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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카페-10화 (10/183)

10화- 신뢰도 상승

권도한이 먼저 장미란을 보며 물었다.

“홍콩에 있는 ‘마이클 첸’과는 어떤 사입니까? 그분은 우리 회사에 투자를 고려하고 계신 경제계의 큰손이신데?”

“그냥 지인이라고 해두죠.”

“장미란 형사님? 개인적인 친분이 이용해 압력을 넣고 수사하는 건 불법 아닌가요?”

“그리 생각하고 계신다면 그만두죠. 저희는 바로 일어나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마이클에게 당신이 매우 기분 나쁘고 얹잖아 했다고 말해드리지요.”

권도한은 이내 손을 뻗어 만류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냥 오해의 소지가 없게 분명히 하자는 의도였습니다. 마이클 첸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협조할 마음이 있었습니다. 나에게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장미란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성일보 김형식 기자를 아십니까?”

“아니요. 모릅니다.”

“조금의 일면식도 없습니까?”

“네, 회사 차원에서 기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기자에 대해선 왜 묻는 겁니까?”

“권 대표님이 그를 사주하여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소문이 있어서요.”

“예에?”

그는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을 보이며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입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저는 말씀하신 기자도 모르고, 경찰을 죽일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제 성공을 시기하는 경쟁사의 악질적인 비방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둘러 권 대표님을 뵙고 싶었던 것입니다. 악질적인 소문 때문에 회사 경영에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런데 권 대표님은 살해당한 경찰과 전혀 무관한 게 아니더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정확히 한 달 전에 마포에 있는 고급 바에서 술을 드신 적이 있지요?”

대답하는 권도훈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네······ 그때는 기분이 안 좋은 일이 많아 술을 좀 많이 마셨습니다.”

“정말 많이 드셨는지 바에서 난동을 부리셨더군요? 가게 집기를 때려 부수고, 다른 손님을 위협하고, 만류하는 종업원에게 폭력까지 행사했고요.”

“취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때 출동한 경찰이 살해당한 이재형 경장이었고, 권 대표님은 체포되는 과정에서 이재형 경장을 죽여버리겠다고 반복하여 위협했습니다.”

“술김에 한 말이겠지요.”

“지구대에서 훈방조치 받고 풀려났을 때는 술이 깬 상태였습니다. 자신을 체포한 이재형 경장을 향해, 가만두지 않겠다며 지속적으로 협박했다는 지구대 경찰의 증언이 있습니다.”

“저는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설령 있었다고 해도, 그런 하찮은 이유로 경찰을 죽이겠습니까?”

“그렇겠지요? 제가 확인하고 싶은 건 끝났습니다. 저와 함께 오신 분이 몇 가지 추가 질문을 할 겁니다. 유달 씨······!”

옆으로 고개를 돌리던 장미란이 흠칫했다.

유달은 이미 심상찮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괴함이 느껴지는 도도한 눈빛과 세상을 깔보는듯한 비릿한 미소는, 억지로 짓는다고 될 표정이 아니었다.

그는 이내 고개를 쭉 빼고 삐딱한 시선으로 권도훈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쇳소리 섞인 여자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섞을 놈······.”

“헛!”

권도훈은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

골드윙의 대표이사 권도훈.

그는 거물이 되고 싶었다.

세상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

이를 위해 그는 명문대 출신임에도 폭력 조직에 몸담았다. 비상한 머리로 조직의 신임을 얻었고, 30대 초반에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었으며, 40대 후반에 어느 정도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그는 잔인한 폭력 세계의 새로운 왕이다.

세상이 그를 두려워하기에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었다.

그런 그가 유달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공포심을 느꼈다.

이내 그는 인상을 구기며 응수했다.

“뭐 하시는 분이시기에, 초면에 그런 욕을 하시는지?”

“썩을 놈······ 썩을 놈한테 썩을 놈이라 그랬는데 뭐가 불만인 게냐?”

“당신 미쳤어?”

“미친 건 네놈이지. 그 자리에 오르면 참으로 많은 사람을 찌르고 묻었구나. 첫 번째가 네놈이 수족처럼 부리던 수하였네? 네놈이 조직 돈을 빼돌린 게 들킬까 봐, 그놈에게 덤터기 씌우고 죽였잖아?”

“헛소리 그만해!”

“내가 정말 헛소리하는 것 같아? 그놈은 조폭을 하기에 순진한 면이 있었지. 네놈은 바로 그것을 노렸던 것이고. 네놈이 칼로 찔렀는데도 왜 그러느냐고 묻기만 했잖아? 네놈은 아무 거리낌 없이 또 찔렀고. 그놈은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에도 왜 그러냐고 묻기만 했어······ 너는 모르지?”

“?”

“지금도 원혼이 되어 네놈 귓가에서 계속 묻고 있는데?”

“!”

권도훈은 자신도 모르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꺼림직한 유달을 상대하길 포기하고 장미란에게 화를 냈다.

“대체 이게 뭐 하자는 겁니까? 아무리 마이클 첸의 부탁이라도, 내 참을성엔 한계가 있습니다.”

장미란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대답을 강요하는 취조가 아닙니다. 그냥 듣기만 하세요.”

이어 그녀는 수첩을 꺼내 유달이 했던 말을 적기 시작했다.

권도훈은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고, 유달의 폭로성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두 번째 희생자는 네놈의 두목이었네? 배은망덕한 짓이지만, 그놈은 죽어도 싼 놈이긴 했어. 그지? 하지만 아무리 개막장인 놈이었어도 너한테는 잘해 줬는데······ 담배 한 대만 피자는 마지막 소원까지 거절했네?”

