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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도 쓸데가 있다-186화 (186/259)

[186화]

[크하악! 어떤 놈이 감히 내 멋진 해골에 이런 짓을 한 거냐? 무례한 놈 같으니! 머리에 맞는 멋진 해골 찾는 것도 일이라고! 무덤을 무려 40개나 뒤져서 겨우겨우겨우 찾은 머리뼈라고! 아이고! 이거 다 깨져서 어떻게 해! 마음에 들었던 건데! 두상이 안 예쁘면 위압감이 전혀 없는 거 몰라? 이 몰상식한 놈아!]

‘으음, 달켄 다이나는 아닌 것 같군.’

[하여간 리치라고 해서 미모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리고…….]

리치 특유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대신 말투가 너무나 경박하고 쉼 없이 떠드는 게 절대로 달켄 다이나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 리치는 자신에게 다가오면서 떠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베오날드는 정말 시끄럽다고 생각하면서 ‘볼트 슈터’를 겨누어서 계속해서 사격을 지속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역시 리치급인가? 은제 화살촉만으론 무리군. 그러면 결국… 성수나 축성을 받은 무구를 써야 하는데…….’

베오날드에겐 그 둘 다 없다.

애초부터 교단이나 사제랑은 담을 쌓고 산 사이였고, 지금도 ‘금역 해방’으로 인해서 겉으로는 내색 안 했지만 교단과도 그리 관계가 좋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주로 언데드 문제는 불과 폭발로 해결하는 게 그에겐 정석. 일단 불을 일으키는 마도구 및 마정석에 폭발 수식을 새겨서 던져서 폭발하는 폭탄 같은 건 만들어 오긴 했지만 리치 상대로는 효율이 좋을지 의문이었다.

‘뭐든 해 보는 거지.’

[아무튼~ 어디 쥐새끼 얼굴이나 볼까? 빛이여! 피어올라라! ‘소울 라이트’!]

번쩌억!

어둠 속에 있는 리치는 마법을 사용하여 지하를 비추었고, 베오날드와 그의 모습이 동시에 보였다.

리치는 특이하게도 지팡이가 아닌 검을 들고 있었으며, 로브 안에는 기이하게도 화려한 은빛으로 영롱히 빛나는 갑주를 걸친 상태로 언뜻 보면 데스 나이트로 착각할 법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그는 베오날드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반응하기 시작했다.

[으음? 너 뭐야? 외모는 어린데, 영혼은… 늙었지만 활기찬 노인네라? 뭐 하는 놈이냐, 너? 하! 되게 신기하군. 어떻게 한 거지? 어린아이 몸에 노인네의 영혼이라니!]

‘아… 영혼을 보는데, 날 모르는 건가?’

[기이하군! 아주 기이해! 저 늙은 영혼이 생생한 새로운 육체에 들어가다니! 대체 어떻게 한 거지? 경지에 이른 기사들이 이루는 건 육체가 강건함으로 맞춰져서 초기화되는 건데… 네놈의 몸은 그렇지 않아. 그럼 대체 넌 어떻게 죽음의 필연을 넘어선 거지? 대체 어떤 비법을 쓴 거냔 말이다!]

“그런 비법은 오히려 내가 알고 싶을 정도다. 아무튼… 사령학부장이 아니고서 여기를 지키는 것을 보아할 때, 다이나 가문의 일원인가?”

[그렇다. 나는 단테 다이나. 주특기는 사령학파 중 ‘영혼 전공’의 마법사다. 영혼이야말로 생명의 정수라고 할 수 있으며 가장 구하기 쉬운 에너지이지. 후후후, 어디 그럼… 아무튼 네놈의 영혼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지 궁금하…….]

‘위험한 냄새가 나는군. 시간 끌면 안 되겠어.’

타앙!

베오날드는 주저 없이 사격을 시작하고, 오러를 끌어 올리고, 검을 들고 접근을 한다.

‘볼트 슈터’를 한 손에 들기 좋은 사이즈로 만든 덕분에 원거리 공격을 하면서 다가갈 수 있었지만, 역시 작은 화살촉의 사이즈가 한계라서 그런지 위력은 한정된 곳을 뚫는 것 이상은 바랄 수가 없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이 원거리 무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고, 또 마법사를 상대로 성가시게 만드는 것만 해도 다가가서 검을 휘두를 시간을 벌기에 충분했다.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이 망할 놈이!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데 공격을 해? 가만두지 않겠다! ‘영혼 방패’!]

