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간신도 쓸데가 있다-184화 (184/259)

[184화]

“일단 다른 학부에서도 많이 오셨지만 수용의 한계로 우선… 연금학부, 어둠학부, 사령학부, 전투마법학부, 정령마법학부, 원소학부, 도술학부, 의학부, 노예관리부, 상단 연합 대표님들만 입장을 허락했습니다. 그리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마력을 어떻게 다루었기에 하늘로 저렇게 날아가게 만든 겁니까?”

“사고도 적당히 해야 그냥 넘어가지, 이번 건 솔직히… 엄청 위험했던 거니 꼭 설명을 해 주십시오.”

“다이나 가문이면 실력이 없는 게 아닐 텐데, 무슨 사고를 친 거야. 대체?”

“네놈들 때문에 지맥의 마력이 줄었잖아! 여기 지맥은 상당히 큰 곳인데, 어지간히 써야지! 얀마!”

“너네 때문에 망한 실험 어쩔 거냐?”

각 학부장들은 자신들을 모은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에게 몰려가서 강력하게 항의하기 시작했고, 모은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들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다만 베오날드 일행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금학부와 원소학부의 네 사람은 얌전히 지켜보면서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메히히히힛, 아직 다들 ‘신마법’에 대해선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말이지. 어떤가? 아르젠 학부장.”

“남의 가문이 연구하는 것에 대해선 관심 없는 게 정상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죠. 저도 저 친구 덕에 알았습니다.”

“메히히히힛, 아무튼 일이 정말 재미있게 되겠어. 연구 외엔 영~ 심심했었는데 말이야.”

“아마 한바탕 큰 난리가 나겠지요.”

웅성거리는 사이, 결국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를 따라 천장이 뚫린 저택 안으로 들어간 학부장들을 일단 대연회실에 모두 앉혀 두고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가 이번 일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주님이자 마법사 왕 다리온 다이나 님께선 가문의 연구실 현장을 수습하느라 바쁘십니다. 일단 원인에 대해 설명하자면 지하 연구실의 지맥, 그리고 보관 중에 마정석들에 연결해 둔 ‘마법 술식’이 폭주하면서 일어난 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허 참… 기가 막히는군. 마법의 명문이라 할 수 있는 다이나 가문에서 그런 초보적인 실수가 나오다니…….”

“저희도 일단 추정 중인 사실이기에 더 확실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조속히 사건을 해결하고 난 뒤에 각 학부에 보상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의외로 시시한 일이군.”

“이건 도저히 믿을 수 없군. 다이나 가문에서 나올 수 없는 실수인데… 으음…….”

“외부에서 누가 손을 댄 게 아닐까? 아니면… 다이나 가문에서 뭔가를 꾸미나?”

“보통 같으면 우리 학부장들이 왔을 땐 재깍 오던 다리온 왕인데… 오늘은 수상하군.”

웅성웅성…….

하나 눈앞에서 이렇다고 설명을 들어서 그냥 알아들을 학부장들이 아니었다.

각자 전공은 다르지만 마나와 마법에 관해서는 모두 다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인재들이라서 다이나 가문이 그런 실수를 그냥 할 리가 없다는 걸 눈치챈 것이었다.

“또 무슨 수상한 짓을 하려고 그러나?”

“제대로 된 설명을 해 봐라. 대체 무슨 연구를 하고 있던 거냐? 다이나 가문은?”

“가문에서 유일하게 천문 마법을 다루던 달켄 다이나 님이 죽고, 다리온 왕의 마법 전공은 다를 텐데 어떻게 된 거냔 말이야. 세부적인 내용은 몰라도 대략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아야 우리도 사달이 났을 때 대비를 하지 않겠나?”

‘좋아. 예상하던 그 분위기군.’

베오날드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분위기가 과열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하나 이 과열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다이나 가문에서는 넉넉한 보상을 약속했기에 그저 체면상 끓어오르는 정도만 보여 주고 물러날 생각인 그들이었다. 베오날드는 과열된 분위기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아르젠에게 눈빛을 보내었고, 아르젠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신마법’ 연구인가…….”

