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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62화 (162/202)

162화. 호주 발견 (1)

왜국과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대한제국군은 한성으로 돌아와 성대한 개선식 행사를 했다.

개선문 근처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나와 승리를 거둔 대한제국군 갑사들을 환영했다.

“와! 황제 폐하다!”

“황제 폐하 만세!”

백마를 탄 이균이 황실 근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보이자, 백성들이 황제를 연호하며 황제를 맞이했다.

뒤이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이순신, 신립 등 군부 수뇌부들이 행진을 했고 갑주를 갖추어 입은 갑사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개선문을 통과했다.

“와아아아아!”

“대한제국 만세”

백성들은 왜군을 혼쭐내주고 돌아온 갑사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왜군이 아주 풍비박산이 났다는구먼!”

“그러게, 말이야 주제도 모르고 설치더니 꼴 좋구만!”

“듣자 하니 풍신수길이라는 자는 자결을 했다고 하던데….”

“그 멍청한 놈이 전쟁을 일으켰으니 당연히 죗값을 치러야지.”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미 왜군과의 전쟁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었기에 오사카성 공방전은 물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결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순신, 신립 등 왜군과의 전쟁에 참전한 장수들 그리고 갑사들은 백성들 사이에 회자하는 영웅이 되어 있었다.

성대한 개선식 행사를 마친 후 황성은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었다.

전쟁에 참전했던 갑사들과 장수들이 지나가면 아이들과 백성들은 서로 달려들어 사인해달라고 아우성치었고, 밤이 되면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이균은 기뻐하는 백성들과 장수들 그리고 갑사들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폐하! 아직 잠이 들지 않으셨나이까?”

황태자가 밖으로 나와 하늘을 수놓은 불꽃을 말없이 바라보는 이균을 보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황태자! 불꽃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이균이 미소를 지으며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백성들이 모두 폐하를 칭송하고 있사옵니다.”

“칭송이라! 흐음. 황태자는 왜 아직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냐!”

“이렇게 시끌벅적한데 잠이 오겠나이까. 백성들이 무척이나 기쁜가 보옵니다.”

“흐음. 그래. 기쁘기도 하겠구나. 전쟁에 갔던 아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왔으니…. 하나 이번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으니 그 부모의 슬픔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도 살펴야 할 것이야.”

대승을 거두었지만, 제국군의 희생도 있었는바 이균은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부모의 슬픔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

“명심하겠나이다!”

“대한제국의 운명이 어찌 될 것 같으냐?”

“폐하! 무슨 말씀이신지?”

이균이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하자 황태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균을 바라보았다.

“대한제국의 치세가 계속될 것 같으냐?”

“그러하지 않겠나이까! 폐하께서 명나라를 몰아내어 중원을 얻으시고, 왜국과의 전쟁에서도 대승을 거두었으니 한족은 물론 주변의 이민족 모두 우리 제국을 두려워하고 있나이다. 대한제국은 천년만년 그 영광이 계속될 것이옵니다.”

황태자는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한제국의 영광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흐음. 그리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허나 자만하는 순간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원할 것 같은 중원의 제국들도 길어야 200년을 버티다 모두 멸망하였느니라! 한시라도 방심하면 이룩한 모든 것들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균은 자만, 아니 오만을 경계했다.

“풍신수길도 오랫동안 계속된 왜국의 분열을 끝내고 전국을 통일한 인물이니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 아니겠느냐! 허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자만하였기에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명심하겠나이다!”

그제야 황태자는 자신의 아버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조야라며 명심하겠다 말했다.

이균과 황태자는 오랫동안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

왜국과의 전후 처리를 마무리한 후 이균은 서경이라 명한 자금성으로 이동했다.

황제를 호위하는 수만 명의 갑사들과 대신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중원으로 향했다.

중원으로 가는 도중 누르하치의 부족과 몽골 부족도 들러 이민족들의 동향도 파악했다.

그들은 비록 대한제국의 위세에 충성을 맹세하고는 있으나 제국이 약해지는 틈만 보이면 언제든지 반기를 들 수 있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움직임을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었다.

야인들과 몽골족의 각 족장들은 황제를 각별히 대했다.

대한제국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기에 그들은 당분간 대한제국과 대적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황제의 각종 특산품과 보물을 황제에게 바치며 황제의 미움을 받지 않으려 했다.

“황제 폐하 만세!”

황제의 행렬이 마침내 서경(북경)에 도착하자 수많은 중원의 백성들과 관료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황제를 맞이했다.

수많은 인파가 황제의 행렬을 바라보았다.

“황제께서 왜국을 정벌했다는구만!”

“그러게, 말이야. 감히 섬나라 따위가 제국을 치겠다고 설쳤으니 황제께서 노할 만도 하지….”

서경(자금성)의 백성들은 이미 대한제국이 왜국을 정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대한제국의 백성들이었다.

명나라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대부분 백성들은 이제 명나라를 잊어버리고 대한제국의 백성임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한족들은 차별 없이 관료로 등용될 수 있었고, 경제적 활동도 할 수 있었고 또 황실에서 중원의 안정을 위해 조세도 감면해주었기에 대한제국의 통치를 받는 것을 반겼다.

웅장한 자금성은 이제 대한제국 황실의 여름 궁전이 되어 있었다.

황제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자금성으로 이동해 나라를 통치했다.

