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88화 (188/202)

188화. 황제의 분노 (4)

“장군! 속히 폐하께서 황도로 돌아오라는 명이 옵니다.”

북방으로 돌아가 이민족을 관리하던 신립 장군에게도 황도로 돌아오라는 황명이 내려졌다.

“흐흠. 결국 황제 폐하께서….”

삭풍이 부는 북방의 초소를 순시하던 신립이 황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을 얻고 왜국을 정복했으나, 신립은 쉴 틈 없이 다시 변방으로 떠나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는 이민족을 통제함과 동시에 외몽골, 신장, 티벳, 칭하이를 정벌해 제국의 영토를 더욱 넓혔다.

그리고 다시 황제가 그를 부른다 하니, 신립은 또 하나의 전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비록 황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민족을 관리하고 있으나 황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고 있었다.

“장군! 폐하께서 결국 서반아와 전쟁을 하기로 결심을 하신 모양입니다.”

작전 참모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신립을 바라보았다.

“그런가 보구만. 이번에는 서반아 본토를 공격해야 할 것인데, 거대한 회오리가 몰아치겠구만….”

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장수였지만, 신립은 이번 전쟁이 그동안 겪은 전쟁과는 스케일이 다른 엄청난 전쟁이 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하옵니다. 장군! 서반아가 비록 우리 제국에 여러 번 패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강국이 아니겠습니까?”

작전 참모가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신립을 바라보았다.

“그렇네. 서반아가 비록 기울어가는 나라라고는 하나, 여전히 대단한 제국이 아닌가? 우리 대한 제국이 당연히 승리하겠지만, 적을 만만히 보았다가는 큰코다칠 것이네.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야.”

신립은 비장한 표정으로 야만족이 우글거리는 변방을 바라보았다.

***

황성

군부를 이끄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이순신과 신립을 모두 황도로 부른 제국은 본격적으로 서반아와의 전쟁을 준비했다.

“이렇게 그대들을 다시 보니 무척 반갑구려!”

이균이 군부를 이끄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이순신과 신립을 보자 든든한 듯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폐하!”

이순신과 신립은 머리를 조아리며 황제를 향해 예를 표시했다.

“그대들이 짐 옆에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소. 신립 장군이 북방의 영토를 개척하니 제국의 영역이 나날이 넓어지고 있고, 이순신 제독이 바다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그 누구도 바다를 넘보지 못하고 있소이다. 제국이 반석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다 두 장군 덕분이오.”

“폐하! 어찌 그런 말씀을…. 제국의 영광은 모두 황상 폐하께서 이룩하신 것이옵니다.”

황제가 이순신과 신립 두 장군을 극찬하자, 이들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이균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짐이 그대들을 부른 이유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요. 두 장군이 또 한 번 수고를 해주어야겠소.”

“폐하! 황명을 받들어 오만불손한 서반아를 반드시 응징할 것이옵니다.”

이순신과 신립은 황명을 받들어 반드시 스페인을 정벌하겠다는 맹세를 했고, 이균은 그들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두 장군이 있으니, 이번 전쟁 또한 걱정이 없소이다. 허나 이번 전쟁은 서반아 본토를 치는 것이니 결코 쉬운 전쟁이 아닐 것이요.”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서반아의 전력이 만만치 않으니 철저히 대비할 것이옵니다.”

이순신 장군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흐음. 그리고 이번 전쟁은 짐이 직접 나설 것이요.”

이균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장군을 바라보았다.

“폐하! 저희도 듣기는 하였으나......서반아까지 가는 것이 험난한 여정이 올 것인데…. 혹여나 옥체라도 상하실까 염려되옵니다.”

신립도 이미 황제가 친정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었으나, 혹여나 황제의 몸이 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밀려들었다.

“하하하! 두 장군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겠소. 내 오만방자한 서반아 왕을 절대 용서할 수 없소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내 손으로 서반아 왕의 목을 칠 것이요.”

이균이 결연한 표정으로 말하자, 이순신과 신립은 황제를 만류할 수 없었다.

***

병부

“신 장군, 이 제독 어서 오시오!”

병조 판서로 승차한 권율이 이순신과 신립을 반갑게 맞이했다.

황제를 만난 후 이순신과 신립은 곧바로 병조판서 권율을 만나 스페인과의 전쟁을 논의했다.

병부에는 병조 판서 권율뿐만 아니라 영의정 율곡, 우의정 류성룡, 좌의정 이항복 등 조정의 중신들도 함께 있었다.

“폐하께서 서반아를 응징하기로 하셨소. 이번 전쟁도 마땅히 이순신 제독과 신립 장군이 나서 주어야 할 것이요.”

영의정 율곡이 진중한 표정으로 두 장군을 바라보았다.

“명심하고 있소이다. 황제 폐하를 위해 충심을 다할 것이외다.”

신립 장군이 호쾌하게 말했다.

군부를 이끄는 두 영웅이지만, 이순신과 신립의 성격은 판이하게 달랐다.

신립은 북방에서 활약한 장수답게 기골이 장대하고 호탕한 성격의 전형적인 무인의 기질이 있다면 이순신은 진중하고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 선비와 같은 성격이었다.

두 장수는 그렇게 기질이 상이하게 달라 어찌 보면 상극인 것처럼 보였지만, 서로의 장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서로를 존중하며 오랜 세월 동안 콤비를 맞춰왔다.

“서반아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하던데….”

