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하지만 아무리 어린 아기로 있는 시간이라고 해도 베오날드는 이 시간을 단순하게 먹고 자는 것만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도 오래 살았지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낸 그는 어린아이 때도 무언가 할 수 있을지 고민한 것이었다.
‘으음, 지금 이 상태론 할 수 있는 게 딱 하나뿐이군. 생전에 안 해 본 무예의 길이자, 마나 수련법뿐인가?’
책은커녕 펜도 못 잡는 어린 아기이다 보니 정말 숨 쉬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였다.
사실 그는 생전에 무인(武人)의 길을 가진 않았었다.
애초에 노이멀 가문 자체가 무공보다는 지략, 행정, 정치 쪽으로 강한 가문이라서 무재(武才)가 있는 아이는 황실 기사단, 근위대로 보내곤 했었다.
하나 최고의 가문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선조 때부터 이미 노이멀 가문은 황실 기사단에서 나온 탈락자들을 대상으로 영입을 하거나 기술을 얻어 내는 것을 시도했었다.
하나 그 진전은 매우 힘들었고, 기껏해야 훔친 기술인 ‘노이멀 가문 검법’ 정도만 만들어 내는 게 다였다.
베오날드 대에 와서 병약한 황제를 낫게 함으로써 베오날드가 2인자로 군림하면서 정국을 휘두를 수 있게 되자,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황실 기사단 출신들과 황족을 매수해서 드디어 황실 기사단과 황가(皇家)에만 전승되어 내려오는 마나 수련법을 얻어 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익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가주라서 알고 있지. 근데 후우~ 안 가 본 길을 가려고 하니 난감하지만……. 지금 가문의 기반이 약한 만큼 일단 필요한 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력(武力)이니 바로 수련을 하자.’
어린 아기 때는 자고 먹고 깨어 있어도 조용히 있으면 가만히 놔두기에 수련법 수행을 하기에 딱 좋았고, 벼락출세한 변방 시골 가문에서 어린 자신이 마나를 모은들 알아챌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었다.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선대와 다르게 용병이자 기사로서 일하는 아버지가 문제였지만, 바깥일이 더 많기에 마주치는 일이 적어서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할 일을 정했으니 그럼 하나뿐이군. 후우우~’
베오날드는 곧바로 마나 수련법을 시작했다.
하나 쉽지 않은 것이 구결과 방법을 다 알아도 그는 전생에 무력을 갈고닦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하던 자였고, 어린 아기의 몸으로는 자세도 잡을 수 없었기에 감을 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나름 연금술사로서 한 분야에서 대성을 이룬 자이며, 그 또한 마법에 소양이 있었던 덕분에 마나를 느껴 본 경험이 있었다.
또한 달리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는 점 덕분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여 마나 수련법을 계속해서 시행했고, 그 결과 약 한 달쯤 더 지난 뒤에 결국 마나를 느끼기 시작했다.
‘음… 뭔가 되는 것 같은데? 이게 잘되는지를 모르겠네.’
생전엔 무인이나 기사가 아니었기에 베오날드는 마나 수련법을 수련하면서도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이론과 실제는 너무나 다르며, 애초에 무인의 길을 직접 가 보지 않았기에 모르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기사나 수련생, 황실 기사단의 아이들에 대해서 보고받기도 했지만 직접적인 수련 과정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니 계속하는 수밖에…….’
그렇게 베오날드는 유아 상태에서 마나 수련법을 꾸준히 수련하면서 성장해 나갔다.
***
그리고 5년 뒤, 베오날드는 검은 머리칼에 파란 눈을 똘망똘망 빛내는 꼬마 아이로 성장했다.
‘음, 이제야 좀 낫군.’
마나 수련법으로 인해 신체 활성화가 잘돼서인지 5살이지만 7~8살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그는 본격적으로 유모에게서 글과 셈법 같은 기초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전생에 엄연히 공작까지 오를 정도로 뛰어난 지식과 두뇌를 갖춘 베오날드에게 그녀의 교육은 시시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어린아이인 척을 하기 위해서 나름 열심히 노력하는 베오날드였다.
‘어린아이의 메리트가 얼마나 많은데……. 그걸 스스로 버릴 순 없지. 천재라는 기믹도 나쁘진 않지만, 그건 오히려 시샘과 경계를 낳을 수 있어.’
