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148화 (148/183)

148화. 합석

장미란은 남태령 쪽으로 차를 몰았다.

그녀는 아직도 유달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자칼의 신병을 보호하는 작전에 이름이 붙이자면, 과잉 대응의 정점이라 할 수 있었다.

장미란은 그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탈출 가능성을 제로로 만들었다.

이는 그녀만의 생각이 아니다.

긴급히 구성한 태스크 포스 팀의 검찰과 경찰, 군 관계자와 미국 FBI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핸즈프리를 연결한 장미란의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틱.

그녀는 스피커폰 상태로 통화를 했다.

"네, 이 검사님. 그쪽과 연락해 보셨어요?"

그쪽이란 자칼이 갇혀 있는 군부대를 말하는 것이다.

-방금 통화하고 연락드리는 겁니다. 아직 그쪽에서는 특이한 사항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모르니 경계를 더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고요.

"고마워요. 저는 직접 확인하러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염려가 너무 지나치신 것 아닙니까? 지금의 경계 태세는 어떤 나라의 특수 부대로 뚫지 못합니다. FBI에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생하면 바로 연락 달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대기 상태로 있을 것이니, 그쪽에 도착하면 연락 주십시오.

"데이트 방해해서 죄송해요. 자칼의 신병만 무사히 넘기면 제가 한턱낼게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틱.

장미란이 통화를 마치고 룸미러를 흘긋 봤다.

뒷자리의 유달은 장미란이 건네준 문서를 읽고 있다.

그가 집중하여 보고 있는 문서에는 자칼의 신병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차가 신호에 걸리자 장미란이 물었다.

"어때요? 그 정도면 충분한 방어가 되겠어요?"

유달은 충분함을 넘은 듯 머리채를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

"이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이 아니라, 대량 학살 무기를 동원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그놈을 가둬 둔 구치소에 경관이나 몇 명 더 배치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저는 자칼의 비상식적인 능력을 직접 경험했어요. 만약 그를 구하려는 동료들이 있다면, 비슷한 능력을 쓰는 놈들이겠지요. 그런 놈들과 맞서려면 상식을 뛰어넘는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군사 기지로 옮기고, 헬기 방어에, 차량 폭탄 돌진 대비. 부대 내의 검문 경계가 이중, 삼중, 사중… 이 요란한 대비책을 미란 씨가 직접 짠 겁니까?"

"아니요, 검·경·군 합동으로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상정한 대비 훈련을 매년 하고 있어요. 저는 거기에 몇 가지를 더 첨가한 것뿐이지요."

유달이 단정하여 말했다.

"확실한! 과잉 대응입니다"

"소홀함 때문에 자칼을 놓치는 것보다 과잉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는 게 낫지요."

"그런가요… 한데, 왜 이 문서는 비밀 사안이라는 빨간 도장 같은 게 없습니까? 자칼을 빼내려는 놈들 손에 넘어가면 어떡하려고요?"

장미란은 신호에 걸렸던 차를 다시 몰며 대답했다.

"어떤 식으로 대처하겠다는 보고용 문서에요. 자칼을 옮긴 부대의 위치나 구체적인 실행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아요. 저는 외려 그들 손에 넘어갔으면 좋겠네요."

"왜죠?"

"저는 쓸데없는 희생이 나오지 않길 바라요. 만약 그 문서를 읽는다면, 자칼을 구하겠다는 무모한 작전을 실행하지 않겠지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여 전쟁을 억제하는 것과 비슷하군요. 우리가 이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말 덤빌 거야? 하는 거 말입니다."

"아주 적절한 비유네요."

장미란이 사거리 코너를 돌며 물었다.

"유달 씨의 생각은 어때요? 만약 유달 씨가 자칼의 동료라면 그 보고서를 읽고도 구출 작전을 감행하겠어요?"

"일단 먼저, 저는 포기를 모르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무당입니다. 귀찮아서 잘 안 움직일 뿐이지, 작정하고 하는 일은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이지요. 그런 제가 보기에도 이건 안 됩니다. 기름통을 들고 불 속으로 다이빙하는 것과 똑같지요. 저는 당연히 포기합니다."

"놈들은 비상식적인 능력의 소유자예요.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구출을 시도하지 않을까요?"

유달은 짐짓 삐친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진장 섭섭하군요. 미란 씨… 저는, 이 세상 저세상 모든 영험함을 타고난 인류 최강의 무당입니다. 제가 안 되면, 다 안 되는 겁니다. 예외라는 건 있을 수 없지요."

"저는 자칼의 능력을 경험했어요. 그놈이 손바닥을 뻗고 말하는 순간,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없었죠."

"그놈들의 능력을 경계하는 건 좋은 자세입니다. 대부분은 믿지 않아서 당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닙니다. 그들의 능력은 특정한 조건 내에서만 발휘되는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벌써~ 세상을 점령했겠죠."

