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야금 뜯는 천제가수-88화 (88/148)

#88

단독 콘서트

김세준의 앨범이 차트를 정복하자, 그의 단독 콘서트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전 석 110000원으로 예약 발매했던 그의 콘서트 티켓이 암표로 10배 이상 뛰기 시작했고, 그런 가격에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였다.

“이거 심각한데?”

기사로도 나온 김세준 콘서트 암표에 관한 문제에 하동준이 머리를 짚었다.

회사로도 문의 및 항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 수백 건씩 오는 중이다.

옆에 있던 이해진도 진저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4만 개의 티켓.

4만 개란 좌석으로도 설마 이렇게 부족할 줄은 몰랐다.

김세준에게 금방 예약될 거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4만이란 숫자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두말할 여지 없는 자신들의 착오였다.

“우리가 세준이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나?”

“과소평가했으면 고척 스카이돔으로 잡지도 않았지.”

하동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저었다.

무려 스타디움이다. 스타디움.

그런 곳을 콘서트 장소로 대관했는데, 어떻게 과소평가란 소리가 나온단 말인가.

물론 최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 같은 곳도 있지만 어떤 가수가 첫 콘서트를 그런 장소에서 열어?

대한민국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건.

아마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도 장소를 대관해주지도 않을 터.

대한민국 최대 공연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불가능한 일이다.

“다음엔 최소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어야겠는데?”

“거기가 최대 7만 명 정도 들어가지?”

이해진의 말에 하동준은 혀를 내두르며 기가 찬 표정으로 답했다.

‘상암월드컵경기장’도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 비해 작을 뿐이지 결코 모자란 규모는 아니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독 콘서트보다는 합동 콘서트가 주로 열리는 곳으로 단독 콘서트를 그곳에서 연 가수는 손에 꼽는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김세준의 다음 콘서트를 그 장소로 대관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듯한 상황.

“일단 암표는 제재하겠다는 보도자료 뿌리고, 그 세준이랑 말한 것처럼 미튜브로 생중계하겠다는 보도자료도 뿌려. 일단 그 정도면 급한 불은 꺼지겠지.”

이해진의 말에 하동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이 상황을 방관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거... 미튜브 효과가 생각보다 크겠는데?”

이미 국내에서 미튜브가 가진 플랫폼의 권위는 절대적.

비록 계약금을 받진 못하더라도 방송국이나 다른 동영상 플랫폼에서 중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청자가 몰릴 건 당연했다.

게다가 국내 팬들도 이 아우성인데, 공연을 구매할 수 없는 해외 팬 들은 얼마나 애가 타고 속이 탈까.

“응. 세준이한테 큰 빚을 지겠어.”

아레스 뮤직이 제법 인지도가 있는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 내에 무명인 가수들도 수두룩하다.

이번 김세준 콘서트는 그런 무명 가수들이 빛을 볼 좋은 찬스.

비록 짧은 무대라도 최소 몇십만에서 몇백만에 달하는 대중들에게 얼굴을 인식시킬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해외 팬들에게도 좋은 호응만 받는다면, 아레스 뮤직이 해외로 뻗어 나가는 것도 꿈은 아닐 터.

이해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고, 하동준을 향해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뱉었다.

“이번 콘서트. 확실하게 준비하자.”

***

“오. 기사 뿌리셨네?”

김세준이 스케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암표를 제재하겠다는 기사와 자신의 공연을 미튜브로 생중계한다는 기사.

자신의 콘서트 암표가 기승을 부린다는 걸 알고 있던 김세준이기에 아레스 뮤직의 빠른 움직임에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튜브로 생중계하겠다는 기사엔 달린 댓글들.

다들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미튜브만큼 편하고 친숙한 플랫폼도 없었으니.

국내 팬들을 위한 조치는 아니었지만, 결과론적으론 그들도 흡족하게 만드는 방안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미튜브에 올린 콘서트 홍보 영상.

그 홍보 영상을 통해 해외 팬들에게 아레스 뮤직의 계정을 알리고, 그 계정에서 콘서트를 생중계한다는 소식을 알리자 반응은 어떤 영상보다 뜨거웠다.

순식간에 쭉쭉 올라가는 아레스 뮤직의 구독자 수를 보며 김세준도 식겁할 지경이었다.

“일단 사람들 기대는 충분하고...”

팬들의 기대치는 이보다 더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상태.

양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였고, 남은 건 그런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무대뿐이었다.

“준비는 순조로워.”

어깨가 무겁지만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는 콘서트 준비를 떠올리며 김세준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세션 섭외도 잘해놨고...”

고척 스카이돔을 가득 채울 국악의 향연.

그 소리를 위해 몇 십명의 국악기 전문가들을 섭외한 그였다.

그것도 보통 악사들이 아닌 아버지의 인맥을 통해 구한 실력이 보증된 사람들.

수십 개의 국악기가 만들어 낼 소리는 대중들의 심금을 울릴리라.

“게스트도 다 구해졌고...”

회사 식구인 아레스 뮤직 소속 가수들은 물론 세현과 수호, 강유나, ‘브라이니’ 등 자신과 같이 일한 적 있던 가수들에겐 다 러브콜을 보낸 그였다.

그리고 그런 가수 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끄는 가수.

에드 케인.

머나먼 미국에서 그의 콘서트 출연을 위해 한국에 기꺼이 와준다는 그였고, 그의 등장은 콘서트를 보러 온 팬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할 게 분명했다.

설마 에드 케인정도 되는 가수가 고작 짧은 콘서트 공연을 위해 한국까지 올 것이라곤 생각도 못 할 테니까.

“음. 좋아.”

사람들의 관심이 내심 부담되고 걱정되긴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 준비를 떠올리며 김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 날 김세준은 방송국을 향해 찾아갔다.