“아르젠 학부장, 지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신마법’, ‘진리’에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법의 연구. 그리고 그것을 행하게 될 시엔 세상의 모든 규칙을 바꿀 수 있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다이나 가문의… 오랜 숙원이지요.”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버린 이름이지만 저도 엄연히 ‘노이멀’입니다. 조상님이신 알테리오 폰 노이멀 님이 초대 마법사 왕 달켄 다이나 님과 거래를 했었죠. 기록은 하지 않았지만, 구전으로 그 사실이 내려오곤 했죠.”

아르젠의 말에 다들 그가 과거 연금술의 명문이자, 베오날드 폰 노이멀이 있던 ‘노이멀’ 가문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납득하는 눈치였다.

달켄 다이나와 알테리오 폰 노이멀이 손을 잡았던 역사 또한 진실이었기에 그가 안다고 해서 이상할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신마법’? 그건…….”

“잠깐, 근데 ‘신마법’이라고 하면 그… 금지된 연구 아니던가?”

“들은 적 있어. ‘진리’의 규칙을 바꾸는 상위 단계의 마법이라고…….”

“어디까지나 마력을 이용하여 구현하는 마법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하루아침에 우리 연구와 마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 않나? 메히히히~”

웅성웅성…….

여기 모인 학부장들은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이며 마법의 지식이 뛰어난 자들. ‘신마법’이라는 키워드가 나오자 마치 떡밥을 문 고기인 양 팔딱팔딱 날뛰었다.

거기에 제미니 교수도 슬쩍 끼어들어서 바람을 넣어 주니 식으려던 열기는 다시 불타올랐고, 다들 본격적으로 다이나 가문에 대한 성토를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이 ‘진리의 성’에선 그 어떤 연구 행위도 용납이 됩니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 학부의 연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 한정될 뿐. 이번 경우는 심각하기에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그렇지! 남이 몇십 년, 몇백 년에 걸쳐서 연구해 온 것들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경지라니! 절대 놔둘 수 없지.”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진리’에 닿기 위해서 우리는 마도의 길을 걸은 게 아닌가? 어차피 진리란 결국 바뀌는 것이지. 더 나은 논리와 이론, 마법이 생겨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우리 임무 아닌가?”

“저건 그저 독선일 뿐이다. 계속 바뀌는 것이 어떻게 진리지?”

웅성웅성…….

딱 한창 불이 붙을 때, 기름을 던진 듯 학부장들의 대화 소리가 점점 커져 갔다.

다만 일방적으로 ‘신마법’의 연구에 대해 비판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이미 금기를 연구하고 있고 타인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서 연구에 성역을 없앤다는 것에 충실한 사령학부와 어둠학부, 그리고 이렇든 저렇든 강한 마법이 있으면 좋은 전투마법학부, 강한 쪽에 붙길 좋아하는 노예관리부가 이쪽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럼 다이나 가문이 마법의 지배자가 되는 걸 볼 셈입니까?”

“그거야말로 세계의 조화를 깰 수 있는 금기 아닌가?”

“그 독선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 보게. 갑자기 어느 날 태양을 사라지게 한다면? 메에에~ 끔찍하지 않은가?”

“사령 마법이나 흑마법도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이건 경우가 너무나 다른…….”

그리고 그 외의 학부장들은 당연히 여러 이유를 들어 가며 ‘신마법’의 연구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있었다.

유일하게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마법에 문외한인 상단 연합 대표로 그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아무튼 격양된 목소리로 오가는 토론. 중재해 줄 이 사태의 원인인 마법사 왕도 없기에 그저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만이 어떻게든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혼란을 부른 베오날드는 아르젠과 제미니에게 눈빛을 보내 그것을 묵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 기름은 충분히 뿌려졌고, 이제 불만 붙이면 되는군.’

격화되는 토론 속에서 각 학부장들을 따라온 제자들과 일행은 경계 수위를 올리며 각자 무기나 지팡이에 손을 올려 둔 상태였다.

저들도 다 알고 있다.

지금 여기서 불만 붙이면 펑! 하고 터질 것이고, 그것이 전투의 사인이 될 거라는 걸 말이다.

그렇게 되면 여기는 물론이고 ‘진리의 성’은 삽시간에 전쟁터가 된다.

