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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도 쓸데가 있다-183화 (183/259)

[183화]

다이나 가문 저택 지하.

콰아아아아아아!

하늘로 쏘아 올라가는 푸른빛의 마력의 기둥. 본래라면 이 마력들은 모두 ‘신마법’의 구현을 위해 쓰여야 할 것들이었다.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

‘성맥’이 아닌 이상 지맥의 마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었고, 또 그 지맥의 마력만으로 부족해서 마정석을 끌어모아 열심히 저축해 두었는데, 그것들이 지금 모두 하늘로 쏘아져 무서운 기세로 사라져 가는 상황. 달켄 다이나는 엄청난 충격에 푸른 불꽃을 퍼뜨리면서 절규하고 있었다.

[내가… 내가 어떻게 모은 건데… 안 돼! 안 돼!]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오오… 크크르르륵가아아가가가가가가각!]

“선조님! 일단 고정하십시오. 우선은 이 마력 방출을 정지시켜야 합니다. 저희만으론 역부족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선조님!”

다리온은 한참 멘탈 붕괴 중인 선조 달켄에게 조언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마도구들을 조정하며 저 마력의 기둥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도 중요했지만, 지금은 우선 이 마력의 누출을 끝내는 게 먼저였다.

이 일을 빨리 막지 않으면 지맥의 마력이 모두 고갈될뿐더러 수백 년간 모아 온 마정석들이 모두 그냥 돌덩어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고, 그러면 ‘신마법’ 연구는 다시 수백 년을 더 후퇴하게 된다.

“보자… 보자… 여기 술식을 이렇게 해서…….”

[비켜라! 제기랄!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수작 부린 놈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 크르르르륵! …천공의 별이여!]

리치인 달켄 다이나는 지팡이를 들어 올려서 하늘을 향해 겨누고, 별을 찾는다.

‘천문 마법’. 지상의 마력을 이용하여 별과 우주에 떠도는 또 다른 규칙을 구현하는 마법.

워낙 어려운 이론과 형이상학적 지식, 그리고 마력의 컨트롤이 필요해서 오직 달켄 다이나밖에 다루지 못하는 비전 중의 비전 마법이었다.

[…그르르륵! 가르가카아각… 아디… 크루스… 시그말타… 크르르그극… 룸… 카락… 아스필… 라시아! 저 너머에 있는 별이여, 내 앞에 나타나 이 마력을 집어삼켜라! ‘공허의 별’!]

그리고 푸른빛의 기둥 위로 검은 구체가 소환되었고, 그것은 기둥으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끝없이 뿜어져 나오는 마력 방출을 흡수하는 검은 별 덕분에 각종 마도구와 지맥에서 나오는 충격파는 잠시 진정되었고, 그사이 달켄 다이나, 다리온 다이나를 비롯한 마법사들은 마도구들을 파괴, 그리고 검은 별은 그대로 내려와서 지맥의 마력이 더 이상 뿜어져 나오지 않게 틀어막은 다음 달켄 다이나가 동시에 마법을 사용하여 지맥의 문을 닫자 드디어 사태는 진정되었다.

“휴우… 여, 역시 선조님이십니다.”

[…그르르르르륵! 당장… 당장 원인을 찾아라. 망할 놈들이… 감히! 감히 내 연구를… 그르륵! 내 연구를!]

하나 사태를 멈추었지만 현장은 처참했다.

파괴된 저택은 저 하늘 위의 천장이 보일 정도로 뻥 뚫려 있었으며, 힘겹게 모은 마도구들과 술식의 마법진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져 있었다.

2중, 3중으로 정교하게 한 땀, 한 땀 새긴 마법진은 한낱 깨진 돌덩어리가 되었으며 마도구들에 연결한 마정석들에게선 마력이 느껴지는 게 거의 없었다.

그래, 완전히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끄… 끄르르르르르륵! 대체 어떤 놈이이이이……! 그르르르륵! 끄르르르륵!]

“그… 선조님, 아무래도 누군가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일단 목격한 마법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도구를 설치하고 실험을 한 순간, 갑자기 오작동이 되어서 마력이 폭주하였다고…….”

[들여올 때 분명 철저히 검수하라고 했을 텐데?]

