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출병식 (2)
마침내 왜를 정벌하기 위한 대군을 실은 함대가 물살을 가르며 부산포를 떠나고 있었다.
수백 척이 넘는 거대한 갈레온선은 일제히 삼각돛과 사각돛을 펼치고 물살을 가르며 남쪽으로 향했고, 판옥선과 용머리를 한 거북선도 힘차게 노를 저어 물살을 갈랐다.
“황제 폐하 만세!”
“대한제국을 위하여!”
수만 명이 넘는 백성들과 전사들의 가족들은 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배가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갑판에 올라선 갑사들도 함성을 지르며 멀어지는 육지를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수천 척이 넘는 함선은 쉴 새 없이 부산포를 떠났고 바다는 대한제국의 함선들로 뒤덮였다.
이균은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움직임 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으흠. 모두 무사히 돌아와야 할 것이거늘….”
전장으로 떠는 수십만의 젊은이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자 지아비일진대, 자신의 욕심으로 그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것은 아닌지 하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폐하! 심려치 마시옵소서! 모두 무사히 돌아올 것이옵니다.”
이균의 복잡한 마음을 안 좌의정 율곡이 황제를 바라보며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야 할 것인데, 이순신과 신립이 군을 지휘하니 안심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많은 인명 손실이 있지 않겠는가!”
“폐하!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쪽은 왜국입니다. 왜국을 지금 응징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지엄하신 황명에 따라 왜국을 응징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옵니다.”
병조판서 류성룡이 말했다.
“흐음. 그렇긴 하오만….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이순신과 신립을 믿을 수밖에….”
이균은 대신들과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일본 원정군은 8군으로 나누었다.
해군 참모총장 이순신이 1군을 직접 지휘해 선봉에 나섰는데 1군의 병력은 10만 명에 이르렀고, 2군은 신립 장군이 지휘했으며, 3군은 어영담 장군이 지휘했다.
그리고 중원에서 동원된 20만 대군은 2개의 군으로 나누어졌는데, 4군은 진린이 5군은 백전노장 등자룡이 지휘했다.
또한 남명에서 차출된 5만 명의 군대는 6군이 되어 남명의 왕족 주영락이 지휘하게 되었으며, 누르하치가 이끄는 5만의 병력은 7군이 되었고, 포르투갈의 갈레온 선단은 마카오 총독이 직접 지휘하여 8군이 되었다.
왜국을 정벌하기 위해 나선 원정군은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향해 어느덧 대마도 앞바다에 당도했다.
대마도 앞바다에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함대가 나타나자, 대마도주 고니시 유키나가 사위 소 요시토시는 직접 함선을 이끌고 대한제국 함대와 대적하려는 시늉을 하였으나, 그는 곧 고니시 유키나가의 명에 따라 백기를 들어 올리고 항복을 선언했다.
“어서 오시옵소서!”
소 요시토시는 이순신을 비롯한 함대의 수뇌부를 정중하게 맞이했다.
“흐음. 그대가 대마도주인가?”
“그러하옵니다. 이제 소신이 이제부터 왜국으로 가는 길을 안내할 것이옵니다.”
“흐음. 그대의 섬을 이렇게 내어주니 고맙구만. 그대의 장인 고니시 유키나가의 뜻인가?”
“그러하옵니다. 저희 장인어른께서는 소국이 대국을 칠 수 없다고 여기고 계시옵니다. 저희 장인어른과 우리 가문은 더 큰 희생을 피하기 위해 대한제국에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소 요시토시는 고니시 유키나가의 뜻에 따라 대마도를 대한제국 함대의 전진 기지로 내어주고, 함대가 본토로 빠른 속도로 올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하기로 했다.
“흐음. 알겠네.”
대마도를 단숨에 점령한 이순신은 대마도를 전초기지로 삼아 하루 정도 머무른 후 소 요시토시의 안내를 받아 다시 빠른 속도로 왜국 본토로 향했다.
***
왜국 나고야
대한제국의 60만 대군이 대마도를 함락한 후 본토를 향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한제국 침략의 지휘 본부가 있는 나고야 성에 당도했다.
나고야 성 앞에는 어림잡아도 20만이 되어 보이는 대군이 운집해 있었다.
각 가문을 표시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고, 왜군의 주력 무기인 조총으로 무장한 조총부대와 창병들이 긴 대열을 이루어 서 있었다.
고니시 유키나가, 가토 기요마사, 와키자카 야스하루 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들이 모두 모였고, 도요토미의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모습도 보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의 군세를 과시하려는 속셈으로 대한제국 침략을 위한 출정식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불러온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의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이기에 그는 내심 불쾌하였으나, 이를 내색하지 않고 그의 초대에 응해 나고야 성에 왔다.
20만에 이르는 대군과 그의 충성스러운 충복들이 무장을 한 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름을 연호하자 그는 마치 이미 대한제국을 정벌이라도 한 듯 오만함과 자신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병졸들과 충복들을 바라보았다.
“태합 전하의 충성스러운 가신들이 모두 출정 준비를 마쳤사옵니다.”
그의 가신 가토 기요마사가 무장을 한 채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출정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고했다.
“하하하. 우리 군의 위세가 대단하구나! 20만 대군이라 단숨에 조선 땅을 피바다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 아니한가! 도쿠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바라보았다.
“그…. 그러하옵니다. 태합 전하! 전하의 충성스러운 군대가 조선 땅을 넘어 중원을 태합 전하께 바칠 것이옵니다!”
도쿠가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눈치를 살피며 그의 심기를 가능한 한 거슬리게 하지 않으려 했다.
