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야금 뜯는 천제가수-84화 (84/148)

#84

별무리(2)

김세준의 1집 정규앨범 ‘별 무리’.

그가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작품이자 총 9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진 앨범이었다.

1. 김세준 ? 별이라면.

2. 김세준(Feat. ED. KANE) ? A Nothing Star

3. 김세준(Feat. 이예은) - 구름 속의 별.

4. 김세준(Feat. 세현) - 은하수.

5. 김세준(Feat. 수호) (Prod. Truvy) - 유성(流星)

6. 김세준(Feat. 브라이니) - 초신성.

7. 김세준(Feat. 장준) - 나보다 빛날 너.

8. 김세준(Feat. 이해진) - 북극성.

9. 김세준(Feat. 이진아) - 별과 함께.

김세준의 첫 정규앨범만으로도 꽤 큰 의미와 화제성이 있는 앨범이지만 거기에 더해 첫 정규앨범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유명한 가수들의 피쳐링.

그의 앨범이 발매하자마자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김세준 이번 앨범 진짜 대박이네요. 거를 타선이 없음.]

[공감. 첫 정규앨범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퀄리티 미쳤네요.]

[피쳐링 라인업이 첫 정규앨범 수준이 아닌데?]

[예술성이랑 상품성 둘 다 잡은 작품.]

[김세준이 이 갈고 나왔나 보네.ㅋㅋㅋ 김세준 노래 매번 똑같단 사람들 이번엔 다들 어디감?]

호평 가득한 인터넷의 반응이었고, 음원 차트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 여실히 반영됐다.

‘별 무리’에 수록된 모든 곡이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으니까.

음원 차트 1위는 타이틀곡인 ‘별이라면’이 차지했고, 나머지 곡들도 20위 권 안에 그 이름을 올렸다.

앱을 키자마자 보이는 실시간 순위 상위권에 자리 잡은 자신의 곡들을 보며 김세준의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지는 쾌감.

“해도 해도 질리지 않네.”

음원 차트 1위는 제법 많이 해봤지만, 매번 기분이 붕 뜨고 감회가 새롭다.

자신의 곡이 수백 수천 개의 곡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단 뜻이니 그럴 수밖에.

싱글싱글 웃으며 김세준이 이내 미튜브로 접속했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자신의 미튜브를 통해 발표한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

예상대로 뮤직비디오 또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그 조회 수가 급속도로 치솟고 있었다.

급상승 인기 동영상이란 태그가 붙었고, 조회 수도 하루가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80만을 훌쩍 넘겼다.

좋아요도 5만, 간신히 백만을 넘겼던 자신의 구독자도 하룻밤 사이에 이십만이 늘어 백이십만에 가까운 숫자로 늘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예상보다 좋은 성적인데...”

앨범의 모든 곡이 음원 차트를 휩쓸고, 뮤직비디오의 조회 수도 첫날치고는 뛰어난 편.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자신의 앨범이었지만, 김세준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이제 한국에 국한되는 게 아니었으니까.

“쯧. 역시 쉽지 않다 이건가.”

아쉬움이 가득 남는 말투.

한국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출발이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메인 빌보드 차트에 그의 앨범이 단 한 곡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니까.

월드 뮤직 차트나 빌보드 소셜 50 차트엔 이름이 올랐으나 그 정도로 만족하긴 아쉽다.

빌보드 차트의 메인은 빌보드 HOT 100과 빌보드 200.

두 가지 차트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세계의 벽은 아직 쉽게 그 너머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미 어워드’의 효과로 단기간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이제 막 앨범을 발표한 그의 곡이 들어갈 정도로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었다.

“일단 기다려 봐야지.”

첫술에 완전히 배부를 순 없는 법.

이제 고작 24시간이 지났고, 자신의 앨범이 어느 정도의 흥행을 거둘진 아무도 모른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김세준이 자동차 키를 챙기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아레스 뮤직 사옥.

자신과 이예은에게 할 말이 있다는 이해진의 호출이 있었고, 건물 로비로 들어선 후 김세준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예은아.”

“오빠.”

벽에 기대 핸드폰을 바라보던 그녀가 김세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곤 환히 웃었다.

