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야금 뜯는 천제가수-30화 (30/148)

#30

아레스 뮤직 콘서트

“다음 달 콘서트... 아!”

이해진의 말에 의아해하던 김세준이 탄성을 내질렀다.

바보같이.

왜 그걸 까먹고 있었지?

아레스 뮤직의 팬이라면 학수고대하는 이벤트.

“아레스 콘서트 말씀하시는 거죠?”

김세준의 물음에 이해진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아레스 콘서트.

격년마다 아레스 뮤직에서 자체적으로 벌이는 콘서트다.

대규모로 열리는 콘서트는 아니나, 그래도 꽤나 인기가 많은 콘서트다.

최소 몇 천명은 보러 오는 콘서트.

‘까맣게 잊고 있었어.’

그도 회귀하기 전 숱하게 다녔던 공연이었다.

아레스 뮤직 가수들이 대부분 출연해 각자 곡을 부르는 공연.

아레스 뮤직의 팬들이 연말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였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며 올해가 마침 공연하는 연도였다.

“이번엔 우리도 기대가 커. 진아도 그렇지만 너도 괄목한 만한 성장을 했으니까.”

배실배실 웃는 하동준의 말.

이해진도 속으로 동의했다.

김세준의 성장.

무시할 수 없는 가파른 성장이었다.

남들은 히트곡 하나 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는데.

김세준은 올 한해에만 벌써 2개의 히트곡을 발매했다.

‘데뷔 1년 차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지.’

대형 기획사에서 적극적으로 푸쉬해주는 아이돌들도 쉽게 이뤄낼 수 없는 성적.

그들도 1년 차 아이돌이 이런 성적을 내며 축배를 들 정도인데.

자신들의 상황에선 축포를 터트려도 모자라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의 활약 덕분에 회사도 제법 커다란 성장을 이뤘다.

단편적으로 이번 콘서트의 규모도 제작년하고는 달라졌으니까.

“어디서 공연하나요?”

“올림픽 공원 올림픽홀을 이미 예약해놨어. 내일모레면 티켓도 판매할 거고.”

‘생각보다 큰 거 아니야?’

이해진의 말에 김세준이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자신이 갔던 아레스 뮤직 콘서트는 대부분 서울 어린이대공원 와팝홀이었다.

올림픽홀이라면 와팝홀보다는 대규모의 공연장이 아닌가.

“몇 명이나 올까요?”

하동준이 손가락 3개를 폈다.

“최소 3000명은 오지 않을까 싶다. 잘하면 4000명까지도 가능할 수 있고.”

‘와우...’

김세준의 눈이 커지며 놀란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4000명이라니.

회귀하기 전 갔던 아레스 뮤직 콘서트는 기껏해야 2000명 정도였는데.

규모가 배로 커졌다.

‘나 때문인 건가?’

그의 기억보다 배 이상은 커진 콘서트의 규모.

달라진 건 그의 존재밖에 없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너와 관련된 말 알지? 김세준의 무대는 라이브로 봐야 한다는 말. 덕분에 이번 우리 콘서트가 예상보다 기대치가 많이 커졌어. 그래서 와팝홀에서 올림픽홀로 장소를 바꿨고. 그래도 내일모레 티켓은 다 팔리지 않을까 싶다.”

‘역시나...’

하동준의 뿌듯한 목소리에 김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비록 순위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음원 차트에 살아남고 있는 ‘연꽃’.

그리고 아직도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는 ‘심청가’.

2개의 히트곡.

거기에 더해 방구석 콘서트와 같은 이벤트와 방송 무대에서 보여줬던 연주와 노래로 퍼져나간 입소문.

어느덧 아레스 뮤직에서도 눈에 띄는 아티스트가 된 김세준이었다.

“콘서트이긴 하지만 너무 어렵겐 생각하지마. 네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이면 충분하니까.”

혹여 김세준이 긴장이라도 할까 이해진이 너그러운 말을 뱉었다.

“네. 알겠습니다.”

작은 미소와 함께 대답한 김세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이라...’

말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공식적인 첫 콘서트.

