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야금 뜯는 천제가수-80화 (80/148)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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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끝나고 신년회 겸 콘서트 뒤풀이를 위해 고깃집에 모인 아레스 뮤직 소속 가수들.

그중 작년 말에 아레스 뮤직에 들어온 신입 가수인 박수인이 고개를 돌리며 살펴보더니 의아하게 물었다.

“왜 사장님이랑 부사장님은 안 오십니까?”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술이 들어가기도 전부터 흥이 넘쳐 흐르던 가수들이 그의 말에 순간 다들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아아, 내버려 둬. 아까 부사장님이 잠깐 둘이서 할 이야기 있다고 먼저 가라고 했어.”

아레스 뮤직에서 짬밥을 가장 많이 먹은 권진수가 손을 내저으며 핸드폰을 주위에 알렸다.

짬밥을 허투루 먹은 게 아닌 그는 가끔 둘이서 옛 추억을 회상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분명 어디선가 둘이서 또 궁상떨고 있겠지.

고기가 나오고 술이 나오기 시작할 때까지도 두 사람이 도착하지 않자, 그가 대표로 주변을 둘러보며 맥주잔을 치켜들었다.

“우리끼리 먼저 먹자. 다들 고생했다.”

“오! 진수형!”

그런 그의 모습에 장준이 호들갑을 떨며 분위기를 띠었고 다들 웃음을 지으며 그를 따라 술잔을 들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콘서트였고, 작년보다 콘서트의 규모와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그들도 자신들이 속한 회사가 커가는 걸 느꼈고, 덩달아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다.

“자, 세준아! 한마디 해라!”

“예?”

미소지으며 분위기를 즐기던 김세준이 갑작스러운 호명에 깜짝 놀랐고, 권진수가 능글맞은 말투로 받아쳤다.

“대상수상자인데, 네가 한마디 해야지. 대상 기운 좀 받게.”

“인정!”

김세준의 옆자리에 앉은 장준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부추겼고, 다른 이들도 즐거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 회식 분위기에 김세준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다들 관심도 안 주시다가 대상 받으니까 관심을 이렇게 많이 주시네요.”

김세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장난스럽게 말을 뱉었고, 그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다들 콘서트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고요. 전 앞으로도 계속 아레스 뮤직에 있을 거니까, 내년, 내후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 이 말을 사장님이 들었어야 했는데.”

권진수가 감탄을 터트리며 추임새를 넣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김세준이 마지막 한마디를 외쳤다.

“다들 건배!”

“건배!”

김세준을 선두로 모두가 술잔을 입에 털어 넘기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풀이는 흥겨웠고, 유쾌했다.

김세준 또한 함박웃음을 지으며 주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아레스 뮤직에 속했던 모든 가수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고, 최근에 들어온 가수들은 모난 데 없는 착하고 괜찮은 이들뿐.

김세준이 아레스 뮤직과 얼마 전 재계약을 한 이유는 이해진과 하동준의 역할이 크지만, 소속 가수들 하나하나의 영향도 없진 않았다.

서로 상부상조하며 작업할 뛰어난 아트스트들이 수두룩하게 있었으니까.

“크으. 나는 가수 생활 10년 하면서 대상은 무슨, 작은 상 하나 못 받아 봤는데. 부럽다.”

“형님이 아레스 뮤직에 와룡 아닙니까. 아직 기지개를 안 켜신 거죠.”

“와룡은 무슨. 안 피는 게 아니라 못 피는 거지.”

그 예로, 자신에게 건배사를 시킨 권진수.

시대를 관통한 히트곡은 없으나, 꾸준히 활동하여 고정적인 매니아 층을 형성한 가수.

비록 히트곡은 없으나, 10년이란 시간 동안 쌓은 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법.

아마 그가 마음먹고 자신의 마이너한 음악 성향만 버린다면 히트곡 하나쯤은 발매했으리라.

‘뭐, 그게 이 형의 장점이긴 하지만.’

