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113화 (113/183)

113화. 탈출

장미란의 귀에도 수상한 발소리가 들렸다.

쾅.

거칠게 문이 열리고.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목회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기도원이 있는 남자 신도들이다.

김봉기가 그들을 노려보며 꾸짖어 소리쳤다.

"누가 함부로 들어오라 허락한 겁니까? 담임 목사인 내가 우습게 여겨집니까?"

순간, 남자 신도들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동요하는 빛을 보이는 그들에게 권 집사가 말했다.

"그냥 있으세요. 이건 교주님의 뜻입니다."

김봉기가 지지 않고 반박했다.

"여기 책임자는 바로 납니다. 권 집사는 단지 기도원을 관리하는 사람일 뿐임을 모릅니까?"

"제가 교주님의 복심임은 모두가 알고 있지요. 김 목사님은 지금 교주님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권 집사야말로 교회를 망치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벌이는 짓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 봤습니까?"

"저는 교주님의 뜻에 따를 뿐입니다. 그것에 의문을 품는다는 것 자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들은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며 힘겨루기하는 양상이다.

목사인 김봉기가 신분은 높았지만, 권 집사에게 밀리는 분위기였다.

유달과 장미란은 출입문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다.

유달이 목과 허리, 무릎 등의 관절을 풀며 말했다.

"미란 씨와 저라면, 간단히 제압하고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젊은 놈들은 제가 맡지요. 나이 든 분들은 미란 씨의 처리 부탁드립니다."

"제 실력이 아직도 못 미덥나요? 상대하기 수월한 신도들을 저한테 떠넘기네요."

"배려 차원이 아닙니다."

"그러면요?"

유달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제가 동방예의지국의 무당 아닙니까?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라도, 나이 처먹으신 분들을 때리기가 그렇습니다. 제가 어른 공경의 마음이 철저한 편이라서요."

장미란이 가볍게 몸을 풀며 대꾸했다.

"저는 어른 공경의 마음이 없다는 말인가요?"

"미란 씨는 외국 생활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습니까? 어른들에게도 반발 찍찍 해 대는 문화지요. 저보다는 거리끼는 마음이 훨씬 덜할 거란 말이지요."

"좋아요, 그렇게 하죠. 하지만 제가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이 부족한 게 아니에요. 범죄를 저지르거나 옹호하는 인간들은, 나이 상관없이 똑같은 처벌을 받아야 해요."

"바로 그겁니다. 지금 이 순간, 꼭 필요한 마음 자세이지요."

그들이 합의를 마침과 동시에, 기도원 목사와 집사의 힘겨루기 싸움도 끝났다.

권 집사가 남자 신도들에게 명령했다.

"어서 담당 목사님을 끌어내세요."

"알겠습니다, 권 집사님."

예상대로 권 집사의 완승이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건장한 체격의 신도 두 명이 김봉기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나는 담임 목사입니다. 당신들은 하나님이 두렵지 않습니까!"

김봉기가 강하게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건장한 체격의 신도들은 그를 바로 제압하여 문밖으로 끌고 갔다.

김봉기가 악착같이 소리쳤다.

"권 집사, 제발 정신 차려! 이건 모두를 망하게 하는 짓이야! 교주님께서 판단을 잘못하신 거라고. 아직 늦지 않았어. 우리가 바로잡을 수 있다고!"

권 집사가 인상 쓰며 말했다.

"시끄럽군요."

신도 한 명이 재빨리 문을 닫았다.

쿵.

이어 권 집사가 장미란과 유달을 노려보았다.

"당신들 때문에 교주님의 심기가 많이 불편하십니다. 그 죄는 하나님을 모독한 것과 똑같습니다."

유달이 앞으로 나서며 대꾸했다.

"나는 그쪽들의 무개념 때문에 빡친 상태야. 그쪽 신도가 아이를 유괴하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그런데 잘못했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커녕, 이를 밝히러 온 우리까지 입막음하시겠다? 그 엄청난 죄를 어떻게 다 감당할 거야?"

권 집사는 긴 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순순히 결박당할 겁니까? 강제적으로 묶여서 끌려나갈 건가요?"

"우리는 3번을 선택하겠어. 당신들을 모두 때려눕히고 여기서 탈출할 거야."

