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66화 (66/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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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수사본부

유달은 소파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며 대답했다.

“제가 연쇄 살인범 새끼들, 세상 그 누구보다 싫어하는 거 알고 계시죠?”

“네…….”

“그냥 경멸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런 새끼들을 보면 살심을 주체하지 못합니다.”

“저는 어떤 마음인지 이해할 수 있어요.”

유달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요, 미란 씨는 모릅니다. 제 의지로 참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 몸신이 분노하면 어떤 존재도 막지 못합니다.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대마신도 자신에게 불똥 튈까 봐 조용히 자리 뜨지요. 어쨌든, 지금 당장 성능 좋은 마취총 하나 구하세요.”

“어디다 쓰라고요?”

“저한테 쓰시면 됩니다.”

“예?”

유달은 농담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수사하다가 루시퍼인지 뭔가와 맞닥뜨릴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러면 주저 없이 저를 쏘십시오.”

“정말이요?”

“안 그러면 제가 살인범으로 체포됩니다. 시신이 너무 잔인하여 정당방위 성립도 안 될 거고요. 이것이 저의 조건입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그래요, 아주 성능 좋고 안전한 마취총을 구해 보도록 하지요.”

“현명하신 결단입니다.”

유달은 탁자 위, 장미란의 미제 파일을 조용히 밀어서 반납하며 물었다.

“그런데 현재 진행형이고. 온 국민의 지대한 관심까지 받는 사건을 어떻게 조사하죠? 미란 씨가 아무리 뛰어났던 형사라도 지금은 일반인 아닙니까. 혹까지 달고 현장에서 기웃거리면 현직 수사관들이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혹이란, 유달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미란은 그가 내미는 파일을 챙기며 대답했다.

“살인마 루시퍼는 경찰과 검찰 모두에게 치명적인 모멸감을 안겨 줬어요. 그놈의 잡기 위해서라면, 그 누구와도 연대하고, 무슨 짓이든 용인될 거예요.”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때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장미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 번호를 확인한 그녀는 예상한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는 반응이다.

“네, 이 검사님.”

-지금 통화 괜찮습니까?

유달이 크게 입만 벙긋하여 물었다.

‘폐하? 폐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화했다.

“네, 말씀하세요.”

-루시퍼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저도 방금 TV 보고 알았어요. 정말 살인마 루시퍼가 확실한가요?”

-100% 확실합니다. 바로 그놈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사건의 총괄 책임을 맡았습니다.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요.”

루시퍼 사건에는 수사 능력이 가장 출중한 검사가 특별 수사본부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독이 든 성배와 마찬가지다.

전임자들 모두가 진척 없는 수사에 국민적 지탄받고 사임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동욱 검사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저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살인마 중의 살인마를 제 손으로 반드시 잡고 싶었습니다.

유달은 자기 전화도 아닌데 조신하게 앉아 있다.

이동욱 검사 앞에서는, 전화나 직접적인 대면과 상관없이 저절로 아첨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장미란이 용건을 물었다.

“특별 수사본부장이 되셨으면 정신없이 바쁘시지 않나요? 무슨 이유로 전화를 주셨나요?”

-미란 씨와 유달 씨에게 특별 수사본부의 자문 위원을 맡기고 싶습니다.

장미란은 혼자 주먹을 불끈 쥐며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 통화하는 목소리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저번에 신세를 졌으니, 이번에는 우리가 당연히 도움을 드려야지요. 게다가 유달 씨는 이동욱 검사님의 열렬한 팬이에요. 루시퍼를 잡기 위해 열성적으로 노력할 거예요.”

유달은 매우 잘했다는 듯,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9시, 서울 중앙 지방 검찰청 특별 수사본부 회의실에서 첫 미팅이 있습니다.

“네, 우리도 참석하기로 하죠.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들어드리겠습니다.

“성능 좋고 휴대하기도 편한 마취총이 필요해요. 국정원에 연락하면 지원이 가능할 거예요.”

-알겠습니다. 내일 뵙지요.

“네, 수고하세요.”

장미란이 통화를 마치자 유달이 다가왔다.