“무, 물론 술식에 대해서 검수도 했습니다. 하나 마력 회로도, 술식도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정말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습니다, 선조님! 저희가… 저희가 선조님의 꿈을…….”

[…아니야. 너희 잘못이 아니다. 그르르르르륵!]

달켄 다이나는 푸른 불꽃을 휘날리며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이 지하 연구소의 시스템은 엄연히 자신이 구축했고, 당연히 마도구에 대한 술식 점검 절차와 과정도 자신이 엄선한 가문 내의 마법사들로 하여금 2중, 3중으로 확인하여 들여오게 되어 있었다.

[너희보다 뛰어난 자가 방해했다면… 그르르륵! 그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썩을… 베오날드 놈!]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결론의 도출로, 이전에 마도서 때 선전포고를 갈겼으니 자연스럽게 베오날드 폰 노이멀의 짓이라고 생각이 되는 달켄 다이나였다.

증거는 없었지만 정황적으로 보았을 때, 선전포고를 갈기고 난 뒤에 자신이 ‘신마법’ 연구를 다시 한다는 걸 알고 방해할 놈은 그놈뿐이었다.

[그르르륵! …하여간 지독한 놈이라니까! 망할 베오날드 새끼! 끄르르르륵!]

“이게 그러면… 그분이 한 일이란 말입니까?”

[그래. 그그그그극! 분명 올 거라는 걸 알고서 대비했는데… 결국 당했군. 크르르륵!]

분명 그놈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부터 철저히 대비하기로 마음먹었고, 안으로 들이는 물건이나 과정을 철저히 했지만 결국 당한 것이었다.

그러나 놈의 실력을 알고 있는 달켄 다이나는 실망하는 것을 멈추었다.

왜냐면 뱁새가 황새를 따라잡으려고 아무리 다리를 찢어 봐야 결국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선조님, 그럼…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러면… 결국 최후의 방법을 쓸 수밖에 없겠군. 끄르르륵!]

푸른 불꽃을 더욱 불태우며 달켄 다이나는 무언가 곰곰이 생각했다.

최후의 방법으로 베오날드에게 당할 걸 생각해서 준비한 것은 아니고, 연구가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거나 도저히 안 될 경우에 동원하려고 준비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다리온… 뒤는 너에게 맡기마. 어떤 놈인지는… 이제 알겠지?]

“예. 선조님의 말씀을 들어 보니 범인은 결국 연금술사인 그 ‘노이멀’ 놈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문의 이름을 버렸다고 해서 봐주었더니…….”

[네가 그런 것처럼… 결국 놈도 선조가 나타나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그르르르륵! 그래, 아무튼 알았으니… 확실하게 처리해서 날 방해하지 못하게 해라. 알았나?]

“예. 제 목숨을 걸고! 반드시 처리하겠습니다.”

다리온 다이나는 선조인 달켄 다이나에게 예를 갖추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구에 무슨 수작을 한 건지는 몰라도 결국 범인은 ‘마도구’에 장난을 쳤다는 것을 알아냈고, 자신들의 일을 끝까지 방해할 것으로 보이니 반드시 처리해야 했다.

마법을 통해 사라진 달켄 다이나를 본 그는 지팡이를 잡고서 의지를 다지고 현장을 정리하는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들을 모두 호출하면서 이 짓을 한 범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러 갔다.

***

그리고 같은 시각, 베오날드는 아르젠 학부장과 함께 항의하는 인파 속을 뚫고 다이나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쓰는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거대한 마력의 빛기둥에 모든 학부에서 원인 조사와 항의를 위해 몰려온 인원들로 가득한 상황에서 다이나 가문은 최대한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장벽을 세우고서 가로막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자자! 다들 일단 진정하십시오. 지금 마법사 왕께서 조사 중이십니다. 그 뒤에 공표하겠으니 일단 다들 돌아가 주십시오.]

“대체 얼마나 위험한 실험을 했기에 이 난리가 일어난 겁니까?”

“심지어 지맥의 마력이 빨려 나갔던데?”

“이런 사건이 터졌으면 다이나 가문 혼자가 아니라 각 학부장급을 모두 모아서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들어가게 해 달라! 해 달라!”

