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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54화 (154/202)

154화. 이와미 은광 점령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전령을 바라보았다.

대한제국을 치겠다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함대가 느닷없이 전멸당했다고 하니 도요토미의 입장으로서는 황당하기도 할만했다.

“그…. 그러하옵니다. 조선 함대에 전멸을….”

전령이 말을 얼버무리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조선 함대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나 가토의 함대를 전멸시켰다는 것이냐!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도요토미가 호통을 치며 전령을 바라보았다.

“태…. 태합 전하 나고야 앞바다에 조선 함대가 진을 치고 가토 기요마사 님의 함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옵니다.”

“무…. 무엇이라!”

전령의 말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충격을 받은 듯 잠시 휘청거렸다.

“태…. 합 전하! 괜찮으십니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휘청거리자 센리큐가 뛰쳐나와 그를 부축했다.

“조선 놈들이 먼저…. 어찌 그런 일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 있던 가신들도 믿어지지 않는지 술렁거렸다.

“고시니 그놈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조선으로 먼저 떠나 가토를 지원하지 못한 것이냐!”

“태…. 태합 전하! 고니시 님은….”

전령이 말을 하지 못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치를 살폈다.

“고니시는 어찌 된 것이냐!”

“태…. 태 합 전하! 고니시 님은 태합 전하를 배신하고 조선군에 합류에 가토 님 함대를 공격했다 하옵니다.”

“고…. 고니시가 배…. 배신을….”

고니시 유키나가가 자신을 배신하고 대한제국군과 합류해 가토 기요마사를 공격했다는 전령의 말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큰 충격을 받았는지 다시 휘청거렸다.

“어찌 그런 일이….”

우키다 히데이에를 비롯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른 가신들도 큰 충격을 받은 듯 술렁거렸다.

그러나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대한제국과의 전쟁을 극렬하게 반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고니시를 믿었기에 선봉을 맡긴 것인데, 그런 그의 믿음을 배신으로 화답하니 그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하옵니다. 고니시 님이 배신을 하고 가토 님을 친 후 조선군과 함께 지금 나고야에 상륙해 이곳 오사카 성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이런…! 이놈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지 옆에 있던 일본도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오사카 성은 비통하고 침울한 분위기가 휘감아 돌았다.

전령은 수십만의 대군이 나고야에 상륙해 오사카 성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규슈가 대한제국군의 수중에 떨어졌다는 사실까지 보고하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대한제국을 정벌하겠다며 수십만 대군을 내보냈는데, 대한제국 정벌은커녕 이제 자신의 본성인 오사카 성의 함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고니시 유키나가와 함께 전쟁을 결사적으로 반대한 센리큐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센리큐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망상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여겼으나 이미 뒤늦은 자책이었다.

“태합 전하! 조선의 대군이 나고야에 상륙했다면 곧 이곳 오사카 성으로 그들이 들이닥칠 것이옵니다. 이곳을 막을 병력이 부족하니 잠시 성을 비우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한제국의 대군을 막을 방도가 없으니 성을 비우고 후퇴를 하자고 센리큐가 말했다.

“하하하! 선생의 걱정은 알겠으나, 그런 비겁한 짓은 할 수 없소이다. 내 반드시 배신자 고니시 이놈의 목을 칠 것이오.”

대한제국의 대군이 몰려온다고 하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성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태합 전하! 하오니 오사카 성이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지금 당장 떠난 함대에게 돌아오라 명을 내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옵니다.”

우키다 히데이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도요토미를 바라보았다.

“흐음. 도쿠가와라…!”

우키다 히데이에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원군을 청하자 말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따위에게 자신의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가 되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태합 전하! 그리하시옵소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만이 병력을 온전히 가지고 있을 것이옵니다. 시간이 얼마 없사옵니다. 그리고 다른 다이묘들에게도 조속히 원군을 이끌고 오사카 성을 구원하라는 명령을 내리셔야 할 것이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최측근 이시다 미쓰나리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원군을 청해야 된다는 입장이었다.

오사카성이 대한제국군에 포위당하게 생겼으니 사실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잠시 고민을 하던 도요토미가 입을 열었다.

“그리하도록 하거라! 당장 도쿠가와에게 원군을 보내라 하라!”

“존명!”

결국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원군을 요청하기로 했다.

***

가토 기요마사가 이끄는 왜국 주축 함대를 섬멸한 이순신과 어영담이 이끄는 제1군과 제3군의 20만 대군과 고니시 유키나가의 왜군은 나고야에 상륙했다.

“진격하라! 오사카 성으로 간다!”

나고야에 있던 2만의 왜군은 산발적으로 저항했으나, 수십만에 이르는 제국군의 위세를 보고 대부분 도주했고, 왜군을 제압한 이순신은 곧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있는 오사카 성으로 향했다.

이순신과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수십만 대군은 긴 대열을 이루어 오사카 성을 향해 행진했다.

반면 포르투갈 함대는 왜군이 그 배후인 나고야를 칠 것을 염려해 나고야에 주둔해 후방을 든든히 하기로 했다.

대한제국을 치기 위해 출병했던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3군, 모리 요시나라의 4군, 후쿠시마 마라노리의 5군은 가토 기요마사의 함대가 전멸하고 나고야에 상륙한 대한제국군이 오사카 성으로 향하고 있다는 급전을 받고 부랴부랴 회군했다.

한편 신립이 이끄는 제2군과 남명의 주영락이 이끄는 6군은 니가타에 상륙해 남하했다.

