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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카페-5화 (5/183)

5화- 목격자.

명동 굿 카페.

유달이 직원채용 면접을 보고 있었다.

홀매니저 지원자는 26세 진솔미. 명문대 출신에 단아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우리 가게에 지원한 이유가 뭐죠? 이 정도 스펙이면 대기업에도 환영받을 텐데 말이죠.”

“아, 그게요······ 서류심사는 문제없는데, 계속 면접에서 떨어져요. 조금 낮춰서 지원해도 마찬가지고요.”

유달은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진솔미는 대답하는 내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머리를 매만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자신감 부족에 정서불안 증세까지 보였다.

편안한 분위기에서도 이러는데, 대기업의 압박 면접에서 어떤 행동을 보였을지 눈에 훤했다.

“실력보다는 심리적 상태가 문제인 것 같은데, 의사 상담은 받아 봤어요.”

“네······ 호르몬 이상 같은 신체적인 문제는 없대요. 성격이 그런 것이니 사람들과 계속 접촉하면서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이곳에서 일하면서 고쳐볼까 하여 지원을······.”

사정은 딱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캐릭터였다.

“솔미 씨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아요.”

“저 떨어진 건가요?”

“홀 매니저나 하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라는 말이죠.”

“그 소리 너무 많이 들었어요!”

“진정하시고. 솔미 씨의 관상을 보건대, 운이 너무 없어요. 들어온 운이 머물지 못하고 나가버려요. 쏟은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성과가 미미하단 말이죠.”

“그 소리도 많이 들었고요.”

실망감에 한풀 꺾인 음성이었다.

“하지만 평생 운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리 운이 없어도 세 번이 결정적인 기회는 오기 마련!”

“어디선가 들어 본 말 같아요?”

조금 기운을 되찾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솔미 씨는 그 결정적인 기회가 아직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사람마다 운이 도래하는 시기가 다른데, 좀처럼 운이 트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제가 그렇죠. 뭐······.”

다시 우울해지려는 찰나였다.

“하지만 늦게 온다고 실망할 필요 없어요. 왜냐? 이런 경우 기다렸던 운들이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직장운, 재물운, 연애운이 한 방에 해결된단 말이지요.”

“정말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면 됩니다. 잠시만이요.”

어디론가 사라졌던 유달이 돌아왔다.

“이게 필요할 겁니다.”

붉은색 한지 봉투를 내밀었다.

“뭔데요?”

“부적입니다. 들어온 운이 도망 못 가게 꽉 붙잡아주는 효험이 있습니다.”

“어, 얼만데요?”

“면접 기념으로 드리는 선물~.”

“우와.”

공짜라는 말에 진솔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자! 이제 일어나셔도 됩니다. 기운 잃지 말고, 파이팅!”

“파이팅!”

유달은 진솔미를 문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그에게 송보름이 말했다.

“뭐예요, 사장님?”

“뭐가?”

“부적 같은 건 전혀 효험이 없다면서요. 그래서 우리는 취급도 안 하잖아요.”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는 거지. 사람에 따라 필요한 경우도 있어. 나 좀 나갔다 올게.”

재킷을 걸치는 유달에게 물었다.

“어디 가게요?”

“나쁜 놈을 물리치러.”

카페를 나서는 유달의 뒷모습을 보며 송보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가 아는 사장은 그런 정의파가 아니었다. 타고난 귀찮음 때문에 그런 짓(?)은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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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훈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차가 멈출 때마다 긴 한숨을 쉬고, 출발과 동시에 또다시 한숨을 쉬고. 세상 착잡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이었다.

조수석의 장미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팔짱을 끼고 굳은 얼굴로 정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둘은 병원에서 사망한 경찰관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강세훈이 넋두리처럼 말했다.

“진짜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르잖아요. 그날 제가 거기에 없었던 게 행운이지요.”

팔짱을 낀 강미란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고갯짓인지, 과속방지턱을 넘는 차의 출렁거림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팀장님.”

낡은 승용차가 한적한 주택가에 멈췄다. 사건이 있었던 오현아의 집 근처였다.

"수십 번이나 봤는데, 더 나올 게 있겠습니까?"

"뭐라도 해 봐야죠."

"저는 서로 돌아가 있겠습니다. 오현아 주변 인물 조사할 게 있어서요."

"그러세요."

장미란이 차에서 내리려는 때였다.

“응? 저 사람이 여기 왜 왔죠?”

"누구요?"

"사주카페 사장 말입니다.”

강세훈이 턱짓하는 사건 현장 골목에 유달이 있었다.

하늘색 투버튼 재킷에 짙은 선글라스, 배회하듯 사건 현장을 서성이고 있었다.

***

딸깍.

장미란이 차량 문을 열고 내리며 말했다.

"제가 확인할 테니 들어가요."

"혹시라도 단서 찾으면 연락주십시오."

"네, 조심해서 운전해요. 조만간 식구도 늘어날 텐데······."

"당연하지요."

낡은 승용차가 떠나자 그녀가 유달에게 다가갔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 장미란 형사님. 안타깝게도 제가 틀렸습니다."

"틀리다니요?"

"저번에 가게 오셨을 때, 제가 했던 말 있지 않습니까?"

그녀가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김 기자가 범인이 아니란 말인가요?”

"아니요. 범인 맞아요. 그런데 그놈이 나를 고소했어요? 경찰서에서 피의자조사 받으라고 연락이 왔다고요. 시브럴 놈의 새끼, 그냥 넘어갔으면 나도 가만히 있었을 텐데 말이죠."

"고소 건과 이 사건은 별개에요. 범인이라 밝혀져도 폭행을 가한 사실은 변치 않아요."