그는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

“불쌍해서 어쩌지요…….”

“누구요? 독이 든 성배를 받은 이 검사님이요?”

“아니요, 그 루시퍼라는 살인마 말입니다. 재수도 더럽게 없지. 하필이면 제 손에 걸리게 생겼으니 말입니다.”

“그놈의 불행은 대한민국 전체의 행복이에요. 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 * *

서울 중앙 지방 검찰청 특별 수사본부 회의실.

유달은 길게 이어지는 사건 개요가 지루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알맹이가 하나도 없다.

처음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8년 7월.

공식적으로 확인된 희생자가 13명인데, 범인에 대한 단서는 아무것도 없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도 범인에 대한 윤곽조차 잡지 못했고, 사건을 수사하던 특별 본부의 수사관도 2명이나 희생당하는 참담한 일까지 벌어졌었다.

유달과 장미란은 자문 위원 자격으로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

사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유달이 물었다.

“루시퍼란 별명은 어떻게 붙은 겁니까?”

“살인 현장에 사인처럼 남겨요. 희생자의 피로 벽이나 바닥에 써 놓기도 하고, 때로는 희생자의 몸에 칼로 새기기도 하고요. 또 어떨 때는…….”

“어우, 그만요.”

진저리치며 잠시 말을 끊었던 유달이 물었다.

“그놈이 영어로 씁니까? 한글로 씁니까?”

“저기 보이는 것처럼 영어로 쓰지요.”

때마침 대형 TV 화면에 루시퍼가 남긴 사인이 나왔다.

하얀 벽면에 희생자의 피로 갈겨 쓴 것이다.

“악필이네요…….”

“범인에 관련된 것은 저것뿐이에요.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관들이 나섰지만, 아무런 단서도 못 찾고 망신만 당하고 있지요. 어제 벌어진 사건도 마찬가지고요.”

“왜요?”

“2018년 7월, 그놈이 처음 살인을 했던 장소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어요.”

“헐…….”

대략적인 사간 개요가 끝나고, 특별 수사본부의 책임자인 이동욱 검사가 앞으로 나왔다.

“저는 수사관 여러분께 매뉴얼대로 따르라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사하십시오. 저는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은 반드시 따라 주셔야 합니다.”

이어 그는 한층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사건을 조사하러 다닐 때는, 3인 1조 이상의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것만은 반드시 명심해 주십시오.”

과거 특별 수사본부에서 2명의 희생자가 나왔기에 당연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더는 루시퍼의 희생자가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살인마를 잡아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이동욱의 말이 끝나는 순간,

우르르.

자리에 앉아 있던 수사관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들 대부분이 사건 현장으로 향하는 인원이다.

하지만 유달과 장미란은 정식 수사관이 아닌 자문 위원이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아직 듣지 못했다.

곧이어 이동욱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장미란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자문위원은 어떤 일을 하게 되지요?”

“특별 수사관들과 똑같이 수사하시면 됩니다. 민간인을 정식 수사에 참여시키기 위해 자문위원이라는 말을 갖다 붙였을 뿐입니다. 참, 저한테 부탁하신 게 있지요.”

이동욱이 보좌관에게 눈짓하자, 그는 작은 상자를 장미란에게 전해 주었다.

“국정원 요원들이 쓰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장미란은 상자에 무엇이 들었을지 짐작이 갔다.

“고맙습니다. 사건이 해결되면 바로 반납할게요.”

“아무 때나 반납하셔도 돕니다. 그런데 지금 사건 현장을 보러 가시겠습니까?”

“아니요. 저희는 밤에 가려고요.”

낮보다는 밤에 원혼들의 움직임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동욱은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잘됐군요. 두 분과 함께 움직일 수사관이 아직 안 와서요.”

장미란이 놀라서 반문했다.

“저희와 함께 움직일 수사관이라니요?”

“두 분은 특별 수사관과 똑같이 수사합니다. 당연히 3인 이상이 움직여야 하는 규칙도 따라야 하지요.”

“헐…….”

유달이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들의 수사 방법은 독특했다.