유달이 말하는 사이,

위용위용 위~잉.

맞은 편에서 다가오던 경찰차 한 대가 빠르게 장미란의 차량 옆을 지나갔다.

휘이익.

곧이어 검은 승용차 한 대도 경찰차를 추격하듯 빠르게 지나쳤다.

사이렌 소리가 멀어지자 장미란이 입을 열었다.

"부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제가 궁금해서 묻는 건데, 만약 유달 씨라면 어떤 식으로 자칼의 구출을 시도할 거예요?"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포기합니다. 성공 가능성이 없다니까요?"

"성공 가능성 무시하고요.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해 봐요.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성공하면 큰 상품을 받고요, 실패해도 패널티는 없고요. 어떤 식으로 시도할 거예요?"

"호~ 게임이란 말이지요……."

유달은 호기심이 동해서 손에 든 문서를 자세히 살폈다.

그러나 게임이라 가정해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어렵네요. 언제까지 답해야 하는 시간 제한 있습니까?"

"부대까지 2, 3분이면 도착할 것 같아요. 그때까지 시도조차 못 하면 시간 초과로 끝이지요."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어요. 게임이든 뭐든, 저는 절대 지는 걸 용납하지 못합니다. 누구도 생각 못 한 획기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유달의 고심은 깊어지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장미란이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며 말했다.

"결국엔 포기인가요? 저기 보이는 곳이 자칼이 갇혀 있는 부대예요."

"아니요! 생각났습니다. 아직 게임 끝 아닙니다."

장미란이 차를 갓길에 세우고 물었다.

"좋아요, 어떤 식으로 공략할 건가요?"

"저라면 먼저 군부대 입구에서 소란을 떨겠습니다."

"왜요?"

유달은 승리를 자신하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칼이 있는 곳까지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느냐입니다. 그다음에 능력을 써서 자칼을 탈출시키는 것이죠. 만약 제가 저 입구에서 소란을 떨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를 수상히 여긴 군인들이 저는 자칼이 있는 감옥에 가둘 것 아닙니까? 그러면 1단계는 성공하는 것이죠. 우하하하~."

"땡!"

장미란은 탈락을 알리는 실로폰 소리를 흉내 냈다.

"헐, 왜요?"

유달은 진심으로 화를 내는 표정이다.

이에 장미란이 차분한 목소리로 탈락한 이유를 말했다.

"저기서 소란을 벌인다고 해도, 안으로 사람을 들이지 않아요. 경찰이 와서 데려가는 것으로 실행 계획이 짜여 있어요. 유달 씨가 중요하게 여겼던 자칼과 거리가 더욱 멀어지는 거지요."

"그런 꼼수가… 이건 무효로 하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시간이 너무 촉박했단 말입니다."

"뭐, 그러지요."

유달이 또다시 머리를 굴리는 때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핸즈프리를 연결한 장미란의 휴대폰이 울렸다.

틱.

"네, 이 검사님. 저희 방금 도착했어요."

-부대 입구에서 약간의 소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떤 소란이요?"

-술 취한 남녀가 부대 내부를 구경하고 싶다고 소리치며 행패까지 부렸다고 하더군요.

"!"

수상함을 직감한 장미란이 다급히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요?"

-규정대로 경찰을 불러 데려가게 했다는군요. 그쪽에선 모든 조치를 마치고 저한테 연락한 겁니다.

"소란을 피웠던 남녀의 인상착의를 알 수 있을까요?"

-그게 좀 이상하더군요. 경찰에게 그들을 인계한 위병소 군인들은 그냥 남녀라는 말만 할 뿐, 정확한 인상착의를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알았어요, 검사님!"

끼이이익~.

장미란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급히 핸들을 틀었다.

"유달 씨, 아까 봤던 그 경찰차 같은데요?"

뒷자리의 유달은 측면으로 몸이 쏠린 상태로 대답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바로 쫓아가면 잡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힘들 겁니다. 그놈들은 순순히 경찰서에 갈 마음이 없습니다. 중간에 경찰차를 멈추게 하고 도망쳤을 겁니다."

"제가 염려하는 것도 그거예요. 경찰차에 타고 있던 경관들이 위험할 수도 있잖아요."

장미란은 반대 차선으로 자동차를 완전히 돌렸다.

그러고는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속도를 높이며 질주했다.

부아아앙~!

* * *

늦은 밤.

차가 다니는 길어서 벗어난 공터.

경찰차가 한 대가 문이 열린 채 멈춰 있다.

앞자리의 두 경찰은 비몽사몽인 듯 멍한 상태.

제시카가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경찰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네가 본 것은 금발의 외국인이 아니야. 키가 매우 작은 한국인 남녀였어. 그들이 군부대 입구에서 소란을 부렸고,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 때문에 도망치게 된 거야. 내 말 알아들었지?"

운전석의 경찰은 천천히 고개를 끄떡였다.

