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115화 (115/183)

115화. 성령의 강림

이것은 꿈인가……?

징벌방을 지키는 신도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눈 비비고 다시 봐도 변하는 건 없다.

후광이 찬란한 김봉기의 의연한 모습.

고운 자태의 천사들은 유연하게 날갯짓하며 징벌방을 날아다녔다.

이는 성령의 강림이 분명했다.

징벌방을 지키는 신도가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목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더니 이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교주님을 향한 저의 진심이 통한 것이지요."

"저, 저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성령이 강림하였음을 모두에게 보여 줘야 합니다. 어서 문을 여십시오. 이태민 형제님."

"알겠습니다."

서둘러 문을 열려 했던 이태민이 멈칫했다.

어떤 경우에도 김봉기를 풀어 주지 말라는 권 집사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김봉기가 준엄하게 꾸짖었다.

"무엇을 망설이는 겁니까? 성령이 강림하는 기적보다 권 집사의 명령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겁니다. 어서 문을 여십시오!"

"죄, 죄송합니다. 목사님. 제가 잠시 성령의 기적을 의심하였습니다."

철컹.

끼이익.

이태민이 징벌방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기봉의 후광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천사들이 바로 눈앞에서 날아다녔다.

그는 경외감에 물든 표정으로 살며시 손을 뻗었다.

조각 같은 얼굴의 금발 머리 천사가 반응했다.

그는 허공에서 이태민이 내민 손을 장난치듯 매만졌다.

빛이 통화하듯 아무런 감촉도 없었지만, 성령의 기운이 전해짐이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감격에 젖어 있는 그에게 김봉기가 말했다.

"이제 바닥에 누워 있는 형제님의 쇠사슬을 풀어 주십시오. 빨리요."

이태민은 억지웃음을 짓고 유달을 내려보며 대답했다.

"이 사람은 안 됩니다. 마귀에 들려 신도님들을 폭행한 아주 위험한 놈입니다. 몸이 자유롭게 되는 순간, 목사님에게 덤벼들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악귀 들렸던 유달 형제님은 성령의 감화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교주님의 충실한 종으로 살아가기로 저와 약속하였습니다."

유달이 맞장구치며 대꾸했다.

"저는 목사님의 기적을 보고 감화되었습니다. 교주님의 충실한 종이 되어 살겠습니다."

그래도 못 미더운지 그는 김봉기를 다시 바라보았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유달 형제님은 교주님의 종으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성령의 기적을 믿으십시오."

이태민은 그제야 유달의 쇠사슬을 풀어줬다.

철컥, 철컥.

손과 발이 자유롭게 된 유달은 세상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뻐근한 몸을 풀고, 이태민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치려 했는데, 화악.

그가 뒤돌아보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유달은 번쩍 추켜든 손으로 하늘에 떠 있는 천사들과 가위바위보를 했다.

김봉기가 이태민에게 물었다.

"권 집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예배당에 있습니다. 모든 신도가 모여서 축원 기도회를 드리고 있습니다."

"잘됐군요. 우리도 예배당으로 갑시다."

김봉기가 앞장서라는 손짓을 했다.

이에 이태민은 고개를 조아리며 앞장서 걸었다.

그 뒤를 김봉기와 유달이 따랐고, 허공을 날아다니는 천사들도 그들과 함께 징벌방에서 나왔다.

* * *

기도원 건물 1층.

열성적인 기도 소리가 함성처럼 울리는 예배당.

권 집사는 신도들이 모여 있는 중앙에서 동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제일 구석진 곳에서 밀항선의 공 선장과 대화를 나눴다.

공 선장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쟁터도 이보다는 조용할 것 같군요. 왜 하필 이런 곳에서 보자고 하셨습니까?"

"당신에게 밀항을 맡길 신도분이 원합니다. 그녀가 타고 갈 배의 선원들도 기도를 받게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공 선장의 안색이 굳어졌다.

"단지 그것뿐이면, 일어나겠습니다. 저는 하나님과 별로 친하지 않아서요."

"앉으세요."

권 집사가 그를 만류하며 말했다.

"긴히 부탁할 게 있습니다. 제가 말한 금액에서 두 배를 더 드리지요."

"오늘은 제가 수지맞는 날인가 봅니다. 말씀하십시오, 금액에 맡는 일이라면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

권 집사는 한층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신도를 무사히 밀항시키면 처음 제시한 금액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신도가 무사히 도착하여 다시는 이 땅을 밟을 수 없다면 두 배의 받을 수 있어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밀항에는 아이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셨는데……."

"별것도 아닌 것에 신경 쓰는 겁니까? 못하겠다면 미리 말씀하세요."

"그럴 리 있나요. 부족한 금액이 아니니, 당연히 해 드려야지요."

"반드시 명심할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정보입니다. 무사히 도착한 후에 알려 주기로 했으니, 그것을 확보하면 두 번째 일을 진행하세요."

"혹이 하나 더 붙었지만, 저번하고 똑같은 것 아닙니까?"

"그런가요?"

권 집사는 모르는 척 되물었다.

"저번처럼 완벽하게 처리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이 전투 같은 기도는 언제 끝납니까?"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세요. 마지막 기도가 될 것이니 충분한 시간을 줘야겠지요."

권 집사가 예배당 맨 앞자리를 바라보았다.

이유진이 어린아이와 함께 앉아 있다.

그녀는 아무 근심도 없는 행복한 표정이고, 아이는 피곤한지 예배당 의자에 누워 잠들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권 집사의 얼굴에 의미의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질 때다.

