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97화 (197/202)

197화. 나폴리 해전 (3)

나폴리

“제독님! 드디어 서반아의 함대가 출항했다는 전언이옵니다.”

작전참모 송여립 장군이 이순신 제독에게 스페인 함대의 출항을 보고했다.

스페인 함대의 출항을 보고받은 이순신은 즉각 회의를 소집했다.

“이제 서반아 함대와의 일전을 피할 수 없게 되었소. 모두 전투 준비를 마친 것이오?”

“그러하옵니다. 서반아을 칠 준비가 모두 끝났사옵니다.”

어영담 장군이 비장한 표정으로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스페인 함대가 선제공격한다는 첩보를 보고받은 지중해 함대는 함대에 함포와 포탄, 화약 식량 등 군수물자를 가득 실어 놓아 출정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흐음. 좋소이다. 이번 일전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전이 되리라는 것을 각 장수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오. 한순간의 방심이 모든 것을 허물어 버릴 수 있으니, 나라의 명운이 그대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각오로 전장에 나서야 할 것이오.”

이순신 또한 비장한 표정으로 장수들을 바라보았다.

“제독님! 학익진을 펼칠 것이옵니까?”

돌격장 정운 장군이 입을 열었다.

“그렇소이다. 학익진을 펼쳐 적선을 포위 섬멸할 것이오.”

이순신은 일전에 아조레스 제도에서 스페인 함대를 격파하는 데 사용한 진법인 학익진을 그대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함포를 통한 집중사격을 주된 전략으로 삼고 있는 지중해 함대에게 있어 상대방을 포위하듯 둘러싸는 학익진은 가장 최적화된 진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하오나 이미 학익진에 서반아가 당한 적이 있는데, 또 당할지…. 그리고 학익진은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어야 할 것인데, 서반아의 함선이 더 많은데 통할지 걱정이옵니다.”

포르투갈 해방 전쟁에서 학익진에 당한 전력이 있는 스페인이 또다시 같은 전략에 당할 것인지 정운 장군은 그것이 염려되었다.

스페인 해군이 아무리 바보 같다고 해도 이미 학익진에 당한 전력이 있기에, 충분히 그들이 학익진에 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정운은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여겼다.

“흐음. 장군의 말이 맞소이다. 학익진에 한 번 당한 적이 있는 서반아이기에 학익진을 충분히 대비하려 할 것이오. 허나 학익진은 이미 많은 전투를 통해 우리 함대에 가장 적합한 진법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소. 학익진만이 적선을 깰 수 있는 유일한 진법이오.”

이순신도 정운 장군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나, 학익진은 대한제국 해군에 있어 가장 적합한 진법이라는 것이 이순신의 생각이기에 그는 학익진을 재차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순신이 학익진을 재차 사용하겠다고 하자, 정운 장군처럼 걱정하는 장수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장수들은 이순신의 전략에 찬동했다.

“보급 사정은 어떻소이까?”

“보급은 넉넉한 편이오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국의 보급 사정은 스페인군보다 월등히 높은 상황이었기에 보급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흐음. 병졸들의 사기는?”

“병졸들의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모두 어서 바다로 나아가 공을 세우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김완 장군이 입을 열었다.

이미 스페인 함대를 격파한 전력이 있는 지중해 함대의 병졸들은 사기가 드높았다.

게다가 해신 이순신 장군이 직접 함대를 지휘하니, 그들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좋소이다. 이제 때가 되었소. 전군 출정하시오!”

이순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출정하라 명을 내렸다.

“존명!”

이순신 장군의 명의 떨어지자, 나폴리에 정박 중인 지중해 함대가 일제히 바다로 나아갔다.

바다는 지중해 함대의 주력선이라 할 수 있는 갈레온선과 그리고 적진 한가운데 돌격해 적진을 휘저어 놓을 거북선 그리고 한때 조선의 주력 함선이었던 판옥선으로 뒤덮였다.

