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오사카성 공방전 (1)
‘도요토미의 파멸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미 대한제국군이 가토 기요마사의 함대를 격파하고, 나고야에 상륙해 파죽지세로 오사카 성으로 향하고 있는 것과 규슈가 이미 대한제국군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태연한 표정으로 이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는 과도한 망상에 사로잡혀 오판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운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흐음. 태합 전하께서 위태롭다고 하시니 당연히 가신으로서 태합 전하를 따를 것이다. 속히 원군을 보내 오만한 조선군을 격멸할 것이니 태합 전하께 심려치 말라 전하거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오사카 성을 구원하기 위해 원군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알겠사옵니다. 태합 전하께서 이 소식을 전해 들으면 무척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전령이 돌아간 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의 수하들을 소집해 장시간 회의를 거친 후 동원 가능한 모든 병력을 소집해 오사카 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
오사카 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주성 오사카 성은 침통했다.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함대가 대한제국의 함정에 빠져 거의 전멸에 가까운 손실을 입고 나고야에 상륙한 이순신이 이끄는 대군이 오사카 성으로 향하고 있으나 이를 막을 길이 없었다.
게다가 규슈까지 대한제국이 점령하였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났기에 오사카 성의 백성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피난을 떠나기도 하는 등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구로다가 이끄는 군이 조선군에 전멸당했다고 하옵니다.”
“무…. 무엇이라! 그것이 사실이냐?”
오사카 성으로 향하는 또 다른 대한제국군을 막기 위해 급파된 구로다 나가마사가 이끄는 7만여 명의 군대가 전멸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중원을 도모하겠다던 그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 그러하옵니다. 이와미 은광이 조선군의 수중에 떨어졌다고 하옵니다.”
“이…. 이런 머저리 같은 놈! 어떻게 싸우는 족족 패전한다는 것이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구로다 나가마사까지 대한제국군에 대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어두워졌다.
구로다 나가마사를 격퇴한 대한제국군마저 오사카성에 들이닥치면 오사카 성은 완전히 포위되는 형국이 될 것이다.
도요토미와 그의 가신들은 점점 숨통이 조여 오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태…. 태합 전하! 이대로 가다가는 이곳 오사카 성이 포위되는 것은 시간문제이옵니다. 차라리 조선군과 협상을 모색해보는 것이….”
센리큐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바라보며 조선군과 화친을 모색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선생! 조선군과 화친을 할 수는 없소이다. 어찌 지엄하신 태합 전하께서 하찮은 조선군 따위에 무릎을 꿇으라는 것이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 우키타 히데이에가 화친은 있을 수 없다며 버럭 화를 냈다.
“선생의 걱정은 알겠소나 우키타의 말처럼 조선군 따위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소이다. 이곳 오사카성은 철옹성이요. 이곳에서 버티면 전국에서 일어난 다이묘들이 나를 구원하기 위해 올 것이오!”
자존심이 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항복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태합 전하께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센리큐는 여전히 현실 파악을 하지 못하고 대한제국과 결사 항전을 외치고 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한심해 보였다.
***
웅장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더니 지축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의 깃발을 비롯한 수많은 깃발이 보이더니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순신이 이끄는 20만이 넘는 대군이 마침내 오사카성에 당도했다.
엄청난 대군의 모습이 보이자, 오사카 성의 왜군들은 겁에 잔뜩 질린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적…. 적군이다!”
“조…. 조선군이 몰려온다!”
대한제국의 대군의 기세에 왜군은 성문을 걸어 잠그고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제독님! 드디어 오사카 성입니다.”
송여립 장군이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흐음. 듣던 대로 성이 철옹성 같구나.”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심혈을 기울여 축성한 오사카성은 얼핏 보아도 쉽게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성의 서쪽은 바다와 접해 있었으며 동쪽과 북쪽에는 깊은 요도강이 흘러 지형 자체가 천혜의 요새와 같았다. 그리고 두껍고 거대한 성벽이 성을 빙 둘러싸고 있었고 깊이가 10미터가 넘고 폭이 30미터가 넘는 깊은 해자가 성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성안에는 10만 대군이 1년 이상 버틸 수 있는 식량과 무기가 충분하였으니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하늘 높이 치솟은 천수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이 들게 할 정도였다.
두껍고 높은 성벽과 사방이 깊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 성은 누가 보아도 쉽게 점령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그 자체였다.
성안은 휘황찬란한 황금 다실과 천하의 진귀한 보물을 모아놓은 창고가 가득하였으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를 얻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은 성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난공불락의 성을 만든 것은 사실이나, 그는 교토에 주로 거주하였다.
그러나 출정식을 마친 후 혹시 모를 대한제국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오사카 성으로 옮긴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나마 거처를 난공불락의 요새 오사카성으로 옮긴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오사카 성을 처음 본 이순신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성을 점령하는 데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 여겼다.
“성을 점령하는 데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소이다.”
이순신이 제3군을 지휘하는 어영담 장군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럴 것 같사옵니다. 풍신수길이라는 자가 이 성에서 결사 항전하려는 이유를 알 것 같사옵니다.”
