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굿 카페-2화 (2/183)

2화- 사주카페 사장.

명동 사거리 번화가.

반강제로 사주카페 건물에서 나온 강세훈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 저놈 진짜 수상한데?”

장미란의 뒤를 따라가면서 계속 뒤돌아보았다.

“장 팀장님은 저놈이 범인이라 생각지 않습니까?”

“글쎄요. 범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좀 더 조사했어야지요? 잔뜩 흥분한 상태라 뭔가 건질 수도 있었는데, 무턱대고 나오면 어떡합니까?”

“참고인 조사는 강제권이 없잖아요. 사주카페 사장이 싫다고 하면 그냥 나왔어야 했어요.”

“그 사장은 그런 거 잘 모르는 거 같던데요?”

“아니요. 누구보다 잘 알아요. 사주카페 사장이 끼고 있던 반지 봤어요?”

“예, 별로 비싸 보이진 않던데요?”

“그건 한국대학에서 사법고시에 패스한 사람에게만 주는 기념품이었어요.”

“그 카페 사장이 한국대에 사법고시 출신이라고요?”

“자세한 건 서에 가서 알아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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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경찰서 강력계.

강세훈이 서류를 살피며 장미란에게 다가왔다.

“장 팀장님 예상이 맞았습니다. 그 카페 사장 한국대 졸업하고 사법고시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사법연수원에 입소하지 않아 법조인이 되지 못했습니다.”

“왜 연수원에 들어가지 않은 거지요?”

“저도 그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힘들게 공부해 사법고시 패스하고, 왜 사주카페 사장이나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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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번화가 사거리 굿 카페.

손님 한 명 없는 카페 안에서 유달과 송보름이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우와, 그때 진짜 공부하느라 뒈지는 줄 알았어. 하필이면 공부 못해 죽은 귀신이 붙어가지고 말이야. 고등학교, 대학교, 주야장천 공부만 했다니까? 연수원 들어가기 전에 원귀가 떨어져서 다행이지.”

굿 카페의 유일한 알바생 송보름이 물었다.

“사장님 이모가 최고의 무당이잖아요? 그런 잡귀신은 간단히 쫓을 수 있지 않아요?”

“아무래도 일부러 놔둔 것 같아. 공부하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

“여하튼! 공부는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나를 보라고? 최고의 명문이라는 한국대 나와서 사법고시 패스하면 뭐하냐고. 지금은 다 까먹어서 고딩보다 못한 실력인데?”

“우리 아빠한테도 좀 말해주세요.”

“미쳤냐? 네 아버지가 건물 주인인데. 그런 말 했다간 당장 쫓겨날 수도 있단 말이다.”

“걱정 마요. 내가 여기에 알바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단호했던 유달의 표정이 금세 무너졌다.

“응~ 맞아. 그래서 내가 너 못 자르잖아.”

#

마포구 염리동 재개발지역.

빈집들이 많아 을씨년스럽고 인적도 뜸했다.

강세훈과 장미란이 낡은 2층 양옥집 앞에 도착했다.

띵동.

초인종을 누른 강세훈이 이해를 못 하겠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오현아정도면 톱스타 아닙니까? 벌어 놓은 돈도 많을 테데, 왜 아직도 이런 곳에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알박이 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연이 있겠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떠나지 못하는.”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돈 없어서 못 떠나는 사람들보단 낫네요. 그런데 아무도 없나?"

강세훈이 다시 초인종을 누르려는 때였다.

-누구세요?

젊은 여자의 음성이었다.

"마포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잉~.

문이 열리고 오현아가 직접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오현아가 거실 소파로 안내했다.

“병원에 계신 경찰분 상태는 어떤가요?”

강세훈이 대답했다.

“아직 혼수상태입니다.”

“큰일이네요. 빨리 깨어나셨으면 좋겠는데.”

“저희도 그러길 바라고 있습니다.”

“앉으세요. 차는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강세훈이 손사래 치며 말했다.

“이렇게 시간 내주신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바쁘실 테니 짧고 간단하게 묻겠습니다. 팬분들 중에 사주카페 사장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아십니까?”

“당연히 알지요. 데뷔 초창기부터 팬이셨어요. 해마다 신년운수 봐주시고, 생일이면 선물 보내주시고, 악플러 담당 자처하셔서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강세훈이 장미란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그 사장이 왕팬이라 한 말이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러게요. 연예인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장미란이 물었다.

“실제로 보신 적은 있으세요?”

“없어요. 팬클럽 미팅할 땐 꽃만 보내주시더라고요.”

장미란이 질문을 바꿨다.

“혹시 유달이란 분은 아세요?”

“!”

흠칫한 오현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장미란이 물었다.

“어떻게 아는 사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네, 제 언니의 친구였어요.”

“언니가 계셨어요?”

오현아의 프로필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알려져 있었다.

“두 살 터울인 언니가 중학교 3학년 때 죽었어요. 아마 경찰기록에도 나와 있을 거예요.”

“경찰기록이라니요?”

“제 언니는 ‘이상태사건’의 마지막 희생자였어요.”

순간, 장미란과 강세훈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상태 사건은 경찰의 치욕이라 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 범행, 공식적으로 밝혀진 희생자만 9명, 익명의 시민 제보로 잡힌 살인마는 현직 경찰이었던 것이었다.

“정말 가슴 아프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언니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오현이는 냉담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됐습니다. 사과도 감사도 유달 오빠에게 하세요.”