‘일단 먼저 제거해야 하는 것은… 역시 사령학부겠지?’

[끼그그극! 듣고… 그그극… 있으려니… 도저히 못 들어 주겠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

사령학부의 특성 덕인지 교수진 대부분이 ‘리치’였고, 그들 가운데서 학부장의 자리를 차지할 정도의 리치는 모두가 존경심을 담아서 ‘아크 리치, 라시트’라고 부르는 자였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마법 실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이곳 학부장들 사이에서 톱이라고 할 수 있으니, 견제 및 처단 1순위로 베오날드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장들도 철저히 경계 중이었다.

‘…영혼 시야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오길 잘했군.’

베오날드는 자신의 ‘둥지’에서 챙겨 온 마도구를 만지작거리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엔 자신은 정체를 철저히 감춰야 하는 만큼 외견이 아닌 영혼을 보는 그들에 대한 대응책도 철저히 준비한 것이었다.

“이거 말이 통해야 대화가 되지!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그래서 저걸 그냥 두자고요?”

[멍청한 것들… 남의 성과를… 축복하지는 못할망정!]

“저건 그저 독선이야! 악신과 다를 게 뭔가?”

[이렇게 된 이상……!]

“자, 잠깐 기다리십시오. 여기서 이러시면… 말로! 말로 해결을 하셔야……!”

……!

다급히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들이 말리려고 했지만 토론이 과격해진 시점에서부터 말리기란 이미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 사람이 마력을 끌어모으자 다른 학부장들도 각자 지팡이를 들고서 마력을 모았고, 이제 더 이상 멈출 수 없다는 걸 안 그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하여 전투를 시작했다.

편은 더 말할 거 없이 ‘신마법’을 찬성하는 학부와 ‘신마법’을 반대하는 학부로 자연스럽게 나눠지고, 가장 먼저 공격을 집중받은 것은 사령학부장이었다.

“메히메모메뮤메듀마! ‘볼케이노 가이저’!”

[크아아아악!]

마력은 거의 동시에 끌어 올렸지만 가장 먼저 시전된 것은 화염과 마그마의 불기둥이었다.

원소학부의 제미니 교수. 보통 같았으면 무영창이 되는 마법으로 견제를 한 다음 기회를 노렸겠지만, 그는 기묘한 영창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빠르게 고위 마법을 시전한 것이었다.

“역시 ‘고속 영창’의 제미니 교수군요.”

“메히엣! 메히아!”

“알고 있습니다. 곧바로 대응하겠습니다.”

‘…저걸 어떻게 알아듣는 거야?’

베오날드는 자신 외에 전부 다 제미니 교수의 울음소리 같은 말을 알아듣고 움직이는 것을 묘하게 생각하며 자신도 꼭 배우기로 결심하고는 불기둥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하나 역시 상대도 만만치 않은지라, 사령학부장 라시트는 새하얀 불꽃을 퍼뜨리고 마력을 두른 채로 멀쩡히 나온 것이었다.

“젠장!”

[끄그그그극! 망할 놈들! 가만두지 않겠다! 모조리 내 연구 소재로 만들어 주마! 나와라! 내 심복들이여!]

“언데드 소환인가? 막아!”

“정령들이여, 나에게 힘을!”

“이럴 것 같더라니! 부적을 챙겨 오길 잘했군!”

그렇게 마법 전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마법의 향연이 펼쳐졌다.

마력이 휘몰아치고, 땅에서 언데드들이 소환되고, 하늘에선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본격적인 학부장급들 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들은 결국 이들을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결계를 작동시키면서 행여 이 전쟁이 여기 있는 학부장들로 끝나지 않고 다이나 왕국의 내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저택 밖으로 나가는 이가 없도록 감시하는 일도 함께했다.

‘어라? 베오날드 님?’

“메히히힛! 집중해라, 셀리나!”

“아! 예!”

그리고 그렇게 복잡해진 사이, 베오날드와 아르젠은 커다란 불기둥이 생겼을 때 이미 몰래 이 전쟁터를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이 저택의 지하에 있는 연구소. 마도서 미끼를 통해서 대략적인 이동 경로를 파악해 둔 베오날드가 앞장선 채로 그들은 부서진 다이나 가문의 저택 지하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