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뿌우우우우!
그리고 나팔 소리와 함께 마르텡 남작의 군대가 진군하기 시작했다.
선봉인 볼라스는 1천의 기병과 보병 1천을 먼저 이끌고 그냥 오늘 안에 짓밟을 생각으로 자신만만하게 보병은 가운데로, 기병들은 500씩 나누어서 양 측면과 후방을 노리는 정석적인 작전을 사용하기로 한다.
“이렇게 나누어 놓으면 마법에도 문제없겠지. 안 그렇습니까, 란드 경?”
“예. 마법 같은 특별한 수단만 주의하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러면 내 첫 전공을 위하여 가 보자고! 전군, 나를 따르라!”
젊은 혈기를 터뜨리며 볼라스는 기병들을 이끌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아버지가 대놓고 전공을 세우라고 준 전쟁. 이것도 못 받아먹으면 병신 머저리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그는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정석 중의 정석으로 진형을 짜고 달려 나갔다.
상대는 역시 수가 더 열세이기 때문인지 방진만 짜고서 얌전히 대기 중이었는데, 이건 예상하던 범위 내였다.
“좋아! 이대로 가자고! 전군, 돌격하라!”
“와아아아아!”
압도적 우세인 전장이라는 것이 다 알려졌다 보니 병사들은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며 돌진해 나아갔다.
상대는 고작 1천 명이고 자신들은 총 7천, 거기에 지금 공격하는 건 2천의 숫자라는 걸 들으니 빨리 이기고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는 자들까지 있을 정도로 그들은 용기 있게 나아가고 있었다.
“자자! 후딱 처리하고 보상금 받고 돌아갑…….”
“뭐?”
“이게 무슨…….”
쐐에에엑! 퍼버버버벅!
하나 그 순간, 돌진하는 보병 진영에서 바람 소리와 함께 피 보라가 터져 흘렀다.
주변의 병사들은 당황하면서 순식간에 죽어 간 동료가 왜 죽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바라보는데, 놀랄 새도 없이 죽음을 부르는 바람 소리는 계속해서 그들에게 날아온다.
“뭐야? 뭐냐고?”
“전진해! 뭐가 날아오든 간에! 움직여야 산다!”
“움직여! 달려! 달리라고!”
보병진에 합류해 있는 보행 기사와 십인, 백인장들은 죽어 나가는 병사들의 동요를 막고 계속해서 전진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여기서 겁을 먹고 멈추면 처음 세운 작전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보병들은 어떻게 해서든 정면으로 뛰어가야만 했다.
다만 겁을 먹은 자들을 위해서 각자 방패를 들고서 나아가라고 지시를 내리는 게 전부. 하나 그럼에도 바람 소리와 함께 한 번에 병사들 십수 명씩 죽어 나가는 이 현상은 막아 낼 수 없었다.
“이, 이런 젠장!”
“벌써 백이 넘는 병사들이 죽었습니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리고 같은 상황, 베오날드 측 진영에서는 베오날드가 마갑주를 입은 채로 엎드린 자세로 거대한 ‘볼트 라이플’을 겨누고 계속 쏘는 것을 반복 중이었다.
거대하고 긴 ‘볼트 라이플’은 ‘볼트 슈터’의 개량형이며, 마갑주를 입은 채로 쓸 수 있도록 진보된 무기로, ‘볼트 슈터’에 쓰는 탄환보다 더 크고 긴 것을 쓰기 때문에 위력도 막강했다.
‘내 생각 이상으로 좋아서 문제군.’
철컥! 치지지직! 쐐에에에에에엑!
방아쇠 당기는 소리와 동시에 마정석의 마력이 흡수, 술식에서 폭발, 그리고 총신 안에 있는 투사체가 그대로 바람 소리를 내면서 날아가 피 보라를 일으킨다.
당초 예상한 것 이상으로 위력이 좋은 것에 감탄한 베오날드는 마족이나 괴물 상대로도 쓸 만할 거라는 생각에 양산할 마음을 먹고는 계속해서 탄을 장전하고 쏘아 냈다.
‘음, 내 건 아다만티움으로 만든 포신이라 잘 버티는 것 같은데… 양산하려면 코스트 다운을 해야 하니까 강철로 처리를 해야 할까? 아니면 합금으로 해야 하려나? 으으음…….’
