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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56화 (156/202)

156화. 오사카성 공방전 (2)

“방포하라!”

“존명!”

이순신이 마침내 철옹성 같은 오사카 성을 향해 화포를 발포하라는 명을 내리자, 대각 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천 기의 화포가 불을 뿜었다.

-퍼퍼퍼 펑!-

곧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수천 기의 철환이 하늘을 새까맣게 덮었다.

해자에 떨어진 철환은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켰고, 일부 탄환은 두꺼운 성별을 사정없이 가격했고, 상당수의 철환은 성안으로 넘어가 주둔해 있는 왜군을 타격했다.

“으…. 악! 살려줘!”

“조…. 조선군이 공격한다!”

성안에 있던 왜군 상당수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널브러져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맹렬한 포격에 왜군은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뭐 하는 것이냐! 조선 놈들을 공격하라!”

왜군들이 겁을 집어먹고 잔뜩 웅크리고 있자 성안의 장수들은 고함을 치며 조선군을 공격하라며 왜군들을 독촉했고, 그제야 왜군들은 성 곳곳에 배치된 화포와 조총으로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왜군의 화포와 조총은 대한제국의 그것보다 사거리나 성능이 월등히 떨어지는 것이어서 대한제국군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순신을 비롯한 제국군 수뇌부들은 망원경으로 곳곳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오사카 성을 살펴볼 뿐 보병이나 기병에게 공격을 명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당분간 오사카 성을 포위한 채 포격만 할 뿐 성을 함락하기 위한 공격을 할 생각이 없었다.

다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순신의 생각이었다.

오사카 성에 갇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성을 지키며 구원군을 기다리겠지만, 이순신은 구원군을 차단할 자신감이 있었고, 그렇게 되면 사방이 차단된 채 고립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급해지리라는 것이 이순신의 계산이었다.

대한제국군과 왜군은 일주일 이상 지루한 포격전을 펼쳤다.

그러나 대한제국의 화포가 그 성능이 월등하고 그 숫자가 왜군의 그것을 능가하기에 오사카 성벽 곳곳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상당히 파괴되었고, 왜군들의 사상자도 꽤 늘었다.

대한제국군의 포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기에, 왜군은 포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극도의 공포감에 시달렸다.

“왜군의 피해가 어떤 것 같소?”

포격전을 계속 펼치고 있던 이순신은 군 수뇌부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으나 왜군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 같사옵니다.”

송여립이 이순신을 바라보며 그동안의 상황을 상세히 보고했다.

“흐음. 오사카 성이 생각보다 단단합니다. 성급한 공격은 무리이니 지금처럼 성을 포위한 채 적들을 고사시키는 전략으로 갑시다!”

“그러하옵니다. 장군! 섣불리 성을 공략하려 하였다가는 아군의 손실이 클 수 있습니다.”

어영담 장군도 이순신의 전략이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왜군이 구원군을 보낼 움직임은 아직 없는가?”

이순신이 송여립 장군을 바라보았다.

“일부 풍신수길을 추종하는 일부 영주들이 군사를 일으켰다고는 하나, 대다수 영주들은 조용한 상태이옵니다. 풍신수길이 인심을 많이 잃은 모양입니다.”

송여립의 말처럼 일부 다이묘들이 오사카 성을 구원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기는 하였으나, 대다수 다이묘들은 오사카 성을 구원할 생각이 없는지 잠자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풍신수길이 인심을 많이 잃었다는 것이 사실이오?”

이순신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배반하고 대한제국군에 합류한 고니시 유키나가를 바라보았다.

“흐음. 그렇소이다. 태합 전하께서 무모한 전쟁을 한다는 것을 다이묘들도 잘 알고 있소이다. 태합 전하의 가신들 말고는 조선과의 전쟁을 원하는 다이묘는 그다지 많지 않소이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여전히 주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배반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렇소이까? 민심을 잃게 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법.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소이다. 왜국을 통일한 것만으로도 영웅이라 불릴 만하거늘….”

이순신은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졌다.

“보아하니 성이 참으로 단단한 것 같소. 허나 이 성도 약한 부분이 있을 터. 그대가 이를 알려줄 수 있겠소?”

이순신이 고니시 유키나가를 바라보았다.

“흐음. 오사카 성은 태합 전하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성이오. 깊은 해자가 성 주변을 둘러싸고 있고 성벽도 가파르고 두터우며 10만 병사가 족히 1년을 먹어도 넉넉한 군량미가 비축되어 있으니,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이지요. 아무리 대한제국군이라 하더라도 쉽게 성을 공략할 수 없을 것이오. 그래도 성의 약한 부분을 굳이 찾으라 한다면 남문 쪽이 약하다 볼 수 있소이다.”

“흐음. 남문이라!”

고니시 유키나가가 남문이 그나마 약하다고 말하자, 이순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쿠쿠쿠 쿵쿵-

새벽이 되어도 대한제국군의 포격은 멈추지 않았다.

지축을 흔드는 포성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잠을 청할 수 없는지, 다실에 나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조선 놈들은 정말 지독하구려. 쉬지 않고 저렇게 화포를 쏘고 있으니….”

궁지에 몰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태합 전하! 심려치 마시옵소서. 조선군이 아무리 포격을 가한들 오사카성은 결단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곁을 지키고 있는 차 선생 센리큐가 그를 위로하듯 말했다.

