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소외된 자의 아픔
빌보드 차트 1위를 찍은 김세준의 ‘Goimg Home’의 인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은 물론, 북미인 미국과 캐나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유럽 나라에서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그 인기가 점점 퍼져나가 남미와 아시아의 몇몇 나라 음원 차트에서도 1위를 달성했다.
전 세계에 히트했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는 그의 노래.
그리고 그의 노래가 히트할 수 있게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예능.
김세준이 게스트로 참가한 카풀노래방은 미튜브에 올라온 클립 영상이 누적 조회 수 2억을 넘기며 카풀 노래방 최고 조회 수를 나날이 갱신하는 중이었다.
거기에 더해 김세준의 개인 미튜브 채널.
500만을 넘겼던 그의 개인 미튜브 구독자.
그 구독자 숫자가 어느새 두 배인 1000만 명에 가까운 숫자로 단기간에 급속도로 증가했다.
빌보드 차트 1위가 주는 영향력.
순식간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가수가 됐으나 동시에 몇몇 이들은 그를 헐뜯기도 했다.
원히트 원더.
그동안 세상을 놀라게 한 원히트 원더는 무수히 많다.
남미, 아시아, 유럽, 북미 등 인종과 대륙을 가리지 않고 혜성처럼 등장했던 가수들.
하지만 단 한 번의 성공으로 기고만장해졌던 그들의 콧대를 꺾어버리는 세간의 냉혹한 평가.
히트곡을 낸 이후 처참하게 모든 곡이 망하며 자연스럽게 월드 스타의 반열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그리고 다른 원히트 원더 가수들처럼 혜성처럼 등장한 김세준.
혹자는 그를 앞서 있었던 다른 원히트 원더들과 똑같이 운이 좋은 사내라고 평했고, 혹자는 그가 다른 가수들관 다른 매력과 존재감이 있다고 평했다.
관계자들과 인터넷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많은 이들이 그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 있었다.
***
“흐음...”
폴 에드워드는 원목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신음을 삼켰다.
김세준의 제안.
벌써 며칠째 고민 중이지만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한편으론 기쁘나, 한편으론 속이 쓰리다.
자신의 아픈 손가락을 건드린 거 같아 김세준이 괘씸하다가도, 또 다른 마음으론 편견을 가지지 않고 그 아픈 손가락의 재능을 알아준 그가 고맙다.
“전, 진짜 해보고 싶어요!”
눈앞에 있는 자신의 보물은 자신에게 앙탈을 부리며 떼를 쓰나 에드워드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했다.
세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한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자신이 거장이란 이름에 오를 때까지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었던가.
모든 곡이 성공할 수 없었고, 모든 곡이 좋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시체를 맞이한 들개무리처럼 달려들어 자신을 물어뜯는 악의를 가진 사람들.
자신을 싫어하는, 혹은 그냥 성공한 프로듀서에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
그들의 공격에 겉으론 멀쩡하고 호탕한 척했으나, 속으론 얼마나 많이 아파하고 억울해했던가.
심지가 곧은 자신도 냉혹한 그들의 비난과 비판에 속이 썩어 문드러졌는데, 저 연약한 아이가 그 아픔을 견딜 수 있을까.
“진짜 할 수 있겠니?”
“그럼요! 네! 진짜로요!”
하지만, 자신의 과보호 아래에 재능 넘치는 아이의 꿈을 짓밟는 것도 못 할 일이었다.
특히 아이가 그렇게 원하고, 갈망한다면.
며칠을 심사숙고하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자, 그의 앞에 있는 아이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기뻐하는 아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에드워드가 핸드폰을 꺼내 김세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디 김세준이 이 아이의 재능을 맘껏 활용해주길 마음속으로 바라면서.
***
‘Going Home’을 발매 한지도 어느덧 벌써 한 달이 지났다.
7월 중순.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
김세준은 에드워드를 만나기 위해, 그의 자택으로 향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모든 스케줄을 빼놨고 덕분에 앞으로 일주일은 숨 쉴 시간도 없이 바쁘겠지만, 오늘의 만남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어서 오게.”
