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73화 (173/202)

173화. 왜구 소탕 (6)

“장군! 어떻게 왜구 따위가 저리 남명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박순철 소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권율 장군을 바라보았다.

“왜구를 이끄는 자가 와키자카 야스하루라고 하지 않소. 그자가 풍신수길의 충복이었다 하니, 그 세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요.”

권율은 그들이 비록 왜구라고는 하나 대부분이 왜국 정규군 출신으로 그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노략질이나 하는 왜구들인데, 그런 왜구들한테 왕도까지 빼앗기고 왕이라는 자는 백성을 버리고 도망을 치니, 남명은 참으로 한심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하오. 남명은 한심한 나라요. 왜구 따위에게 도성까지 빼앗겼으니..... 허나 왜구를 결코 우습게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요. 적을 얕잡아 보았다가는 우리도 크게 당할 수 있으니……. 명심해야 할 것이요.”

수많은 전투에 참전한 노련한 장수인 그는 그 어떠한 적도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자. 어서 갑시다. 남명의 백성들이 우리의 도움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으니…….”

권율은 행군 속도를 높이도록 병졸들을 독려했고, 대한제국의 10만 대군은 빠른 속도로 남명으로 향했다.

***

남경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충선왕이 앉아 나라를 통치하던 옥좌에 앉았다.

‘이것이 왕의 자리란 말이지.’

와키자카는 옥좌가 싫지 않았다.

아니 그 자리가 꼭 자기 자리인 것만 같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으로 그에게 평생 충성을 맹세하며 살아왔지만, 이렇게 왜국보다 몇 배나 큰 남명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도성까지 장악해 옥좌에 앉으니 자신이 꼭 왕이 된 것만 같았다.

“하하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는 말이냐! 그래 이곳에 나만의 왕국을 세울 것이야. 그리고…… 중원으로 가는 것이야! 중원으로......”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마치 광인처럼 웃더니, 그가 정복한 남명의 땅에 그만의 제국을 세울 것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주……주군! 큰일이옵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혼자 자뻑에 빠져 있는 사이 부장 하나가 다급히 들어와 그의 행복한 망상을 깼다.

“무슨 일이냐!”

한참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는데, 수하가 들어와 깨버리자 와키자카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한제국의 원군 10만 대군이 국경을 넘어 이곳 남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부장이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무엇이라! 그것이 사실이냐?”

단꿈에 젖어 있던 와키자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그러하옵니다.”

“이……놈들이 결국.”

와키자카는 대한제국이 제후국인 남명을 구원할 수도 있겠다고 여겼으나, 이렇게 빨리 원군을 보낼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는지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주군…….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이냐! 애써 점령한 남경을 떠날 필요가 있느냐?”

부장이 남경을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와키자카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주군. 저희가 대한제국의 대군을 당할 재간이 있겠사옵니까! 대한제국군은 오합지졸인 남명군과 수준이 다릅니다. 태합 전하께서도 대한 제국군에......”

부장은 대한제국군을 이길 수 없다고 여겼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남명의 땅이 모두 우리의 것인데……. 싸우지도 않고 도망칠 생각을 하는 것이냐.”

와키자카는 그가 이룩한 것을 놓고 다시 바다를 떠돌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그러나 그도 두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미 대한제국군과 맞붙어 본 적이 있는 그였기에 대한제국군이 얼마나 막강한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의 부장 말처럼 일본 열도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군도 대한제국군에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깨지고 처참히 무너졌기에, 자신이 이끄는 병력이 과연 대한제국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권율이 이끄는 대한제국군이 남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소문은 곧 왜구 사이에 파다하게 퍼졌고, 왜구들은 동요했다.

“와키자카! 대한제국이 10만의 대군을 이끌고 남경으로 향한다고 하지 않소. 이제 바다로 돌아가야 할 때요.”

와키자카가 이끄는 왜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키 요시타카가 입을 열었다.

그는 본래 해적 출신으로 그 또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으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결한 이후 와키자카 야스하루와 마찬가지로 바다를 떠돌며 해적질을 하다가 이번에 와키자카의 세력에 합류에 남명을 함께 공략했다.

남명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노략질을 통해 온갖 진귀한 보물과 은자를 노획한 구키 요시타가는 굳이 대한제국군과 맞설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대한제국군은 세계 최강의 군대라 할 것인데, 그런 대한제국군과 맞서 싸우는 것은 스스로 죽겠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은 짓이었다.

“흐음. 이렇게 넓은 땅을 차지했는데, 모두 버리고 다시 바다를 떠돌자는 것이요?”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대한제국군이 온다는 소문에 지레 겁을 잔뜩 집어먹고 도망치자고 말하는 구키 요시타가가 몹시 못마땅했다.

그는 본래 해적 출신 구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 대한제국군과 대적을 하겠다는 것이요. 태합 전하께서도 이기지 못한 대한 제국군을 어떻게 우리가 이길 수 있소.”

구키도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대한제국군과 맞서 싸우자고 주장하는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한심해 보였다.

여전히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모시는 가신처럼 행사하며 자신을 수하처럼 부리려 하는 와키자카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는 애초에 허약한 남명을 노략질 크게 한몫 챙기려 했을 뿐, 감히 대한제국군과 대적할 생각이 없었는데, 뜻하지 않게 남경까지 함락하자 딴생각을 품은 와키자카가 너무 큰 욕심을 내고 있다고 여겼다.

“왜! 이길 수 없다는 것이요. 성에서 농성전을 벌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소이다.”

