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야금 뜯는 천제가수-95화 (95/148)

#95

단독 콘서트(8)

김세준과 수호의 합동 무대가 끝나고, 이어진 무대는 아레스 뮤직의 사장인 이해진과 김세준의 무대였다.

김세준보다 앞선 세대에서 남성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드높였던 그.

아레스 뮤직의 사장이 되면서 음원 활동을 안 한 지 제법 오래되긴 했지만, 본래 재능 넘쳤던 뮤지션.

그 실력이 녹슬지 않았고, 능숙하게 무대를 장악하며 관객들을 휘어잡는 그.

‘역시 사장님.’

김세준 또한 이해진의 오랜 팬으로서 바로 옆에서 그의 노래를 힐끔 보며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남다르다. 사장으로 일 할 때도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는 그지만, 무대에 서니 풍기는 분위기가 좌중을 압도했다.

단 한 곡만 부르고 무대를 내려가는 그였지만, 관객들을 깊은 여운에 빠지게 했다.

그리고 이해진과의 노래가 끝나자 다시 무대에 올라온 이예은.

이번엔 이예은과의 합동 공연 차례였다.

그녀와 함께 부른 노래는 ‘봄비’와 ‘구름 속의 별’.

두 곡 다 앨범 수록곡이지만, 타이틀 곡 못지않은 인기를 끈 노래다.

이미 대중들에게 최고의 남녀 혼성 듀엣이라는 칭찬을 받는 김세준과 이예은.

그동안 숱하게 자신들의 귀를 호강시켜준 검증된 조합.

앞으로 대한민국 가수 계를 이끌어갈 천재 뮤지션인 두 사람의 하모니에 관객들이 넋을 잃고 무대를 바라봤다.

헤어진 연인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봄비’. 그리고 한참 죽고 못 살 때의 감정을 건드리는 ‘구름 속의 별’.

전혀 다른 감정을 지니 두 곡을 연달아 부르는 두 사람이지만, 듣는 관객들에겐 아무런 위화감이 들지 않았다.

‘봄비’를 부를 때 울음기 가득했던 두 사람의 애잔한 목소리가, ‘구름 속의 별’을 부르자 서로를 향해 꿀이 떨어지는 듯 변했다.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듀엣이었고, 특히 ‘구름 속의 별’을 부를 땐 관객들은 마치 두 사람이 진짜 사귀는 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였다.

“와... 이예은 눈빛 봐. 내가 다 설레네.”

“그니까. 김세준 엄청 부럽네...”

미튜브 방송에 나오는 이예은의 눈빛.

남자라면 절로 미소 짓게 하고, 가슴 뛰게 만드는 그녀의 눈웃음에 남성 팬들이 부러움을 토로했다.

그녀를 내리쬐는 뜨겁고 화려한 조명. 그 조명 빛에 땀 흘리는 모습마저 눈이 부시는 외모.

방송으로 봐도 이렇게 설레는데, 저 외모와 눈웃음을 코앞에서 보는 김세준을 향한 부러움이 절로 생겼다.

그런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끝난 둘의 합동 공연.

관객들의 큰 박수와 호응을 받으며 끝난 둘의 무대였고, 이예은이 김세준을 잠깐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스테이지에서 내려갔다.

오늘 게스트들이 참여하는 무대는 이걸로 끝이었고, 이제 남은 건 김세준의 단독 무대 딱 하나.

이예은이 내려가자 김세준이 침을 꿀꺽 삼키곤 관객석으로 시선을 보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그의 콘서트.

그 콘서트 내내 힘찬 박수와 환호성을 보여주던 자신의 팬들.

그들의 반응으로 유추해 봤을 때, 적어도 이 자리에 온 걸 후회할 사람들은 없으리라.

“다들 재밌으셨나요? 이제 벌써 마지막 곡만 남았는데요.”

오늘 공연의 마지막을 선언하자, 관객들이 진한 아쉬움이 담긴 탄식을 내뱉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관객들.

체감시간으론 이제 1시간도 지난 거 같지가 않다.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보며 김세준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려졌다.

