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36화 (36/183)

36화- 영혼의 주인

유달 일행은 한옥의 전통미를 멋스러운 살린 별채에서 배연주를 기다렸다.

태황가에서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다.

잠시 후, 배연주가 들어왔다.

그녀는 유달과 장미란을 보자마자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자리에도 앉지 않고 양순자에게 물었다.

“어떤 손님이지요?”

양순자가 급히 일어나 문 앞에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유달과 장미란이 방문한 이유를 귓속말로 속삭였다.

배연주의 인상이 점점 구겨지더니, 이내 표독스러운 눈초리가 되었다.

“양 선생······ 지금 제정신이에요? 어떻게 그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저런 자들을 데려온 겁니까?”

양순자는 간곡한 표정으로 그녀를 설득했다.

“사모님, 이것은 외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묻고 감추는 것은 더더욱 안 되는 일이고요. 어떡하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이곳에 드나든 지가 어언 30년입니다. 태황가에 해로운 짓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녀의 간청은 먹히지 않았다.

배연주가 바로 발길을 돌리는 때다.

유달이 건들거리며 말했다.

“지금 아드님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죠?”

“!”

배연주의 발길이 멈췄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먹지 않고, 보는 사람마다 웃지 말라며 난리 칠 것이고, 진정제 같은 약물도 듣지 않을 겁니다.”

배연주가 조용히 유달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그녀는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다.

왕진온 의사와 집안사람들은 물론, 양순자에게도 집안에 우환이 생겼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제가 그럴 어떻게 모르겠습니까?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전데요.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소심해 하는 영혼에게 용기를 주어 딱 달라붙게 했지요.”

순간, 배연주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했다.

그녀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물었다.

“불쌍한 내 아들에게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아무리 열 받는 상황이라도 말은 바로 하시죠? 제가 원래 부모 앞에서 자식욕 안 하고, 자식 앞에서 부모 헐뜯지 않는데, 오늘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죄 없는 생명 죽이고, 이를 아무 죄책감 없이 은폐하고, 사건 목격자의 인생까지 망쳤던 했던 놈입니다. 대체 어느 구석이 불쌍하다는 겁니까?”

“당신, 이러고 무사할 줄 알아······.”

유달은 그녀의 살벌한 기세에 눌리지 않고 대답했다.

“그 말은 내가 하러 왔는데요. 내가 지금 하는 말이 마지막 경고입니다. 죄지은 만큼 벌 받으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피눈물 흘리며 후회하게 될 겁니다.”

“네까짓 게, 뭘 할 수 있는데······.”

“우와,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못된 사모님하고 똑같이 말씀하시네? 그럼, 반대로 내가 묻죠? 아드님이 저 지경인데 뭘 할 수 있을까요?”

“······.”

“굿이요? 순자 아줌마의 신력이 대단해도 소용없어요. 열심히 치성 들여 떼어 놓아도, 내가 도로 붙이면 끝입니다. 치성 준비하고 굿까지 끝내려면 열흘 걸리려나······ 저는 1초면 다시 붙일 수 있습니다.”

배연주는 확인을 위해 양순자는 돌아봤다.

그녀는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조아릴 뿐이다.

유달이 기세 좋게 말을 이었다.

“다른 무당 찾아도 소용없어요. 순자 아줌마만큼 실력 있는 무당이 흔하지도 않고요······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네요?”

배연주는 계속 입 다물고 있지만, 솔깃한 반응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찾는다면, 영혼은 소멸할 수 있는 존재를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배연주는 자신의 표정이 드러내지 않게 애썼다.

이미 그런 존재를 찾고 부탁까지 했기 때문이다.

“아주 비싼 놈들이지요. 기본적으로 보통 굿의 10배 정도를 부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돈에 눈먼 그놈들도 이번 일은 맡지 않으려 할 겁니다.”

드디어 배연주가 침묵을 깨고 물었다.

“이유가 뭘지 궁금하네? 나는 열 배가 아닌 스무 배, 서른 배도 낼 수 있는데.”

“억울한 영혼의 주인이 나이기 때문입니다. 소멸시키려는 영혼에는 나의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고도 덥석, 받아들일 간 큰 놈들은 없을 겁니다. 왜냐? 내 몸신의 후환을 감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 업계의 전설이라는 만복이를 불러도 안 됩니다.”

또 나왔다. 만복이.

