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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도 쓸데가 있다-237화 (237/259)

[237화]

[빛이여어어어어어어! 솟아올라라!]

쏴아아아아아!

베오날드가 이 테러 시각을 밤으로 고른 이유. 사람은 결국 자극을 받음으로써 삶을 확인하는 생물로 그 ‘자극’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어두운 밤이 제격이었다.

어두운 밤, ‘성검’이 뿜어내는 빛의 위용은 이 파괴되고 절망에 빠져든 ‘신성국’의 수도에 있는 살아 있는 모든 자들에게 보일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이 내린 기적이 강림한 것 같은 광휘는 달빛을 넘어 태양처럼 빛을 뿜어내어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자, 멋지게… 아주 멋지게 내려가야 한다.’

“저, 저것은!”

“신의 사도인가?”

“오오오……!”

성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휘와 함께 베오날드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 우아하게 망토를 펄럭이며 천천히 내려왔다.

현재 그의 마갑주는 이런 용사 활동을 위해서 아주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 놓은 상태로, 그의 보물고에 있는 온갖 사치품과 장식, 거기에 여신교라는 것을 인증할 수 있게 문장까지 새겨져 있었다.

‘사람은 결국 외양에 영향을 많이 받으니 말이지.’

제국 섭정으로 일할 때 온갖 행사와 의전을 담당했던 몸이며, 귀족으로서 남들에게 위대하게 보이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아는 만큼 그는 분위기, 외양, 소리, 시각 등등… 자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 성검… 알아서 크기도 변해 주니 편하군.’

베오날드가 들기에도 롱 소드급이었던 성검이 조사하던 중 크기가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변하는 것을 보고 거기에서 착안, 마갑주를 입은 상태에서 쥐니 그에 맞는 크기로 변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지금 하늘에서 광휘를 뿜어내며 내려오는 마갑주를 입은 베오날드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상의 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신의 명을 받아… 위기에서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 왔노라.]

일부러 젊은 목소리도 위엄 있어 보이기 위해서 투구에 마법 부여를 통해 울림을 증폭시켰다.

정말 신의 사자 같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용사라는 위압감을 확실히 주고 자신이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걸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마갑주 덕분에 그의 시선은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는 위치였고, 상대적으로 교황도 그의 위압감에 눌리게 된다.

‘우선 전쟁부터 멈춰야겠군.’

모두의 시선이 베오날드로 몰린 상황. 베오날드는 자연스럽게 빛나는 검을 슥 휘두르면서 싸우는 현장을 가리키며 엄숙히 말했다.

[다들 싸움을 멈춰라. 이 사태는 사악한 암흑신교의 무리에 의한 것. 여신의 이름 아래 신앙을 유지하고 살던 우리에겐 죄가 없노라. 죄가 있다면 그것은…….]

“커억!”

파앙!

베오날드는 말하면서 암흑신교의 문장을 들고 신나게 뛰던 자에게 ‘볼트 슈터’를 겨누고 즉시 쏴 버렸다.

머리가 터지고 피를 뿌리면서 그는 몸뚱이만 남아 부들부들 떠는 상황. 베오날드는 성검을 든 채 앞으로 나아갔고, 그러자 신나게 사람들을 선동하고 난리를 부리던 암흑신교의 추종자들은 베오날드의 위용에 순간 겁을 먹고는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라! 저, 저게 용사라니!”

“으아아아아!”

‘역시 사실상 선동으로 주민들과 사제들을 싸우게 만들려 한… 끄나풀들뿐이라서 그런지 덤벼 오지 않는군. 마갑주의 외양에 겁먹은 것도 있지만 말이야.’

인간보다 훨씬 육중하고 거대한 강철의 거인 같은 모습.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두려움을 가질 법한 것이었다.

어차피 베오날드는 그들에겐 관심이 없었기에 도망가는 자들에게 ‘볼트 슈터’를 쏴서 먹이고, 우선 사람들부터 진정시키기로 한다.

[죄지은 자, 뉘우쳐라. 그리고 회개하라. 여신께선 자비로운 빛으로 그대들을 돌보셨으나 어둠의 종자들이 그 빛을 가리기 위해 이런 사고를 일으켰노라. 그리고 내가 왔노라.]

“죄송합니다!”

“오오오…….”

“여신이시여…….”

‘원래 평민들은 휩쓸리기 쉬운 만큼 분위기만 잡으면 금방이지.’

