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91화 (91/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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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공격

송보름이 차분히 설명하려 했다.

“그러니까요, 제가 사장님 몰래 귀신을 처리하러 B동으로 갔는데요, 문을 여는 순간…….”

“잠깐만. 너 입술이 왜 그래? 나한테 맞아서 부은 거야?”

“괜찮아요. 엎드려 자다가 눌린 거예요.”

“아무리 악령이 쓰였다고 해도 그렇지, 내가 어떻게 너를 때릴 수가 있지?”

“때린 게 아니라 얼굴 잡고 누른 거예요.”

“내 힘이 워낙 세잖아. 어디 아픈 데 없어? 눈은 괜찮은 거지? 코도 괜찮고…….”

유달은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 송보름의 얼굴을 주물렀다.

“사장님, 새삼스럽게 왜 그래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제 목을 돌려 놨잖아요.”

“그런 어쩔 수 없는 정당방위였어. 그리고 정확히 따지면 내가 아니라 내 몸신이 그런 거지.”

“나도 알아요. 아빠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할게요.”

“고마워.”

유달은 잽싸게 손을 거둬들이고,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주인아줌마하고 B동으로 가서 문을 여는 순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지박령쯤으로 예상했는데, 웬 걸요? 마물과 악령들의 소굴을 열어 버린 거예요. 그렇게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악령은 처음이었어요. 순식간에 제 몸을 차지해 버렸죠. 그다음은 저도 의식을 잃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 * *

유달의 기억이 끊어진 날.

“까아악~!”

“뭐야?”

유달은 송보름의 비명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그는 휘청거리다 주저앉았다.

술기운이 한꺼번에 올라온 것이다.

이를 본 강성호가 움직이려 했다.

“제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탁.

유달은 그의 팔을 다급히 붙잡았다.

“엄청나게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져… 혹시 모르니까 꼬마 곁을 잘 지켜.”

“알겠습니다. 사장님.”

강성호는 꼬마 곁에 앉아 어깨를 감싸 안았다.

주인 남자의 상태도 과히 좋지 않다.

“여보, 미안해… 푸우~ 나 만나서 정말 고생이 많지.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반드시 호강시켜 줄게… 그러니까 술 좀 더 사 와… 푸우~.”

유달은 술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양손으로 눈과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우, 씨… 더 어지러워!”

하지만 세상이 빙빙 돌고,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었다.

잠시 후.

손님용 B동 건물이 있는 곳에서 주인 여자가 뛰어왔다.

그녀는 반쯤 정신이 나간 모습이다.

“크, 크, 크, 큰일 났어요! 보름이가 귀신한테 잡아 먹혔어요. 사장님은 아주 용한 무당이라고 들었어요. 어서 빨리 보름이를 구해 줘요! 어서요!”

그녀는 무작정 유달의 팔을 잡아끌었다.

유달은 누구보다 그러고 싶지만, 성급히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술기운을 감당 못 하고 쓰러져 의식을 잃으면, 정말 끝장이었다.

“아이고, 정신 사나워. 성호야…….”

그는 유달이 부르는 이유를 대번에 알아차렸다.

“아주머니, 고정하시고 가족들과 함께 있으세요. 우리 사장님이 알아서 해결하실 겁니다. 지금 이러시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강성호는 간신히 주인 여자를 진정시켰다.

예상치 못한 난리에 먼저 숙소로 들어갔던 장미란도 다시 나왔다.

“무슨 일이죠?”

유달이 술 취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제 휴가에 불운한 일이 닥쳤지요. 까마귀 새끼가 헤딩할 때 알아봤습니다.”

“어우, 술 냄새… 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

“저도 모릅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보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은데 어떡하죠.”

“어떡하긴요? 반드시 구해야지요. 머리 앞으로!”

유달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숙였다.

“차가워도 참아요.”

장미란은 야외 탁자 위에 있던 생수를 유달의 머리에 부었다. 꽁꽁 얼렸던 얼음이 녹은 물이라 살을 에는 냉기를 품고 있었다.

“하으! 어러러러러러러.”

유달은 순간적으로 움츠리며 알 수 없는 비명을 발했다.