갑판에 올라선 수병들은 비장한 눈빛으로 점점 멀어지는 나폴리 항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반드시 승리해 큰 공을 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이순신 장군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의 물결은 잔잔하고 적당한 바람이 불어주어 항해하기 좋은 날씨였으나, 저 잔잔한 바다는 어느새 매캐한 연기와 비명 소리가 난무하는 전쟁터가 되어 피로 물들 것이다.

한 번도 패전한 적이 없이 해신으로 추앙받는 그였지만, 매번 전장에 나설 때마다 온몸을 휘감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장군! 매번 떠나는 전쟁터인데, 이번 해전은 더욱 긴장되는 것 같사옵니다.”

평생 이순신을 보필해온 송여립도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흐음. 송 장군이 긴장을 다 하는구만. 하기야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전쟁터로 수하를 밀어 넣어야 하니 그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이순신이 미소를 지으며 송여립을 바라보았다.

“제독님께서도 긴장이 되시는 것이옵니까?”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번 전쟁은 쉬운 전쟁이 아닐세. 우리 함대가 무너지는 날이면 급격하게 서반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쟁이 흘러갈 수 있네.”

해신이라 불리는 천하의 이순신 장군 또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에 송여립 장군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나폴리 항을 나선 지중해 함대는 지중해 곳곳에 탐망선을 띄워 스페인 함대의 움직임을 살폈다.

“서반아 함대는 보이느냐?”

탐망선 한 척을 지휘하고 있는 함장 여준석 중좌가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아직 보이지 않사옵니다.”

“도대체 서반아 놈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이야?”

여준석 중좌는 일주일을 넘게 바다를 돌아다녔지만, 스페인 함대를 찾을 수 없자 짜증이 밀려왔다.

그도 본대와 합류에 서반아 함대와 전투를 벌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기껏 스페인 함대의 움직임을 살피는 탐망선이나 지휘하고 있으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좀 더 안쪽으로 배를 움직여 보도록 하거라. 서반아 놈들을 꼭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그의 임무를 망각할 수는 없기에 그는 함선을 더 이동시키라 명을 내리며 망원경을 꺼내 바다를 살폈다.

“함…. 함장님…. 저…. 저기.”

그런데 그 순간 적선을 찾고 있던 수병 하나가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이냐?”

“함…. 함장님! 서.....서반아 함대이옵니다.”

“무엇이라? 서반아 함대가?”

수병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손짓을 했고, 그제야 여준석 중좌는 재빨리 수병이 손짓하는 곳으로 망원경의 방향을 돌렸다.

“흐음. 드디어 서반아 함대가!”

드디어 찾아 헤매던 스페인 함대가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함대 수천 척이 바다를 모두 뒤덮고 있기에 여준석 중좌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어서 배…. 배를 돌려라!”

스페인 함대를 확인한 여준석 중좌는 배를 돌리라 명을 내렸고, 탐망선은 재빠르게 배를 돌려 이순신 장군이 있는 지중해 함대 본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제독님! 적선이 보입니다.”

스페인 함대도 지중해 함대의 탐망선을 발견했다.

“흐음. 탐망선인 모양이로구나.”

함대를 이끄는 루이 고메스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망원경을 꺼내 도주하고 있는 탐망선을 바라보았다.

“제독님! 적선을 추격할까요?”

“흐음. 저따위 탐망선을 추격하는 데 시간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 우리 함대는 곧바로 지중해 함대의 본영이 있는 나폴리로 향한다!”

루이 고메스는 굳이 탐망선을 추격할 필요 없이 나폴리로 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제독! 드디어 때가 되었구려. 우리 함대에 치욕을 안겨준 이순신의 수급을 베어 폐하께 바쳐야 할 것이오.”

알바 공작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알고 있습니다. 두 번의 실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스만 제국의 함대가 출발을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함대와 합류해 나폴리를 칠 것입니다.”