찬란한 빛과 함께 등장한 강철의 거인, 그것도 순백과 황금빛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자. 망토까지 멋지게 걸치고 이 어두운 밤,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찬란히 빛나는 존재를 보면 자연스럽게 경외심이 들기 마련이다.

암흑신관들에게 선동당한 주민들은 그대로 땅에 엎드려서 기도로 회개를 시작하며 금세 진정하게 된다.

“오오… 오오오… 드디어 신의 도움이 왔노라! 찬미하라! 오오오!”

‘뻔뻔한 놈 같으니. 붙어먹을 구석이 보이니 득달같이 달려오는군.’

그리고 교황은 구원자를 얻은 양 밝은 표정으로 베오날드를 반갑게 맞이하러 오지만, 베오날드는 그의 농간에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부터 이 도시를 무너뜨리고 한 것은 바로 이 내부의 적을 치우기 위해서 행한 사전 행위였으니 말이다.

[다가오지 마라, 어리석은 자여.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지 못할까? 암흑신교보다 더 큰 위협이 된 자여.]

“제, 제가 말입니까? 어, 어째서 말입니까? 저, 저는 평생을 여신님을 섬기고 따른…….”

[너는 그 신앙심으로 교황의 자리에 올랐고, 여신교를 책임지는 몸으로서 이 암흑신교를 처단하고 인류의 등불이 되는 임무를 맡고 있거늘, 어찌하여 그것을 게을리하여 이 ‘신성한’ 도시를 무너뜨리게 만든 것이냐?]

“그, 그건……! 크흠!”

‘내가 하긴 했지만…….’

명실상부한 자작극이지만 최적의 명분이었다.

그리고 애초부터 그가 정치나 권세, 여신교의 확장만 생각하지 않고 교황으로서 좀 더 제대로 일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기도 했고, 도시 붕괴를 암흑신교들 탓으로 돌렸으니 그들에게서 이 도시를 지키지 못한 교황의 책임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었다.

“하, 하지만……!”

[신앙심은 있더라도 네놈은 자신의 권위에 눈이 팔려 진실로 교황으로서, 교단의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을 방기한 것이나 마찬가지. 내가 이곳에 오는 동안 아무것도 보고 듣지 못한 줄 아느냐?]

“윽!”

[아무것도!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북쪽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도우러 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이 신성국을 잘 보호하였는가? 저 사악한 암흑신교 놈들이 암약하게 놔둔 무능함! 지옥에 떨어져도 무방한 일이 아닌가? 어떤가!]

“…마, 맞습니다!”

“맞습니다! 옳소!”

“옳소! 옳소! 맞다! 성전군에 대해 그렇게 떠드셨으면서 왜 북쪽 제국 수도에 몰려드는 마족들에겐 성전군을 파견하는 걸 미룬 것인가?”

“맞아, 맞아. 겉으로는 성전군을 파견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셨으면서 결국 질질 시간을 끌었지! 거기선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맨날 인자한 것처럼 홀홀대더니…….”

‘…큰일이다!’

베오날드의 등장과 말에 의해서 이제 모든 비난과 분노의 화살은 교황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는 안색이 파래진 채로 지금 자신에게 몰려드는 이 비난을 피할 방법을 생각해 내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책임 전가를 하려고 해도 최종 책임자는 교황인 자신이었고, 결국 무능함만 떠드는 꼴이었으며 그저 교황의 자리에 오르는 것과 치적을 쌓아서 역사에 이름과 권위만을 남기려고 했던 그가 이 상황에서 피할 방법은 여신이 직접 강림하여 용서하지 않는 한 절대로 없었다.

‘이, 이렇게 되면 내 방법은…….’

[이 신성국을 무너뜨린 죄, 죄 없는 사람들의 삶을 빼앗고 죽게 한 죄, 악을 처단하는 임무를 방치하고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늘리는 일에만 정신이 팔린 죄, 교황이라는 지위를 지키는 데만 혈안이 된 죄! 이 신성국의 죄악! 저 암흑신교보다도 더 사악하다 할 수 있다!]

“아, 아니, 그건 너무한…….”

[이 죄악을 씻는 방법은 오직 하나. 불로써 스스로를 뉘우치고 사죄하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부, 불? 불이라고?”

[어중간한 암흑신도보다… 이 죄악은 더 큰데, 더 할 말이 있는가?]

