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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카페-3화 (3/183)

3화- 체포한다.

유달이 말끔하게 정장을 빼입었다.

찜찜한 마음을 달래며 경찰서 건물 안으로 들어섰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사복형사 둘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재형이 상태는 어때?”

“점점 안 좋아지나 봐. 아직도 못 깨어났어.”

“와이프하고 애들은 어떡하냐?”

“그보다 늙은 어머니가 문제지. 소식 듣자마자 앓아누웠잖아. 지금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어떤 개새낀지 잡히기만 해봐라!”

우두둑.

종이컵 구겨지는 소리에 유달이 바싹 긴장했다.

안내 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아 강력계 안으로 들어갔다.

“여깁니다.”

장미란이 번쩍 손을 들었다.

유달이 쪼르르 그녀가 앉아 있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앉으세요.”

“네······.”

유달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손과 발을 가만두지 못하고 땀까지 흘렸다.

“더우세요?”

“아니요. 제가 이런 곳을 매우 안 좋아합니다.”

호흡까지 거칠어지는 것이 진짜 공황장애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우리 가벼운 얘기부터 하죠. 저번에 저한테 하셨던 사주풀이는 정확히 맞았어요. 제가 이번 달에 퇴직합니다.”

“그래요······.”

“어느 곳에 취직하면 좋을지 알려주시겠어요?”

“그럴까요?”

전문분야가 나오자 유달이 한결 안정을 찾았다.

“직장운 보는 것도 쉬운 게 아닙니다. 적성에 맞으면 돈이 안 되고. 돈이 되면 적성에 안 맞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해서 돈 버는 사람들이 축복받은 거지요. 우리 장미란 형사님은······.”

뚫어지게 그녀를 쳐다보던 유달의 한 마디.

“탐나네요.”

“네?”

“저도 직원을 구하고 있거든요. 카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줄 매니저를 찾고 있습니다.”

장미란은 진심으로 공감했다.

“꼭 구하세요.”

“하지만 사람 구하는 게 어디 쉽습니까? 성실하면 능력이 없고, 능력이 있으면 잔꾀나 부리고 말이지요. 그런 면에서 우리 장미란 형사님은 완벽 그 자체에요. 능력 있고,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그냥 맡겨두면 혼자 일 다 해요. 문제라고 하면 너무 일을 열심히 한다는 거.”

옆자리의 강세훈이 바퀴 달린 의자를 밀고와 말했다.

“일 욕심은 타고나신 분이죠. 일 처리도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고요.”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죠. 능력 없는 상사 만나면 힘들어져요. 왜냐? 감당이 안 되니까? 장미란 형사님은 어떤 직에 적성보단, 상사를 보고 들어가야 해요. 자신을 감당할 수 있는 배포와 능력이 있는지 말이에요.”

유달이 열변을 토하고 있을 때, 30대 중반의 사내가 강력계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친숙하게 형사들에게 다가갔다.

“박 형사님, 머리 자르셨네요?”

“오랜만이야, 김 기자.”

“최 형사님, 좋은 건 있으면 하나 주세요.”

유달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미란이 물었다.

“저기요? 왜 자꾸 눈을 깜박거려요.”

“내가요?”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미친 듯이 눈을 깜박거렸다. 곧이어 손과 발, 온몸을 사시나무 떨 듯하더니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 어디 가세요?”

유달은 아무 대꾸 없이 김 기자에게 향했다. 곧이어 형사들과 수다를 떠는 김 기자의 어깨를 톡 쳤다.

“응?”

누군가 고개를 돌리는 그에게 말했다.

“또 만났네요. 김 기자님?”

“저를 아세요?”

김 기자는 처음 본다는 반응이었다.

“저번에 만났잖아요?”

“죄송하지만 우리가 언제 만났지요?”

“벌써 잊었어요? 나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는데. 일주일 전 오현아 씨 집 근처에서······ 날 죽였잖아!”

“컥, 컥!”

유달이 와락 달려들어 김 기자의 목을 졸랐다.

“저, 저 새끼 뭐야!”

“완전히 미친 새끼 아니야!”

형사들이 달려들어 유달을 떼어내려 했다.

건장한 체격의 강력계 형사 세 명이 나섰지만 유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잡아먹을 듯 김 기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 가족 눈물 나게 하고 넌 무사할 줄 알았어? 김형식, 네놈을 나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유달이 말리는 형사의 뒷주머니에 수갑을 빼앗아 김형식을 수갑 채웠다.

철컥!

@

쾅-.

유치장 철창문이 닫혔다.

유달은 유치장 창살을 붙잡고 서서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장미란도 매우 곤란해졌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마음을 참고 물었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짓을 한 거예요?”

“나도 몰라요······.”

그는 넋이 빠진 듯 늘어지는 목소리였다.

“난리 친 당사자가 모르면 누가 알아요?”

“귀신이 알겠죠?”

“유달 씨, 농담도 분위기 봐가며 하세요. 당신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난처한지 알이요?”