저들이 아쉬움이 크다는 건, 그만큼 이번 콘서트를 즐겼다는 것.

오늘의 주인공으로서 초대받은 저들이 즐거워하니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무대에 서서 아쉬워하는 관객들을 찬찬히 살피며, 그들의 탄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김세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탄식을 내뱉던 관객들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를 향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스텝이 가져다준 가야금을 새롭게 세팅하고, 무대 중앙에 홀로 앉은 김세준.

무대 뒤편에 있는 수십 명의 연주자를 배경으로 삼은 그가 눈을 감았다.

이제 오늘 콘서트의 마침표를 찍을 차례.

마지막으로 멋지게 화룡점정을 찍을 생각인 그였고, 깊은 한숨 한 번을 내쉰 뒤, 고개를 돌려 국악단을 향해 힐끔 눈빛을 보냈다.

그의 눈빛을 읽은 국악단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김세준이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바라보고, 동시에 울리는 한국의 소리.

그리고 그에 맞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전자음이 울린다.

그의 타이틀 곡인 ‘별이라면’.

그 노래의 전주가 흘러나왔고, 관객들은 이 노래가 마지막이라는 것도 잊은 채 다시 김세준의 노래에 홀리기 시작했다.

‘끝났네...’

백스테이지 안에서 김세준의 공연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이해진이 그의 노래가 시작되자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기대도 있었지만, 걱정과 우려도 가득했던 김세준의 첫 콘서트.

그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지어지는 미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무대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오늘 그의 공연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성공적인 콘서트였다.

가수와 관객들 모두가 만족한 공연.

무대를 꾸민 가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뽐냈고, 관객들은 그런 가수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으로 보답했다.

“대박이네. 대박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드는 하나.

모니터에 뜨는 시청자의 숫자.

처음부터 삼백만 명이라는 많은 사람이 지켜본 그의 콘서트.

공연이 끝나가고 있는 지금.

그 숫자가 무려 오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

이틀에 걸쳐 진행된 김세준의 콘서트 ‘풍악’.

총 사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큰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끝난 그의 첫 콘서트였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였고,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하하하! 대박이야! 대박!”

그리고 ‘풍악’의 이튿날 공연이 끝나고, 다음 날.

하동준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콘서트 내내 완벽한 무대를 보여준 김세준과 게스트들.

덕분에 지금 대한민국 인터넷에선 온종일 김세준의 콘서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호평 일색인 콘서트를 현장에서 본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

그리고 미튜브를 통해 생중계로 봤던 사람들의 후기 또한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이게 진짜 말이 되는 숫자야?”

거기에 더해 하동준의 손에 들린 차트.

직원이 깔끔하게 정리해서 건네준 차트엔 미튜브 시청자 통계가 적혀 있었다.

첫날 삼백만 명으로 시작한 ‘풍악’의 생중계.

첫날 공연이 끝날 땐 오백만 명까지 늘었으며, 그다음 날 이틀째 공연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생중계를 볼까 자연스럽게 큰 기대감이 생겼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공연인 만큼, 그날 하루는 김세준의 이름으로 인터넷이 도배됐으며 덕분에 다음날 콘서트에 대한 홍보 효과도 자연스럽게 치러지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은 김세준의 콘서트였기에, 이틀째 공연이 시작되자 기대를 잔뜩 머금었다.

그리고 어제,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생중계를 시청하는 숫자에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오백만 명.

첫날 최고치가, 둘째 날 시작하자마자 찍혔으니까.

헛숨이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에 하동준은 그때 당시 경악을 외쳤고, 오백만 이란 숫자는 공연이 끝날 때 육백만 명이란 숫자로 늘었다.

“육백만 명이라니. 진짜 세준이 말대로 미튜브로 하길 잘했네.”

“음. 거기에 외국인이 이백만 명 정도 되니까, 제대로 홍보가 됐어.”

차트를 보며 이해진이 만족스럽게 씨익 웃었다.

이번 김세준의 공연을 지켜본 생중계 통계.