이어 그녀는 조수석에 있는 경찰에게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차에서 떨어져 있는 테일러가 제시카에게 물었다.

"최면은 잘 먹혔어?"

"한국의 군인과 경찰은 영어를 잘해서 다행이야. 우리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을 쫓게 될 거야."

"그래도 모르니, 서둘러 떠나는 게 좋겠어."

"아무리 급해도 할 건 하고 떠나야지."

제시카는 경찰에게 압수당했던 칼을 손에 들었다.

등산이나 낚시 등에 쓰이는 잭나이프였다.

"제시카 제발……."

테일러가 만류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소용없었다.

푸욱.

제시카는 운전석 경찰의 입을 막고, 잭나이프로 그의 허벅지를 난도질했다.

그녀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경찰에게도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

제시카는 양손이 피범벅 되어 테일러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매우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힘을 쓴 다음에는 피를 봐야지 마기가 보충된다고."

"제시카, 그거 정신병이야. 피를 보는 것과 마기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무슨 상관이야."

그들은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검은 승용차로 향했다.

서둘러 차에서 나온 김정배가 깍듯이 인사하며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테일러가 뒷자리 문을 열며 대답했다.

"가까운 고깃집으로 최대한 빨리."

"고, 고깃집이요?"

테일러가 인상을 쓰며 대꾸했다.

"최대한 빨리라는 말, 못 들었어?"

"아, 알겠습니다."

김정배는 재빨리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테일러와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제시카가 불평하듯 물었다.

"너야말로 정신병 아니야? 힘을 쓰고 난 뒤에 왜 고기를 먹는 건데. 우리 밥 먹은 지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나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어. 힘을 써서 부족해진 에너지를 보충하는 거라고."

부르릉.

김정배는 차를 몰아 경찰차가 숨겨져 있는 현장을 벗어났다.

* * *

제시카와 테일러가 탄 차량이 떠나고 잠시 후.

끼이이익~

장미란이 급하게 차를 멈췄다.

덜컹, 덜컹.

장미란과 유달은 서둘러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유달 씨, 어디요?"

"저기요! 분명히 차 모양 비슷한 게 보였습니다."

유달은 나무 사이에 가려진 공터를 가리키며 서둘러 뛰어갔다.

곧이어 그들은 제시카가 저지른 광경을 마주했다.

"제가 지혈하겠습니다. 미란 씨는 119 부르세요."

"알았어요."

그들은 발 빠르게 행동했다.

장미란은 신고를 마치고, 지혈하는 유달을 도왔다.

그들의 빠른 응급 처치 덕분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장미란이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조수석의 경찰에게 물었다.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조수석의 경찰이 힘겨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키가 매우 작은 한국인 남녀였어요… 그들이 군부대 입구에서 소란을 부렸고… 갑작스러운 사고가 나서 도망친 겁니다."

장미란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하네요? 위병소의 군인들은 기억이 온전치 않다고 했어요. 그런데 왜 경찰에게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요? 자신들의 신분이 들통날 텐데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방금 말한 경찰의 상태도 이상하고요."

이에 장미란에 유달에게 자동차 키를 내밀었다.

"제 차를 타고 놈들을 추격해요. 누구 하나는 여기 남아야 하는데, 저도 그놈들한테 당할 가능성이 있잖아요. 어서요? 아직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예요."

"노, 노, 노, 노! 제가 무면허인 거 모릅니까? 그리 급하게 서두를 것 없습니다. 119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놈들의 정체를 밝혀 보죠."

유달은 공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찾는지 뻔한 상황.

유달은 그들의 차가 세워진 도롯가에서 원하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안녕~ 왜 여기 숨어 있는 거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의 영혼이다.

"아주 무서운 놈들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어떤 놈들인지 나한테 말해 줄 수 있어? 외국인? 영어로 말하는 걸 다 알아들었다고? 우리 귀염둥이 천잰데?"

잠시 후.

여중생 영혼과 대화를 나눴던 유달이 장미란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어떤 놈들인지 알아냈어요?"

"물론이지요. 켄달 옹과 함께 우리 카페도 왔었지요. 목에 문신이 있었던 외국인 연놈들이었습니다."

"어디로 갔다고 하던가요?"

"하하하, 고깃집으로 갔답니다."

"예?"

장미란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그 연놈들이 이런 짓을 벌이고, 고기 처먹으러 갔다고 합니다. 만나게 되면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리고 싶군요."

* * *

남태령의 인근의 대형 숯불 갈빗집.

테일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정신없이 구워지는 고기를 먹어 댔다.

밥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제시카도 한 점 먹어보더니, 맛있다며 연신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들의 엄청난 먹성 때문에 고기를 굽는 김정배의 손길도 덩달아 바빠졌는데,

"어우, 드디어 찾았어."

"!"

깜짝 놀란 그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유달과 장미란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는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곧이어 유달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합석 콜? 싫으면 바로 저세상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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