“우와... 미국에서 본 집 중 가장 좋은 집 같은데요?”
이주성의 감탄에 김세준도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200평은 되어 보이는 듯한 거대한 집.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담벼락과 거대한 대문.
그리고 그 담벼락과 대문을 돌며 경비를 서는 사설 경비요원들.
대문 앞으로 들어가자 과장 조금 보태 축구장만 한 정원이 반기고, 정원 뒤로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가 눈에 띄는 거대한 자택이 보였다.
“어서 오게!”
자택으로 들어가는 문 앞.
에드워드가 직접 나와 세준과 이주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잘 지내셨죠?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 때문이 아니야. 내 가족을 위해서지.”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에드워드의 뒤를 따라 자택 안으로 들어서자 휘황찬란한 안의 모습.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프로듀서...’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가장 큰 부를 축적한 프로듀서 혹은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에드워드를 꼽는다.
히트곡만 수십 개.
숨만 쉬어도 돈이 주머니에 저절로 들어오는 수준.
그가 만든 명곡들이 광고 및 방송 등에 쓰여 들어오는 저작권료만 어마어마할 터였다.
“바쁜 가수의 시간을 자꾸 뺏어서 미안하군.”
“저야말로 은퇴한 분을 자꾸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거대한 거실에 마련된 의자에 앉자, 가볍게 이야기를 터는 에드워드와 김세준.
“여기까지 부르신 거면, 에드워드는 허락하신 거겠지요?”
“솔직히 난 아직 반신반의라네. 다만 아이가 워낙 좋아하고 기뻐하니 어쩔 수 없었지.”
그의 말에 김세준이 속으로 살짝 웃음을 터트린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말이리라.
“아, 그럼 오늘의 주인공은?”
“지금 준비하고 있을 걸세. 조지!”
“네!”
에드워드의 나이에 맞지 않는 우렁찬 목소리에 멀리서 대답이 들려온다.
그리고 들려오는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
또박또박 마루를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울리고, 이내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건장한 체구의 양복을 입은 사내와 그 사내의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한 소년.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은 한눈에 봐도 다른 아이들과 달라 보인다.
까만 선글라스.
아이의 눈가를 가린 선글라스와 어딘가 미숙해 보이는 발걸음.
그 아이를 본 김세준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훗날 제2의 스티비 원더라고 불리는 명가수이자 프로듀서.
폴 에드워드의 손자로, 할아버지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천재.
김세준이 회귀하기 전 삶에선 할아버지의 명성을 위협하는 프로듀서로 성장한 자랑스러운 손자.
시각적 장애를 극복하고 전 세계에 많은 감동을 심어준 사람.
아직 성인도 되지 못한 아 아이가 김세준의 다음 앨범 메인 프로듀서였다.
***
조지 에드워드.
폴 에드워드의 손자로, 시각적 장애가 있는 사람.
하지만, 음악적 재능은 할아버지에게 듬뿍 물려받은 아이.
아이가 11살 때 반쯤 장난으로 곡을 만들어 자신에게 들려줬을 때, 폴 에드워드는 조지가 재능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아직 어린아이.
폴은 운이라 치부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계속해서 곡을 만들어 들려주는 조지의 모습.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자신이 멍청이였다.
자신을 능가할 천재.
이제 성인도 되지 못한 아이가 만들어낼 수 있는 퀄리티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런 퀄리티의 곡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아이였으니.
조금만 더 손을 보탠다면 당장 음반으로 발매해도 손색없는 곡.
하지만 폴 에드워드는 그러지 않았다.
냉혹하고 잔인한 세상이다.
특히, 이젠 익명으로 인터넷에 마음대로 손가락을 놀릴 수 있게 된 이후로부터.
손자가 세상에 드러나면, 비겁하게 익명에 숨어 그의 신체적 장애를 놀릴 악마들이 얼마나 많을지 잘 알고 있다.
비록 손자는 우습게도 그 신체적 장애 때문에 그 악마들을 보진 못하겠지만 자신들의 가족은 다르다.
특히 자신에 아들.