스페인 함대는 동맹을 맺은 오스만 제국에게서 함대가 출발했다는 연통을 받았기에, 루이 고메스는 오스만 제국의 함대와 연합해 나폴리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하하. 대한제국 놈들은 우리가 오스만 제국과 손을 잡은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오.”

알바 공작이 입꼬리를 올리며 껄껄거렸다.

그는 어서 빨리 지중해 함대의 기항인 나폴리로 향해 이순신의 목을 베고 싶었다.

나폴리가 가까워지자, 스페인 함대는 잔뜩 긴장한 채 해전을 준비했다.

***

영국 런던

시름시름 앓고 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공주의 간호 덕분인지 잠시 기운을 차렸다.

“흐음. 함대는 출정 준비를 모두 마친 것이오?”

잠시 기력을 찾기는 하였으나, 여왕은 병색이 완연한 얼굴이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의 충성스러운 함대가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프렌시스 드레이크 제독이 입을 여왕을 바라보았다.

대한제국과 동맹을 맺은 여왕은 동맹국으로서 이번 전쟁에 참전하여 스페인을 끝장내기로 했다.

영국의 일부 귀족들은 굳이 대한제국의 전쟁에 개입할 필요가 있겠냐며 반대를 하기도 하였으나, 여왕은 이번이 앙숙인 스페인을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다.

“제독! 부디 대한제국과 연합해 스페인 함선을 모조리 불태우도록 하시오.”

“폐하!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대한제국의 지중해 함대는 최고의 함대이옵니다. 지중해 함대와 연합하면 스페인 놈들의 함선은 수장되어 고기밥이 될 것이옵니다.”

드레이크 제독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본래 해적 출신으로 수많은 해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그는 이순신이 이끄는 지중해 함대의 무시무시한 전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과 연합한다면 스페인 해군쯤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흐음. 경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구려. 어서 출항해 지중해 함대를 돕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폐하!”

“공주! 스코틀랜드도 군대를 보낼 것이요?”

엘리자베스 여왕이 경혜 공주를 바라보았다.

“미력하나마 군대를 보내 대한제국을 도우려 하옵니다.”

경혜 공주는 잉글랜드처럼 많은 수의 군대를 보낼 수는 없지만, 적은 수의 병력이라도 보내 아버지를 돕고자 했다.

“부친을 돕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요. 나도 성심껏 도울 것이니, 우리 힘을 합쳐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꼭 이기도록 하자꾸나.”

여왕이 공주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

스페인의 주력 해군이 마침내 지중해 함대의 기항지 나폴리 항 인근에 도착했다.

“드디어 지중해 함대의 기항이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하거라!”

함대를 이끄는 루이 고메스가 전투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바다를 가득 메운 함선 위에 갑판은 분주해졌다.

각 수병들은 자신들의 위치로 돌아가 긴장된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았고, 포수들은 탄환을 장전하고 함포를 발사할 준비를 하였다.

“드디어 나폴리 항이오.”

알바 공작이 진중한 모습으로 루이 고메스를 바라보았다.

“그렇습니다. 이제 곧 결전이 벌어지겠지요.”

루이 고메스는 긴장이 되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여러 차례 전쟁을 경험한 그였지만, 이번 해전이 국운이 걸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척 긴장되었다.

결전을 앞두고 있는 수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수적으로 우세에 있다고 하나, 무적함대를 격퇴한 지중해 함대라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나는 상황인데, 해신이라 불리는 이순신이 지중해 함대를 지휘하고 있다고 하니, 그들은 내심 전쟁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제…. 제독님! 나폴리 항이 텅 비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미리 나폴리 항을 탐망하러 갔던 함선이 돌아와 나폴리 항의 텅 비어 있다고 알려왔다.

“지…. 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탐망선 함장이 나폴리 항이 비었다고 말하자, 루이 고메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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