베오날드가 내려다보며 엄중하게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은 모두 하나로 모여 교황을 노려봄으로써 화형 하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모든 증오와 분노를 모으고, 폐허가 된 도시의 책임을 씌우니 아주 순조롭게 진행된 것이었다.

[그럼 이곳에 곧바로 폐목재와 기름을 모아서 화형대를 만들도록 하라. 동시에 나는 이곳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암흑신교 놈들을 찾아내고, 사람들을 구할 본거지를 구성하겠다. 알았나? 어리석은 교황을 불태워, 우리의 죄도 같이 뉘우치고 암흑신교를 몰아내 다시 교단의 반석을 세우는 것이다.]

“예! 명대로 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성검의 용사님의 뜻대로!”

“여신님을 위하여!”

베오날드가 보여 준 마갑주의 외양과 성검을 소지함으로써 뿜어져 나오는 위엄, 그리고 신성국 도시를 무너뜨린 암흑신교 놈들을 죽이면서 쌓은 탄탄한 명분, 거기에 모든 죄악을 교황에게 밀어 넣고 처단함으로써 교단 인원들을 결집시킴과 동시에 이제 베오날드는 이 교단의 권력을 자연스럽게 손에 넣게 된다.

‘나는 역시 권력에 휘둘리는 건 질색이니 말이지. 그리고…….’

“그… 이 지도는 뭡니까?”

[추가 붕괴 위험이 없는 안전한 지역을 기록하여 꼽은 것이다. 지금 암흑신교에 의해 붕괴해 버린 이 신성국 도시에서 안전한 곳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기에 여신님께 기도하여 계시로 알아냈다. 사람들이 지낼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면 그곳으로 옮겨서 거점을 구축하도록.]

“아! 예!”

‘…신앙심이라는 게 참 무섭군. 조금도 의심을 안 하나? 아… 하긴 이거 때문이겠지.’

이제는 베오날드의 허리에 채워져서 아까 같은 광휘를 뿜어내지 않고 있는 ‘성검’. 하나 신앙심이 특출나게 깊어서 ‘여신’에게 ‘기적’을 부여받은 자들이니 ‘성검’에서 느껴지는 신성한 힘에 금방 굴복하고 뭐든지 납득해 버리는 것이었다.

‘하긴… 신앙심이 뛰어나다는 건 그만큼 광신도라는 걸 테니 말이야. 여신의 힘이라고 하면 다 납득해 버리겠지.’

“놔! 놔라! 나는 교황이다! 날 이렇게 죽여선 안 돼! 놔!”

‘조금은…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무능한 아군이 강한 적보다 무서운 법이라서 말이지. 특히나 그냥 무능한 것도 아니고, 활동적이면서 무능한 아군은 치명적으로 무서워서 말이야.’

“으아아아! 네 이놈들! 여신님이 두렵지 않느냐! 나는 교황이다! 교황이란 말이다!”

‘애초에 권력을 누리고 싶으면 그 자리에 맞는 일은 했어야지. 쯧쯔쯔. 나도 횡령은 해도 나랏일은 열심히 했는데 말이야.’

물론 목적은 제국의 재보를 잘 횡령하기 위해서였지만, 간신이지만 베오날드는 그래도 제국 정치와 행정이 무너지지 않게 관리하는 건 물론 오히려 더 잘 키웠으며, 각종 문제가 생기면 남에게 전가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해결하고 황실에 보고하는 식으로 권력을 더욱 강하게 키워 나갔었다.

‘하긴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 흠하하하하핫! 나만큼 잘나지 않으면 어설프게 될 뿐이니 말이야. 하하하핫!’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죽어라! 이 사악한 놈아!”

“맞아! 네놈이 제대로 했으면 이렇게 안 됐을 거 아냐!”

‘지금 화형으로 죽는 게 고통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아마… 지옥에 가게 되면 그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걸 알게 될 거야.’

사람들의 증오의 목소리 속에 타 죽어 가는 교황을 바라보며 베오날드는 한번 가 봤던 지옥의 풍경을 잠시 기억에 떠올리며 그의 지옥행을 애도해 주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만 보면 보통 일반적인 용사가 왔다면 아마 여러 시험과 모험과 장대한 서사시 속에서 진행되었다가 밝혀졌을 암흑신교에 대한 진위와 교단의 정상화가, 다소 희생과 도시의 파괴가 있었지만 베오날드의 계획대로 단 하루 만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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