신립은 이균의 명에 따라 저항하는 왜군을 속속 제압한 후 동아시아 최대의 은광은 이와미 은광으로 향했다.

이와미 은광은 왜국의 자금줄이기에 신립이 이끄는 대군이 이와미 은광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왜국은 7만의 군사를 모아 구로다 나가마사에게 이와미 은광을 사수하라 명했다.

“장군! 드디어 이와미 은광이옵니다.”

왜군은 대한제국군이 상륙하리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기에 대한제국군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이와미 은광까지 올 수 있었다.

이와미 은광 인근에 도착한 신립은 망원경을 꺼내 적진을 살폈다.

“왜군의 숫자가 얼마나 되느냐?”

“약 7만 명 정도가 되는 것 같사옵니다.”

“흐음. 7만이라! 생각보다 많구나.”

“허나 급히 농민들을 소집해 그 전투력은 높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대한제국군이 상륙해 이와미 은광으로 향한다는 급보를 접한 구로다 나가마사는 급히 7만의 병력을 모았으나 대부분 농민으로 전투력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주군. 조선군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은광을 지키기에 역부족이옵니다.”

수십만의 대군이 그들을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기에 왜군은 두려움이 가득했다.

“흐음. 조선 놈들에게 이렇게 허를 찔릴 줄이야.”

이와미 은광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고 급히 군사를 모아 이곳으로 오긴 왔지만, 구로다 나가마사도 조선군의 기세를 보면 기가 질리기는 매한가지였다.

‘태합께서 어떻게 조선군을 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인지….’

구로다 나가마사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장수로서 이를 내색할 수는 없는 법.

“이와미 은광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전투준비를 갖추어라!”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어찌 되었건 이와미 은광을 사수하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이 내려졌기에 왜군은 전투준비를 했다.

“은광을 차지한 후, 우리 군은 곧바로 오사카로 향해야 한다.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 공격하라!”

“존명!”

이와미 은광을 점령한 후 곧바로 오사카 성으로 향해야 하는 신립 장군은 곧바로 공격을 명했고,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 수천 기의 화포가 불을 뿜었다.

“공격하라! 적군을 섬멸하라!”

-퍼퍼퍼퍼 펑!-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대한제국의 포병들이 쏜 거대한 철환들이 왜군을 향해 날아갔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포격에 왜군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왜군의 진영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계속되는 포격에 왜군은 공포가 가득한 얼굴로 이곳저곳 도망 다녔고, 왜군도 조총과 활로 응사를 하였으나 사거리가 미치지 못해 제국군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왜군은 포격이 멈추기를 바랐지만, 무시무시한 포격은 반나절 이상 계속되었고, 왜군 병졸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부 병졸들은 광인처럼 소리를 지르며 자기 몸을 칼로 찌르고, 일부 병졸들은 무기를 버리고 도주하다 왜군 장수의 칼에 참수되기도 했다.

“기마대를 보내라!”

“존명!”

포격으로 왜군이 충분히 와해되었다고 판단한 신립은 그가 자랑하는 기마대를 투입하라 명을 내렸고, 약 5만의 기마대가 말을 이끌고 왜군을 향해 돌진했다.

"적군의 기…. 마대가 몰려온다.“

“도…. 도망쳐!”

수만 명의 기마대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자, 이미 대한제국의 무차별적인 포격으로 사기를 잃은 왜군은 싸울 의지를 잃어버리고 무기를 버리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겁을 잔뜩 집어먹고 도주하던 왜군은 서로 넘어져 자신들끼리 뒤엉켜 밟혀 목숨을 잃기도 하는 듯 왜군의 진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이런 무엇을 하는 것이냐! 공격하지 못할까? 도망치는 놈은 내 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왜군이 도주하기 바쁘자 구로다 나가마사는 칼을 빼 들고 목청을 높여 공격하라는 명을 내렸으나 그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허공을 맴돌 뿐 왜군은 도주하기 바빴다.

곧 5만여 명이 기병대가 왜군의 본진을 덮쳤고 기마대는 왜군을 무차별 살육했고 왜군의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주군! 이미 승패가 기울었습니다. 대형이 모두 무너져 내렸습니다. 퇴…. 퇴각해야 합니다.”

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구로다 나가마사에게 퇴각해야 한다며 그를 재촉했다.

“이…. 이런!”

구로다 나가마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대한제국군이 강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자신이 이끌고 온 7만 대군이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이렇게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주…. 주군. 시간이 없습니다.”

“퇴…. 퇴각하라!”

별다른 도리가 없던 구로다 나가마사는 결국 퇴각을 명했고, 왜군은 무기를 내팽개치고 도주했다.

“와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대한제국 만세!”

하루도 안 돼 왜군 7만여 명을 몰아내고 이와미 은광을 차지한 대한제국군은 함성을 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세계 최고의 은광 이와미 은광을 차지한 신립은 이틀을 머무르며 부대를 정비한 후 오사카 성을 향해 진격했다.

급히 소집한 7만의 군대마저 무너지자 왜군은 신립의 남진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

수십 기의 기병이 급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본진 에도성을 향해 달려갔다.

“태합 전하께서 급히 오사카 성을 구원하라 명하셨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보낸 전령은 다급한 목소리로 오사카 성을 구원하라는 그의 명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전했다.

“오사카 성이 위중한 상황이냐?”

도쿠가와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령을 바라보았다.

“그…. 그러하옵니다. 나고야에 상륙한 조선군 수십만이 오사카 성을 향하고 있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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