“무슨 의미인지요?”

“그 익명의 제보자가 바로 유달 오빠였어요.”

“!”

장미란은 놀람과 의아함이 복합된 반응이었다. 그녀가 알기로 익명의 제보자는 여성이기 때문이었다.

***

마포 경찰서 강력계.

장미란이 제보자의 음성 파일을 듣고 또 들었다.

-이것들아, 안에 있는 물건을 밖에서 찾으면 찾아지겠느냐? 십팔자에 목목대점. 등잔 밑은 항시 어두운 법이다.

함께 듣던 강세훈이 말했다.

“아무리 들어도 여자 목소린데요?”

“국과수의 분석 결과도 마찬가지였어요. 서울이나 경기 출신, 20대 초중반의 여성. 무속인의 말씨를 쓰는 특징이고 경찰에 대한 반감이 느껴진다.”

“저 당시 사주카페 사장이 중3이었으니. 변성기가 안 왔으면 가능할 법도 하지 않겠습니까?”

“왜 그런 수고를 감수했느냐는 거죠? 요즘 같으면 간단히 음성변조 어플 쓰면 되지만······.”

“중3이면 아직 어리니까. 장난 신고로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죠.”

“글쎄요. 이게 더 장난 같지 않아요?”

장미란이 다시 한번 재생했다.

-이것들아, 안에 있는 물건을 밖에서 찾으면 찾아지겠느냐? 십팔자에 목목대점. 등잔 밑은 항시 어두운 법이다.

강세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제 선배가 이 사건 담당했었는데 처음엔 그랬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정식으로 들어온 신고니까 조사는 해야 했죠.”

“십팔자(十八子)는 이(李) 씨 성이고, 목목대점은 이름 상태(相太). 경찰 내부정보 검색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들었어요.”

“제 선배가 말하길, 범인 잡고 쪽팔려 보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제보자와 사주카페 사장이 정말 동일인일까요?”

“이미 종결된 사건인데, 그게 중요합니까?”

“경찰 최고의 인력이 총동원된 사건이었어요. 그래도 작은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했는데, 중3 나이의 그가 어떻게 범인을 알아냈는지 궁금해서요.”

“그렇긴 하군요. 이번 사건과 비슷하기도 하고요.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어떻게요?”

“성문분석 의뢰하면 되지요. 그러려면 사주카페 사장의 목소리가 있어야 하니까······.”

강세훈이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 모드로 바꿔 장미란도 들을 수 있게 했다.

-뚜우우우~ 뚜우우우~

단순한 통화연결음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통화자 되자 녹음 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십니까! 마포서 강세훈입니다.”

-그런데요······.

굉장히 마뜩잖은 음성이었다.

“죄송하지만 시간 되시면 마포경찰서에 한 번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사건의 참고인 조사 때문입니다.”

-꼭 가야 하나요?

사법고시 합격한 사람이 물었다.

“강제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수상쩍게 볼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저희가 다시 들릴 수도 있고요.”

-됐어요! 오지 마요. 잠깐 스케줄 좀 살펴보고요.

곧이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보름아, 큰일 났어! 경찰서에 가게 될 것 같다고.

-가면 되잖아요. 뭐가 문제에요?

당황해서 통화 중이란 사실도 깜박한 모양이었다.

-정말 몰라? 경찰서, 교도소, 병원, 학교 기타 등등, 사람 많은 곳엔 잡귀들도 들썩인다고. 내가 은행과 병원 다음으로 싫어하는 곳이 바로 경찰서야.

-사람 많은 클럽은 잘만 가드만.

-그거랑은 틀리지. 공황장애라고 뻥칠까?

장미란과 강세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실소했다.

-그냥 가서 사실대로 말하고 와요. 그 시간에 홍대 클럽에서 열나게 춤추고 있었다고요.

-안 돼! 경찰이 찾아오면 클럽에서 좋아하겠어? 그렇지 않아도 나이 많다고 눈치 보이는 상황인데······.

-범인으로 몰리는 것보단 낫지 않아요?

-젠장, 그 수밖에 없는 건가. 짭새는 영 재수가 없어!

장미란과 강세훈이 다 무안할 지경이었다.

-흠, 흠, 여보세요?

“예, 말씀하세요.”

-내일 오전 중으로 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네, 확실히 끊어 주십시오."

-?

녹음한 휴대폰을 흔들며 강세훈이 말했다.

“국과수에 통화내용 그대로 넘기면 자지러지겠는데요. 따로 편집할까요?”

"그냥 넘기세요.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인가요."

"알겠습니다."

강세훈이 자리를 뜨려는 때였다.

정복 차림의 부서장이 강력계로 들어왔다.

“장 팀장, 아직 퇴근 안 했어요?”

“급히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

“하여튼 우리 장 팀장 일 욕심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참! 이번 달까지라고 했나요?”

“네.”

“그동안 수고가 많았어요.”

“저야말로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부서장이 나가자 강세훈이 착잡한 표정으로 말 붙였다.

“토사구팽이 따로 없네요. 자기들 필요할 땐 사정사정해서 불러놓고, 문제가 생기니까 나 몰라라 내쫓고.”

“문제를 일으킨 내 잘못이 크죠.”

“알아보신 자리는 있습니까?”

“아직······ 금방 찾을 수 있겠죠.”

“그런데 경찰 말고, 팀장님 같은 전문 프로파일러 쓰는 곳이 많나요?”

“······일이나 하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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