“그만할까요?”

“아니요, 계속 부어 주십시오.”

장미란은 탁자에 있는 물을 모두 유달의 머리에 부었다.

곧이어 유달은 물기가 흥건한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짜듯 닦아 내며 고개를 들었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드네요.”

그는 한결 나아진 듯 혼자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술이 완전히 깬 것 아니다.

그는 한 발짝도 내밀지 못하고, 휘청이며 도움을 청했다.

“제 손 좀 잡아 주세요.”

장미란 재빨리 유달을 부축했다.

“정말 괜찮겠어요?”

“괜찮지 않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빨리 보름이를 찾으러 가야지요.”

“잠시만이요. 저기 보름이 아니에요?”

장미란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어두움 밤이라 형체가 확실치는 않다.

하지만 펜션의 손님은 굿 카페 식구밖에 없기에 송보름이 아닐 수 없다.

장미란이 목청을 높여서 물었다.

“보름아, 괜찮은 거니?”

그녀는 아무 대답 없이 다가왔다.

“보름아? 너 왜 그러니?”

펜션 앞마당 불빛에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섬뜩할 정도로 살기 어린 눈빛에 공격적인 표정이다.

유달이 주의하라는 음성으로 말했다.

“보름이는 지금 악령에게 지배당한 상태입니다. 그래 봤자 여고생의 몸이라고 얕보면 큰일 납니다. 악령이 붙으면 체격하고는 상관없이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요.”

“어떡하면 돼요?”

“일단은 그냥 지켜보십시오. 저놈은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라 여겨지는 저를 공격할 겁니다. 제가 신호하면 보름이를 꽉 붙잡아 악령을 빼낼 수 있게 도와주시면 됩니다.”

송보름이 다가오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곧이어 그녀는 괴성을 지르며 유달에게 달려들었다.

“카아악!”

유달은 피하지 않고, 송보름이 자신의 목을 잡고 조르게 그냥 두었다.

유달은 있는 힘껏 목에 힘을 주고 버텼다.

극심한 고통을 참아 내며 목을 조르는 송보름을 노려보았다.

“너희들은 이제 악령 인생 종 쳤어. 감히 내 애제자의 몸을 탐하고, 내 신성한 휴가까지 방해하고…….”

사납게 얼굴이 일그러진 유달이 오른손을 번쩍 추켜들었다.

“대체 네놈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감히 나한테 대드는 것이냐!”

짝!

유달이 송보름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었다.

순간, 악령 들린 송보름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크아악! 크아아악~.”

-치이이익~.

유달의 손에선 하얀 연기가 치솟았고, 송보름은 격하게 고개를 흔들어 댔다.

이에 그는 더욱 세게 그녀의 얼굴을 짓누르며 장미란에게 말했다.

“지금입니다. 꽉 잡으세요!”

“알았어요!”

장미란은 송보름을 뒤에서 붙잡았다.

양쪽 팔을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에 집어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범죄자도 이렇게 제압했는데, 송보름에겐 쉽지 않다. 그녀가 격렬한 몸부림을 칠 때마다 장미란의 몸도 덩달아 휘청거렸다.

유달이 걱정되는지 물었다.

“괜찮아요?”

“정말 체격에 맞지 않은 엄청난 괴력이네요. 벅차기는 한데… 아직 버틸 수 있어요.”

“그거 말고요. 머리가 갑자기 띵하면서 의식이 흐릿해진다거나, 몸속으로 뭔가 스멀스멀 기어들어 가는 듯한, 그런 느낌은 없습니까?”

장미란은 그게 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없는데요?”

“미란 씨가 영적으로 무딘 체질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더 꽉 잡으세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보름이에게 붙은 악령을 빼낼 겁니다.”

유달은 송보름의 얼굴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

“버틴다고 될 것 같더냐? 나 술 먹어서 힘 조절이 되지 않거든? 좋게 좋게 할 때 얼른 나오라고, 얼른~.”

유달은 송보름의 얼굴을 잡은 손을 뒤쪽으로 천천히 거둬들였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송보름의 몸을 빼앗은 악령의 모습이 점차 드러냈다.