순간, 양순자는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듯 귀를 매만졌다.

유달은 배연주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는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외려 유달을 노려보는 독기가 더 짙어졌다.

“그런 협박이 나한테 통할 줄 알았나?”

“역시 아침 드라마 사모님······ 꿈쩍도 안 하시네요? 내가 준비한 건 여기까진데······ 혹시 부군께서 바람 피는 건 알고 계시나요?”

“······.”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이미 알고 계신 모양이군요. 참 대단하십니다. 남편이 딴 여자와 놀아나는 걸 알고도 그리 태연할 수 있다니요?”

“나가······.”

“알겠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으니, 사람 불러서 내쫓을 생각은 마시지요. 아침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는 장면인데,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더라고요.”

유달은 스스로 일어나 출입문으로 향했다.

순순히 밖으로 나가나 했던 그가 갑자기 뒤돌아섰다.

“혹시 말이죠, 회장님께 숨겨진 자식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신지요?”

“!”

그건 몰랐는지 배연주의 눈가가 움찔했다,

“아, 회장님을 닦달할 생각은 마십시오. 회장님도 다른 아들이 있다는 걸 모를 겁니다. 누구와 달리 그녀는 출생의 비밀을 꼭꼭 감추며 자식을 키웠거든요. 그런데도 아주 듬직하게 잘 컸어요?”

배연주는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다.

하지만 유달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 이었다.

“머리가 비상해서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장학금 받고 다녔습니다. 성격도 좋아서 주변의 칭찬이 자자하고요. 게다가 외모는 회장님을 쏙 빼다 박았지요. 훗날 회장님이 이를 아시면 누구에게 회사를 물려줄지······.”

“나가!”

“알겠습니다!”

유달은 잽싸게 별실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녀의 분노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배연주가 조용히 인사하고 돌아서는 양순자를 불렀다.

“양 선생.”

“네, 사모님.”

“지금까지 수고했어요. 다시는 여기 올 생각 말이요.”

“알겠습니다. 사모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양순자는 두말하지 않고,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

태황가 사랑채를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

유달은 생각할수록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허, 저 사모님, 뒤끝이 완전 만리장성인데······.”

이어 그는 염치없는 표정으로 양순자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순자 아줌마······ 나 때문에 30년 단골 끊겨버렸네요.”

“아닙니다, 적손님. 사모님이 말하지 않아도, 제 발로 나오려고 했습니다.”

“정말이요?”

“큰 사모님 돌아가셨을 때 예견된 일입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고······ 이제 태황가의 운도 다 끝났나 봅니다.”

“정확히 말하면 두 마리지요. 어쨌거나 잘 생각했어요. 조만간 그 사건이 밝혀지면 태황가는 쑥대밭 되는 겁니다. 그때가 되면, 순자 아줌마의 주가는 떡상하는 거지요. 순자 아줌마가 나가서 태황가가 망했다고 내가 소문내 줄게요. 그러면 다른 재벌가에 서로 모시려 아우성칠 겁니다.”

양순자가 한없이 허탈한 미소를 지을 때다.

장미란이 유달에게 물었다.

“그런데 최정관 회장의 숨겨진 자식이 누구예요?”

유달이 매우 반색하며 되물었다.

“제 말에 믿음이 갔습니까?”

“그럼 거짓말이었어요?”

“이것 역시 숟가락 얹기 작전이죠. 여기 사모의 목적은 자기 핏줄에게 태황가의 적통을 잇게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어딘 가에 숨어 있다면 애 좀 타지 않겠습니까?”

“치졸하기는 했지만······ 잘했어요. 그런데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던데요?”

“제가 보고 있는 아침 드라마 내용입니다. 솔직히 이런 막장이 있나 하고 보고 있었는데, 여기는 더 막장이네요?”

“그러니 더 조심해야 해요. 선전포고 받고 가만히 있을 상대가 아니에요.”

“그건 동감입니다. 재벌가라 그런지 졸부와는 확실히 다르더군요. 불륜하고 숨겨진 자식 나왔으면, 남편 머리끄뎅이 잡고 싸워야 하는데, 꾹 눌러 참는 거 보세요.”

양순자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끼어들었다.

“재벌이 달리 재벌이겠습니까? 그들은 어떤 문제든 직접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과 연을 맺기 위해 목숨 바쳐 해결해 주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넘칩니다. 이번에는 너무 과한 상대를 고르셨습니다. 적손님.”