덜컹.

예배당 문이 열리며, 김봉기와 유달이 들어왔다.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신도들은 누가 들어왔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 상황.

권 집사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누가 김 목사를 풀어준 겁니까! 저자는 교주님의 명을 어긴 배신자입니다. 당장 잡아서 징벌방에 가두세요!"

기도를 멈추고, 고개 돌린 신도들은 깜짝 놀랐다.

김봉기의 등 뒤에서 퍼져 나오는 후광 때문이다.

그들은 그 찬란한 모습을 성령의 강림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목사님께서 성령을 받으셨군요!"

신도들은 김봉기 앞에 무릎 꿇고, 열렬히 기도했다.

그들이 그토록 바랐던 선지자가 강림한 듯 감격을 주체 못 하는 반응이다.

권 집사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현혹되지 마십시오! 저것은 김 목사의 속임수입니다. 절대로 속으면 안 됩니다. 하늘교의 신도들은 교주님의 말씀만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이에 김봉기는 열광하는 신도들을 진정시켰다.

그러고는 권 집사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당신의 눈에는 이것이 눈속임으로 보인단 말입니까?"

"흥, 어디서 뻔한 수작을 부리는 겁니까? 특수한 장치를 이용하여 속임수 쓰는 거 아닙니까? 드디어 사기꾼의 본색을 드러내는군요."

그녀가 억지로 꾸며 낸 말이 아니다.

실제로 특수 조명 장치를 사용해 성령이 강림했다고 사기 치는 교회가 있었다.

"권 집사님의 믿음은 너무도 편향되었군요. 그렇다면 제가 또 다른 성령의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봉기는 만세 부르듯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순간, 하얀 옷을 입은 천사들이 활짝 열린 예배당 문을 통해 날아서 들어왔다.

"주여~."

일시에 터지는 경탄의 소리.

신도들은 물속에서 헤엄치듯 허공을 유영하는 천사들의 모습을 넋 놓고 바라봤다.

김봉기가 권 집사에게 다시 물었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지금 당신 눈에 보이는 천사들의 모습은 어떤 속임수입니까?"

"……."

권 집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김봉기가 천천히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예배 때마다 설교했던 단상 위에 올랐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 성령이 강림하였음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신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이에 김봉기는 설교하듯 주렁주렁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저는 교주님을 배신했다는 누명을 쓰고 징벌방에 갇히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 처참한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간절히 기도했고, 하나님은 성령을 답을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이 은총이 있었기에 저는 다시 이 자리에……."

유달은 김봉기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그의 말이 쓸데없는 길어지자, 조용히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서두르십시오. 천사들이 본색을 드러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맛에 사이비 교주를 하나 봅니다. 제가 정말 신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열광적인 신도들의 반응은, 불 속으로 뛰어들라 해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유달의 눈총 때문에 작전대로 해야 했다.

"신도 여러분, 성령이 강림하는 여기가 바로 천국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성령의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성령에 감화를 받은 유달 형제님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 줄 것입니다."

김기봉은 유달을 소개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맨 앞자리에 잠들어 있는 아이 곁에 바싹 붙어 앉았다. 곧이어 벌어질 끔찍한 소동에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짝짝짝짝짝.

유달은 박수를 받으며 설교대 앞에 섰다.

김봉기가 새로운 세상을 보여 준다고 소개했기에 신도들은 엄청나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유달은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유달입니다."

이어 그는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심장 약하신 분은 미리 말씀하십시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다 주님 곁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유달은 좌중을 쭉 한번 살폈다.

"다행히 없는 모양이군요… 그럼 바로 시작해도 되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곳이 천당이라 생각하시나요? 천만에요!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세상 이치입니다. 여러분들은 천당을 구경할 자격이 없습니다."

기대에 찼던 신도들이 술렁거렸다.

유달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부었다.

"내 장담하는데,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은 지옥으로 떨어질 겁니다. 하나님 아무리 찾아도 소용없어요.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죠. 당신들의 잘못된 믿음 때문에 희생당한 원혼들이 바로 위에 있습니다."

신도들의 눈에는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천사들의 모습만 보일뿐이다.

"마음 단단히 먹고, 원망은 당신들의 교주에게 하십시오. 이제부터 지옥이 시작됩니다!"

유달이 악담이 끝나는 순간이다.

"끄아아악!"

"으아악~!"

놀라 자빠지는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예배당 안을 날아다니던 천사들이 악귀의 형상으로 변하며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화악~.

그 모습은 너무도 흉측하여 신도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급급했다.

몇몇 신도들이 간절히 기도했지만, 소용없다.

악귀의 형상으로 변한 원혼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작정 달려들어 덮쳤다.

예배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처절한 비명과 애타는 고함이 난무하고, 원귀들을 피해 도망치다 넘어져서 크게 다치는 이들이 속출하고, 두려움을 감당 못 해서 기절하는 신도들도 있었다.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밀항선 선장의 대처가 그나마 빨랐다.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공 선장은 포복으로 출입문까지 기어갔다.

"시팔~ 이게 뭐야……."

그는 한시라도 빨리 예배당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지옥에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천사들이 악령으로 변하는 순간, 경기를 일으키듯 놀라서 오줌 지릴 뻔했다.

마침내 출입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예배당 문을 열었는데,

덜컹.

"!"

공 선장은 문을 연 상태로 얼어 버렸다.

예배당 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수의 원혼이 문밖에 모여 있었다.

"제, 젠장할……."

그 모습이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웠던지, 공 선장은 진짜로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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