같이 움직여야 할 수사관이 도움은커녕, 그들의 행동에 제약이 되는 방해물이 될 게 뻔했다.

이는 장미란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검사님, 우리 몸은 우리가 충분히 지킬 수 있어요. 그렇지요, 유달 씨?”

“물론이지요. 제가 각종 무술 합쳐서 18단입니다. 게다가 검술은 창안까지 했지요. 수제자도 한 명 있습니다.”

그들의 반항은 통하지 않았다.

“제 규칙에 예외는 없습니다.”

장미란은 마지못해 받아들이며 물었다.

“좋아요. 우리와 함께 움직일 수사관은 누군가요?”

“이름은 신소미,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젊은 여경입니다.”

“예?”

장미란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이 되었다.

테베랑 형사도 아니고 지구대 여경이라니…….

이동욱은 그녀의 반응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지구대 순경이지만 감이 특출나서 뽑았습니다. 그녀의 이력을 살펴보고, 두 분과 함께하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제 올 때가 된 것도 같은데…….”

이동욱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는 때다.

쾅.

회의실 문이 열리며,

파다다다닥.

고개를 팍 숙인 젊은 여인이 경보하듯 뛰어왔다.

곧이어 그녀는 이동욱에게 연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검사님. 딱 5분만 더 잔다는 게 그만.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신소미 순경, 어제 야근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이어 그는 장미란과 유달을 바라보았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동욱은 무작정 신소미를 떠넘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회의실을 나갔다.

덜덜덜덜.

신소미는 정서 불안이 있는지 손과 발, 고개를 가만두지 못하고 움직였다.

장미란이 먼저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가워요. 장미란이에요.”

신소미는 장미란이 내미는 손을 덥석 잡았다.

“영광입니다. 장 팀장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유달은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지 않았다.

못마땅한 듯한 눈빛으로 빤히 바라볼 뿐이다.

할 수 없이 신소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문 위원님. 신소미 순경입니다.”

유달은 그녀의 악수를 받지 않고 대뜸 물었다.

“보여?”

“네?”

그녀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반문했는데,

“내 옆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할머니의 영혼이 보이냐고?”

순간, 그녀의 눈은 커질 대로 커졌다.

“위, 위원님도 귀신을 볼 수 있어요~?”

* * *

초승달이 뜬 밤하늘.

살인마 루시퍼의 사건 현장은 경기도 외곽의 상업용 빌딩 4층이다.

5년 전에는 외벽 공사 중에 살인 사건이 벌어졌었다.

그리고 어제는 똑같은 자리,

피트니스 클럽이 입주한 곳에서 또다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띵동.

유달 일행이 3층에서 내렸다.

피트니스 클럽이 있는 복도를 걸으며 유달이 신소미에게 물었다.

“전직이 무당이고, 무속명이 미녀 보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미녀?”

신소미는 염치없다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도 이쪽 바닥에서는 괜찮은 외모라고…….”

“피이~.”

유달이 어림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신엄마는 누구야?”

“없어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귀신이 보였어요.”

피트니스 클럽 입구는 경찰관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신분증을 보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상당히 넓은 운동 시설이다.

하도 많은 사람이 드나들어 불이 켜져 있다.

유달이 신소미에게 고갯짓하며 말했다.

“오른쪽 뒤편 살피다가 이상한 거 보이면 말해.”

“알겠습니다. 위원님.”

신소미는 우측, 유달과 장미란은 좌측으로 갈라졌다.

“위, 위원님…….”

그녀가 바로 유달을 불렀다.

“왜?”

“매우 이상한 것이 보이는데요…….”

신소미는 멍한 표정으로 멈춘 상태다.

유달이 서 있는 곳에서는 그녀가 바라보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직접 다가가서 확인해야 했다.

“대체 뭐가 보인다고… 헐~!”

유달도 신소미와 똑같이 엉거주춤 멈춰 섰다.

영적인 것을 볼 수 없는 장미란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왜 저토록 거대한 마물이 사건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대체 얼마나 큰 놈을 보고 있는 것인지, 유달의 고개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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