"후후,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시는군요. 놈이 체포되면 무죄 주장하며 법정 싸움 벌일 것 아닙니까? 사소한 내 고소 건은 신경이나 쓰겠냐고요?"

"뭐, 그렇긴 하겠네요."

"저도 귀찮음을 무릎 쓰고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래서 성과는 좀 있어요?"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정답을 알려줬는데 문제는 푸셨습니까?"

"······."

장미란이 입을 다물자 유달이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힌트를 드리러 왔지요. 빨리 그놈 좀 잡아 처넣으라고요."

"어떤 힌트를 주실지 궁금하네요. 여긴 감시카메라도 없고 목격자도 없었어요. 감식반과 수사관들이 몇 번이나 조사했지만 어떠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거든요."

"정말 목격자가 없었을까요?"

그녀를 바라보는 유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만만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표정에 장미란도 슬슬 짜증이 났다.

"있으면 누군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됩니다. 이제 올 때가 됐으니까."

장미란은 누가 온다는 것이지 감을 잡지 못했다. 원래부터 인적이 드문 곳이고, 피살 사건까지 벌어져 아무도 지나가는 이가 없었는데,

"안녕?"

유달이 반갑게 손을 들고 인사했다.

그런데 장미란의 미간엔 주름이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유달이 아무도 없는 전봇대에 알은체하는 것이었다.

"당황하지 마. 삼촌은 나쁜 사람 아니야?"

유달은 그녀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흡사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람이 말 붙이니까 되게 신기하지? 오- 오- 만지면 안 돼. 그냥 거기서 가만히······."

장미란은 혼자 보기 아까웠다.

아니, 누가 볼까 겁났는지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진짜 나쁜 사람은 너도 봤을 거 아니야?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 줄 수 있어? 뭐. 딜을 하자고? 그래, 네 부탁 들어줄 테니까, 어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곧이어 유달이 누군가의 말을 듣고 전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쁜 사람이 철조망을 잘랐어? 그리고 여기 전봇대 뒤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고. 경찰이 잘린 철조망을 확인하자 슬금슬금 다가가서 쾅! 망치로 뒤통수를 치고. 재빨리 도망갔다고."

말하는 틈틈이 장미란을 곁눈질했다. 딴청 피지 않고 잘 듣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은 봤어? 마스크를 해서 잘 모르겠다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잠깐! 아까 때리는 흉내 다시 한번 해봐. 오호, 망치를 왼손으로 휘둘렀구나? 고마워, 잘 가.”

유달은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고 표정이 굳어 있는 장미란에게 말했다.

“똑똑히 들었지요?”

“네, 아주 똑똑히 잘 들었어요.”

“범인은 왼손잡이입니다. 맞지요?”

“네, 국과수에서도 범인이 흉기를 왼손으로 휘두른 것으로 결론 내렸어요.”

“그 기자 놈 역시 왼손잡이일 겁니다. 맞지요?”

“아닌데요.”

순간, 거만하게 말하던 유달이 당황했다.

“예? 그,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이, 이러면 말이 안 되는 건데······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점점 멘붕 오는데, 꼬마 귀신이 착각한 건가? 그것도 역시 말이 안 되는 거고.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그만 구시렁거리죠. 반은 맞았다고 해줄 테니까.”

“무슨 소리죠?”

“김 기자는 양손잡이가 확실해요. 급할 때 왼손으로 글을 쓰는 걸 봤어요.”

“바로 그겁니다! 그놈은 자신의 범행을 숨기가 위해 일부러 왼손을 쓴 겁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죠. 또한. 방금 꼬마 귀신이 한 말이 사실이면, 경찰은 수사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은 것이고요. 오현아의 집에 침입하려다 들켜 우발적으로 저지른 게 아니었어요. 계획적으로 노린 범행이었네요?”

유달이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이에 장미란이 정색을 하고 물었다.

“유달 씨, 정말 귀신과 대화를 한 거예요. 아니면 연극 하는 거예요?”

"저는 연극 같은 거 못합니다."

"그럼 귀신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건데, 그 말을 제가 믿을 것 같아요?"

"믿건 안 믿건, 그건 형사님의 자유. 저는 제 할 일을 했으니 이만!"

유달이 장난스러운 거수경례를 하고 떠났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건들 걸으며 중얼거렸다.

"판사님에게 신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 꼬마 귀신 증인 신청하면 한 방에 끝나는 건데. 참, 어려운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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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오후.

해가 중천일 때가 유달의 출근 시간이었다.

딸랑딸랑.

"보름아, 구인광고 뜯지 말라니까 자꾸······."

생각 없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유달이 깜짝 놀랐다.

"뭐야? 이 득실거림은······."

한가함을 넘어 썰렁해야 정상인데, 오늘은 손님들로 넘쳐났다. 그 많은 테이블이 꽉 차고 손님들 떠드는 소리에 귀가 멍할 지경이었다.

정신없이 음료수를 나르는 송보름을 잡고 물었다.

"이게 어찌 된 상황이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에요."

"유커? 왜 하필 우리 가게에 온 거냐? 여기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곳인데."

"누가 몰고 왔어요."

"누가?"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제가 모셔왔어요."

유달이 뒤돌아보니 장미란이었다.

"형사님이 왜요?"

"이분들이 너무 덥다며 쉴 곳을 찾고 계시더라고요. 그런데 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나요? 제가 가이드에게 좋은 곳이 있다며 데려왔죠. 싫어요?"

"아니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빨리 움직이세요."

"왜 움직여요?"

"여기저기 손 흔드는 거 안 보여요? 음료 시켰으니까 사주 봐 달라는 거예요."

"전 중국말 못합니다!"

"괜찮아요. 제가 할 줄 아니까."

장미란은 식겁하는 유달을 테이블로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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