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신도 쓸데가 있다-190화 (190/259)

[190화]

같은 시각, 베노피스.

500년 전, 통일 제국 섭정 베오날드 폰 노이멀에 의해 제국의 모든 자본과 역량이 합쳐져서 만들어졌던 대영지 베노피스. 찬란하게 번영하던 이 거대한 영지는 베오날드 폰 노이멀 사후 결국 붕괴, 지금은 그 화려하던 흔적이 폐허로만 남아 있고, 사악한 마물들과 마족들의 거처로 사용되고 있었다.

[서둘러야… 그르륵… 한다.]

그리고 이 폐허의 어느 건물 지하에선 현재 달켄 다이나는 아주 다급하게 마법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마법’, 이 세상을 구성하는 ‘진리’에 접속하는 마법이자 그것에 손을 대어 ‘규칙’을 바꿀 수 있는 마법. 본래 그런 것은 이 세상을 창조한 ‘신’만이 가능한 것이었기에 달켄 다이나는 이것에 ‘신마법’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제아무리… 크그그극! 놈이라도 여긴 오지… 크그그그극! 못하겠지.]

별의 심장이 있는 ‘성맥(星脈)’ 덕분에 이곳은 현재 마족들의 거처이자, ‘마왕-끝없는 분노’를 되살리기 위한 기지로 쓰이고 있었다.

자신은 암흑신의 수하들과 거래를 했기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반면 놈은 절대 오지 못한다.

게다가 마력도 거의 무한에 가깝게 있으니 신마법의 시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문제라면 제어인데… 하나 그 망할 베오날드가 살아 돌아온 이상! 지금이 아니면 할 기회가 없어!’

그는 생각을 하면서 주문 시전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 되는 대마법사라면 주문 영창과 생각을 동시에 하는 것쯤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무작정 주문에 집중하다가 취해서 실수하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이렇게 의지를 다질 생각을 하는 게 더욱 집중하기가 편한 그였다.

‘왜 신의 법칙에 손을 대려고 하는 건데? 결국 우린 인간이고, 인간에겐 엄연히 한계가 있어! 이 영감탱이야. 아니, 세세하게 이론 다 파 볼까?’

‘망할 놈 같으니……! 한계가 뭐냐? 불가능이 뭐냐? 그것을 뚫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 인간의 성질이거늘……!’

리치의 몸이 되고도 자신은 인간이라고 고집을 피우는 달켄 다이나였다.

그렇게 신마법을 준비하면서 500년 전 죽은 그 망할 베오날드와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정말 지독하게 자신의 연구를 방해하던 놈이었다.

인간이 신의 섭리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세계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두어야 한다니 뭐니 끝도 없이 여러 이론과 의견으로 반대파를 끌어모으고, 연구 자금 압박을 가하는 등등 이 ‘신마법’ 연구를 방해하던 지독한 벌레였다.

‘더구나 더 열받는 건 그 망할 놈이 자기는 실컷 순리니 위험이니 잘난 척해 놓고, 살아 돌아왔다는 거야. 그것도 아주 새로운 육체로 말이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자기 복제라도 한 건가? 그 자식이면 뭘 해도 납득이 가 버리니… 이 망할 자식!’

달켄 다이나는 손에 든 수정구로 새롭게 인상이 바뀐 베오날드와 무릎 꿇은 다리온의 모습을 바라보며 돌아온 베오날드의 모습과 얼굴에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은 추하고 썩은 리치의 몸인데, 저놈은 20대의 쌩쌩하고 찬란한 육체로 살아 돌아와 있는 모습. 분노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다.

특히나 놈은 자신이 섭리를 어기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신마법’을 온갖 방법으로 방해해 놓는 놈이었기에 보면 볼수록 당장이라도 돌아가서 직접 쳐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참아야 했다.

‘그래, 참자. 저게 진짜 그놈이 아닐 수도 있어. 그놈이라면… 자기 복제도 시간과 돈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하는 놈이야. 생각해 보면 그놈은 사령술과 흑마법도 배우고 있었고, 조예도 나름 가지고 있으니…….’