철컥! 철컥! 철컥!
한 발, 한 발 쏘아질 때마다 무수한 피 보라가 일어나며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위력에 감탄하며 베오날드는 코스트 다운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탄을 쏘아 낸다.
현재 상대는 병력이 죽어 나가는 속도에 놀라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기 때문에 베오날드는 생각 이상으로 잘 훈련된 병사들이라 감탄하는 한편 사격을 지속했다.
“와… 대체 이건…….”
“적들이 죽어 나가고 있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 생각이 있으셨구나.”
“다들 기합 넣어라! 그래! 세상에 꼭 이기고 지는 게 정해진 전쟁은 없다!”
그리고 적들의 피 보라는 적에겐 공포였지만 아군에겐 오히려 좋은 희망이다.
죽어 나가는 적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병사들은 그냥 질 거라 생각하고 따라온 이 전쟁이 사실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임을 인식하게 되었고, 중앙의 병력 뒤에서 사격하는 베오날드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게 된다.
‘좋아, 병사들의 반응도 좋군. 이제 이대로 적 보병들이 다가오면… 나도 백병전으로 나서야지.’
옆에 놓아둔 2미터 길이에 두께는 사람만 한 검을 보며 베오날드는 다음 무기 테스트를 생각했다.
그리고 전열을 이렇게 베오날드가 맡고 있는 동안에 측면은 이제 하이디가 맡게 되는데, 알테리오에 마갑주, 거기에 새로운 무기까지 주었으니 그녀 쪽은 전혀 걱정할 것이 못 되었다.
전면은 자신이 분쇄해 버릴 거니 병력이 적게 필요하고, 양 측면에 이제 병력 배분만 하면 충분하니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베오날드였다.
“적 병력이 20보 내에 들어왔습니다! 베오날드 님!”
[좋았어. 그럼 슬슬 나도 움직여야겠군.]
쿠구구구……!
병사의 보고에 베오날드는 무기를 검으로 바꾸고, 놈들이 더 가까이 오길 기다린다.
모습을 드러내는 건 적들이 거의 10보 안에 왔을 때.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가 급습할 때를 기다리듯 베오날드는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고, 10보 안에 정확하게 도달했을 때!
오러를 전력으로 끌어 올리는 동시에 갑주 내의 모든 술식과 마력을 폭발적으로 기동하여 그대로 일어나 하늘로 뛰어올랐다.
[간다아아아아!]
“뭐야, 저건?”
“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세상에, 떠, 떨어져 온다! 으아아아아아!”
마르텡 남작의 군대는 갑자기 하늘을 가리며 나타난 베오날드의 존재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숨에 약 10미터가량을 뛰어서 날아오른 그 강철의 기사는 태양빛을 가리면서 그대로 검을 휘두르며 지상에 강림했고, 육중한 몸체와 약 2.5미터에 달하는 갑주의 무게에서 나오는 파괴력과 오러를 실은 거대한 검의 폭압에 일격에 50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그대로 튕겨 나가면서 쓸려 나가 버린 것이었다.
“이, 이게 무슨……!”
‘황실 기사단 아류 노이멀 오식(五式)-사이드와인더’!
경악에 빠진 적 군사들을 그대로 두지 않고, 베오날드는 갑주 차림 그대로 오러를 집중하여 노이멀 가문의 검법을 시전, 본래 뱀처럼 날아가서 적을 추적하여 죽이는 검기인 ‘사이드와인더’이지만 지금은 한 마리의 용처럼 굽이치며 가는 길의 모든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그나마 막아 낸 것은 ‘기사’급뿐, 일반 병사들은 파도에 쓸려 나가는 모래 같은 신세였다.
“제길! 놈을 막아라! 모두 달려들어! 론 경! 엠필 경! 기사들은 모두 달려들어라!”
‘어리석긴…….’
지휘하는 기사들은 딱 봐도 기사급이 아니고서는 마갑주를 입은 베오날드를 막을 수 없다 생각하고 하급, 중급 기사들을 모아서 달려왔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거였으면 이걸 만들지도 않았다.
아다만티움, 미스릴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 외부 장갑, 거기에 새겨진 각종 보호 술식, 베오날드의 오러를 쓰기도 하지만 등 쪽 백팩에 존재하는 마정석 배터리의 압도적인 마력량. 기사들의 오러가 실린 검을 맞는다고 해도 웬만해선 흠집도 나지 않았다.