먼저 회사에 도착해 김세준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였고, 거의 한 달 만에 남자친구를 보자 웃음이 절로 세어 나왔다.

유럽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첫 만남.

물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영상통화를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거랑 영상에서의 차이는 큰 법.

남들의 눈을 의식해 최대한 감정을 절제했지만 그래도 둘을 둘러싼 분위기가 화사해졌고, 서로의 눈에서 꿀이 떨어졌다.

“기다리고 있었어?”

“오래 안 기다렸어요. 아, 그리고 축하해요. 음원차트 1위.”

이예은이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고, 그녀의 핸드폰엔 ‘뮤직인’ 음원 차트가 보였다.

“고마워. 다 도와줘서 그런 거지. 가자. 사장님 기다리시겠다.”

고개를 끄덕이며 이예은이 그에게 발을 맞춰 걸었고, 둘은 쉬지 않고 입을 조잘거렸다.

“유럽 여행은 어땠어?”

“와... 진짜 좋았어요. 에펠 탑 실제로 보니까 진짜 크고, 베네치아도 진짜 아름답고 아, 그리고 누가 저 알아봤잖아요!”

배시시 웃더니 가슴을 내밀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녀.

“오! 외국인이?”

“네! 한국 가수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와... 진짜 신기했는데.”

‘벌써 외국 팬이 생겼다고?’

훗날 외국에서 큰 사랑을 받는 그녀긴 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활동을 하지 않은 상황.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를 알아보는 외국 팬이 있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고, 이예은이 이어서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다 오빠 덕분이에요! 오빠 뮤직비디오에 나온 저 보고 팬 된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아아...”

그녀의 말에 김세준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해했다. 자신의 첫 미니 앨범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그녀.

당시 외국 팬들이 댓글로 그녀의 존재를 많이 궁금해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좋았겠네.”

“네. 그게 이튿날이었거든요? 그 뒤로도 혹시 싶었는데, 없어서 조금 실망했어요.”

“아직 외국에선 무명이나 마찬가지잖아. 너무 아쉬워하지 마.”

“아쉽다기보다는 그냥 한 명쯤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

작은 웃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이내 둘은 이해진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오. 같이 왔어?”

“네. 밑에 로비에서 만나서요.”

“그래. 잘했어. 일단 세준이 1위 축하한다. 고생 많았는데 보람 있겠네.”

“감사합니다.”

축하하긴 했지만, 첫 1위하곤 반응이 사뭇 달랐다.

여기 있는 모두가 은연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제 김세준에게 한국 음원 차트 1위는 큰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이제 그가 발매한 음원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게 더 놀라운 사건일 정도로, 그의 위치는 1, 2년 사이에 크게 바뀌었다.

이젠 엄연히 아레스 뮤직을 대표하는 가수이자, 대상 수상자.

국내에서 남자 솔로 가수로서 공공연한 위치를 확립한 그였다.

“외국 차트는 아쉽긴 한데, 뭐 그건 좀 시간이 지나면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자신이 생각했던 걸 그대로 콕 집는 이해진의 말.

김세준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이해진이 화제를 돌렸다.

자신이 오늘 둘을 부른 목적은 김세준을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 그리고 두 사람에게 예능 제의가 들어왔어.”

“예능이요?”

“응. 제법 흥미로운 플롯이야. 해외에서 버스킹하는 예능이래.”

“아!”

“우와!”

막 유럽 여행을 갔다 온 이예은이 그의 말에 두 눈을 반짝였고, 김세준도 익숙한 플롯에 눈을 빛냈다.

자신도 애청자였던 예능 프로그램인 ‘포리너 버스킹’.

국내 굴지의 가수들이 해외로 나가서 길거리 버스킹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제법 신선하고 잔잔한 재미를 줬던 방송.

뭐니 뭐니해도 한국의 노래들을 외국에 알린다는 점에서 괜찮게 생각했던 방송이었다.

‘재밌겠는데?’

해외를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김세준에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방송.

작게 고개를 끄덕거린 그가 이내 깜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자신과 이예은을 가리켰다.

“저하고 예은이 둘 다 출연 제의 온 겁니까?”

“응. 둘이 같은 예능에 출연하는 거야.”

“...!”