권도훈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그냥 찔러보는 수준이 아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세부적인 사항까지 알고 있었다.

그는 유달의 입을 닥치게 하고 싶기도 했고, 무엇을 더 알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일단은 장미란의 충고(?)에 따라 대꾸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장미란이 유달에게 물었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어디에 묻었을까요? 예전 ‘황금날개파’의 보스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어요. 해외로 밀항해서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년아, 물은 건너지 못하고, 물속에서 물고기 밥이 되었다. 호의호식은 물고기들이 하고 있었어. 계속 커다란 먹이를 던져주고 있으니까.”

유달은 권도훈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세 번째부터는 직접 피를 묻히지 않았네? 돈벼락 맞은 노인네의 땅이 미치도록 탐났었구나. 진짜 조폭이 되고 싶어 안달 난 양아치 시켜 죽이고는 또 물고기 밥으로······.”

“그만!”

참다못한 권도훈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새빨개진 얼굴로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나가. 이 새끼야······ 당장 나가라고!”

유달은 거만하게 앉은 자세를 고쳐잡으며 말했다.

“분수도 모르는 것이 깝죽대는 꼬락서니하고는······ 너 같은 놈이 거물이 되겠다고? 곡하던 귀신이 배꼽 잡고 웃을 일이네. 이제부터 조용히 지옥불에 떨어질 준비나 해. 네놈에게 붙어있는 악귀들은 끌고 갈 준비가 된 것 같아.”

“정말 겁대가리를 상실한 놈이구나······.”

권도훈은 분을 참지 못하는 음성으로 위협했다.

“아무리 간덩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이라도 상대를 봐가며 덤벼야지. 이런 깽판을 치고도 네놈이 무사할 것 같아. 너 하나 죽이는 건 내겐 일도 아니야.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죽여줄 테니까, 기대해.”

명백한 살해 협박이었다.

그는 형사인 장미란이 있어도 상관없는 듯, 살기를 품은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이에 유달은 같잖다는 미소 지으며 응수했다.

“너, 급살이 뭔지 알아?”

순간, 권도훈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개새끼야-!”

그의 고함에 보안요원들이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덜컹.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이 새끼들 치워! 당장 치워!”

장미란이 소파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아니요, 우리가 조용히 나갈게요. 유달 씨?”

그녀를 따라 순순히 일어나나 싶던 유달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권도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는 말이야, 네놈이 가장 신임하는 놈에게 칼을 맞게 될 거야. 아주 고통스러운 죽음일 테니까, 기대해.”

이는 권도한의 이성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장 멱살 잡아서 끌어내라고!”

보안요원들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보안요인 대부분이 골드윙의 조직원들이었다.

장미란이 경찰 신분증을 내밀었다.

“물러나.”

그녀의 경고가 통하지 않았다.

조직원들은에겐 보스의 명령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위기의 상황에도 장미란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물러나라고 했지.”

스윽.

그녀는 바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이는 권도훈도 예상치 못한 초강수였다.

만약 총을 쏘는 사태가 벌어지면 이만저만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장미란은 자신의 앞을 막아선 골드윙의 조직원들에게 총구를 흔들며 말했다.

“비켜.”

그들은 권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확인하고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내 뒤에 붙어 조용히 따라와요.”

“무, 물론이지요.”

유달은 바싹 긴장하여 그녀의 뒤를 따랐다.

자신한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항복하듯 양손을 들어 올린 모습이다.

***

-띵동.

장미란과 유달이 지하 주차장에서 내렸다.

골드윙의 조직원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많은 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장소라 섣부른 짓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장미란과 유달의 행동을 주시했다.

장미란은 서둘러 차를 세워둔 곳으로 향했다.

유달이 총총걸음으로 따라붙으며 물었다.

“많이 건지셨나요?”

“글쎄요. 정확한 사실일지는 서에서 확인하면 되는데, 한 가지가 괜히 신경 쓰이네요.”

“뭔데요?”

“과거의 사건을 벗어나 미래를 예견하는 게 하나 있었어요. 권도훈은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이에게 죽임을 당할 거라고······.”

유달이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아,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돕니다.”

“왜요?”

“그건 몸주신이 아니라 제가 의도적으로 한 말입니다.”

그녀가 생각해 보니 그때는 유달의 평소 목소리였다.

“왜 의도적으로 그런 말을 했죠?”

“적에게 혼란을 주기 위함이죠. 사신이 팩폭 날린 것에 내가 숟가락 하나 얹어 놓은 겁니다. 앞에 했던 말이 모두 맞으면, 마지막 내 말도 당연히 맞겠다고 생각하겠죠? 그놈은 분명 자신의 심복들을 의심하기 시작할 겁니다. 자연스럽게 내부 분란도 시작되는 거지요.”

“제법이네요.”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차를 주차한 곳에 도착했다.

-삑.

-철컹.

리모컨으로 차량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장미란에게 유달이 물었다.

“그런데 아까 뭐가 신경 쓰인다는 겁니까? 혹시나 미래에 벌어질 그놈의 죽음을 막고 싶었던 것인지?”

“천만에요. 그럴 시간 있으면 범죄 하나를 더 해결해야죠. 저는 다만 유달 씨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도 있는지 궁금했어요.”

“제가 모든 영험한 능력을 타고났지만. 아쉽게도 미래의 일을 정확히 맞추지는 못합니다. 얼추 예상할 뿐인데, 감이 좋은 사람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지요. 실망했어요?”

딸깍.

차량 문을 연 장미란이 운전석에 오르며 대답했다.

“아니요. 오히려 신뢰도가 상승했어요. 만약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고 큰소리쳤으면, 나 혼자 차 몰고 떠났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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