“이런 젠……! 크아아악!”
“무, 무슨 이렇게 단단해?”
“틈을 노려! 관절 부위를 노려라!”
‘…음, 내구성 테스트, 마력 소모량 가늠도 되는군.’
사실 기량 차이 때문에 피할 수도 있었지만 마갑주 테스트이다 보니 베오날드는 일부러 검격과 검기의 공세를 허용하면서 적을 처리하고 있었다.
속도에 따른 내구도 테스트는 자유로운 반면 이런 전투에서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는 별도였기 때문이다.
왜 굳이 이런 테스트를 하냐면 양산 모델은 지금 베오날드가 입고 있는 것만큼의 리소스를 투입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레벨에서 실전성을 가지는지 확인이 필요해서였다.
‘내가 입고 있는 거랑 유사하게 만드는 건 이제 고위 마족을 상대하는 용으로 용사에게 줘야지. 그리고 특별한 마도구 무기랑 방어구도 만들고… 그놈들! 반드시 날 살려 둔 걸 후회하게 해 주마.’
“으아아아! 가문의 기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다니! 으아아아!”
“저, 저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살려 줘!”
여유를 부리면서 싸워도 압도적인 베오날드의 무용과 마갑주의 성능에 마르텡 남작가의 기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병사들은 하나둘 사기가 꺾여 도주하기 시작했다.
보병진이 붕괴가 된 마르텡 남작가의 군대는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 베오날드는 추격을 명령하면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자는 포획하라고만 지시를 내렸다.
‘어차피 발데리안 백작가 휘하의 병력들이야. 내가 압도적으로 이긴 것만 증명하면 될 뿐, 원한과 희생을 깊게 만들 필요 없어.’
이 전쟁도 아닌 전쟁에 참여한 것은 그저 자신의 실력 과시일 뿐 그 이상의 목적도 없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달려든 2천의 병력 중 보병 1천은 베오날드에 의해 와해되어 물러나기 시작했고, 양익을 노리던 기병들은 한쪽은 하이디가 격파해 버렸고, 다른 한쪽은 백중세를 유지하다가 돌아온 베오날드에 의해서 그대로 개박살이 나 버리고 말았다.
“마,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저런 게?”
[죽기 싫으면 물러나라. 그리고 마르텡 남작에게 전해라. 내일까지 항복 안 하면 직접 죽이러 갈 거라고 말이다.]
철컥! 쐐애애액!
선언을 하고 마갑주를 입은 상태에서 쓸 수 있게 만든 ‘볼트 슈터’를 꺼내어 쏴, 의견을 알리는 베오날드였다.
마르텡 남작가의 기병을 이끌던 기사는 이미 베오날드의 마갑주의 힘을 절실히 느꼈기에 안색이 파래진 채로 그대로 병력을 추스르고 물러났다.
호기롭게 시작하고 약 2시간 만에 끝난 싸움이었다.
‘뭐, 이런 법이지.’
“와아아아아아아아!”
승리에 취한 아군 병사들의 외침 속에서 베오날드는 일단 호응은 하지만 크게 기뻐하진 않았다.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이번 전쟁은 그런 격이다.
베오날드로선 오늘 모은 데이터를 포함해서 병력의 희생과 숫자, 마왕의 군세에 대한 대비가 먼저였기에 우세를 보여 줬으면 전쟁을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만 했다.
“베오날드 님! 대어를 건졌습니다.”
“음? 뭐냐, 그 녀석은?”
“이자는 마르텡 남작의 아들로 후계자라고 합니다. 도망치지 않고 싸우려던 걸 생포했습니다.”
“으음… 그럼 끝난 거나 마찬가지군. 서찰을 보내서 항복 권고를 한 번 더 해라. 나는 오늘 전투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하니 말이다.”
“예!”
예상 이상으로 쉽게 끝난 전투. 베오날드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진영으로 돌아갔다.
대충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줬고, 후계자까지 잡았으니 어지간히 멍청하지 않은 이상 마르텡 남작은 그의 항복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일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즉시 적진으로 쳐들어가서 마르텡 남작의 목을 따고 항복을 강요하면 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