“...!”

이해진이 작은 미소와 함께 말했고, 두 사람이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마주쳤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같이 있을 기회.

게다가 해외라니.

물론 방송이긴 하지만 둘이서 같이 여행을 가는 느낌도 물씬 풍기지 않나.

“장소는 어딥니까?”

“원래는 미국을 생각했는데, 유럽으로 바꾼 모양이야. 세준이 네가 미국은 그래도 얼굴이 조금 알려져 있으니까, 방송 컨셉과 안 맞을 거 같아서 급히 바꿨다는데?”

자신 때문에 방송 장소도 바꿨다는 말에 김세준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유럽에서 유명한 버스킹 장소들을 돌아다니면서 길거리 버스킹도 하고, 소소한 일상 같은 것도 찍고. 일단 내가 봤을 때 플롯도 괜찮고, 너희하고 캐미도 괜찮을 거 같고. 난 두 사람 다 출연했으면 좋겠어.”

둘의 연애를 알고 있는 이해진이기에 작은 불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걸 제외하곤 이번 예능은 두 사람에게 좋은 기회였다.

미국에선 ‘그래미 어워드’ 공연으로 그 이름을 조금이나마 알렸지만, 유럽에선 활동 한 번 한 적 없는 그.

이번 기회로 조금이나마 이름을 알릴 수 있으면 큰 이득이었고, 이예은 또한 아직 포텐이 터지진 않았지만,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했다.

이번 예능은 그녀의 잠재력을 터트릴 좋은 기회.

아무래도 외모가 김세준보단 외국에서 더욱 먹힐 그녀였으니까.

“우와. 또 유럽 가는 거예요?”

이예은이 방방 뛰며 좋아했고, 김세준도 입가에 진한 미소를 가득 머금었다.

이예은과 함께 다니며 방송하고, 외국에서 인지도도 올릴 좋은 기회.

거절하기엔 너무 아까운 제안이었다.

***

김세준과 이예은이 ‘포리너 버스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했고, 3일 뒤 김세준은 그의 첫 앨범 공연 무대를 위해 스튜디오를 향했다.

앨범 발매 이후, 첫 음악 방송 공연.

“여기도 오랜만이네.”

‘하여가’로 활동한 이후로 오랜만에 오는 장소.

거의 반년 만에 찾아온 스튜디오였고 김세준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분주히 준비하던 스텝들이 일도 멈춘 채 그를 묘하게 바라봤다.

평소 연예인을 자주 보던 그들이지만, 김세준은 연예인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

북한과 그래미 어워드에서 공연하며 이제 한국에서 공공연한 입지를 다진 그였기에 스텝들의 시선엔 선망이 가득했다.

선망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오랜만에 찾은 스튜디오를 돌며 감회를 끝낸 그가 대기실로 향했다.

“형님!”

대기실에 막 들어온 김세준에 이어 이주성이 대기실로 들어왔고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어. 왜? 무슨 일 있어?”

“대박입니다! 대박!”

“뭐가? 뭐가 대박인데?”

“예? 형님.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십니까?”

되묻는 그를 향해 이주성이 의아하게 물었고, 김세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이 무슨 날이었나?

그냥 앨범 발매 이후 첫 방송 녹화 날 아니었어?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 해답에 김세준이 답답한 목소리로 외쳤다.

“뭔데!”

“크흐흐. 이것 보십시오.”

그런 그를 향해 이주성이 기쁜 웃음을 흘리며 핸드폰을 내밀었고, 한 기사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그리고 그 기사를 본 김세준도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핸드폰을 붙잡았다.

“진...진짜야?”

핸드폰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그.

[김세준 단독 콘서트 3분 만에 매진.]

널찍할 거라 여겼던 그의 콘서트 티켓팅.

그 티켓팅 날짜가 오늘이었으며, 4만 명의 달하는 자리가 단 3분 만에 모두 팔리는 초대박.

김세준도 이 정도로 빠르게 팔릴지 몰랐기에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안이 벙벙한 그때.

이주성이 그를 향해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내뱉었다.

“형님. 형님이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기록? 무슨 기록?”

“고척 스카이돔. 3분 만에 매진시킨 가수는 형님이 최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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