말이 험하게 오감과 동시에 항의하러 몰려온 이들도 마법사들이었기에 그들은 각자 마법을 써서 장벽을 해체하려고 싸우며 난리를 부리고 있었다.

그나마 사령학부와 어둠학부는 다이나 가문의 편인 덕분인지 안으로 들어가서 다이나 가문 마법사들의 대열에 합류해서 마법 장벽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으음… 들어가기 참 힘들겠군요.”

“난리가 워낙 컸으니 말이지. 아무튼 나도 그럼 실력 행사를 해 볼까? 학부장급… 체면은 세워야 하니 말이지.”

“오오…….”

“‘차원문 개방’…….”

우우우우웅! 쿠우우우웅!

시동어와 동시에 마법진이 열리면서 그곳에서 인간보다 약간 더 거대한 강철로 된 사자의 형상이 튀어나왔다.

사자의 몸통 곳곳에는 마법 술식이 새겨져 있었고, 아르젠 학부장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와 전해지면서 켜지기 시작했다.

“‘마력 회로 연결’… 성공. ‘제어 술식’ 작동… ‘기동 개시’.”

[크르르르르릉! 커허허허헝!]

“오오… 골렘이라고 들었을 땐 그냥 돌덩어리나 쇳덩어리로만 생각했는데… 이건 굉장하군요.”

설마 맹수의 모습을 본뜬 것일 줄은 상상도 못한 베오날드였다.

아무튼 강철의 사자는 진짜처럼 포효했고, 곧바로 움직여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장벽을 앞발로 후려갈겼다.

전신에 새겨진 술식들의 마력이 흐르면서 마치 마법을 인챈트한 무기처럼 공격을 하게 된 것이었다.

“오오…….”

베오날드는 순수하게 감탄하며 후손이 만들어 낸 성과물을 바라보았다.

동물 형태의 골렘, 심지어 그것도 용맹한 사자의 모습을 한 것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에 베오날드는 눈을 빛내면서 그것을 분석해 보았다.

우선 강철로 된 몸체는 생각보다 작고 세밀한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상당히 많은 술식이 새겨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빨과 발톱은 날카로우면서 검처럼 날이 세워져 있었는데, 확실하게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저 움직임이 기가 막히는군. 제어는 둘째 치고 안의 술식을 어떻게 짠 걸까? 새로운 기법이라도 만들어 낸 걸까? 500년 동안 발전한 술식을 드디어… 보겠군.’

감탄하면서 사자 모양의 골렘에게 빠져 있는 사이, 장벽을 두드리는 위력이 심상치 않음을 알아챈 다이나 가문의 마법사들은 이쪽으로 몰려왔고, 연금학부의 학부장이 온 것을 눈치채고는 장벽을 일부만 거두면서 아르젠에게 다급히 말했다.

“아, 아르젠 학부장님! 멈추십시오. 방금 아르젠 학부장님을 비롯해서 각 학부 학부장님들은 입장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좋아. 그러도록 하지. ‘정지하라’. 그럼 들어가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장벽의 일부가 열리고, 아르젠을 따라 베오날드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학부장들이 모습을 보였는데 익숙한 흑염소 수인인 제미니 교수와 셀리나가 안에 들어온 것이었고, 둘은 베오날드를 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메에에~ 역시 오셨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멋대로 사라져서는 그동안 제대로 된 연락도 없고,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예요? 게다가 설마 당신의 정체가 과거의 그……! 베오… 읍!”

“크흠! 잠깐잠깐~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일단 잠시 말을 아껴라. 크흠! 그리고… 난 지금 베오라는 이름으로 위장 중이다. 알았지? 세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 일단 그렇게 넘어가라.”

베오날드는 자신의 이름이 나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서 셀리나의 입을 막고 둘에게 자신이 지금 가명을 쓴다는 것을 빠르게 이해시켰다.

제미니 교수는 알았다는 듯 끄덕였고, 셀리나는 납득이 안 간다는 눈빛이었지만 일단 그가 말하는 것을 따르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는 합류해서 곧바로 아르젠 학부장과 서로 소개하고, 베오날드는 이제 가면서 계속해서 입장하고 합류하는 다른 학부 학부장들을 보면서 세세한 계획의 오차를 수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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