“그렇다고 이내 꼬랑지 내릴 순 없지요. 누구 대가리가 먼저 깨지는지 끝까지 가보렵니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저는 잠시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

유달은 이 시국에 무슨 전화인지 몰래 엿들었다.

양순자는 별로 숨길 게 없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통화했다.

“황 대리, 나야. 지금 빨리 내가 가지고 있는 태황 주식 모두 처분하고, 태황과 경쟁 관계에 있는 주식으로 전부 갈아타. 서둘러 줘. 황 대리.”

통화를 마친 그녀는 눈코입 한꺼번에 모으고 있는 유달의 시선과 마주쳤다.

“에구머니나,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겁니까? 저도 먹고는 살아야지요. 이제 태황가 일감도 끊겼는데요.”

“복수하는 거 아닙니다. 순자 아줌마가 방금 나한테 큰 깨달음을 줬어요.”

“무슨 깨달음이요?”

“아무리 재벌이라도 자기 돈 손해나는 건 싫어하겠지요?”

“제가 많은 재벌가를 다녀봤는데, 일반 사람보다 더 싫어하고, 못 견디지요.”

장미란이 궁금증을 못 참고 물었다.

당연히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기색이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요?”

“흐흐흐흐. 제가 예전에 무슨 동아리라고 했지요?”

“증권동아리라고 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그리고 금감원이 쳐들어왔다는 말도 했지요? 그 이유가 엄청난 수익률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신기가 먹히지 않아서 떼돈 벌 수는 없지만, 아직도 제 명성은 전설로 남아 있지요.”

“그래서요?”

“제 아이디로 접속해서 태황 주가가 곤두박질칠 거란 내용 한번 올리는 거지요. 그럼 바로 증권가에 소문 퍼지고, 태황 주가는 연일 폭락할 겁니다. 제 생각이 어떻습니까?”

“유달 씨······.”

그녀가 나직이 이름부터 부르는 건 부정적인 의미다.

“우리의 목적은 태황가와 싸우자는 게 아니에요. 사건의 진상을 밝혀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거지요. 그러려면 불쌍한 개미투자자 울리지 말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부터 찾아야겠지요?”

“그 증거들을 KTS 일당들이 없애고, 조작해서 이 고생하는 거 아닙니까?”

“완벽한 조작은 있을 수 없어요. 특히나 다수의 증인을 돈으로 매수한 경우에는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지요?”

“조수아 양의 사건엔 KTS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6명의 증인 더 있었어요.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유달은 설명이 길게 이어지면 집중력이 저하되어 바로 흥미를 잃는다.

“짧게, 핵심만 부탁드립니다.”

“유달 씨가 나서주면 마음을 바꿀 수 있는 증인이 있어요.”

“아주 올바른 증인이군요. 매수된 것만 빼고요.”

“어서 타시죠. 우리는 중간에 내려서 택시로 갈아탈 거에요.”

양순자가 차에 오르며 말했다.

“아닙니다, 목적지까지 태워드리지요.”

“고마워요, 순자 아줌마.”

유달까지 모두 타자, 벤 차량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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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유흥가 인근.

소규모 빌라가 몰려 있는 주택가.

삼거리 편의점에 들르는 사람들은 호기심에 반드시 옆쪽을 쳐다봤다.

노상 점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작은 캐노피 텐트 안에는 유달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뻥 뚫린 텐트 정면으로, 사람들이 지나가며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일까요? 250평짜리 내 가게 놔두고, 길거리에서 점을 보다니요.”

유달이 말하는 소리는 감청 장치를 통해 장미란에게 전달되었다.

그녀는 점집이 잘 보이는 맞은편 건물 2층에 있다.

임대한다는 현수막을 길게 내려 걸은 창문 옆이다.

장미란은 무전기로 유달과 연락을 취했다.

-목격자 천병수는 점 보는 걸 좋아요. 단순히 즐긴다기보다는 맹신하는 수준이에요.

“손쉬운 먹잇감이군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는 하도 많은 점집을 돌아다녀서 반은 점쟁이가 되었지요. 가짜 점쟁이들의 모든 수법을 알고 있어요.

“호, 그래서 진짜배기인 제가 필요한 것이군요. 그런데 이 가발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너무 더워요?”

유달은 록밴드 스타일의 긴 가발을 쓰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요. 이어마이크가 들키면 안 되니까요.