“으음… 도련님, 아직 좀 더 노력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지루한뎅~ 밖에서 칼싸움 놀이하고 싶당~”
“영지를 다스리려면 검술도 중요하지만 지식도 중요합니다. 도련님, 엄연히 후계자로서…….”
“네에에~ 열심히 할게요.”
그렇기에 베오날드는 아는 문제도 일부러 틀려 가면서 천진난만한 5살 아이답게 애교도 부리고 칭얼대며 철저히 자신을 감추려 애썼다.
‘큭! …자괴감 든다. 바로 내가, 제국의 뱀이라 경외를 받던 이 베오날드가! ‘지루한뎅~’이라니……. 우엑.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답이지.’
물론 부모님에게도 이런 모습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어린애처럼 굴면서 애교도 부리고 떼도 쓰는 등등 할 수 있는 한에선 어린아이인 척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민인 것은 슬슬 본격적으로 자신의 본래 능력인 ‘연금술사’로서의 지식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을까? 였다.
‘제일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이 대륙의 정세에 관한 건데……. 이런 근본도 없는 시골에선 뭘 알 수가 없으니, 원~’
일단 더스티클록 가문이 지배하는 영지… 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이 시골. 말만 영지이지, 마을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작은 영지에다 변방이었다.
어느 정도로 작느냐면 여행자들이 들르는 여관조차도 운영되지 않는 곳이었으며 주 수입원은 농사와 산에서 사냥감을 잡아 가죽과 뼈를 가공해서 파는 일이 전부였다.
그런 만큼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
‘깡촌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나니 아주 심각한 깡촌이었네. 에휴~’
“어머? 베오날드 도련님, 무슨 일이세요?”
외부에서 정보를 얻을 길이 없어 답답해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저택 내의 하녀가 말을 걸어왔다.
땋은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수수한 외모의 소녀로 이 집에서 일하는 하녀였다.
순간 깜짝 놀란 베오날드는 얼른 천진한 표정으로 바꾸고 그녀에게 금방 생각해 낸 변명을 떠들어 댔다.
“오늘 공부 시간에 내준 숙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
“그러셨군요. 그래도 열심히 하셔야 해요. 베오날드 님은 이 영지의 주인이 되실 몸이니까요.”
“엑~ 맨날 다들 유모랑 같은 소리를……. 아무튼 갈게~”
“예, 도련님. 힘내세요~!”
그렇게 어찌어찌 어린아이다운 모습을 남겨 주면서 베오날드는 저택 내부를 열심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일단 이제 혼자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귀족 도련님인 탓에 아직 혼자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으며, 아기 때와 달리 계속 사람이 붙다 보니 혼자서 마나 수련법 같은 것도 마음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도련님, 어디 가세요?”
“집 안 탐험! 밖에 절대 안 나갈 테니 걱정 마!”
“예, 도련님. 그렇지만 조심하셔요.”
“으응!”
자신만의 비밀 장소… 그래, 어린아이니 비밀 기지를 찾기 위해 열심히 저택을 뛰어다니며 노는 베오날드였다.
빨리 좀 더 커서 개인 방이나 자신만의 공간이 확보되었으면 했지만, 어느 정도 권세가 있는 귀족이 아니고서야 방이 풍족할 리 없었다.
실제로 이 집도 고작 2층에 방이 채 10개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저택이라서 자기 수련실을 만들어 달라는 소리를 할 수 없었다.
‘이게 다 벼락 귀족인 탓에! 수련 과정이나 가문의 비기를 지킬 비밀 연습실이나 수련실을 안 만든 가주 탓이지. 하긴 뺏길 게 없으면 만들 필요도 없지만……! 후우~ 정말 앞길이 깜깜하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자기 방에서 얌전히 공부한다는 핑계로 마나 수련을 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부모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하거나 자기 방에서 자고 가라고 하는 등등 애정이 넘쳐서 쉽지가 않았다.
‘수련이라는 건 꾸준히 해야 하는데……. 큭! 그저께는 아버지와 놀러 다니다가 그분 방에서 잤고, 어제는 어머니가 방을 분리하니까 외롭다면서 데리고 잤고……. 하아아~’
현생의 부모인 이 영지의 주인 레이온 더스티클록 자작과 그 부인은 정말 아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이니 오죽하겠냐마는, 기본적으로 성품 자체도 좋은 자들 같았다.
왜냐하면 전생의 베오날드는 부모의 사랑을 전혀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도 옛 기억과 너무나 비교되는군.’