권 집사가 처음으로 웃었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그녀는 어처구니없다는 실소를 터트리며 명령했다.

"버릇없는 놈들이니, 단단히 묶어서 끌고 가세요."

"알겠습니다. 권 집사님."

굳은 표정의 남자 신도들이 다가왔다.

이에 유달이 경계하여 말했다.

"기도만 열심히 하는 신도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행동하며, 결박용 밧줄과 수갑까지 차고 있었다.

가장 덩치 좋은 신도가 맨 먼저 달려드는 순간.

퍽.

유달의 발차기가 상대의 가슴 부근에 적중했다.

큰 예비 동작 없이 축구공을 차듯, 앞으로 발을 뻗었다가 이내 거둬들였다.

힘은 없지만, 정확히 상대의 명치를 가격했다.

풀썩.

배를 잡고 고꾸라지진 신도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순간, 남자 신도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들은 벌어졌던 거리를 좁히며 눈빛을 교환했다.

이럴 때를 대비한 작전이 있는 모양이다.

남자 신도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달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꺼번에 달려들어 유달을 넘어트리겠다는 의도다.

보통 사람이라면 머릿수에서 밀려, 바로 잡혀서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유달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마물들과 싸워야 했던 존재.

민첩함이 남다르다.

사삭.

유달은 자신의 옷을 붙잡고 매달리려는 젊은 신도의 손길을 신속히 피해 냈다.

그러고는 팔꿈치로 턱을 가격했다.

빠각.

젊은 신도는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엎어졌다.

부웅, 부웅.

그다음 신도는 주먹을 크게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유달은 헛손질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복싱의 잽처럼 가볍게 주먹을 날렸다.

퍽.

"크윽……."

얼굴을 가격당한 이는 순간적으로 멈춰섰다.

이는 유달의 노림수.

곧이어 체중을 온전히 실은 유달의 강력한 옆차기가 그의 배에 작렬했다.

퍼억!

엄청난 파괴력을 느낄 수 있는 타격음.

"크아악!"

엄청난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처절한 비명.

옆차기에 배를 가격당한 이는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며 뒤로 날아갔다.

혼자만 뒤로 넘어지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신도들까지 줄줄이 뒤엉켜 넘어져다.

유달의 압도적인 무력에도 신도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또 다른 이가 소리 지르며 달려들었다.

"주여~!"

"왜 여기서 주님을 찾아……."

유달은 짜증이 팍 나는 반응이다.

플라잉니킥으로 안면을 뭉개 버리려고 했는데, 나이가 많은 신도였다.

"패스!"

유달은 그의 멱살을 잡아서 뒤로 넘겼다.

이에 장미란은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이든 신도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빠악.

장미란의 ‘펀치 파워’는 웬만한 남자를 능가했다.

관자놀이를 제대로 가격당한 신도는 휘청거리다 이내 쓰러졌다.

권 집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엇 하는 것입니까! 성령이 그대들을 보호합니다. 교주님을 욕보이는 이단 악귀들을 어서 처단하세요!"

권 집사의 호통과 함께 목회실의 한바탕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 * *

귀도의 마을은 신앙 공동체다.

원래부터 터를 잡고 살던 가구는, 유일한 민박집을 포함하여 얼마 남지 않았다.

대부분이 하늘교의 신도이며, 외딴섬에 자청하여 들어올 정도로 열렬한 신자들이다.

섬 뒤편에 신도들의 성금으로 건립된 기도원.

신앙심을 높이기 위한 조용한 곳이었는데, 어제부터 분위기가 수상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신도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기도원 목회자들이 긴급회의를 했고, 어떤 경우에도 교주님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목회실이 있는 기도원 건물.

몇몇 신도들이 소란스러움에 이끌려 1층으로 내려왔다.

그들이 맨 처음 본 것은, 체포당하듯 끌려가는 주임 목사였다.

김봉기가 깜짝 놀라는 신도들에게 소리쳤다.

"권 집사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 교단을 통째로 말아먹을 짓을 하고 있습니다. 권 집사는 미쳤어요! 모든 신도가 들고일어나… 읍!"

그를 끌고 가던 건장한 체격의 젊은 신도가 입을 틀어막았다.