그러나 와키자카는 대한제국군과 맞서 싸우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허허! 참 한심하오! 대한제국군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오. 많은 재물을 챙겼으니 어서 떠납시다. 머뭇거리다가 개죽음을 당할 수 있소이다.”

구키 요시타카가 개죽음을 당할 수 있다며 다시금 어서 성을 비우고 떠나자고 하자 갑자기 와키자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고 있던 칼을 뽑아 구키의 목에 날카로운 칼날을 대었다.

“지……지금. 무……슨 짓이오.”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오자 쿠키 요시타가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떨리는 눈으로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바라보았다.

“이런 천박한 녀석 같으니라고! 본래 해적질이나 하던 천박한 피를 속일 수 없는 모양이로구나! 내가 비록 비천하게 노략질이나 하고 있지만, 반드시 태합 전하를 죽인 대한제국 황제라는 자의 목을 칠 것이다!”

비록 바다를 떠돌며 노략질이나 하는 해적 생활을 하고 있으나, 왜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으로 사무라이의 자존심을 내려놓은 적이 없는데, 비천한 해적 쿠키가 자존심에 스크래치 주는 말을 하니 와키자카는 치밀어 오는 분노를 삭일 수 없었다.

“그……그래서...... 싸우겠다는 것이요. 그것인 미친…… 짓이오. 훗....날을 도모하시오.”

쿠키 요시타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훗날을 도모하자고 말했다.

“대한제국 놈들이 무엇이 그렇게 두렵다는 것이요. 좋소. 비겁하게 떠날 자들은 모두 떠나시오.”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칼을 집어 던지고 회의장을 떠났다.

“저……저런 미친놈을 보았나.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감히 대한제국군과 맞설 생각을 하다니.......”

목숨이 떨어질 뻔한 구키 요시타가가 씩씩거리며 와키자카 야스하루를 맹비난했다.

“주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무엇을 어찌한단 말이냐! 대한제국군을 우리가 어찌 이길 수 있겠느냐. 챙길 것을 넉넉히 챙겼으니 우리는 바다로 돌아간다!”

노략질을 통해 넉넉히 재물을 챙긴 구키 요시타가는 무시무시한 대한제국군과 싸울 의사가 전혀 없었고, 쓸데없이 그들과 맞서 싸우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와키자카 야스하루와 더는 함께 할 수 없다고 여기고 남경을 떠나기로 했다.

구키 요시타가가 이끄는 1만의 왜구들이 서둘러 남경에서 도주하자, 남경에 주둔하고 있는 왜구들도 심하게 동요했다.

다른 왜구들도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는 것이라 여겼다.

“구키 님이 남경을 떠나기로 했다던데?”

“대한제국 황제가 10만의 대병을 이곳으로 보냈다고 하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와키자카 님은 대한제국군과 맞서 싸우겠다니……. 정신이 제대로 된 것인가?”

남경에 남아 있는 왜구들은 남경을 떠나지 않고 대한제국군과 맞서 싸우겠다고 나서는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조롱했다.

“그러게 말이야! 대한제국군을 우리가 어떻게 이길 수 있다고……. 참. 이대로 개죽음 당하기는 싫은데.....”

왜국 본토에서 이미 대한제국군의 엄청난 군세를 확인했던 그들은 대한제국군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러게 말이야! 이러다가 다 죽게 생겼구만. 구루지마 님도 곧 떠날 것이라 하던데......”

또 다른 왜구의 장수 구루지마 미치유키도 대한제국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을 듣고 탈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구루지마 님도?”

“그렇다니까....... 참...... 와키자카 님은 도대체 어쩌려고…….”

구키 요시타가에 이어 구루지마 미치유키도 결국 남경을 탈출하자, 왜구들은 더욱 동요했고,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수하들 중 일부는 야반도주하는 일도 벌어졌다.

“주군! 구루지마도 남경을 떠났습니다. 우리 병력만으로 대한제국과 맞서 싸울 수는 없습니다.”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부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비……겁한 녀석들....... 해적질이나 하던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것이구나.”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눈은 분노로 불타올랐다.

“우리는 대한제국 놈들과 일전을 벌일 것이다. 그놈들만 이겨내면 남명이 우리의 것이야.”

“주군! 지금 남아 있는 병력은 3만여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아 있는 병졸들도 겁을 잔뜩 집어먹고 야반도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대한제국군과 대적했다가는 전멸이옵니다. 잠시 바다로 갔다가 더 힘을 키워 다시 기회를 보시는 것이.......”

부장이 다시금 지금 대한제국군과 맞서 싸우는 것은 역부족이라며 후퇴할 것을 간청하였으나,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후퇴는 없다! 도주하는 놈들을 찾아내어 군율로 다스릴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모두 전투준비를 하라고 하거라!”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결국 남경에서 대한제국군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고, 야반도주하는 병졸들을 잡아내어 그들을 모두 참수하고 곧 있을 대한제국군과의 전투를 준비했다.

***

권율 장군이 이끄는 10만 대군은 남명의 국경을 넘어 충선왕 뒤를 쫓던 왜구 선발대 5,000여 명을 단숨에 격파한 후 파죽지세로 남명의 왕도 남경으로 향했다.

“장군! 드디어 남경이옵니다.”

마침내 10만의 대한제국군이 남경으로 들어섰다.

수천 기의 화포와 수만 명의 기병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중무장한 보병들이 남경 안으로 입성했다.

남경 외곽을 지나는 동안 일부 왜구들의 기습 공격이 있었으나 이를 모두 격퇴시키고 마침내 왕성에 이르렀다.

“적……적군이다!”

“대……대한제국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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