이균은 옥좌에 앉아 수많은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흐음. 중원의 상황은 어떠한가?”

“중원은 이제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사옵니다. 백성들은 황제 폐하를 성군이라 칭송하며 생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외침도 없으니 그야말로 태평성대라 할 것이옵니다.”

서경유수 이치번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흐음. 태평성대라! 그대의 말이 빈말이라도 듣기는 좋구나! 명나라를 추종하는 군벌들은 모두 정리가 되었소?”

“그렇사옵니다. 이제 명나라를 추종하는 그 어떠한 군벌도 없사옵니다.”

우의정 이산해가 말했다.

“다행이구려! 명나라를 추종하는 반란 세력은 마땅히 엄히 응징해야 할 것이나, 중원의 백성도 모두 제국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들을 받들어야 할 것이요.”

“명심하겠나이다! 황상 폐하!”

“흐음. 그리고 진린 장군과 등자룡 장군이 왜국과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소이다. 두 장군에게 큰 포상을 할 것이요.”

이균이 왜국과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진린과 등자룡을 추켜세웠다.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제가 크게 포상하겠다고 하자 진린과 등자룡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머리를 조아렸다.

“그대들은 앞으로도 제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여야 할 것이오.”

이균이 미소를 지으며 진린과 등자룡을 바라보았다.

“폐하! 소장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제국을 위해 칼을 들 것이옵니다.”

등자룡이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반아의 움직임은 어떻소.”

이균이 함께 서경에 온 정후청장 김명원을 바라보았다.

“신대륙의 식민지를 빼앗긴 서반아이오나, 화란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사옵니다.”

“흐음. 다행이구려. 허나. 서반아가 우리 제국에 당한 것이 많기에 벼르고 있을 것이 분명하오. 그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오.”

“알고 있사옵니다. 저희 정후정 요원들이 서반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중원을 장악하고, 왜국을 점령하고 스페인의 식민지까지 빼앗아 거대한 제국을 이룬 대한제국에 도전할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시라도 방심을 하면 스페인을 비롯한 이들이 그 틈을 타 언제든지 도발을 할 수 있기에 이균은 항상 긴장을 늦추려 하지 않았다.

이균은 여름 내내 자금성에 머무르며 중원을 살폈다.

***

“헛된 몽상이었던 것인가.”

갑판에 나와 망망대해를 바라보던 허균이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남쪽으로 가면 아메리카를 능가하는 거대한 대륙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황실의 지원을 받아 거대한 선단을 이끌고 남태평양으로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신대륙은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 거대한 대륙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출항했지만, 몇몇 작은 섬들만 보일 뿐 대륙의 모습을 찾을 수 없자 허균은 자신도 모르게 지쳐 갔고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허균은 여전히 신대륙이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망망대해를 헤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제독님!”

그 순간 부제독 윤정수 중좌가 모습을 보였다.

“흐음. 부제독님이 오셨구려! 바다가 이리 넓은 줄은 생각도 못 했소이다.”

허균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윤정수 중좌를 바라보았다.

“그렇소이다. 바다는 넓지요. 아쉽지만 이쯤에서 탐험을 중단하고 귀환을 해야 할 것 같소이다. 선원들이 많이 지쳐 있어요. 이대로 계속 항해를 하다가는 살아서 돌아가는 이가 없을 것이요. 제국으로 귀환 후 다시 기회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소이다.”

윤정수 중좌가 침울한 목소리로 이제 항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허균의 말을 듣고 미지의 신대륙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고 여겨 신대륙을 발견해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으나, 현실을 고려해야만 했다.

이대로 더 항해하다가는 신대륙은커녕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이들이 없을 지경이니 이제 항해를 중단해야만 했다.

“흐음. 알겠소이다. 허나 이대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쉽소이다. 남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본 후 그래도 대륙이 보이지 않으면 귀환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허균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하하하! 제독님께서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모양이구려. 실은 나도 같은 생각이외다. 그럼 마지막으로 남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본 후 그래도 대륙을 발견할 수 없으면 돌아가기로 합시다.”

“고…. 고맙소이다. 분명 거대한 신대륙이 있을 것이요.”

허균이 이끄는 탐험대는 마지막으로 남서쪽을 향해 선단을 움직이기로 했다.

선원들은 이미 지쳐 있었으나, 마지막 항해라는 생각으로 힘을 내 선단의 항로를 남서쪽으로 바꾸었고 갈레온 선단은 삼각돛과 사각 돛을 펼쳐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갈랐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륙은커녕 땅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제독님! 이제 돌아가야 할 것 같소이다. 이번 항해에서는 신대륙을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소이다.”

윤정수 부제독이 어두운 표정으로 허균을 바라보았다.

“허허허. 그래야겠지요. 생각 같아서는 더 가보고 싶지만…. 이제는 돌아가야겠소이다. 배를 돌립시다.”

허균은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도 더 항해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뱃머리를 돌리기로 결심했다.

“고맙소이다! 자 제독님의 명령이다. 이제 귀환한다! 뱃머리를 돌려라!”

탐험대를 이끄는 허균의 명이 떨어지자, 윤정수는 커다란 목소리로 배를 돌리라 외쳤고, 대장선에서 귀환을 알리는 커다란 신호기가 펄럭이자, 선원들이 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분주하게 돛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선원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육…. 육지가 보인다. 육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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