‘항아리 장인은 최고의 작품 하나를 만들 때까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계속 만든다. 나는 너희 중 오직 최고의 한 명만을 건져서 가문의 영광을 세울 것이다. 그 외의 나머지는 모조리 깨부수고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알았나? 내 아이들아?’
다시 떠올려도 최악의 부모인 벨릭스 폰 노이멀과 비교해 볼 때 여기 둘은 천사 같았지만, 너무나 최악의 부모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가주가 되고 노이멀 백작가를 공작가까지 끌어올린 베오날드라는 결과가 따랐기에 방식은 틀릴지언정 결과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흐… 베오날드, 내 최고의 작품. 흐흐흐… 부디 우리 가문을… 제국 최고의 자리로… 부탁한다. 흐흐흐흐흐…….’
‘죽을 때까지도 가족이라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지. 하지만 결국 내가 증명했으니까… 정말 성가시면서도… 쩝…….’
최악의 부모였지만 그래도 그 잔혹하기 짝이 없는 경쟁과 미친 짓 덕분에 베오날드 폰 노이멀 공작이 탄생한 만큼 부정할 수 없었기에 지금의 부모가 정말 좋다는 말은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오오! 베오날드구나! 공부는 끝났니? 아버지도 막 순찰을 끝내고 왔단다. 하하하! 읏쌰아!”
‘으악! 땀 냄새! 또야?’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이곳 더스티클록 가문의 가주이자 영지의 주인인 레이온 자작은 베오날드를 발견하자 밖에서 돌아온 그대로 뛰어와서 그를 끌어안았다.
진한 땀 냄새와 중년 남성 특유의 체취, 거기에 긴 수염이 아기 얼굴을 긁어 대서 베오날드는 괴로웠지만 그래도 그의 눈빛엔 행복과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어구구~ 귀여워. 우리 아들~ 배고프지? 아빠가 순찰하다가 덫에 걸린 멧돼지를 잡아 왔단다. 바로 잡아서 구워 줄 테니 기다리렴. 하하하하핫!”
‘대체 뭐가 그리 좋은 건지. 쩝… 유아 땐 그렇다 쳐도 이젠 5살… 음, 어린애군.’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만연한 레이온 자작을 보며 베오날드는 아직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이해 못하겠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전생에 자신도 아이를 가지긴 했었다.
‘솔직히 아닌 건 바꾸긴 했지만…….’
물론 선대 가주의 그 미친 정책은 따라 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과 재력으로 정당(?)하게 처와 첩들을 늘려서 아이들을 만들었지만, 전생의 아버지처럼 귀족 가문의 아이란 결국 가문의 ‘도구’라는 생각엔 공감하고 있었기에 자식에 대한 사랑을 별로 가져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알테리오 녀석, 날 실각시키곤 어떻게 되었을까?’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생각을 하니 자신이 처형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배신한 아들이 문득 떠올랐다.
세월이 500년이나 지난 지금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겠지만, 어떻게 살다가 갔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곳은 시골이라 잘 모르지만, 나중에 도시로 가면 아들의 소식에 대해 알아보자 생각하는 베오날드였다.
***
아무튼 마나 수련법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검술 수련은 어불성설인 상황.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기에 베오날드는 인상을 찌푸린 채 고민에 들어갔다.
슬슬 손과 발도 움직이니 본격적으로 검술도 수련하고 싶었고, 무엇이든 빨리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음, 자연스러운 곳이라면 연병장인데… 며칠 동안 지켜보니 낮에 2~3시간가량은 비워져 있는 것 같으니까 시선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은 영지이지만 그래도 연병장은 있었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며칠간 관찰한 결과 비어 있는 시간이 꽤 길었기에 베오날드는 혼자 연병장으로 가 목검을 휘두르면서 몰래 검술을 시작하고 마나 수련법도 병행했다.
그 전에 먼저 몸을 풀기 위해 기초적인 휘두르기와 뜀박질을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베오날드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이거… 왜 안 힘들지? 마나 수련법 때문인가?’
육체 성장이 빠른 것도 빠른 것이었지만, 열심히 뛰고 목검을 휘두르는데 몸이 지치질 않는 것이었다.
벌써 3시간째. 곧 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인데… 숨이 거칠어지기는커녕 아직도 쌩쌩했다.
아무리 어린애들이 회복력이 좋다곤 하지만 이 스태미나와 근력은 확실히 이상했다.
