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160화 (160/183)

160화. 연예인 게임

손님들이 북적이는 박 카페.

박만복은 손님이 많든 적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2층으로 올라 사장실로 들어갔다.

백시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 혹시 또 이다연 만난 거야?"

"내가 누굴 만나든 신경 쓰지 말지."

이어 그는 사장실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무슨 일로 기다린 거지?"

"저번 달의 매출 기록이야. 내가 왜 이런 것까지 해야겠는지는 모르겠지만."

백시연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내밀었다.

"카페 총괄 매니저니까 당연히 할 일이지……."

박만복은 그녀가 건넨 서류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출이 많이 늘었군."

백시연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초기 비용은 생각 안 해? 엄청난 인테리어 공사비에 네가 사들인 명품들 말이야. 세무사가 나한테 묻더라. 혹시 사장님이 미쳤냐고?"

박만복은 상관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돈 벌라고 시작한 거 아니야. 너도 알고 있잖아?"

"그래도 정도가 있어야지? 차라리 돈을 허공에 뿌려? 제대로 미친놈 소리라도 듣게 말이야."

"나한테 돈을 별로 중요하지 않아. 언제라도 풍족하게 쓸 만큼은 벌 수 있으니까."

"그리 많으면 나나 좀 주지?"

"월급 주잖아. 대한민국 서비스업 매니저 중에서 가장 많은 연봉과 성과급을 받고 있지 않나?"

"그렇기는 하네?"

백시연이 곧바로 인정하는 때다.

지이잉~ 지이잉~

티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깐만."

백시연은 테이블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선뜻 받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지이잉~ 지이잉~

박만복이 신경 쓰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서 전화 받지? 내 앞에서 하기 곤란한 통화면 나가서 받으면 되잖아."

백시연은 휴대폰 화면을 보여 주며 말했다.

"유달 사장인데?"

"그냥 받아."

백시연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죠? 유달 사장님."

-만복이 바꿔. 지금 옆에 있는 거 다 알아.

"!"

백시연은 휴대폰을 배에 밀착하여 붙이며 박만복을 돌아보았다.

"제임스, 너 바꾸라는데?"

"술 먹은 목소리야?"

"아니… 굉장히 진중하고, 위협적인 느낌까지 드는 목소리였어."

"그래?"

박만복은 휴대폰을 달라는 손짓을 했지만, 백시연의 유달의 의중이 의심스러웠다.

"혹시 칼 들고 쫓아오는 거 아니야? 내가 카페 있는 걸 알고 있고, 내가 너를 바꿔 주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쳐들어오는 거지."

"그런 꼼수 부릴 놈이면 진즉에 했겠지. 진짜 급한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어서 줘 봐."

백시연이 재빨리 휴대폰을 내밀었다.

그녀의 휴대폰을 귓가로 가져간 박만복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군."

유달 역시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모가 위험해.

"!"

순간, 박만복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러나 이내 그의 눈빛은 차분하면서도 냉철함이 느껴지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알았어. 끊어."

유달과 박만복의 통화는 짧게 끝났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백시연이 물었다.

"유달 사장이 왜 전화한 거야?"

"이모님이 위험하다네."

"왜? 누구한테 협박이나 납치당한 거야? 우리 조직은 절대 아니야. 주교님도 경계 대상 1호의 주변에는 얼씬하지 말라고 명령하셨어. 그렇다면 대체 어떤 놈들의 짓이지?"

박만복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떤 놈들의 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서둘러 이모님부터 구해야지. 그리고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지. 지금 제시카한테 전화해."

"뭐라고?"

"얌전히 있으려니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거야. 마음껏 날뛰게 해 줄 테니, 문제 있는 놈들을 모조리 데리고 나오라고 전해."

"제임스? 방금 그 말뜻이 뭔지 알고 하는 거야?"

박만복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안한데,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 줄래? 지금 내가 신경이 매우 예민한 상태거든."

"아, 알았어… 바로 전화해서 나오라고 할게. 그런데 어디서 만나자고 하지?"

"호텔 주차장에서 차에 탄 상태로 대기하라고 해. 정확한 장소는 내가 알려 준다고 해. 그리고 나 옷을 좀 갈아입어야 하니까, 통화는 밖에서 해 줬으면 좋겠는데?"

