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포기너 버스킹(5)
꽃향기 가득 품은 봄바람에
모두가 눈을 감고, 걸음을 멈췄죠.
그대 향기 가득 담긴 봄바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죠.
봄바람을 타고 관객들의 귀를 간지럽히는 ‘봄바람’.
“오...”
“좋은데?”
김세준의 노래를 들은 관객들이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감탄을 터트렸다.
앞선 무대를 꾸몄던 요환처럼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닌, 제법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로 거칠지도 않고, 오히려 지금 연주하는 멜로디와 잘 어울리는 목소리.
곡의 멜로디 자체가 기분을 설레게 하고,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고, 거기에 김세준의 목소리가 입혀지자 향긋한 봄 내음을 물씬 풍긴다.
“나 왠지 이 노래 가사 뜻 대강 알 거 같은데?”
“나도. 그냥 멜로디만으로도 노래가 짐작이 간다.”
관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지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로 불리는 노래. 하지만 그 노래의 가사가 머릿속에서 이해가 되는 마법.
‘반응 좋은데?’
봄기운에 물씬 취한 관객들을 보며 김세준이 슬며시 미소지었다.
이미 한국에선 많은 이들을 봄에 취하게 만든 자신의 노래.
그 노래가 과연 외국에서도 통할지 궁금했었고, 지금 관객들의 반응은 완벽한 해답을 보여줬다.
따사로운 햇볕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미소 가득한 그들의 얼굴엔 봄의 설렘이 물씬 담겨 있었다.
“저, 악기 소리 진짜 미쳤다...”
“그러니까... 너무 좋은데?”
김세준의 가야금 연주. 처음 들어보는 악기지만 사람을 홀리는 그 음색의 매력에 관객들이 절로 감탄을 내뱉었다.
처음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좋다고 생각을 했지만, 노래와 함께 들리니 그 매력이 더욱 두드러졌다.
동양풍 영화 OST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음색. 애절하고 잔잔한 그 특유의 소리가 담겨 있으면서도 꽃향기 가득 품은 봄바람에
모두가 눈을 감고, 걸음을 멈췄죠.
그대 향기 가득 담긴 봄바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죠.
봄바람을 타고 관객들의 귀를 간지럽히는 ‘봄바람’.
“오...”
“좋은데?”
김세준의 노래를 들은 관객들이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감탄을 터트렸다.
앞선 무대를 꾸몄던 요환처럼 감미로운 목소리가 아니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로 거칠지도 않고, 오히려 지금 연주하는 멜로디와 잘 어울리는 목소리.
곡의 멜로디 자체가 기분을 설레게 하고,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고, 거기에 김세준의 목소리가 입혀지자 향긋한 봄 내음을 물씬 풍긴다.
“나 왠지 이 노래 가사 뜻 대강 알 거 같은데?”
“나도. 그냥 멜로디만으로도 노래가 짐작이 간다.”
관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지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로 불리는 노래. 하지만 그 노래의 가사가 머릿속에서 이해가 되는 마법.
‘반응 좋은데?’
봄기운에 물씬 취한 관객들을 보며 김세준이 슬며시 미소지었다.
이미 한국에선 많은 이들을 봄에 취하게 만든 자신의 노래.
그 노래가 과연 외국에서도 통할지 궁금했었고, 지금 관객들의 반응은 완벽한 해답을 보여줬다.
따사한 햇빛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저, 악기 소리 진짜 미쳤다...”
“그러니까... 너무 좋은데?”
김세준의 가야금 연주. 처음 들어보는 악기지만 사람을 홀리는 그 음색의 매력에 관객들이 절로 감탄을 내뱉었다.
처음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좋다고 생각을 했지만, 김세준의 목소리와 함께 들으니 그 매력이 배가 되는 느낌.
그리고 이번에도 한복을 입고 무대를 꾸미는 김세준.
동양의 전통적인 미를 담은 한복을 입고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무대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야... 진짜. 형도 형이었지만, 세준이 저 놈도 진짜...”
김세준의 무대. 오늘 같이 버스킹을 할 일행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괜히 연금이 아니라니까요.”
“그러니까. 사람들 표정 봐라. 다들 꽃놀이 간 표정이다. 야.”
“어우... 나도 저런 노래 하나 빨리 발매해야 하는데.”
가수로서 가장 큰 보람과 쾌감을 느끼는 순간은, 청중들이 노래에 깊은 공감을 하며 빠져드는 걸 실시간으로 바라볼 때였다.
가수들이 콘서트를 좋아하고,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
그런데 그게 하물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이고, 오늘 노래를 처음 듣는 관객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최고의 순간이리라.
“세준이 쟤, 지금 기분 엄청 좋겠지?”
“말해 뭐해. 하늘을 나는 기분일 텐데.”
가수로서 비할 바 없을 쾌감을 느낄 김세준을 향해, 부럽다는 듯이 말하는 이들.
앞서 무대를 꾸몄던 요환도 김세준을 바라보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노래는 사람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에게 이렇게 깊은 공감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런 자신과 달리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김세준의 무대였다.
‘크으! 대박이다! 대박이야!’
그리고 김세준의 무대를 보며 정동혁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세준의 무대와 배경, 관객들의 반응.
카메라에 담긴 모습 하나하나가 예술이고 장관이다.
방송에 나갈 그림이 너무 기가 막히게 뽑혀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섭외하길 잘했어.’
한때나마 그를 섭외할까 말까 고민하던 자신이 한심해지는 순간.
나중에 편집하기가 아까울 정도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무대였다.
***
5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큰 공감을 심어줬던 그의 무대.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이 큰 환호성을 내뱉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의 무대를 이어서 버스킹을 하는 다른 가수들.
‘마녀의 꿈’을 부르는 이예은을 시작으로, 다들 훌륭히 무대를 마쳤다.