“뭐야 이거… 악령이야? 마물이야? 꼭 거머리처럼 생긴 놈이네?”

송보름의 몸을 빼앗은 악령은 생긴 것처럼 악착같았다.

놈의 목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늘어나도 송보름의 몸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멍청한 새끼, 버티면 버틸수록 네놈의 죄도 늘어나는 걸 모르는구나? 누가 이기나 해 볼까!”

화악!

유달이 허리의 반동을 주어 잡아당기는 순간,

악착같이 버티던 악령도 버티지 못하고 송보름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잡아다, 요놈!”

유달은 생선처럼 팔딱이는 악령의 목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보름이는 어때요?”

장미란은 악령이 떨어지는 순간, 축 늘어져 버린 송보름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송보름을 편안히 눕히며 물었다.

“보름아, 괜찮아? 보름아?”

송보름이 바로 눈을 뜨며 물었다.

“매니저 언니, 여기가 어디예요?”

그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쌩쌩한 모습이다.

장미란은 곧바로 그녀의 상태를 전했다.

“다행히 괜찮은 거 같아요.”

“그렇다면 말이죠. 내 휴가를 망친 죄를 철저히 묻겠으니, 각오하고라고 전해 주십시오.”

“보름이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어요!”

“헐…….”

유달은 송보름의 꼼수에 혀를 내둘렀다.

아프다고 하는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그에게 화풀이 거리가 손에 쥐어져 있다.

“네놈이 보름이 몫까지 당해 줘야겠어. 방금까지 한 몸이었으니 불만 없지?”

유달은 불끈 쥔 주먹을 뒤로 뺐다.

“내 휴가를 망친 죄, 극형에 처함이 마땅하다!”

후앙~.

유달이 분노에 찬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가 붙잡고 있던 악령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잔뜩 힘을 실어 휘두른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휘청.

헛손질한 유달은 꼴사납게 고꾸라질 뻔했다.

아직은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

그는 비틀비틀 간신히 중심 잡고 서며 무안한 표정을 수습했다.

“허이, 참… 내 손아귀를 벗어나는 악령도 있네? 거머리 같은 악령이 그리 엄청난 놈일 리는 없고, 그렇다고 내가 술 취해서 실수한 것도 아니고…….”

이어 유달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진중히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체를 드러내시지?”

순간, 펜션 앞마당에 바람이 불었다.

곧이어 땅속에 스멀스멀 솟아오르는 그림자 같은 형태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모습이다.

이는 영기에 둔한 장미란의 눈에도 확실히 보였다.

* * *

긴장감이 가득한 펜션.

유달이 빈정거리듯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물었다.

“대체 누구실까? 이렇게 강한 악령의 기운은 내 평생 처음이야. 어라? 쌩까네…….”

그녀는 유달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양손을 번쩍 들고 마물들을 불러냈다.

흡사 거대한 거미처럼 생긴 마물들이 그녀의 주위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우와, 겁나 많아!”

유달이 식겁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미란이 물었다.

“위험한 상황인가요?”

그녀의 눈에는 마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숫자의 마물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었습니다. 저 여자의 정체가 뭔지 더욱더 궁금해지네요.”

“마물은 제가 어찌하지 못하잖아요. 유달 씨 혼자 처리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불가능하지요? 저 아직 술 떨 깼습니다. 몇 놈 처리하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릴지 모릅니다.”

장미란도 위기감을 느낀 듯 유달에게 바싹 붙었다.

“그럼 어쩌지요?”

“대무당의 적손으로 창피한 일이지만, 도움을 받아야지요.”

“누구에게요?”

“당연히 영혼들이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는데, 이곳에는 치열하게 싸웠던 전사들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빨리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어 유달도 양손을 번쩍 들고 영혼들을 불러냈다.

“치열하게 싸웠던 영령들이여, 다시 한번 일어나라!”

총을 든 군인들의 영혼이 땅속에서 솟아올랐다.

분단된 조국 때문에 치열하게 싸웠던 인민군과 국군이 함께 섞여 있다.

유달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총공격!”

-우와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군인들이 마물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두려움이 없다.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쳐 마물들을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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