“하하하! 도쿠가와 그대가 이 영광스러운 출정식에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나. 그대의 군대도 조선 땅으로 향해 공을 세워야 할 것인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군대도 원정군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으나, 그의 손을 떠난 군대가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니 국내에서 이를 감시하자는 가신들의 말을 듣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군대를 원정군에 합류시키지 않았다.
“소신도 이 영광스러운 전쟁에 참전해 공을 세우고 싶사옵니다. 지금이라도 명을 내려주시면 선봉에 서 조선왕의 목을 태합 전하께 바칠 것이옵니다.”
‘어리석은 자 같으니라고. 네놈의 운명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주제 파악도 못 하고 망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속으로 마음껏 비웃고 있었으나, 이를 감추고 실실거리며 그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그래! 아마도 아쉬울 것이다. 허나 너무 심려치 말거라.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니….”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가 동원한 엄청난 군대의 위력 앞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딴마음을 품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마침내 출정식이 열렸다.
웅장한 북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제단에 올라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신성한 백마의 피를 마셨다.
“와! 태합 전하 만세!”
그러자 도열해 있는 20만 대군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충성스러운 나의 군대여! 지금 당장 조선 땅으로 향하거라!”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마침내 정식으로 출정을 명했다.
“와아아아아!”
그러자 나고야 성에 모인 20만 대군이 다시 커다란 함성을 질렀고, 가토 기요마사, 와키자카 야스하루 등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들도 호탕하게 웃으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고니시 유키나가의 표정은 어두웠다.
“고니시. 내가 너에게 선봉을 맡길 것이니, 당장 부산포를 점령한 후 도성으로 향해 조선왕의 목을 베거라!”
“태합 전하! 선봉의 영광을 소신께 주시니…. 소신! 반드시 조선왕의 목을 태합 전하께 바칠 것이옵니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끝까지 대한제국과의 전쟁을 반대하기는 했으나, 그처럼 영민한 장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선봉을 맡겼다.
그는 고니시가 자신을 배신하고 도쿠가와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원수지간인 가토 기요마사는 내심 자신이 선봉에 설 것이라 기대를 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여전히 고니시를 신뢰하는 것을 보고 큰 실망을 했으나 이를 내색하지는 못했다.
출정명령이 내려지자, 도열해 있던 각 병력은 긴 줄을 지어 정박해 있던 왜국의 주력 함선 세키부네와 아다케에 올라탔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스페인에게서도 갈레온선을 구입하려 했으나, 대한제국이 필리핀을 기습 공격하는 바람에 갈레온선을 결국 구입하지 못했고, 그들의 주력 전투함인 세키부네와 아다케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도요토미는 군을 총 5개의 군으로 나누었다.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선봉을 주어 부산포에 상륙한 후 곧바로 북진하여 대한제국의 황성을 단숨에 점령할 것을 명했고, 가토 기요마사에게는 2군을 지휘하도록 하여 김해 인근에 상륙하도록 북진하도록 했고, 제3군은 와키자카 야스하루에게 주어 전라도 인근에 상륙해 황도로 진격해 고니시 유키나가와 합류하여 황성을 함락하라 명했다.
그리고 제4군은 모리 요시나리에게 그리고 제5군은 후쿠시마 마라노리에게 맡겨 후발대로 강화도에 상륙해 강화도를 점령한 후 동진하여 황성으로 향하라 했다.
가장 먼저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함대가 닻을 올리고 나고야 항을 떠났다.
갑주를 갖추어 입은 고니시 유키나가는 갑판에 올라 점점 멀어지는 나고야항을 바라보았다.
“흐음. 드디어 전쟁이로구나! 태합 전하께서 결국….”
고니시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통일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 주군으로 섬겨왔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다시 한번 설득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장수가 섬겨왔던 주군을 배신하는 것은 가슴이 쓰린 것이었다.
그의 마음은 복잡 미묘했다.
“제기랄! 태합 전하께서 겁쟁이 고니시에게 선봉을 맡기다니….”
선봉을 빼앗긴 가토 기요마사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가토 기요마사에게 고니시 유키나가는 사무라이가 아닌 나약한 상인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고니시 님은 조선을 이길 수 없다며 끝까지 전쟁을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가토 기요마사의 부장이 그의 실망스러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그를 위로하듯 고니시 유키나가를 욕했다.
“그래! 고니시는 사무라이가 아니거늘…. 그 녀석의 겁을 잔뜩 먹은 표정을 보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찌 태합 전하는 그런 녀석에서 선봉을 주는 것인지….”
가토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주군! 심려치, 마시옵소서. 저희가 먼저 조선의 도성을 치면 되는 것이옵니다. 겁쟁이 고니시 님께서는 결코 도성을 칠 수 없을 것이옵니다.”
“하하하. 그래. 그놈이 전쟁을 알기나 하겠느냐. 우리 군이 가장 먼저 조선의 도성 땅을 밟을 것이다. 어서 속도를 내거라!”
“존명!”
가토 기요마사는 공을 세우고 싶은 욕심에 함대에게 속도를 내라 명했고, 그의 함대는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이동했다.
왜군은 빠르게 물살을 타고 서쪽으로 이동하여 쓰시마에 잠시 정박한 후 부산포를 비롯한 대한제국의 남쪽에 상륙하고자 했으나, 그들은 이미 대한제국의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함대가 이미 출항하여 왜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
대한제국 함대가 어느덧 나고야만 인근 먼바다에 나타났다.
“흐음. 왜군이 나타날지 모른다. 전군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어라!”
이순신 제독이 갑판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