첫째 날과 둘째 날을 통틀어서 그의 공연을 본 외국인들은 2백만 명.

첫날과 둘째 날을 합쳐 최고 천백만 명이 본 그의 공연에서 외국인들이 본 비율이 오 분의 일정도.

약간은 아쉽게 느껴지는 비율이나 워낙 시청자 수가 많았기에 그래도 흡족한 상황이었다.

이번 미튜브 생중계로 아레스 뮤직은 이백만 명의 외국인들에게 그들의 존재를 톡톡히 보여줬으니까.

특히 이예은.

이번 김세준의 콘서트에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었다.

첫날 콘서트부터 외국인들에게 큰 관심을 받더니, 공연이 끝난 직후, 그녀의 곡인 ‘마녀의 꿈’이 빌보드 월드 뮤직 차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록 메인 차트는 아니지만, 그녀의 이름이 처음으로 세계에 울리는 순간.

그녀의 소속사인 아레스 뮤직에서도 기념할만한 성과였다.

“우리 미튜브도 구독자 숫자도 봐라.”

그리고 한 가지 더 만족스러운 성과.

그들의 공식 미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이틀 만에 백만 명이 추가로 늘었다.

백만이란 벽을 넘지 못하던 채널이 단숨에 벽을 넘고, 이백만 명에 육박했다.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SNS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기에,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어우... 만약 내 고집대로 했으면, 피똥 쌀 뻔했어.”

하동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튜브가 아닌, 방송국과 계약하려던 그.

만약 그의 제안대로 됐으면 이런 홍보 효과는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돈이야 억대의 돈을 쓸어 담았겠지만, 지금 아레스 뮤직이 누린 홍보는 억대의 돈을 써도 누리지 못할 효과.

기회비용으로 따져봤을 땐 김세준의 제안을 택한 게 누가 봐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응. 형. 우리 올해 여름쯤에 예은이 앨범 나오지?”

그런 하동준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던 이해진이 넌지시 말했고, 하동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ep로. 늦어도 가을에는 나올걸?”

하동준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인 이해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그때. 해외로 발 뻗어보자.”

***

이틀 동안 공연을 마무리한 김세준은 공연이 끝나고 집에서 온종일 숙면에 취했다.

이틀 동안의 공연.

즐겁고 재미났지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공연인 만큼, 온몸이 무겁고 피로했다.

평소보다 훨씬 늦은 시각까지 잠에 취했고,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잠에서 깬 그.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인터넷에 접속했다.

“좋네...”

잠에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풍악’이란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그의 콘서트에 관련된 생생한 후기가 주르륵 뜬다.

호평 일색인 그 후기들을 일일이 살펴보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와.., 미튜브 생중계 시청자 수도 엄청났네.”

기사까지 살펴보며 한참을 검색하고 만족하던 그가, 이내 침을 꿀꺽 삼켰다.

국내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사람들의 평가.

이제 남은 건 해외에서의 평가였다.

그리고 해외에서의 평가를 확인하기 위해 접속한 빌보드 차트.

그가 콘서트를, 미튜브에서 생중계하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

아직 자신이 정복하지 못한 거대한 벽.

빌보드 메인 차트인 HOT100과 빌보드200.

“콘서트까지 했는데도 안되면 이번 앨범에선 포기해야지...”

워낙 높고 거대한 장벽이기에, 기대감을 낮추고 눈을 가늘게 뜬다.

빌보드 메인 차트에 접속하고, 패를 쪼듯 조심스럽게 엄지손가락을 내리는 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그렇게 천천히 엄지손가락을 내리며 긴장되는 눈빛으로 핸드폰 액정을 바라보던 그.

“...!”

몇 번 엄지손가락으로 핸드폰 액정을 쓸어내리던 그가 이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믿기지 않는지 두 눈을 껌뻑이는 그.

80. Kim Se Jun - If were star.

영어로 적혀 낯설지만, 확실한 그의 이름과 그의 곡.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김세준이 희열을 참지 못하고 큰 고함을 내질렀다.

그의 곡이 처음으로 빌보드 차트에 입성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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