베오날드가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다가오자 그는 앞에다 반투명한 마법의 벽을 세웠다.

시간을 벌 생각이겠지만 베오날드는 그것을 오러로 베어 버리면 그만이라 생각하고 집중해서 베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리치 정도면 상당한 마법사라 그런지 내구도가 만만치 않았다.

‘제길!’

[일어나라! 나의 노예들아!]

‘사령술? 언데드인가?’

흔한 스켈레톤이나 좀비 같은 게 일어날 것 같았기에 베오날드는 즉시 검에다 성수를 바르고 일단 대응할 준비를 했다.

‘뭐지? 이건 뭔가 달라?’

쿠우우웅!

베오날드의 주변으로 무언가가 떨어져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은 기묘하게도 인간형 갑주들이었고, 각자 무기로 검, 창, 도리깨, 방패를 차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디자인이 상당히 공을 들인 듯 잘 세공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건 뭐지? 데스 나이트?’

[가서 놈을 처리해라. 죽음을 극복한 비결이야, 어차피 잡고 난 다음에 내가 직접 영혼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 흐흐흐.]

[…….]

‘큭! 아니야. 이 갑주는?’

채애앵!

처음엔 갑옷이라서 데스 나이트라 착각했지만 검을 휘둘러서 이 움직이는 갑주들의 공격을 막아 내고 베어 냈을 때 눈치챌 수 있었다.

‘안이… 무언가로 차 있다고?’

갑주라는 것은 보통 사람이 입어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속이 비어 있어야 정상이었는데, 이 갑주들은 마치 처음부터 사람이 입을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속이 금속과 뭔가 유연한 재질로 정밀하게 채워져 있던 것이었다.

“이건 설마? 골렘?”

[어리석은 놈! 그런 무기물과 내 영혼 인형들을 비교하다니. 인체와 유사하게 제작된 저 갑옷에 내 영혼을 빙의시켜서 움직이게 하는 이 고도의 ‘영혼 빙의 마법’의 결과물이다. 굳이 부르자면… 그래, ‘영혼 기사’라고 할 수 있겠지.]

부우웅!

베오날드는 자신에게 휘둘러지는 검과 각종 무기들을 피했고, 다가오는 저 ‘영혼 기사’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검을 휘두르고 자신들끼리 이해를 맞추고는 진형을 짜고서 베오날드에게 대처하고 있었다.

[이 ‘영혼 기사’들에 빙의시킨 영혼은 모두 생전 이름을 날린 기사들이지. 물론 지금은 내 ‘영혼 제어 마법’에 의해서 하나하나가 다 노예지만 말이야.]

“그것참… 심한 일이군. 살아서 고생을 했으면 죽어서는 편히 쉬게 해 줘야 하는데……. 내가 저래서 사령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니 이런 짓을 하는군. 하나 아무리 뛰어난 기사들이라곤 해도 그 본래의 육체에 넣은 것만 한 성능이 나오진 않을 텐데?”

[어디 그건 직접 느껴 보지 그러나? 하핫, 놈을 없애라!]

[…….]

철그럭! 철그럭!

육중한 금속음을 내면서 달려오는 ‘영혼 기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살아 있는 몸이 아니다.

게다가 죽은 몸으로는 오러를 사용하지도 못하니, 뛰어난 가문의 기술 같은 건 사용하지 못하는 인형일 뿐이라는 게 베오날드의 추측이었지만…….

[그림… 자… 베기……!]

‘설마? 오러 검술이라고?’

슈우우웅!

검은 오러를 깃들게 한 검이 한 끗 차이로 베오날드의 머리카락을 베고 지나가자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영혼 기사들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생전의 경험, 기억은 물론이고 기술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베오날드는 일단 한 발 물러서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영혼 기사 10기와 저 뒤에 있는 단테 다이나의 상태를 바라보며 생각을 가다듬었다.