평소처럼 하기엔 너무 아까운 순간이었다.

***

하동준이 말한 대로 그들의 콘서트는 단숨에 예약이 끝나버렸다.

채 하루도 되지 않아 모든 티켓이 판매됐고, 인터넷은 티켓을 못 구한 이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번 아레스 뮤직 콘서트 티켓 판매하시는 분 없나요?ㅠㅠ

김세준 공연 한 번 보러가고 싶었는데.]

[친구가 음악 방송 무대 보러 갔는데 진짜 김세준 노래는 라이브로 들어야 한다던데... 티켓 줄 서봅니다.]

차고 넘치는 수요.

하지만 그럼에도 표를 판매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들 이번 콘서트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으니까.

시간이 흘러 11월이 됐고, 김세준은 정든 자취방을 벗어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갔다.

성남에 있는 단독주택.

썩 마음에 드는 집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든 건 그만의 작업실이 있다는 점.

방음벽으로 사방을 도배한 작업실은 그가 앞으로 작업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을 줄 게 분명했다.

“콘서트에서 할 공연도 연습하기에 좋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사방을 둘러보던 김세준이 무언가 떠오른 듯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어. 세준아.”

“네. 아버지. 이사 끝났어요.”

그의 아버지인 김창용.

이제 자신의 제일 큰 팬이기도 한 아버지.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가던 도중 김세준이 자신이 전화를 건 목적을 꺼냈다.

“아, 그리고 아버지 11월 29일 날 시간 비워두세요. 그때 서울 한 번 올라오세요.”

“서울? 서울은 왜?”

“저 그때 콘서트 합니다. 회사 콘서트인데 저도 참여해요. 그때 엄마랑 같이 와서 공연 관람하시라고요.”

“오! 가야지!”

김창용의 목소리가 한없이 밝아졌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아들.

요새 길거리만 거닐면 아들의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비록 대중가요이긴 하나 자신이 알려준 가야금의 소리와 함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벅차오르던 가슴.

아들이 무대에서 공연을하고, 아들에게 열광하는 관중들.

그 모습을 직접 보면 얼마나 가슴이 뜨거워질까.

“무조건 가야지. 언제라고 11월 29일? 네 엄마한테도 말해놓으마.”

“네. 알겠습니다. 아빠.”

전화를 끊고 김세준이 목을 돌리며 자신의 작업실로 향했다.

“놀고 있을 시간이 없지.”

부모님도 오시는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

11월 29일 아레나 뮤직 콘서트가 열리는 날.

이른 시간부터 올림픽홀은 수많은 사람으로 분주했다.

“3번 음향 체크해주세요!”

“3번 음향 아까 확인했습니다!”

“조명은? 조명은 확인해봤어? 아까 조명 불 제대로 안들어온다고 한 거 같은데!”

“지금 확인해보겠습니다!”

“무조건 가야지.”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스텝들.

콘서트가 열리는 오늘, 마지막 점검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구석에서 김세준은 관객석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4000명이 들어설 수 있는 관객석.

망망대해처럼 넓게만 느껴졌다.

첫 콘서트.

단독콘서트는 아니지만, 4천 명 앞에서의 공연.

손에서 땀이 베어 나왔다.

‘은근히 떨리네...’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감정.

그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하는 김세준이었고, 누군가 그의 등을 툭 두들겼다.

“여기서 뭐해?”

“아, 사장님.”

평소와 다른 모습.

메이크업과 머리를 손질한 이해진이었다.

“아, 그냥 구경하고 있었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 내뱉은 그였지만, 이해진이 이해 간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콘서트가 처음이라 좀 떨리겠지.”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이해진의 말에 김세준이 멋쩍은 웃음과 함께 실토했다.

“네.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네요.”

그의 말에 이해진이 관객석으로 몸을 돌렸다.

텅 비어있는 관객석을 바라보며 이해진이 말을 꺼냈다.

“부럽다. 세준아.”

“네?”

알 수 없는 그의 말.

김세준이 되물었고, 이해진이 추억에 빠져들었다.