백전노장 어영담도 오사카 성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배신하고 이순신과 함께 오사카성에 온 고니시 유키나가는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우뚝 솟은 천수각을 바라보았다.
“흐음. 내 운명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고니시는 자조 섞인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버님!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이런 사달이 난 것은 태합 전하의 무모한 욕심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고니시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있자, 사위 소 요시토시가 그를 위로하듯 말했다.
“흐음. 그래! 태합 전하께서 너무 과욕을 부리셨어. 이제라도 성에서 나와 황제에게 몸을 조아리는 것이 좋으실 것인데….”
고니시 유키나가는 오랫동안 성을 바라보았다.
***
“태합 전하! 조…. 조선군이 성을 포위했습니다.”
대한제국의 대군이 성을 포위하듯 둘러싸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가신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했다.
성이 비록 난공불락의 요새라고는 하나 수십만의 대군이 성을 포위하고 있으니 수성한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흐음. 걱정할 필요 없다. 이 성은 난공불락의 요새가 아니던가! 조선 놈들은 결코 이 성의 문을 열 수가 없을 것이야! 곧 전국의 다이묘들이 들고일어나 오사카 성으로 향할 것이다. 그때까지 버티면 되는 것이야!”
천하를 제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였지만, 이제 그는 성 하나에 의지해 누군가의 구원을 기다려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있었다.
“그러하옵니다. 태합 전하! 이 성이 어떤 성이옵니까! 태합 전하께서 직접 축조한 성이 아니옵니까! 그 어떠한 적도 오사카 성을 넘볼 수 없사옵니다.”
우키다 히데이에가 아부를 했다.
“그러하다! 이곳에서 농성전을 하며 원군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래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원군을 보내주기로 했다고?”
“그러하옵니다. 도쿠가와 님이 흔쾌히 원군을 보내주기로 하였습니다. 조만간 태합 전하를 구원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올 것이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 중의 하나인 이시다 미쓰나리가 말했다.
“흐음. 그래 도쿠가와 이놈이 어서 원군을 이끌고 와야 할 것인데, 우리 군사가 8만 정도 된다고 하였는가?”
“그러하옵니다. 적군이 20만이 넘는 대군이라고는 하나 8만의 군사가 성을 시키고 있사오니, 적들은 결코 성을 넘볼 수 없을 것이옵니다. 게다가 식량도 충분하니 얼마든지 버틸 수 있사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그의 가신들은 성에서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며 서로를 애써 위로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안의 주둔군이 8만에 이른다고는 하나, 사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병력은 모두 대한제국을 치기 위해 바다로 떠나 대부분 농민군이나 낭인들이었기에 전투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게다가 유능한 장수들도 모두 바다로 떠나고 성안의 장수들은 머저리 같은 자들이 많기에 사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걱정이 많았다.
“태합 전하! 이럴 때일수록 저희가 선수를 쳐서 기선제압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시다 미쓰나리가 말했다.
“그것이 무슨 말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조선군은 압도적인 병력으로 성을 포위하고 있기에 분명 방심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조선군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후시미성을 기습 공격해 그곳을 점령한다면 조선군이 분열될 것이옵니다.”
대한제국군은 오사카 성 배후에 있는 후시미성을 이미 점령한 후 오사카 성으로 향했는데, 이시다 미쓰나리는 기습공격을 해 후시미성을 탈환하게 되면 그곳에 외각 전선을 구축할 수 있어 성을 방비하기에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후시미성을 공략한다? 그것 좋은 생각이로구나! 후시미성을 탈환하면 조선군도 분명 당황할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성에서 웅크리고 있지 말고 오히려 조선군을 선제공격하자는 이시다 미쓰나리의 말이 마음에 드는지 무릎을 치며 기뻐했다.
“태…. 합 전하! 이시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나 위험하옵니다. 자칫 병력을 분산하여 후시미성을 공격하다 패배라도 하는 날이면 본성인 오사카 성이 더욱 위험해질 수 있사옵니다. 병력을 분산하는 것보다는 철옹성 같은 오사카성에 병력을 모아 농성전을 벌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옵니다.”
그러자 나가오카 다다오키가 나서 병력을 분산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이시다 미쓰나리의 제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하옵니다. 태합 전하! 병력을 나누는 것은 위험하옵니다. 난공불락의 성이 있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성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사옵니다.”
대한제국의 위세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그의 가신들은 대부분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반대했다.
“흐음. 병력을 나누는 것이 위험하다?”
그의 충복들이 대부분 후시미성을 선제공격하는 것을 반대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머뭇거렸다.
왜군의 지휘부는 결국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
오사카성에 당도한 이순신이 이끄는 1군과 3군은 성을 곧바로 공격하지 않고 진을 펼친 채 주둔하며 일주일간 부대를 정비하며 기회를 보고 있었다.
이순신은 애초부터 무리하게 성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쉽게 함락할 수 없는 성이기에 공에 눈이 멀어 자칫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였다가 큰 병력을 잃고 금세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을 포위만 한 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 동안 성 주변의 지형을 치밀하게 살피던 이순신 장군은 갑주를 갖추어 입고 성을 주시한 후 결단을 내린 듯 말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