배분율은 어찌 합니까? 지금처럼 2할 만합니까?”

벌어들이는 돈의 2할이 사용료 및 투자에 대한 배당금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물론 조필의 상단이 거두는 중계 무역료는 빠진 금액이다.

숯을 생산하기 위해 명에서 사들이는 나무 수입비용과 노임으로 나가는 곡식 등 각종 비용이 모두 제외된 금액, 그러니까 순 수익에서 2할이었던 것이다.

그중 1할은 왕실, 그러니까 선조에게 들어간다.

왕실의 땅인 무산에 철광을 연 토지사용료 명목과 무산에서 의주까지 이어지는 도로의 사용료로 지급된다.

그 금액만 해도 거의 조선의 1년 세폐에 맞먹을 지경이었다.

요사이 중궁전과 후궁들의 씀씀이가 커지고, 궐을 중건하겠다는 이야기가 선조의 입에서 자주 나오는 것도 다 그래서였다.

기껏 번 돈으로 여인들과 궐을 증축하는데 쓰겠다는 선조가 참······.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왕이었다.

나머지 1할이 서인과 동인에게 돌아간다.

그들이 보낸 노비의 수만큼 분배하여 지급하고 있었다.

겨우 1할을 분배하고 있음에도 막대한 양의 재물이 그들에게 쌓이고 있었다.

김억수가 걱정할 정도로 워낙 많은 돈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사인 이미 투자했던 이들은 물론이고, 의심으로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들까지 노비가 더 필요하지 않느냐고 수시로 물어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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