“헐······ 그런데 이 수법을 왜 굳이 지금 씁니까? 형사였을 때는 뭐하시고요? 물론 저 같은 진짜배기는 구하지 못했을 테지만요.”

-이런 황당한 작전을 상부에서 허락했겠어요? 지금이니까 눈치 보지 않고 시도하는 거지요. 그런데 조금 의외네요? 저는 유달 씨가 매우 좋아할 줄 알았는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곳은 고급 유흥가가 가까운 곳이다.

아름답게 치장한 여성들이 상당히 많이 지나갔다.

“하지만 저는 여자들의 외모보다 팔자가 먼저 보인답니다. 박복한 여인네들 보는 거 별로 좋지 않습니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하던 유달이 갑자기 반색했다.

“앗! 손님입니다, 오늘의 첫 손님이요! 끊어요.”

유달은 표정을 진중히 하고, 앉은 자세를 바로 했다.

두 명의 여인이 텐트 쪽으로 다가왔다.

한 명은 20대, 다른 한 명은 40대.

20대의 젊은 여인이 40대 중년 여인을 반강제로 끌고 오는 모습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들?”

젊은 여인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다.

“점쟁이 오빠, 머리 스타일 진짜 특색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웬 점집이에요?”

“그야 점쟁이 마음이지요? 비록 길거리에 내몰리는 신세가 되었지만, 실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요.”

“그래요? 복채는 얼만데요?”

“보시다시피······.”

유달은 파란 플라스틱 탁자 위를 손으로 가리켰다,

검은 매직으로 쓴 종이가 붙어있다.

-좋은 말만 듣고 싶으면, 오천 원.

-팩트를 원하시면, 만 원.

젊은 여인은 두 번째를 선택했다.

“여기 선불로 복채 2만 원이요. 언니하고 저하고, 잘 좀 봐주세요.”

그런데 중년 여인은 빼는 기색이다.

“나는 됐어.”

“그냥 봐요. 언니도 점 보는 거 좋아하면서.”

유달이 잽싸게 자리를 권했다.

“일단은 앉으시고요. 나이 많은 언니부터 보겠습니다. 특별히 궁금한 것이라고 있으신지?”

“나야 뭐······ 오늘 가게 잘 될지가 문제지요.”

유달이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안타깝게도,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제가 여기 있을 리 없겠죠. 다만, 두 분의 전체적인 운세로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 일기예보 형식으로 점괘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중년 여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유달이 입을 열었다.

“오늘 장사가 잘될 확률은 60% 되겠습니다. 초반에는 별로 좋지 않을 겁니다. 3층 창문에서 길거리 내려다보면서, ‘사람은 넘치는데 왜 손님이 없지.’ 한숨 쉬며 기운 잃지 마시고요.”

순간, 두 여인을 서로를 바라보며 놀랐다.

그녀의 가게는 3층이고, 유달이 방금 한 말은, 그녀가 버릇처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남서쪽에서 오는 단골이 살려주겠네요. 인원은 적어도 매상으로 밀어붙이니, 평타 이상은 할 겁니다.”

중년 여인이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좀 더 장사가 잘되는 방법이 없을까요? 60% 이상으로 말이에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 60%도 대단한 겁니다. 제 가게는 50%를 넘은 적이 없어요. 이제 젊은 언니를 보겠습니다. 무엇이 궁금하신지?”

“네, 저는요······.”

유달은 점에만 열중했다.

손님들의 놀라운 반응이, 또 손님들을 모으고.

편의점 옆, 노상 점집은 줄까지 서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임무도 잊고 열심히 보다 보니, 줄 섰던 손님들이 모두 빠졌다.

“우와······ 너무 떠들었더니, 입이 아파 죽겠어······ 그런데 얼마나 벌었지?”

한숨 돌린 유달이 빨간 바구니를 확인하는 순간,

즐겁게 놀라는 비명이 터졌다.

“뭐야? 굿 카페보다 수입이 더 좋아!”

유달이 수북이 쌓인 만 원짜리들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을 때다.

장미란의 급한 무전이 들렸다.

-놈이 와요. 3시 방향.

그는 잽싸게 바구니를 내려놓고, 고개 돌렸다.

유흥가와 이어지는 길에서 올라오는 방향이다.

30대 초반, 어깨가 축 처진 사내가 터벅터벅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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