“내가 첫 콘서트를 15년 전에 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

“내가 공연을 많이 해봤지만, 제일 짜릿하고 전율이 넘쳤던 건 첫 콘서트였어. 수천 명에 관객들과 내 감정이 일치한다고 느낀 순간은 그때가 처음이었지. 사람 미치게 만들더라고. 나를 올려다보는 수천 명이 내 노래를 들으며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게.”

“아...”

말만 들었음에도 절로 탄성이 나올 감정.

“나중에 많은 공연을 했지만, 그래도 첫 공연만큼 짜릿한 순간이 없더라. 그러니까 그냥 즐겨.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 생각 이상으로 즐거울 테니까.”

관객석을 향하던 그의 시선이 어느새 김세준을 향했고, 김세준이 허리를 크게 숙였다.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됐어. 무슨. 그리고 너 이번에 콘서트에 뭐 또 준비했다며?”

작은 미소와 함께 묻는 이해진.

“네. 그래도 첫 공연인데 작은 이벤트 하나는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그런 거 보면 진짜 무대 체질이야. 대단한 놈. 그래. 그런 것도 좋지. 나도 기대가 크다.”

이해진이 말과 함께 발길을 돌렸고, 김세준이 텅빈 관객석을 다시 바라봤다.

방금 이해진이 말한 장면.

상상만 해도 전율이 넘쳐흘렀다.

***

공연 준비가 끝나자 리허설이 시작됐다.

첫 리허설은 아레스 뮤직의 사장인 이해진.

그의 무대를 바라보며 김세준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와우...’

평소 사무적인 모습만 봐서 그가 가수라는 걸 까먹었던 걸까.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아무도 없는 객석.

하지만 마치 올림픽 홀이 꽉 차 보인듯한 착각을 줄 정도로, 그의 리허설은 실제 무대를 방불케 했다.

‘역시,..’

대한민국 사상 천재라는 수식어를 받은 몇 안 되는 가수.

그를 증명하듯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노래를 가지고 노는 그였다.

리허설임에도 허투루 하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인 그.

무대에서 내려오는 그에게 김세준이 박수를 치며 맞이했다.

“대단하신데요. 사장님.”

“어우. 오랜만에 하니까 힘드네.”

짐짓 엄살을 부리는 그였지만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사장이지만 그전에 가수.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게 가장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었다.

“뭘요. 귀강 호강했는데요.”

김세준의 아부에 이해진이 피식 웃었다.

“됐어. 그나저나 너는 준비 다 됐어?”

“네. 엘릭형이랑 장준씨. 그리고 진아누나 리허설하고 저 리허설 들어갈 거 같아요.”

“그래. 그 준비했단 이벤트도 리허설 때에는 선보이는 거고?”

“그래야죠.”

“좋아. 한 번 지켜봐야지. 얼마나 대단한 이벤트일지.”

이해진의 말에 김세준이 양팔을 내저었다.

“그정도로 뭐 엄청난 건 아니에요. 그냥 시각적으로 좀 즐거울 정도에요.”

“오호... 일단 알겠어. 일단 알겠어. 난 다른 애들 리허설 보러 간다.”

“네. 사장님.”

이해진이 관객석으로 향했고, 다른 가수들의 리허설이 진행됐다.

엘릭의 무대는 흥이 넘쳤고, 장준의 무대는 부드러웠다.

그런 가수들의 무대를 보며 이해진이 피드백을 건네며 진행되어가는 리허설.

어느덧 앞 차례인 이진아의 무대 리허설도 끝났고 김세준의 차례가 됐다.

무대 위로 올라오는 김세준.

관객석에서 지켜보던 이해진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그가 말한 작은 이벤트.

“...!”

김세준의 리허설이 시작하자마자 이해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오호...”

입으로 절로 나오는 탄성.

확실히 저런 무대라면 제법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으리라.

노래에 큰 영향도 끼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무대.

“괜찮은데?”

김세준의 무대를 보며 이해진이 흐뭇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그리고 모든 리허설이 끝났고.

오후 6시.

아레나 뮤직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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