"?"

백시연은 순간적으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시급한 상황에서 옷을 갈아입다니?

하지만 박만복이 계속 인상 찌푸리고 있는 상황이라 함부로 질문을 못 했다.

그녀는 박만복의 까칠한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심기기 불편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일 때는 조용히 따르는 게 상책이다.

"알았어. 내가 나가서 통화하지 뭐. 예상외로 부끄러움이 많은 타입인가 보네……."

끼익.

사장실 문을 여는 그녀에게 박만복이 말했다.

"문 꼭 닫고 나가."

"알았다고!"

쾅!

백시연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거세게 닫으며 사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어이없다는 반응부터 보였다.

"대체 뭐야?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땐 언제고? 둘 다 참 알다가도 모를 지랄맞은 성격이네."

이어 백시연이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제시카 년한테 전화나 하자. 서두르지 않으면 제임스가 또 인상 팍 찡그리겠지……."

그런데 어느 주머니에도 그녀의 휴대폰이 없다.

"맞다!"

박만복에게 주고는, 받지 않고 나왔다.

"제임스가 경계 대상 1호를 각별하게 생각하네. 위험한 상황이라니 정신없었던 모양이지."

덜컹.

백시연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미안, 내가 휴대폰을 깜박……!"

박만복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웃통을 벗은 상태이기 때문이 아니다.

와이셔츠를 입기 직전의 박만복 뒤에는, 거대한 검은 날개를 가진 악마의 형상이 뚜렷하게 보였다.

이는 마신의 능력자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박만복이 당황스러운 마음을 숨기며 태연한 척 물었다.

"놀랐어?"

백시연 역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던 기색을 감추며 대답했다.

"뭐… 조, 조금? 제임스의 몸신에 관한 소문은 많이 들었어. 지옥의 악마가 붙어 있다고 해서 믿지 않았는데… 정말이었네?"

"안 무서워?"

"아니라고 말하면 거짓말이지. 지옥의 마기는 모든 영적인 기운을 파괴하잖아. 그동안 영험함이 깃든 옷으로 몸신의 마기를 감추고 있었던 거야?"

"응."

백시연이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나 때문에? 내가 무섭다며 너를 멀리할까 봐?"

"아니, 내가 몸신의 능력을 쓰면 달이한테 들키거든. 외국에서는 상관없었지만, 한국에서는 항상 조심해야 했지. 칼 맞지 않으려면 말이야."

"그, 그렇구나……."

"오늘 달이가 전화한 건, 내가 몸신의 능력을 써도 찾지 않겠다는 허락이야."

"저기… 내가 궁금한 게 많은데 물어봐도 될까?"

박만복은 움직임이 편한 옷을 입으며 대답했다.

"시간 없으니 딱 한 가지만."

"지옥에 있는 악마를 어떻게 불러낼 수 있는 거지? 그 어떤 영적인 능력자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단하던데? 초등학생 둘이 불러도 될 정도로 말이야."

"뭐라고?"

"내 대답은 여기서 끝. 옷 다 입었으니 움직이자고."

이어 박만복이 고개를 돌려 그의 몸신에게 말했다.

"이모님 있는 곳을 찾아."

악마의 형상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는 검고 거대한 양 날개를 활짝 펼치는가 싶더니,

-후웅.

새들의 날갯짓에 일어나는 바람 소리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만복이 넋 놓고 있는 백시연을 불렀다.

"뭐해? 서둘러 움직여야지?"

"아, 알았어……."

"휴대폰도 챙겨야지. 그것 때문에 들어왔잖아?"

"아, 맞다. 고마워… 어서 나가자."

백시연은 반쯤 정신이 나가서 박만복을 따랐다.

* * *

김&장 엔터테인먼트 소회의실.

푸악!

유달의 발길질에 나상만의 얼굴이 짓이겨졌다.

그의 수하들이 모두 쓰러졌기에 유달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상황이다.

유달은 바닥에 나뒹굴며 쓰러진 나상만의 가슴을 구둣발로 밟았다.

"네놈의 부하에게 당장 전화해. 우리 이모를 호텔로 다시 곱게 모셔 놓으라고."