‘침착하자. 오러 검술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렇게 완벽한 물건이 아니야. 일단 이 기사들은 저 뒤의 단테가 영혼을 제어하고 있어야 하는 물건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죽지도 못하고 노예로 있는 걸 좋아할 자는 없어. 그렇군. 이 움직임, 결국… 영혼이라는 생명의 술식은 있지만 의지가 없는 미완성이야!’

부우우웅! 채애앵!

이제야 이 영혼 기사들이 왜 오러에 기사들의 영혼까지 부리면서 이 어정쩡한 모습을 보인 건지 완벽하게 분석을 해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문제를 제외하면 이 영혼이 깃든 강철 기사들은 아주 훌륭하게 움직이면서 상급 기사의 기량을 가진 베오날드를 압박하고 있을 정도라서 충분히 실전성은 있었다.

그리고 싸우면서 하나 더 충격적인 것을 발견한 그였는데, 이 기사들의 몸체 안에 채워진 다른 금속 부품들에 새겨진 술식을 발견한 것이었다.

‘이 기사의 몸체에 새겨진 술식… 젠장! 노이멀식이었어! 다소 변형된 것이지만… 정말 잘 해냈군, 우리 후손님!’

‘제가 하는… 대부분 일은 이제 ‘다이나 가문’의 의뢰를 받고 그들이 원하는 걸 만드는 일이었죠.’

결국 이 ‘영혼 기사’들은 위대한 노이멀 가문과 다이나 가문의 합작품이라는 이야기. 술식을 새겨서 튼튼하면서 움직임을 좋게 만든 이 기사 몸체에 영혼을 빙의시켜서 다루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긴 드는 베오날드였다.

그리고 이제 미지에서 오는 공포는 사라지고,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는 그였다.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아. 큭!’

챙가앙!

검과 검, 오러와 영혼 기사의 몸에 있는 마력이 부딪치면서 불꽃과 마력광이 사방으로 퍼진다.

하나하나는 그래도 어색한 움직임을 가진 기사였기에 어떻게 될 것 같았지만 지금 상대는 열둘. 그것도 진형을 맞춰서 각자 무기로 대응하니 베오날드가 공세로 전환하기 너무 힘들었다.

‘좋았어! 지금 틈!’

[웃기지 마라! ‘뼈 방패!’]

“큭! 설마…….”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가! 리치가! 그냥 되는 거라 생각했나?]

파삭!

그렇게 공방을 벌이다가 가까스로 잡은 기회도 결국 후방에서 단테 다이나의 마법에 막히고 말았다.

베오날드는 틈을 노리고 공격해 오는 영혼 기사들의 공격을 피하며 다시 물러났고, 태세를 가다듬으며 이 앞을 뚫을 방법을 고민했다.

그 말대로 리치가 될 정도면 더블 캐스팅, 혹은 트리플 캐스팅 정도는 손쉽게 할 수 있는 고위 마법사여야 할 것이다.

베오날드는 후방으로 물러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쉬울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이거 참 곤란하군.’

[흐하하하하! 순순히 항복한다면 죽을 때까지 부려 먹은 다음에 내 영혼 컬렉션에 넣어 주도록 하지. 너는 꽤나 잘 일할 것 같으니 말이야. 수백… 수천 년 계속 부려 먹어 주지. 크흐흐.]

‘뚫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가능하면 수를 아끼고 싶은데 말이지.’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베오날드는 지금 가진 방법과 수단을 좀 아끼고 싶은 생각이었다.

이 앞에 더 많은 다이나 가문의 적과 그리고 중요한 달켄 다이나를 상대하기 위한 것들이 있는 만큼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후손인 아르젠과 합류해야 하나 고민이 들었지만 그러면 또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는 게 문제였다.

‘후우우~ 어쩔 수 없군. 일단 여길 나아가려면……!’

전력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정, 베오날드는 숨을 몰아쉬고 본격적으로 싸우기 위해서 마도구를 품에서 꺼내며 먼저 ‘볼트 슈터’로 단테 다이나에게 무의미해 보이지만 시선을 끌기 위해 작은 공 같은 것을 위로 던진 다음 쏘자, 펑 터지면서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뭐냐, 이건? 연막? 날 우습게 본 건가? 나는 리치라고! 이런 건 내 시야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 말대로 새하얀 연기가 지하를 자욱하게 덮었지만 결국 베오날드의 영혼이 보이기 때문에 단테 다이나는 전혀 방해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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