류성룡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소이다. 비록 서반아의 전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는 하나 여전히 함대가 건재함을 가지고 있고 동원 가능한 병력 또한 30만은 족히 됩니다. 가히 유럽에서는 최고의 군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순신이 침착한 말투로 스페인군의 전력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

펠리페 2세의 스페인은 여전히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

한 번도 패한 경험이 없는 무적의 제국군이지만 스페인 정규군과 맞붙는 것을 결코 쉽게 생각하면 아니 된다는 것을 이순신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제독의 말을 들으니 힘든 전쟁이 되겠군요.”

병조 판서 권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본래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번번이 고시에 낙방하다가 진로를 바꾸어 무관이 되어 여러 전투에 참여하여 큰 공을 세워 승승장구하던 그는 황제의 명에 따라 병조 판서가 되었다.

장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참모총장이 되어 보지 못하고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병부 일을 조율할 경험 많은 장수 출신이 필요하다는 황제 폐하의 뜻을 전달받았기에 그는 망설임 없이 현직에서 물러나 병부 일을 맡기로 했다.

그 또한 장수 출신이었기에 스페인과의 전쟁이 절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전쟁도 해전에서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겠지요?”

좌의정 이항복이 입을 열었다.

“그렇소이다! 서반아는 반도국이고 또 해군이 강한 나라이니 해전에서 승패가 결정 날 가능성이 크지요. 이순신 제독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요.”

신립이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그 또한 해전에서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다.

“흐음. 해전의 중요성이 크기는 하오나 서반아는 육군 또한 강합니다. 이번 전쟁은 해군과 육군이 함께 작전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입을 열었다. 흐음.

“그렇소. 결국 이순신 장군의 해군과 신립 장군의 육군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인데, 해군이야 지중해 함대가 있으니 정후청 요원과 함께 군 수뇌부들만 재빠르게 이동하면 되는데, 수십만에 이르는 육군을 어떻게 이동시켜야 할지….”

영의정 율곡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30만에 이르는 스페인군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제국의 육군이 유럽으로 가야 할 것인데 함선을 타고 가자니 너무 오래 걸리고 또 많은 함선이 필요하기에 수십만 대군을 어떻게 유럽으로 이동시켜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영상 대감 육군은 육로를 통하길 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옵니다.”

“이항복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람아 그걸 누가 모르는가? 유럽으로 가는 길에 많은 나라들이 있는데 그들이 쉽사리 길을 열어 주겠는가?”

이항복이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육로를 통해 육군을 이동시켜야 한다고 말하자, 율곡이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두 장군의 생각은 어떻소이까?”

류성룡이 신립과 이순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바다를 통해 가게 되면 이동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육로를 개척해 가는 방법밖에 없소이다.”

수십만 대군이 바다를 통해 가게 되면 너무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 육군을 맡은 신립의 생각이었다.

“소장도 같은 생각이오. 바다를 통해 대군을 이동시키기에는 서반아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소이다. 육로를 통해 바로 서반아로 향해야 할 것이요.”

이순신도 신립과 같은 생각이었다.

“허허. 이거 두 장군의 생각도 같은 생각이란 말이군요. 허나 다른 나라들이 길을 열어 주지 않으려 할 것인데….”

이순신과 신립 또한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향해야 한다고 말하자, 영의정 율곡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소신이 한번 다른 나라들을 설득해보겠습니다.”

그러자 이항복이 나섰다.

“좌의정이?”

이항복이 스스로 나서겠다고 하자 율곡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사옵니다. 소신이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러나 이항복은 유럽으로 통하는 길에 있는 다른 나라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는지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흐음. 좋소이다. 그럼 좌의정이 한번 해보시오.”

이항복이 본래 뺀질거리고 허언을 하며 실없는 짓을 종종 하기는 하지만, 총명하며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그였기에 율곡은 서역에 있는 타국을 설득하는데 그가 제격이라 여겼다.

“알겠습니다. 소신 충심을 다해 반드시 유럽으로 통하는 길을 열도록 할 것입니다.”

이항복이 어색할 정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반드시 유럽으로 통하는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각 대신들과 군부의 수장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서반아와의 전쟁을 위한 회의를 계속했다.

***

황제가 서반아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전쟁을 위한 군수물자를 가득 싫은 수레와 병력이 쉴 새 없이 황도를 지나 제국이 최근 정벌한 신장의 우루무치를 향해 나아갔다.

신장은 최근 제국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폭넓은 자치권을 주어 제국에 적대적이지 않고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서역으로 통하는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저. 행렬들 좀 보게 그야말로 장관이구만….”

“그러게, 말이야. 끝도 없구만….”

거대한 깃발과 기병, 조총병, 포병들이 어우러져 줄을 길게 늘어서 행진하는 군대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서반아가 완전히 불바다가 되겠구만….”

“황제 폐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

백성들은 서반아와의 전쟁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시 시작되는 거대한 전쟁에 두려움이 있는 백성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백성들은 황제를 적극 지지 했고, 젊은이들은 스스로 자원입대하였다.

***

스페인 마드리드

정후청 요원들이 개척한 길을 통해 요원들과 함께 급히 스페인으로 떠난 제국의 사자는 지중해 함대가 있는 나폴리에 도착한 후 사자를 호위할 기병 100기와 함께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사자는 병조참의 최윤철이었다.

‘흐음. 이곳이 내 무덤이 될 수 있겠구나.’

스페인 왕에게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 온 그는 자칫 잘못하다가는 목이 달아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마음을 가다듬고 펠리페 2세가 거처하는 왕궁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 기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펠리페 2세의 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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