‘음… 이래서야 단련이 안 되잖아? 근력과 스태미나 이전에! 지치고 힘든 것에 대한 저항을 키워야 한다고! 아……! 그래서 그 근육뇌 놈들이 몸에다 사슬을 얹고, 쇳덩이를 붙이면서 훈련했구나!’
몸에 부하가 가해지지 않으니 뭔가 단련을 해도 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미 한 번 인생을 살아 본 베오날드는 병사들과 기사들이 왜 힘든 수련과 역경을 만들어 가며 훈련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기에 낭패라고 생각했다.
‘…젠장! 개인 수련실이 필요해! 결국 어린애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뭔가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한 베오날드는 저녁때가 되었기에 얼른 씻고 부모님들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러면서 일단 시도나 해 볼 생각으로 아버지에게 수련실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저기, 아빠… 혹시 저희 저택엔 수련실이 없나요?”
“수련실? 베오날드, 아직 어린데 벌써 수련을 생각하는 거니? 그건 좀 더 나이를 먹어서 몸이 커지고, 근력이 붙고 난 다음에 해도 된단다.”
놀란 얼굴로 베오날드를 바라보는 부친 레이온 자작. 5살짜리가 벌써 수련을 위해 개인실을 갖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자 당황하여 물은 것이다.
그러자 소심하게 몸을 움츠리는 척하며 미리 생각해 둔 대답을 말하는 베오날드였다.
“예, 그… 공부도 공부지만, 슬슬 단련하고 싶어서요. 몸을 움직이고 싶어요. 검도 휘두르고 싶고요. 그런데 주변엔… 그러니까… 못하는 모습은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
“으음, 몸을 움직이길 좋아하는 걸 보면 역시 할아버지의 피는 못 속이는구나. 하지만 그러면 연병장을 사용하면 될 걸 굳이 수련실까지…….”
“아뇨. 당신, 오히려 베오날드의 말이 일리가 있어요. 벼락출세 귀족이라곤 해도 엄연히 귀족. 당신과 다르게 베오날드는 태어나면서부터 귀족이기에 바깥에 미숙하고 약한 모습을 최대한 감춰야 한다는 것을 아는 거예요.”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모친의 지원이 들어오자 베오날드의 얼굴이 밝아졌다.
“더구나 이 가문은 아직 2대밖에 되지 않아서 더욱 약하지요. 또 만약에 재능이 없다는 걸 들키게 되면 곤란하고요.”
그래도 역시 나름 명문가 귀족 출신인 어머니 쪽이 갑자기 끼어든 것이 효과적이었다.
아들을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귀족 가문의 상식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지만, 지원 사격을 해 주고 있어서 고마웠다.
“베오날드는 이 가문의 후계자니까요. 이건 아이가 장난감을 사 달라는 레벨을 넘은 아주 중요한 이야기예요.”
“끄으으응… 그렇지만 갑자기 수련실이라니……. 우리 영지의 사정은 당신이 더 잘 알지 않소?”
“새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힘들다면 저택의 방 하나를 비우고 거길 개조하죠. 방 내부를 보강하고, 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엄명을 내려놓으면 될 거예요. 아니, 잠금장치를 이중으로 하죠.”
“하긴 그렇게 한다면 문제없겠군. 당신 말대로 합시다. 당신 말은 대개 틀린 적이 없으니 말이오. 게다가 베오날드가 원하는데 못해 줄 게 어디 있겠소? 하하하!”
천만다행으로 모친 덕분에 수련실을 마련할 수 있게 된 베오날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아, 이거 안 됐으면 그냥 밖에 비밀 기지라도 만들려고 했는데… 잘됐군.’
일단 남이 못 들어오는 자신의 개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베오날드는 이제 단순히 그 공간에서 검술 수련과 마나 수련법 단련뿐만 아니라, 여유 공간을 사용해서 도구들을 갖다 놓으면 몰래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휴우~ 그래도 진짜 모친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이 정도 현명함이면 필시… 화상을 입기 전엔 상당한 재녀(才女)로 소문나 있었겠지.’
“응? 베오날드, 그렇게 좋니?”
“예! 엄마. 너무 좋아요. 저 열심히 수련할게요!”
속으론 모친에 대해 귀족의 시선으로 판별하면서도 겉으론 귀여운 아들의 연기를 하는 베오날드는 드디어 검술 수련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안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