출입문 주변을 서성이던 여신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목사님의 말을 믿지 마십시오. 마귀에게 현혹되어 제정신이 아닙니다."

"마, 마귀라니요?"

"지금 목회실에 행패를 부리는 마귀가 있습니다. 권 집사님이 나섰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제자매님들은 어제 내려진 지침대로 하면 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교주님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건장한 체격의 신도는 심하게 발버둥 치는 김봉기를 건물 밖으로 끌고 나갔다.

1층에 있는 신도들은 우려의 시선으로 목회실 통로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떤 마귀가 행패를 부리는지, 목회실의 소란스러움이 더욱 커졌다.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그들의 염려가 극에 달했을 때다.

쾅~!

목회실 문이 박살 났다.

곧이어 유달과 장미란인 목회실 안에서 튀어나왔다.

화들짝 놀란 신도들 더욱 열심히 기도했다.

유달이 앞장서서 도망쳤다.

"이쪽입니다!"

장미란은 뒤처지지 않고, 그의 뒤에 바싹 붙어서 내달리는 상황.

기도원 1층에 있던 신도들이 다급히 소리쳤다.

"마귀다, 마귀!"

"두려워하지 말고, 마귀를 잡읍시다!"

일반 신도들이 합세하여 그들을 잡으려 달려들고, 밖으로 통하는 출입문을 막아섰다.

유달은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했는데, 나이 든 아주머니들이 너무 많다.

"패스, 패스, 패스, 패스!"

유달이 뒤로 빠지고, 장미란이 앞장섰다.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일반 신도들을 넘어트리며 길을 뚫었다.

출입구를 막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미식축구의 태클처럼 밀쳐 냈다.

장미란의 자비 없는 행동 덕분에, 그들은 무사히 기도원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유달과 장미란은 가까운 담을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장미란이 혼자 넘기에는 너무 높은 담이다.

"제가 밑에서 받쳐 줄 테니, 먼저 넘으십시오."

"아니요, 유달 씨 먼저 넘으세요."

"그럼, 미란 씨가 나중에 혼자 못 넘어옵니다."

"저는 여기에 남을 생각이에요."

"왜요?"

"저자들이 유괴한 아이를 어찌할지 걱정되네요. 제가 저들에게 잡힌 상태로 설득해 보려고요."

"저도 남을까요?"

"아니요, 한 명은 바깥에 있어야, 저들도 함부로 행동을 못 할 거예요."

"그렇다면 제가 남겠습니다.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가 남아 있는 게 낫습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지요."

그들이 높이 솟은 담장 앞에 도착했다.

유달은 담장 밑에서 양손을 깍지끼고 대기했고,

장미란이 달려와서 유달의 깍지낀 손을 도움닫기 삼아 장담 위로 뛰어올랐다.

담장 위에 몸을 걸친 장미란이 말했다.

"조심해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사이비 종교 박살 전문가 아닙니까. 조심은, 기도원 사람들이 해야지요."

이에 장미란은 안심하고 담을 넘었고, 기도원의 신도들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유달은 순순히 잡히지 않았다.

민첩한 몸놀림으로 운동장에 있는 신도들 사이를 여유롭게 빠져나갔다.

그러고는 필사적으로 쫓아오는 주렁주렁 달고, 기도원 내의 모든 건물을 들락날락했다.

유달은 체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가 되어서야 도주를 포기했다.

"항복!"

유달은 양손을 번쩍 추켜들었다.

그를 쫓던 기도원 신도들은 완전히 탈진 상태…….

유달은 순순히 잡히겠다면 손을 모아 내밀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약이 바싹 오른 그들은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오더니, 일시에 몸을 날려 유달을 깔아뭉갰다.

* * *

어둠침침한 내부.

유달은 손발이 묶인 채로 누워 있었다.

크게 다쳐서 정신을 잃은 건 아니다.

드르렁, 드르렁…….

유달이 코 고는 소리가 작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함께 잡혀 있는 김봉기가 그를 깨웠다.

"이제 일어나시지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그리 잠을 편하게 자는 겁니까?"

유달이 눈을 뜨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어제 늦게까지 고스톱을 치다가……."

김봉기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위기의식이 없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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