강력계장이 김형식에게 연신 사과하고 있었다.

형사들도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 어떤 형사는 유치장의 유달을 흘깃 보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빙글빙글, 미쳤다는 손동작까지 했다.

“김 기자 화 풀리면 사과하세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요.”

“정말 고소당하고 싶어요? 증인들이 모두 형사예요. 어떤 수를 써도 유죄를 면할 수 없어요.”

“그보다 나 좀 여기서 빨리 꺼내줘요.”

“예?”

“급히 확인할 게 있어요. 강원도까지 가야 한다고요.”

유달은 몹시 다급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장미란에겐 철없는 행동처럼 보였다.

“정말 내가 화내는 거 보고 싶어요? 반성도 없고, 사과도 싫고, 빨리 꺼내 달라 보채기나 하고.”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니까요?”

“지금 그쪽 사정 봐줄 때가 아니에요. 내가 제일 기쁜 나빴던 게 뭔지 알아요? 병원에 있는 재형이가 죽은 것처럼 행동했잖아요.”

“그것도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내 말을 들으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이해할 겁니다.”

순간, 그녀의 인상이 구겨졌다.

“진짜배기라면서 내 살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

장미란이 유달을 조용히 시키고 돌아서는 때다.

강력계 전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강세훈이 굳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장 팀장님······.”

“무, 무슨 일 있어요?”

“방금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재영이가 죽었답니다. 30분 전에······.”

“!”

그녀의 놀라움은 두 배였다.

안타까운 후배의 죽음.

그리고 30분 전이면, 유달이 난리를 친 시간이었다.

@

강원도 두메산골.

유달이 땀 흘리며 가파른 길을 올랐다.

서산의 해가 점점 기울어지고 있었다. 산속이라 해가 떨어지면 금방 어둠이 밀려왔다.

“헉······ 헉······.”

숨을 헐떡이며 한 발 또 한 발.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작은 판잣집이 보였다.

유달이 비틀비틀 총 맞은 사람처럼 걸었다. 있는 기운 없는 기운 다 짜냈다.

판잣집에 도착하자 덜컹, 문을 열어젖혔다.

불교의 탱화 같은 그림이 걸려 있는 제단.

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던 노파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달이냐?”

철퍼덕!

문지방을 넘은 유달이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애들이 떼를 쓰는 것처럼 말했다.

“이모, 제발 휴대폰 좀 사라!”

“난 그딴 거 필요 없다.”

“나한테 필요 있다고, 나한테! 이모한테 뭐 하나 물으려면 이렇게 등산해야 하잖아.”

“이럴 때라도 좀 움직여 봐라. 뭐든 귀찮아하는 건 여전하지? 어차피 죽으면 썩을 육신인데.”

“난 죽지도 않고 썩지도 않을 거야. 천년만년 호의호식 인생을 즐기며 살 거라고.”

“참 꿈도 야무지다. 목마르지. 물 줄까?”

벌써 마시고 있었다.

유달이 벌컥벌컥 플라스틱 생수통을 다 비우고 말했다.

“정수기도 한 대 놓자. 너무 밍밍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왜 왔는지 말해봐. 이 시간에 왔다면 보통 일은 아닐 거 같은데.”

유달이 바싹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모, 귀신이 들러붙었어? 내가 이제 선무당도 아니고, 몸주의 허락도 없이 들어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

한복 차림의 노파는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천기가 어수선하더니, 대마신이 깨어날 모양이다.”

“에이, 엄청 귀찮게 생겼네······.”

“달아, 귀찮은 척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네 부모님이 왜 돌아가셨는데? 어떡하든 싸워서 이길 생각을 해야지.”

“내가 무슨 해리포터야? 부모 원수 갚겠다고 그 무시무시한 놈이랑 싸우게? 그놈이 날 안 건드리면, 나도 그놈 절대 안 건드려. 세상을 정복하든 집어삼키든 맘대로 하라고 해.”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섭섭하시겠다.”

“섭섭해도 상관없어. 아니, 무슨 자격으로 섭섭해하시는데? 낳기만 하면 다야? 사랑과 애정으로 키워줘야지. 낳자마자 이모한테 떠맡기고······.”

“그만하고 밥이나 먹자.”

“응.”

노파가 유달의 말을 끊었다.

***

어둠이 완전히 내린 산골.

노파가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이 들고 왔다.

“너 오는 거 알았으면 맛있는 거 준비했을 텐데.”

“그러니까 핸드폰 사라니까!”

“밥 먹어.”

“응.”

유달이 허겁지겁 밥을 욱여넣었다.

복스럽게 먹는 그들 보며 노파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너도 이제 서른 넘었는데 여자는······.”

“없어. 귀찮아서 싫어. 이모도 생각해 봐. 내 명의로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데 어떤 여자가······.”

“밥 먹어.”

“응.”

“참, 가게가 명동에 있다고 했지?”

“맞아.”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데, 장사는 잘되냐?”

“엄청 잘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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