그리고 권진수뿐만 아니라, 자신과 제법 떨어져 앉은 이예은의 옆에 있는 장재희와 페이티아 등 아직 자신이 협업하지 않은 실력과 인성 모두 좋은 가수들이 수두룩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알고 있는 아레스 뮤직 소속 사람들.

이해진과 하동준, 이예은과 장준 이진아, 이주성, 송대준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이미 아레스 뮤직은 그에게 하나의 보금자리였다.

“오오! 오셨네.”

그리고 입구를 열고 들어오는 이해진과 하동준을 보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미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 아레스 뮤직의 주인들이 등장하자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이해진과 하동준.

한 회사의 사장이지만 두 사람을 싫어하는 자들은 없었다.

아티스트를 위한 회사.

근사하고 훌륭한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말.

그들이 방향성을 조금만 수정한다면, 손아귀에 쥐는 돈의 액수가 달라질 터였다.

그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을 위하는 두 사람.

여기 있는 사람 중에서 두 사람을 향해 존경심을 내비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뭐, 그리 호들갑들이야. 먹던 것들 먹어.”

하동준이 너스레를 떨며 외투를 벗곤 자리에 앉았고, 이해진도 비어 있던 상석으로 가 착석했다.

마지막 사람들까지 오자 완전히 무르익은 뒤풀이.

‘예은이는 술 많이 먹었나?’

슬쩍 이예은을 살피던 김세준을 하동준이 넌지시 불렀다.

“세준아. 잠깐만 와볼래?”

“네. 가겠습니다.”

김세준이 이예은에서 시선을 떼고 하동준에게 다가갔고, 그가 맥주 한 잔을 들자, 재빨리 자신의 잔을 내밀었다.

“작년에 네가 고생해서 우리 회사도 많이 성장했다.”

“회사에서 밀어주셔서 가능한 거죠.”

“말은.”

피식 웃으며 하동준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려는 걸 김세준이 가로채곤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작년에 들어온 수인이도 너 보고 우리 회사 들어온 거야.”

“진짜요? 전혀 몰랐는데?”

제법 떨어진 테이블에서 장준과 술을 주고받는 그를 힐끔 쳐다봤다.

“그 정도로 네가 이제 영향력이 생겼다는 거지. 대단한 놈. 고작 2년 만에 이렇게 클 줄이야.”

“부사장님은 처음엔 저 영입하는 거 반대하셨잖아요.”

“크흠. 반대까진 아니야! 그리고 언제의 일을 이야기하는 거야.”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히 미소짓던 이해진이 잔을 내밀었고, 세 사람이 잔을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크으. 하여간 고생한 너한테 우리가 선물 좀 주려고 해.”

“선물이요?”

입가에 묻은 맥주를 닦아내며 김세준이 궁금증을 표했고, 하동준과 이해준이 서로를 마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선물이라고 하긴 조금 뭐하긴 해. 우리가 뭘 주는 건 아니니까. 근데 네가 무척 좋아할 거란 확신은 들고.”

“음.”

하동준의 부과설명에 이해진이 고개를 끄떡였고, 더욱 영문을 알 수 없는 둘의 말에 김세준의 두 눈에 담긴 궁금증이 커졌다.

“도대체 뭡니까?”

이해진이 김세준의 잔에 다시 한번 맥주를 따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슬슬 단독콘서트 해야지. 세준아.”

“...!”

순간 김세준의 두 눈에 경악이 서렸고, 그런 그를 두 사람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정...정말입니까?”

김세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단독콘서트.

지금까지 해왔던 공연하곤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

3시간 정도의 공연.

그 공연에서 자신이 주인공이고, 오로지 자신을 보러 온 팬들에게 무대를 선보이는 순간.

세상엔 많은 무대가 있지만, 가수들에게 이보다 특별한 무대가 있을까.

그동안 공연에서 고작 한두 곡을 부르고 내려왔던 것과 달리 자신의 모든 곡을 부를 수 있는 공연.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열리는 콘서트였고, 김세준이 환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데뷔 3년 차면 조금 빠르긴 한데, 그렇다고 유례가 없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 정도의 성장이면 조금 느린 편일 수도 있겠다.”