나상만은 입 주변의 피가 범벅인 얼굴로 대답했다.

"클클클클, 꿈 깨. 이 자식아… 지금 속이 더 타는 사람이 누굴까? 네놈의 이모는 너 때문에 죽는 거야. 평생 두고두고 후회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곳으로 끝일까? 아니야, 네놈에게 그런 사람이 또 생기면, 내가 바로 쫓아가서 죽여 주지."

"그럼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네? 네놈을 죽여 버리면 깔끔히 끝나는 거잖아."

유달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명치 부근을 밟아 힘주어 눌렀다.

숨 막히는 고통이 몰려올 것인데, 나상만은 어림없다는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그렇게 해서 내가 죽겠어? 좀 더 힘을 줘서 꽉 밟아야지… 그리고 나를 죽인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내 수하들이 끝까지 네놈을 쫓아다니며 괴롭힐 거야. 그놈들은 나를 위해 죽는 걸 최고의 영광이라고 여기 거든. 종교에 목숨을 거는 순교자처럼 말이야."

"그렇다면 네놈의 수하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처리하면 되는 거잖아? 아주 간단하네. 그렇지 않아도 네놈의 조직을 오늘 밤 내로 쓸어버릴 작정이었어. 네놈들의 별명처럼 진짜로 하루살이 인생이 되는 거지. 내가 헛소리하는 것 같아?"

우두둑.

유달은 갈비뼈에서 부러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밟았다.

나상만은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웃는 모습은 여전했다.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은 건가? 그동안 수많은 내 적들이 시도하긴 했었지. 그러나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으니, 포기하라고."

유달은 뭔가를 직감한 반응이다.

"너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체질이구나?"

"이제야 눈치챈 모양이군. 그 누구도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 순 없어."

"과연 그럴까? 나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으로 갈구는 게 주특기야. 완전히 돌아 버리게 만들거든?"

"그렇다면 지금 그렇게 만들어 보시지?"

"당연히 그럴 거야. 일단은 아름이를 건물 밖으로 피신시킨 다음 돌아와서 너의 소원을 들어줄게. 평생 잊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안겨 줄 거니 기대하라고."

한아름에게 향하던 유달이 갑자기 발길을 멈췄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음 띤 얼굴로 뒤돌아보았다.

"드디어 찾았네?"

"?"

궁금한 표정을 짓는 나상만에게 유달이 말했다.

"우리 이모를 납치한 네놈의 똘마니들 말이야. 멀지 않은 곳이네? 도심 속의 폐허 같은 느낌이… 아파트 공사 현장인가?"

"!"

나상만은 깜짝 놀랐다.

그의 수하들만 알고 있는 비밀의 장소였기 때문이다.

"거기에 있는 놈들은 한 명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건 다 네놈 때문이니까 똑똑히 기억해."

유달은 구석에 있는 한아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유달의 검은 양복을 뒤집어쓰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우리 아름이, 아주 훌륭하게 잘 참았어."

"끄, 끝났나요?"

유달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일으켜 세우며 대답했다.

"아직 절반 정도… 우리 연예인 게임 할까?"

"그게 뭔데요?"

"지금 문밖에는 기자들이 쫙 깔려 있어. 만약 네가 누군지 밝혀지면 스캔들이 나는 거지. 어떻게 해야 할까?"

"절대 얼굴이 노출하면 안 돼요."

"그렇지~! 얼굴 들키지 않게 내 옷을 푹 뒤집어쓰고 따라와."

"알겠습니다, 사장님."

유달이 출입문으로 다가갔다.

곧이어 그가 손을 들어 문을 만지는 순간,

스르륵.

소화기와 망치로 내려쳐도 미동도 없던 회의실 문이 저절로 열렸다.

* * *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세 대의 고급 차량이 공사장 입구에 줄지어 멈춰 섰다.

덜컹.

맨 앞 차량의 조수석 문이 열리며 박만복이 내렸다.

그는 무표정한 시선으로 적막함이 감도는 공사 현장을 응시했다.

곧이어 나머지 차량의 문이 일제히 열리고,

제시카를 포함한 통제가 되지 않은 마신의 능력자들이 한꺼번에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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