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에드 케인(1)
“에...에드 케인?”
핸드폰을 떨어트린 김세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드 케인.
미국 가수지만, 한국까지 그 이름이 퍼진 싱어송라이터.
김세준이 ‘방구석 콘서트’에서 불렀던 With you를 비롯하여 Perfect, Holy 등 다양한 명곡을 발매.
곡만 발매했다 하면 빌보드 차트 1위를 찍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수다.
유명한 음악 평론가는 그의 목소리는 거친 듯 따듯한 감성을 가졌고, 그의 음악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깃들었다고 평했다.
가수로서 최고의 칭찬과 다름없는 평이지만, 그 평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자가 없는 불세출의 천재다.
그 재능을 기반으로 타국인 한국에서고 거대한 팬덤을 거느린 에드 케인이었고, 올해 7월 그의 첫 내한 공연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 공연에 내가 초대받았다고? 에드 케인과 내가 한 무대에?’
선 채로 얼어붙어 있던 김세준이, 정신 차리고 바닥에 떨어트린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다행히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한 핸드폰.
스피커를 통해 김세준을 급히 찾는 편집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그게 무슨 말이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형. 그러니까 에드 케인이 미튜브에서 저희 영상을 봤나 봐요. 제 이메일로 연락이 왔어요.”
“아!”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말에 김세준의 입에서 짧은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미튜브.
‘방구석 콘서트’를 비롯해서 그의 곡을 커버한 영상이 꽤 있었다.
“에드 케인이 형 진짜 마음에 들었나 봐요. 메일에 형 칭찬이 가득해요!”
김세준의 미튜브 편집자인 유민규의 목소리엔 흥분이 가득했다.
김세준과는 고용주와 피고용인과의 관계. 하지만 그전에 김세준의 음악을 사랑하는 진정한 팬이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가수가 세계적인 대 가수한테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그리고 유민규의 말에 김세준의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갔다.
에드 케인이란 대 가수의 인정.
설레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래? 일단 알겠어. 그 메일 나한테도 보내줘. 이왕이면 해석도 같이 보내주면 좋고.”
“네. 당장 보낼게요. 해석도 첨부해서 보내드릴게요. 형 이거 진짜 무조건 해야 하는 거 알죠? 저 에드 케인 티켓팅 성공했는데. 진짜 무조건 해주세요. 제발.”
유민규의 간곡한 부탁에 김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 매력적인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무조건 할 거야.”
“네! 네!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유민규가 늦은 밤인데도 활기 가득한 목소리로 답했고, 이내 전화는 거기서 마무리됐다.
“후우...”
유민규와 전화를 끊고 김세준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고통과 고뇌가 담긴 평소의 한숨이 아닌, 기쁨과 희열이 가득한 한숨.
“미튜브가 도움이 될 줄은 알았지만...”
세계로 뻗어 나가는 발판으로 삼기 위해 개설했던 미튜브 채널이다.
당연히 어떤 식으로든 계기가 될 거 같았지만 설마 이런 식의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
“물론 아직 세계를 논하긴 이르지.”
고작 객원 게스트로 참여하는 무대.
세계에 가야금을 울리겠다는 거대한 야망을 언급하긴 이른 시점이다.
그래도 자신의 꿈에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김세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
“허... 이게 가능한 일이야?”
김세준이 건네준 종이를 보며 하동준이 허탈한 말을 뱉었다.
에드 케인에게 온 이메일.
그걸 한글로 해석한 종이였고, 처음엔 믿기지 않는 듯 이메일까지 보여달란 그였다.
그리고 메일을 보낸 발신자가, 에드 케인의 소속사인 아메리카 레코드(America Records)의 공식 이메일이란 걸 확인한 그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아무 말도 뱉지 못했다.
그리고 하동준과 마찬가지로 종이를 건네받은 이해진이 에드 케인이 보낸 내용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뱉었다.
‘제안이 절반, 세준이에 대한 칭찬이 절반이군.’
제법 긴 장문으로 보낸 메일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김세준의 연주가 마음에 들었고, 함께 무대를 꾸며보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내용 말고 에드 케인이 김세준에게 느낀 개인적인 감상평.
[김세준 씨. 먼저 제 곡을 멋지게 커버해준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가야금이란 악기의 매력을 알게 해준 것에 대해서도요. 가야금과 당신 목소리의 조화는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도 당신에게 가야금을 배워보고 싶네요. 진심으로 당신의 노래와 연주에 감탄했고, 다시 한번 제 노래를 커버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구구절절한 내용이고 하나같이 칭찬뿐이다.
‘허어... 외국의 가수가 가야금을 배우고 싶다는 것도 처음이겠지.’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내용을 보며 이해진이 작은 웃음을 터트렸고, 이어서 말을 뱉었다.
“이거 무조건 해야 하는 거 알지? 뭐, 세준이 너도 진짜 하고 싶을 거고.”
이해진의 말에 김세준이 두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꼭, 아니 무조건 할 겁니다.”
대한민국 가수 중 이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래. 공연이 7월 중순이니까, 공연 전, 일주일은 스케쥴은 다 취소하자. 위약금이 얼마가 나오든.”
“감사합니다!”
김세준의 인사를 받으며 이해진이 잠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김세준의 가야금과 에드 케인의 기타.
두 악기가 만들어내는 천상의 하모니를.
***
아레스 뮤직은 에드 케인의 소속사인 아메리카 레코드에게 그들의 제안을 기사로 보도해도 되냐 물었고, 그들은 흔쾌히 아레스 뮤직의 제안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 결과, 아레스 뮤직 홍보팀은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다 건네줬다.
음원 발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에 언론사들도 김세준의 에드 케인 콘서트 참여를 전폭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와우...”