“하하하! 내 꼴이 이 지경이 될 줄 누가 알았겠소. 조선군 따위에게 이렇게 포위가 될 줄이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태합 전하! 지금이라도 조선과 화친을 도모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선군의 군세가 너무나 강합니다. 오사카성이 난공불락의 요새라고는 하나, 조선군이 성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니 성에서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 어려울 수 있사옵니다. 일단 조선과 화친을 하고 훗날을 도모하시옵소서.”

센리큐가 다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항복을 하라 권유했다.

“선생!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조선군 따위에 머리를 조아릴 수는 없소이다. 성에서 버티면 분명 원군이 올 것이오. 도쿠가와도 원군을 보내준다고 하지 않소이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항복할 생각이 없었다.

민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또 도쿠가와가 고니시와 손잡고 배신의 길을 택한 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그는 여전히 대한제국군을 물리칠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흐음. 답답한 노릇이구나.’

센리큐는 여전히 망상에 빠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

“공격하라!”

-퍼퍼퍼 펑-

-타타타 탕-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화포로 포격전만 펼치던 대한제국군이 오사카 성 외곽에 있는 보루를 차례차례 공격하기 시작했다.

연일 계속되는 포격으로 왜군의 전력이 충분히 약화되었다고 판단한 이순신은 성 외곽에 있는 보루를 차례차례 점령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더 압박하려는 심산이었다.

대한제국군은 왜군의 보루를 향해 화포와 조총을 맹렬히 퍼부은 후 보병과 기병을 돌격하게 했다.

“막아. 조선 놈들을 공격하라!”

왜군은 조총과 활을 쏘며 극렬하게 저항했으나, 대한제국의 엄청난 화력 앞에 역부족이었고 곧 보루는 차례차례 대한제국군의 것이 되었다.

본성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외곽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보루를 빼앗긴 왜군은 더욱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었다.

낭인 출신의 일부 왜군은 승패가 기울었다고 여기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탈영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남아 있는 왜군도 사실은 도주하고 싶었으나, 가혹한 군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들은 무모한 전쟁을 일으켜 자신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원망스러웠다.

보루를 모두 장악한 대한제국군은 다시 백병전을 멈추고 오사카성을 향해 포격을 계속했다.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함께 오사카 성을 향해 수많은 철환이 날아갔고, 곧 왜군의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왜군도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는지 화포와 조총을 쏘며 대응했고, 양측인 치열한 포격전을 주고받으며 대치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립 장군이 이끄는 2군이 10만의 대군을 이끌고 오사카성에 도착했다.

신립이 자랑하는 기마대는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앞장을 서고 보병과 포병들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와아아아!”

북방의 맹장 신립이 대군을 이끌고 오사카성에 당도하자 대한제국군은 함성을 지르며 이들을 맞이했다.

10만의 대군이 추가로 합류하니 오사카 성 인근은 대한제국군으로 빽빽이 들어찼다.

반면 자신들을 구원해줄 원군은 오지 않고 오히려 10만이 넘는 대한제국군이 추가로 당도하니 왜군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신 장군. 어서 오시오.”

이순신이 신립 장군을 반갑게 맞이했다.

“흐음. 오사카 성이 철옹성이라 하더니 정말 대단합니다. 쉽게 넘볼 수 없는 성이 분명하구려.”

수많은 전쟁을 치른 전쟁 영웅 신립이 보기에도 오사카 성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단단한 성처럼 보였다.

“그렇소이다. 성을 무리하게 공략하게 되면 아군의 사상자도 클 수밖에 없지요.”

“그럴듯합니다. 성을 포위하고 풍신수길이 제풀에 지쳐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겠군요.”

신립도 이순신과 같은 생각이었다.

무리하게 공격을 가했다가는 아군이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성을 포위하여 그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마땅하다고 여겼다.

“그렇습니다.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필요가 없지요. 왜군의 구원군을 차단하며 기다리면 될 것입니다.”

대한제국의 두 전쟁 영웅 이순신과 신립이 의기투합하여 오사카 성 공략을 지휘하니, 제국군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

한성

“하하하. 이순신이 가등청정의 함대를 격파하고 신립도 7만의 왜군을 전멸시켰다는구려!”

이순신과 신립의 승전보를 접한 이균이 활짝 웃으며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왜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수들의 승전보를 접하니 이균은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미 이순신 제독은 나고야에 상륙한 후 오사카 성을 포위하였으며, 신립 장군도 오사카 성으로 향했다고 하니, 곧 풍신수길은 성문을 열고 폐하께 목숨을 구걸할 것이옵니다.”

우의정 이산해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이순신과 신립이 있는데 누가 감히 우리 제국군에 맞설 수 있겠소. 풍신수길 그자가 제정신이 아닌 것이오. 노망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지.”

이균이 호탕하게 웃었다.

“폐하. 허나 오사카 성이 아주 단단하다고 들었는데, 우리 제국군이 고전하는 것은 아닐지 염려되옵니다.”

신중한 성격의 류성룡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균을 바라보았다.

“흐음. 그렇소이다. 오사카 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이지요. 허나 다급할 필요가 있겠소. 궁지에 몰린 것은 풍신수길이니 성을 포위하고 그들이 견디지 못하고 성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오.”

이균도 이순신의 생각과 같았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성을 함락하기 위해 무리한 공격을 가했다가는 우리 군의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포위한 채 적을 고사시키면 되옵니다.”

오사카성이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좌의정 율곡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순신과 신립에게 무리한 공격을 하지 말라 전하시오. 그리고 우리가 점령한 왜국의 백성들 또한 우리 제국의 백성이니 그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각별히 대하라 하시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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