각자 자신들의 대표곡을 부르는 만큼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다만, 그런데도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인 요청과 사진 요청을 받은 건 김세준이었다.
뒤늦게 그의 정체를 깨달은 사람들과 순수하게 이번 무대로 그의 팬이 된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의 주변.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제법 오랫동안 머물러 관객들에게 팬 서비스를 한 후 그들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으아...”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그들에게 주어진 쉬는 시간.
숙소 안에 24시간으로 돌아가는 카메라 때문에 맘 편히 쉬진 못하지만, 그래도 뭘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사라져 한결 나았다.
“응?”
저녁을 먹고 씻은 김세준이 거실로 나오다가 숙소 밖으로 나가는 로이의 뒷모습을 발견했고, 잠시 후 2층에서 내려오는 제니.
“누나? 어디 가세요?”
“응? 아...아니야. 그냥 잠깐 바람 좀 쐬려고.”
김세준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김세준이 속으로 슬며시 미소지었다.
그녀보다 앞서 숙소를 나간 로이. 그리고 그녀와 로이의 관계를 떠올리자,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한 편의 드라마.
‘이번 촬영으로 다시 만난 게 확실하네.’
하긴 헤어진 연인이 같이 유럽에 오게 됐는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리라.
“아, 밤에는 춥던데.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오세요.”
아무것도 모른 척, 넘어가는 김세준이었고, 제니가 안도의 한숨을 쉬곤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인사와 함께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그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세준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제법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유럽까지 왔는데 자신도 이렇게 가만있을 수만은 없었다.
***
“오빠!”
“예은아!”
리스본의 번화가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그를 향해, 이예은이 헐레벌떡 뛰어 다가와 손을 잡았다.
그녀 또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린 상태.
한국에서 보더라도 이예은이라고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중무장한 그녀.
그녀가 손을 잡는 순간, 흠칫하긴 했지만, 김세준도 이내 웃으며 그녀의 손을 꽉 붙잡았다.
한국도 아닌 유럽. 거기에 서로가 중무장한 상태.
이런데도 둘의 관계가 밝혀진다면, 그건 하늘의 뜻이리라.
‘진짜 그땐 그냥 다 까발리지 뭐.’
“뭐라고 하고 나왔어?”
“그냥, 유럽에 친구가 있어서 친구 만난다고 하고 나왔어요.”
“잘했어.”
모자 위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김세준이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하는 그녀와의 데이트.
한 번 사진이 찍힌 이후로, 좀처럼 쉽지 않았던 데이트였고, 오랜만에 맞이하는 단둘만의 시간이었다.
거기에 유럽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하는 데이트였기에 더욱 생기는 애틋한 감정.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김세준과 이예은이 발걸음을 옮겼다.
유명 관광지인 호시우 광장을 한적하게 걸어 다닌다. 특별히 무언가 하는 것 없이, 그저 걷고 대화하며 이국적인 풍경을 구경하는 게 전부.
그런데도 그가 그동안 해왔던 어떤 여행보다 특별한 순간.
여행은 어디를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가는 게 중요한지를 여실히 느낀다.
“좋다...”
밤이 되자 제법 쌀쌀한 날씨. 서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이예은이 옷을 여미며 낮게 중얼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보내는 단둘만의 시간.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 그리고 오빠도 같이 따라왔어요.”
“응? 주성이도?”
“네. 혹시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저기 멀리서 저희 따라오고 있을 거예요.”
그녀가 손가락을 뻗어 가리킨 곳엔 이주성이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훑고 있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감정이 교차하는 와중에 이예은이 눈웃음을 지으며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키스하면 안 돼요. 오빠?”
“크흠...”
당돌한 그녀의 말에 김세준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어느 정도 기대하고 오긴 했는데...
유럽 야경을 배경으로 하는 키스.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지만 이주성 앞에서 그런 꼴을 보일 순 없기에 김세준의 어깨가 축 처졌고, 그런 남자친구를 보며 이예은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장난과 대화를 나누는 그들.
“아, 그리고 오빠. 다음 곡 계획은 정했어요?”
“응. 아직 컨펌은 안 받았지만 생각해둔 건 있어.”
다음 활동에 발매할 곡의 컨셉. 오늘 무대를 하고 난 이후로 더욱 확고해졌다.
“오, 어떤 곡인데요?”
그녀의 물음에 김세준이 고개를 저었다.
“비밀이야.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잖아.”
“치이...”
아쉽다는 듯 귀엽게 투정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김세준의 얼굴에 미소가 새겨졌다.
그렇게 짧은 데이트를 즐기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둘.
그리고 그들을 지나쳐 지나가는 한 무리들.
술이 들어갔는지, 제법 활기차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었고 김세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익숙한 멜로디를 듣기 전까진.
그대 향기 가득 담긴 봄바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죠.
“...!”
“...!”
자신만 들은 게 아닌지, 이예은도 토끼 눈이 되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봤다.
“방...방금?”
“맞죠? 오빠 노래? 오늘 부른 봄바람.”
어눌한 발음으로 내뱉은 노래지만 리듬과 멜로디는 확실히 그의 노래였다.
“대박... 아까 노래 듣던 관객들인가 보다...”
이예은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고, 김세준은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고작 단 한 번의 무대. 그것도 길거리 버스킹.
한국에선 많은 호평을 받을지 몰라도 유럽 현지에선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 하진 않았는데...
“와... 미쳤다... 진짜...”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들.
그것도 무대가 끝나고 난지 한 참 지난 후.
작은 확신이 생겼다.
비록 많은 사람한텐 아닐지라도, 자신의 노래가 유럽 사람들에게 조금씩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동시에 가야금이 유럽에서도 충분히 통할 매우 매력적인 악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