베오날드가 들으면 표정을 구기면서 ‘예산 심사 때문에 기본만 배웠다고! 나 할 일도 바쁜데, 그걸 배우고 실습할 시간이 어디 있어?’라고 반박했을 것이다.

아무리 천재라곤 해도 물리적인 수명과 시간의 한계를 벗어날 순 없으며, 특히나 베오날드는 연금술사로서 마탑의 관리뿐만 아니라 통일 제국 섭정으로서 국정을 수행하는 일과 귀족들의 정치까지 떠맡은 자였기에 예산은 있어도 시간은 절대 없는 자였다.

‘아무튼 이것만 성공하면……! 모든 건 끝난다!’

촤라라라락!

달켄 다이나는 계속해서 마도서를 펼친 채로 주문을 구성하면서 준비를 해 나간다.

최대 속도로 연산하면서 그는 마법진을 구성하고, 올리고, 또 구성하고 올리고, 무한한 성맥의 마력을 활용해서 하나둘 진리에 접속하는 ‘신마법’의 주문을 완성해 나갔지만 이 주문을 외는 시간만 해도 약 한 달이 넘게 걸릴 것이다.

‘하나 그럴 가치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망할 베오날드 놈은 그 어떤 짓을 해도 여기에 오지 못하겠지.’

이곳은 현재 마왕이 잠든 곳이기에 수많은 ‘분노’의 고위 마족들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놈이 방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달켄 다이나는 안심하면서 계속해서 ‘신마법’의 주문을 완성까지 하루라도 당기기 위해서 노력해 나간다.

***

그리고 한 달 뒤, 소원대로 아무런 방해 없이 홀로 주문을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인간 상태로는 절대 할 수 없을 주문 영창. 본래라면 수많은 마법진과 마도구들을 준비한 다음 가문의 마법사들을 모두 동원해서 진행해야 할 만큼 방대한 주문이지만 지금 자신은 리치인 덕분에 먹고 마시거나 수면에 대한 방해 없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게 오히려 축복이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오히려 진작 이렇게 할걸 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상황을 좋게 생각하려는 자기암시에 불과했다.

단 한 번도 실험하지 못한 주문, 그것도 한번 영창하는 데만 쉼 없이 한 달이 넘게 걸리는 주문을 단 한 글자의 실수도 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실패하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를지 모를 이 대주문을 혼자서 해야 한다는 여러 불안감이 스쳐 지나가는 달켄 다이나는 스스로를 제어하기 위해서 자신은 지금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달래야만 했다.

‘의심을 품으면 그걸로 끝. 베오날드 놈……! 기다려라. 내가 곧 이것을 완성해서… 내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진리’엔 오류가 있으며, 내가 그것을 고쳐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신마법’을 연구하는 목적. 달켄 다이나는 그것을 표면적으로는 ‘진리의 탐구’라고 속이고 있었지만 내심은 ‘진리’를 고쳐서 모든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이 세상을 진정한 지옥으로 여기고 있었고, 자신이 그 모든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게 끝나면 더 이상…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신의 장난감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얻는다.’

달켄 다이나는 오랜 세월 인간을 바라보며 생각하며 결론지었다.

인간의 삶은 ‘고통’이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지옥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결국 다른 인간에게 지배당하고 가축처럼 부려지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괴로움만 쌓다가 죽는다.

달켄 다이나는 어릴 적부터 마법의 재능과 지혜를 쌓으며 그것들을 보았고,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수많은 고찰을 했지만 삶이란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이 세계는 잘못되었어.’

청년 시절, 달켄 다이나는 결국 ‘신마법’을 통해 모든 인간들을 구원하고자 한 것이었다.

신에게서 뛰어난 힘과 재능을 받은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 중 하나였고, 그대로 마탑의 마법사로서 살아도 행복한 그는 자신보다 못하고, 하찮게 죽어 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신마법’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열망은 약 600년의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진리 탐구’라는 미명하에 감추어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이토록 숭고한 사명을 안고 있는데… 그 속물 자식은!’

그런 그가 정말 싫어하는 건 역시나 베오날드라는 인간이었다.