‘포기너 버스킹’의 사전 미팅.

이번 포기너 버스킹의 참여하는 가수들은 총 7명.

자신과 이예은.

그리고 대한민국 밴드 음악의 자존심인 현도민.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 잘하는 보컬 중 한 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요환.

SY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정수연이 속했던 걸 그룹과 라이벌 그룹 출신이자, 한때 수많은 남자의 마음을 훔쳤던 여성 가수, 서지수.

그리고 자신보다 데뷔가 2년 빠른 남자 싱어송라이터로,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인 로이.

마지막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출신으로 미성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여자 가수인 제니.

다들 그 실력엔 한 치의 의심이 없을 정도의 실력자들.

성별과 나이 또한 조화를 적절히 이뤘고, 김세준은 미팅하러 갈 때부터 작은 기대감을 풍겼다.

출연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한때 동경하고 좋아했던 가수들.

미래에도 큰 이슈를 만들지 않고, 계속해서 좋은 곡을 만들며 자신의 귀를 호강시키던 아티스트들이다.

한때 동경했던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거리공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거기에 더해 여자친구인 이예은과의 여행.

비록 단둘이 떠나는 여행도 아니고, 연인이란 사실을 티 내면 안 되기에 둘만의 추억은 만들 수 없을지라도 같이 유럽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설렐 지경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김세준입니다!”

미팅을 펼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 김세준이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크게 외치며 허리를 숙였다.

자신과 이예은이 이번 출연진 중에서 가장 막내다,

예은이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기에 도착해 있을 사람들은 다 자신보다 선배였다.

“오! 세준 씨! 반가워요!”

그리고 그보다 먼저 회의실에 도착해 있던 사람은 한 명.

그 사람이 김세준을 보곤 밝은 목소리로 반겼다.

“요환 선배님!”

김세준이 허리를 일으키곤 그를 보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불렀다.

요환.

대한민국 보컬리스트 다섯 손가락 안엔 무조건 꼽히는 사람.

남성인데도 여성 가수들보다 높이 올라가는 고음과 완벽한 감정 전달. 고음을 내면서도 저음 또한 묵직하게 잘 소화하는 팔방미인.

한 마디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가수였고, 김세준이 오랫동안 동경해오던 가수였다.

어느덧 40대에 들어선 가수지만, 아직도 20대는 물론 10대에게까지도 큰 사랑을 받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보컬로써 김세준보다 먼저 고척 스카이돔에서 콘서트를 연 경험이 있는 남자였다.

“어서 와요. 안 그래도 혼자라서 심심했는데.”

존경하고 선망하던 가수와의 독대.

김세준이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그의 옆에 앉았다.

‘이야 40대인데 무슨 얼굴이...’

연예인들에게 관리는 필수. 하지만 마흔을 넘어선 요환은 20대로 보이는 동안.

관리만으론 가질 수 없는 축복받은 얼굴.

거기에 더해 축복받은 목소리.

여러모로 복 받은 사람이었다.

“저희 초면이죠?”

“네. 선배님. 그동안 기회가 없어서 찾아뵙질 못했습니다.”

“그러니까요. 나도 세준 씨랑 한번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노래가 너무 좋아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이더라고요.”

“과찬입니다. 선배님. 오히려 이번 방송에서 제가 많이 배우겠습니다.”

깍듯하게 대하는 김세준이 마음에 드는지 요환이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말 편하게 해요. 선배님이랑 호칭 너무 선 긋는 거 같잖아요.”

“아, 그럼 형이라고 편하게 부르겠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편하게 부를 테니까.”

요환의 첫인상은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남자.

그의 노래와 비슷한 인상이었다.

“아, 그리고 다음 달에 콘서트 한다면서? 고척 스카이돔.”

“네. 아, 형도 거기서 공연한 적 있죠?”

김세준이 넌지시 옛 추억을 떠올렸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몇 번 공연했던 그.

그의 공연을 보러 자신도 직접 고척 스카이돔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응. 고척 스카이돔 괜찮지. 음향설비가 조금 아쉽고, 관객들이 무대 보기가 조금 불편하긴 한데... 일단 스타디움이니까.”

“아...”

“스타디움에서 공연할 때 그 쾌감이 사람 미치게 하거든. 그 맛에 내가 아직도 가수 하잖아.”

미소와 함께 내뱉는 그였고, 김세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단독 콘서트는 아니더라도 몇 번 스타디움에서 공연해본 적이 있는 그다.

그 짧은 5분을 노래하는 동안에도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는데.

무려 3시간 가까운 콘서트를 하면 어떤 기분일까.

요환과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눈 사이, 또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그리고 안으로 들어선 여인을 보며 김세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요환과 비슷해 보이는 연배.

자신을 보며 눈웃음을 짓는데도 눈가에 주름 하나 없다.

“어머! 세준 씨. 반가워요!”

그녀가 김세준을 보며 손을 흔들고 환히 웃었다.

한때 대한민국 남성들의 마음을 움켜잡았던 걸그룹 출신.

솔로로 활동하여 다양한 곡을 발매하고,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아시안 뮤직 어워드 대상을 싹쓸이한 가수.

서지수의 등장이었고, 그녀가 김세준과 요환을 보더니 작은 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꼴찌는 아니네요.”

“누나는 왜 늙질 않아?”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요환과 서지수가 농담을 던지며 반가운 기색을 표했고, 김세준은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마음을 움켜잡았단 말은, 그의 마음도 움켜잡았단 소리다.

그가 한때 진심으로 좋아하고, 빠져들었던 가수인 서지수.

그런 그녀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가슴이 설렜다.

그리고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다른 가수들. 그 사람들마저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흡족한 미소가 지어진다.

‘이번 방송. 재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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