김세준이 핸드폰을 보며 두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에드 케인의 공연에 참여한다는 기사가 나온 지 이제 고작 한 시간.
그 짧은 시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순식간에 장악해버렸다.
1위. 김세준.
2위. 에드 케인.
3위. 에드 케인 콘서트.
그리고 에드 케인과 김세준이 한 무대에 선다는 말에 대중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진짜 이걸 못 보는 게 한이네요. 티켓팅 실패했는데...ㅜㅜㅜㅜ]
[에드 케인이랑 김세준? 진짜 귀르가즘 느낄 조합 아닌가요...]
[둘 다 라이브 미쳤다고 평가받는 가순데. 콘서트 가시는 분들 진짜 부럽다...]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 이 콘서트 티켓팅 성공한 거네요! 제가 가서 직캠 꼭 찍어오겠습니다! 여러분!]
이미 진작에 끝난 에드 케인 콘서트 티켓팅.
실패한 사람들의 넋두리와 성공한 사람들의 환호.
엇갈린 반응이 SNS에 수두룩했다.
그리고 중고 시장에 올라온 에드 케인의 콘서트 티켓.
그 가격이 자리를 막론하고 3배 이상으로 뛰었다.
“기대가 어마어마하네.”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한 김세준이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에 상응하는 관심을 받았지만. 지금처럼 열정적인 반응은 처음이었다.
사람이라면 기대를 받으면 부담감이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이다.
회귀하기 전, 김세준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부담감에 무너졌던 그때와 달리, 지금 김세준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대한민국이 김세준의 이름으로 시끄러운 그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장태석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턱을 괴곤 고민에 빠졌다.
올해 겨울,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진행할 대규모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에 참가할 인원을 두고 심사숙고하는 그였다.
“김세준이 어울리긴 하는데...”
마지막 퍼즐로 생각해 둔 인물.
김세준이 제격이었다.
그의 실력과 인기는 물론, 그가 악기로 삼는 가야금까지.
이 프로젝트에 더할 나위 없는 인재였지만, 딱 한 가지가 걸렸다.
“어떤 자인지를 모르는 게 거슬린단 말이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그리고 중년 남성으로서 그의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김세준이 세간에 등장한 건 이제 고작 1년 남짓.
게다가 음원 활동은 활발하지만, 그 외적인 활동은 비교적 드문 그였기에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 걸 모르는 게 문제였다.
세간에 들리는 그의 인성은 더할 나위 훌륭했지만, 말 그대로 소문.
정치에 도가 튼 장태석은 그 소문이 얼마나 헛되고 부질없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선동과 날조.
정치인들의 기본소양 아닌가.
“흐음... 물어보는 수밖에 없나.”
계속되는 고민 속에도 나오지 않는 해답에 장태석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못난 놈.”
장태석이 핸드폰에 뜨는 이름을 보며 못마땅하게 중얼거렸다.
재능도 없으면서, 철부지처럼 날뛰는 그의 못난 아들.
“...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전화를 받고 처음으로 내뱉는 말 꼬락서니를 봐라.
이뻐하려고 이뻐할 수가 없는 말투에 장태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부모한테 그렇게 말하라고 가른 친 적 없다.”
“...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겠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버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말에 장태석의 눈썹이 꿈틀거렸으나 이내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
지금 아쉬운 건, 그의 아들이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감정을 숨기는 건, 정치의 기본.
“너한테 물어볼 게 있다.”
“아버지가 저한테요?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요.”
계속되는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비꼼에도 장태석은 철저하게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말을 이었다.
“김세준을 잘 알고 있나?”
“세준이요? 아버지가 세준이는 갑자기 왜 찾는 겁니까?”
‘친분은 있는 건가.’
아들의 대답에 장태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못마땅한 아들에게 전화한 게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
“이유는 말 못 해준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이 아닌, 공적인 일 때문에 묻는 거니까 솔직하게 말해.”
“아니 공적인 일이라면 나랏일일 텐데, 나라에서 세준이를 왜 조사하는지 모르겠는데요.”
“그 나랏일에 김세준이 쓰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더는 진짜 말 못 해주니 솔직하게 말해라.”
장태석이 담배를 꼬나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사이, 핸드폰 너머로는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랏일이라는 명분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후우... 세준이하고는 친구 사이입니다.”
“친구? 네가 어떻게 김세준이랑 친구를 했지?”
“... 진짜 지독하리만큼 아들한테 관심이 없네요. 세준이하고는 같은 소속사 식구입니다.”
“...!”
그의 말에 장태석은 미안함보단 기쁜 기색을 감추느라 노력했다.
같은 소속사 식구라니.
자신 생각보다 김세준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 게 아닌가.
“잘됐군. 김세준의 성격은 어떻지?”
“하아... 착해요. 흠잡을 데 없이. 얼마 전에도 저를 도와줬고요. 나쁜 짓 저지를 만한 친구는 아니라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이제 됐나요?”
장태석이 무어라 더 말하기도 전에, 장태석의 아들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장태석은 흡족한 미소를 지운 채, 고개를 끄덕였다.
못나고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자식. 어떤 성격인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싫다고 해도 공적인 일로 거짓을 고할 성격은 아니었다.
“일단 괜찮은 거 같군.”
아들에게 인물평을 들었음에도 장태석은 확실히 김세준을 낙점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일.
보좌관들의 조사까지 겸해 확실히 그를 알아내고 정해도 늦지 않았다.
“흐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손목시계를 흘끗 보며 장태석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가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더미를 자신의 서랍에 집어넣었다.
그 서류 더미 맨 위 장.
거기엔 ‘대한민국 예술단 평양공연’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