부모를 욕하는 인터넷에 악마들을 보고 자랐는데, 이젠 아들을 욕하는 악마들을 보며 지내라니.
너무 가혹한 삶이라 생각했기에 조지의 재능을 애써 감춰뒀다.
하지만 너무 빛나는 돌은 꽁꽁 싸매도 빛이 새어 나오는 법.
할아버지를 통해 곡을 발매하려던 계획이 무산되자 조지가 선택한 방법은 SNS.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곡을 올리며 이름을 올렸고, 결국 그를 통해 훗날엔 데뷔하게 된다.
저번 만남에 폴 에드워드가 던진 의문.
자신과 조지의 관계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에 김세준의 대답도 SNS였다.
명확한 해답은 아니고 약간은 두루뭉술하게 답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조지.”
“반...반가워요! 진짜 팬입니다.”
김세준이 조지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자, 조지가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손이 아닌, 허공에 내민 그의 손.
자신이 손을 움직여 마주 잡았고, 조지가 환하게 웃었다.
“노래 정말 잘 듣고 있어요. 제가 눈이 나으면 가장 보고 싶은 0순위가 가족들의 얼굴, 1순위가 스티비 원더의 얼굴이었거든요? 요새 그 순위가 바뀔 위기에 처했어요.”
해맑은 얼굴로 재잘재잘하는 소년의 모습이 꽤나 귀엽다.
“오. 어떻게 말입니까?”
김세준이 묻자, 조지가 손가락으로 김세준을 가리킨다.
“김세준의 가야금 연주. 그 연주를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요.”
“...!”
순간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진한 감동.
김세준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폴 에드워드는 눈시울이 불거진다.
“고...고마워요. 정말로.”
“가야금 소리가 저렇게 아름다운데, 연주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정말 궁금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길 가야금 연주하시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하더라고요.”
소년의 고백에 김세준이 뭉클해지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혔다.
가수로서,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말이 있을까.
저 아이의 상상 속 자신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자신이 실제로 연주하는 모습이 과연 자 아이의 상상 속 반이나 따라올 수 있을까.
자신을 아름답게 상상할 조지에게 깊은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며 김세준이 화제를 돌렸다.
이 이상 이 이야기를 하다간 자신이 왈칵 눈물을 쏟을 거 같았다.
“조지. 대충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제 다음 앨범 프로듀서로 조지를 고용할까 해요.”
“제가요? 가능할까요?”
이미 들어 알고 있겠지만, 조지는 새삼스럽게 다시 놀랬고, 김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지라면 가능해요. 게다가...”
김세준이 말을 멈추고 폴 에드워드를 슬쩍 바라본다.
재능은 충분하나, 경험이 부족한 그. 하지만 그 부족한 경험을 충족시켜줄 든든한 조력자가 바로 옆에 있지 않나.
김세준의 시선을 읽은 폴 에드워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퇴한 몸이긴 하나 손자에게 조언해주는 할아버지를 누가 비난하겠나.
“그리고, 제 타이틀 곡도 조지의 곡으로 하고 싶어요.”
“...!”
김세준의 말에 조지가 입을 쩍 벌렸다.
“정...정말요?”
“네. 그 곡 너무 좋았어요.”
김세준이 조지의 SNS에서 들은 곡.
오로지 조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노래.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자신조차, 그의 노래에 담긴 감성을 담아낼 수 없었다.
“곡 제목이... 소외된 자의 아픔이었죠?”
“네. 맞아요...”
소외된 자의 아픔.
조지의 프로듀서 데뷔곡이자,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명곡.
뮤직비디오가 미튜브 누적 조회 수 79억을 달성하며 미튜브 역대 조회 수 1위를 차지한 노래.
하지만, 안타깝게도 곡의 의미가 훗날 매우 퇴색되어 버린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큰 사고를 치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덕분에 조지의 명예에도 먹칠이 간 그 사건.
‘이젠 그럴 일 없지.’
김세준이 조지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1석 2조.
조지의 명예도 지켜주고, 자신도 명예를 차지한다.
미튜브 누적 조회수 1위.
그 명예를 자신이 차지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