놀란 눈을 뻐끔거리는 김세준을 보며 하동준이 피식 웃으며 맥주를 다시 들이켰고, 김세준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됐어. 다 네가 열심히 해서 그런 건데. 반응 보니까 당연히 하겠네.”

이해진의 말에 김세준이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열렬히 끄덕였다.

“일단, 날짜는 최대한 빨리 잡아줄 건데, 일단 네 앨범 나오고 잡긴 할 거야. 규모는 어느 정도로 잡을지 회의 한 번 해보고 다시 알려줄게.”

“네.”

절로 나오는 헤픈 웃음.

동시에 김세준이 머릿속으로 콘서트 무대 구성을 떠올렸다.

‘드디어 또 하나의 꿈을 이루겠네.’

그가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꿈의 무대.

최소 10년 전부터 꿈꿨던 무대고, 머릿속엔 어떻게 무대를 구성할지 이미 꽉 차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만 된다면,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화자 될 최고의 공연이 될 터였다.

***

콘서트 뒤풀이가 끝난 후, 김세준은 세현을 만나러 SY 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빨리해야지.’

자신의 앨범 작업.

그동안 쉬엄쉬엄하진 않았지만, 더욱 박차 할 이유가 생겼다.

앨범 작업이 빨리 끝나면 끝날수록, 콘서트 준비의 여유가 있을 테니까.

‘세현이면 녹음도 빨리 끝나겠지.’

세현의 실력을 알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SY 엔터테인먼트 건물에 들어선 그.

이어서 세현이 미리 도착해 있다는 녹음실로 향했고, 안으로 들어선 후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뱉었다.

세현과 프로듀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요.”

“정수연 선배님? 선배님이 여긴 왜?”

매혹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던 정수연이 콧소리를 내며 그의 말에 답했다.

“이 건물이 제 건물인데, 있으면 안 되나요?”

“아..아니 그건 아닙니다.”

“사실, 세준 씨 기다렸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빨간 립스틱이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김세준이 어깨를 움츠렸다.

‘업계 평판도 그렇고, 미래에도 별다른 사고는 안 치시는 분이긴 한데...’

오히려 자신과 친분이 있는 B.ONE은 사장님을 매우 존경한다고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도 공공연하게 내뱉을 정도.

하지만, 유독 자신은 그녀가 어려웠다.

“형. 갔다 오세요. 저 먼저 하고 있을게요.”

세현이 그런 그의 마음도 모르고 눈치 없게 입을 열었고, 김세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어디서?”

“제 사무실로 가죠. 이야기가 제법 길어질 거 같거든.”

정수연이 앞장서며 도도하게 발을 움직였고, 김세준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무슨 이야기인진 짐작이 간다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을 원하던 사람.

아마 이번 만남도 다른 이야기이진 않을 터.

하지만 이미 자신은 아레스 뮤직과 전속계약을 맺은 상황 아닌가.

그녀가 억지를 부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이었고,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새 김세준은 정수연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정수연의 사무실은 예상외로 정갈했다.

엄청 사치스럽게 꾸밀 줄 알았는데.

“들어와요. 아, 차라도 준비할 걸 그랬나?”

“아, 괜찮습니다.”

그의 말에 정수연이 싱긋 웃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에 김세준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부르신 이유가?”

“내가, 얼마 전 재밌는 걸 발견했거든요.”

“재밌는 거요?”

김세준이 되물음에 정수연이 말없이 미소지으며 자신의 가방에서 무언갈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사진 아닙니까?”

뒤집혀 있는 몇 장의 사진들.

김세준이 한 장의 사진을 무심코 집어 들어 확인했고, 이내 그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리고 이내 급히 다른 사진들도 집어 들어 확인했고,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거... 어디서 나신 겁니까.”

사진 속엔 자신과 이예은.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 다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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