속물 중의 속물, 권력, 돈, 여자나 밝히는 쓰레기 귀족, 재능과 지혜를 겸비하고 있으면서 그 귀중한 능력을 세상에 쓰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고 권력을 강화하는… 전형적인 쓰레기 놈! 달켄 다이나가 정말로 혐오스러워하는 인간이었지만 마탑의 돈줄을 쥐고 있기에 정말 상대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어울려야만 했다.

‘…하지만 결국 승리는 내 것이다. 내가… 내가 옳았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웅!

주문이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자, 사방에 떠 있는 수많은 마법진들이 빛나면서 서서히 공명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대지가 진동하고, 성맥에서 빨려 나오는 마력의 양이 급격히 많아지기 시작했고, 마법의 구현을 위해서 모든 것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까진 실수가 없는 것을 안 달켄 다이나는 기쁨을 느끼면서 영창이 완료되는 걸 기대한다.

‘드디어……!’

우려도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고, 자신이 혹시 실수를 할지 모른다는 공포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역시 위대한 사명을 안고 있었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고 침착했다.

약 600년이 걸린 이 대작업은 비록 완벽한 검증과 준비를 하지 못하고, 쫓기듯이 행할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은 결국 성공한 것이었다.

‘보인다! 보여… 세계의 규칙이! 나에게 보여! 이것이 진리인가!’

쏴아아아아아!

하늘로 솟아오르는 순백의 빛. 그 안에 있는 달켄 다이나는 자신의 주변으로 올라가는 수많은 기괴한 언어와 기하학적 공식, 술식이 끝없이 지나가고 무한히 변화하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이야말로 600년간 자신이 추구하던 ‘진리’. 세계를 유지하고 구성하는 법칙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게… 이게 신들만이 보는 그것들이군. 드디어… 드디어 나는 이 잘못된 세계를 수정할 수 있어!’

인간이 신의 경지에 닿은 한 걸음. 달켄 다이나에게 만약 살아 있는 육체가 있었다면 그는 지금 눈물을 흘리면서 즐거워하며 환희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리치의 몸이기에 감정을 드러내도 푸른 불꽃만 화려하게 일렁일 뿐. 그래도 그는 지금 충분히 기뻤다.

훌륭하게 자신이 600년간 이룬 성과가 지금 눈앞에 구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스텝 나아간 연구, 그리고 그는 오랜 연구 끝에 반드시 이루고자 한 것부터 시작한다.

‘지금부터 나는… 인간을 구원한다. 그래, 망가진 이 진리를 드디어 고칠 수 있어! 흐흐흐흐… 흐흐흐하하하!’

하나 달켄 다이나의 이 고집은 그저 자신이 인간 모두를 대표하고, 그들을 구하겠다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무리 속물이고 권신이라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베오날드가 괜히 막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행하는 일로 인류가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 온 역사와 속성이 모두 바뀌게 되면 앞으로 예정된 미래까지 모두 틀어막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신마법’의 구현까지 성공한 그를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 완벽한 달켄 다이나의 승리가 예정된 상황이었다.

‘됐어. 이제… 이제 드디어 내가 인류를 구원…….’

“‘황실 기사단 아류 노이멀식 제2오의-우로보로스’!”

비원을 이루고, 승리를 확정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인류의 법칙을 수정하려는 순간 이 ‘신마법’의 진, 안으로 무언가를 물고 있는 거대한 보라색 뱀의 형상이 뚫고 들어온다.

깜짝 놀란 달켄 다이나가 고개를 돌려 그곳을 보자 갈라진 빛기둥의 틈새로 이글이글거리는 보랏빛 오러를 두른 엘프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라, 라! 폰 노이멀?]

“이봐… 지금 우리 집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너, 너는 어째서 여기에? 지금 나, 남부에 있어야 하는데?]

“내 집에 감시자 하나 안 두고 다닐까 봐?”

이글이글거리는 보랏빛 오러와 함께 그녀의 눈빛도 증오로 가득 차올라서 당장이라도 죽일 기세였다.

아니, 이미 ‘신마법’의 진을 찢은 것부터가 적의를 가득 담은 행동이었는데, 그녀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 도시 베노피스는 그녀가 매우 사랑하던 부친인 베오날드의 유산. 그곳을 감히 알테리오와 손을 잡고 베오날드를 죽이는 데 일조한 달켄 다이나가 와서 ‘성맥’의 마력을 빨아 먹는 게 당연히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마왕님의 군대가 주둔하는 것은 내가 허락했지만… 너는 허락한 적이 없지. 아버님이 만드신 도시를 이렇게 만든 놈 중 하나인 영감탱이 네가… 감히 이곳에 와?”

[자, 잠깐! …크르륵! 기다려라! 라라 폰 노이멀! …내가! 내가 지금 얼마나 큰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 아느냐? 아! 그래, 맞아. 그리고 지금 네…….]

달켄 다이나는 다급히 입을 열며 라라 폰 노이멀을 설득하려고 한다.

지금 막 ‘신마법’의 비원을 이루었고, 세계의 진실을 이제 수정해 나가면 되는 순간인데, 여기서 저 라라 폰 노이멀이 자신을 죽이려 드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는 어떻게든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그녀의 부친인 베오날드가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하려 하지만…….

[…어?]

하지만 라라 폰 노이멀의 검광은 빛났고, 보랏빛 검기는 달켄 다이나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이 ‘신마법’을 유지하느라 모든 정신과 마력을 쏟았기 때문에 다른 마법을 써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단이 없었다.

다른 마법을 쓰려면 한 달이나 캐스팅해서 시전을 한 이 ‘신마법’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아까울 지경인 그는 어쩔 수 없이 라라 폰 노이멀의 맹공을 계속 맞아야만 했다.

[잠깐… 잠깐 기다려! 기다리란 말이다!]

“너의 헛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나 여기서 내 영혼을 걸고 맺은 짙은 분노와 복수의 맹세를 지키고자 하옵니다. 내 증오스러운 적에게 완벽한 파괴를 선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끝없는 분노시여’!”

하나 라라 폰 노이멀은 달켄 다이나의 말을 듣지 않고, 이번엔 새로운 주문을 외워서 검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한다.

‘마왕’과의 계약을 한 그녀는 자신의 영혼 일부를 대가로 하여 쓸 수 있는 흑마법도 익히고 있던 것이었다.

다만 ‘영혼’을 대가로 바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이 리치처럼 그냥 죽으면 다시 부활하는 특수한 상대에게만 사용하는 것이었다.

“죽어라아아아아!”

그리고 달켄 다이나는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신마법을 해제해야 하나 갈등했지만 간신히 닿은 진리를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고, 또 이미 마왕의 힘을 빌려 담은 라라 폰 노이멀의 검이 그의 몸통을 베어 나가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저년 애비가 지랄하더니! 이번엔 딸년까지! 빌어 처먹으으으으을!’

파지지지직!

영혼이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달켄 다이나는 절규하면서 노이멀 가문과의 악연을 저주한다.

드디어 손에 넣은 ‘진리’인데, 이렇게 노이멀의 손에 허무하게 잃어버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이 이런 최후를 맞이한 것에 비탄하며, 노이멀 가문을 저주하며 고통 속에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데… 거기엔 커다란 ‘눈동자 하나’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건 뭐지? 언제부터 날 보고 있던 거지?’

[…….]

말없이 바라보던 커다란 눈동자는 마치 당연한 것을 바라보는 것 같은 침착함이 묻어 나온다.

그러곤 한 번 깜빡이더니 그대로 사라진다.

“…그런가? 그랬던 건가?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죽어 가는 달켄 다이나는 그것이 ‘신’이라는 존재라는 것을 금방 깨달으며, 자신은 결국 이렇게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아채곤 허탈하게 웃으면서 그대로 라라 폰 노이멀의 검에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기로 한다.

수백 년의 연구 끝에 이런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이 허망했지만, 그래도 달켄 다이나는 ‘진리’에 손이 닿은 것에 자신은 비원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그대로 ‘영멸(永滅)’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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