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48화 (148/202)

148화. 출병식 (1)

산티아고 요새가 대한제국군의 수중에 떨어지자, 호세 로페스 총독은 필리핀 곳곳에 흩어진 스페인군을 모아 대한제국군을 공격하였으나, 그들은 또다시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고, 결국 호세 로페스 총독은 살아남은 스페인군과 함께 본국으로 도주했다.

스페인의 아시아 무역의 거점인 필리핀마저 차지한 대한제국은 이제 신대륙과 필리핀을 오가는 항로를 얻게 되어 보다 많은 교역을 통해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럴 뿐만 아니라, 왜와 동맹을 맺고 대한제국의 배후를 노릴 수 있는 필리핀의 스페인군을 섬멸하여 배후에 대한 걱정 없이 왜군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필리핀마저 잃게 된 스페인은 이제 동방 항로의 거점마저 잃어 아시아와의 교역마저 차단돼 더욱 난처한 지경이 되었다.

***

부산포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갈레온선과 판옥선들이 길게 줄을 지어 부두에 정박해 있고, 중무장을 한 갑사들이 길게 줄을 지어 함선을 오가고 있었으며, 일꾼들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함선에 군수물자를 싣고 있었다.

부산포에는 대한제국의 함선뿐만이 아니라, 저 멀리 중원에서 온 함선, 그리고 남명국에서 보낸 함선들도 정박해 있었으며, 마카오에서 온 갈레온선 20척도 포르투갈 왕실을 상징하는 깃발을 달고 정박해 있었다.

오만방자한 왜를 치기 위해 대한제국은 제국의 본토에 있는 병력 30만을 동원했으며, 대한제국이 지배하는 중원에서 20만, 그리고 대한제국의 제후국인 남명에게 병력을 요청해 5만 명의 병력을 지원받고, 누르하치도 5만의 정예 기마병을 이끌고 직접 부산포에 왔다.

자국의 사제들이 왜군에 살해당해 절치부심 복수할 기회를 보고 있던 포르투갈도 마카오에 주둔 중인 갈레온선 20척을 보냈다.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국적군이 왜를 치기 위해 부산포에 모여드니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었다.

중원에서 파병되어 온 한족 병력을 지휘할 장수는 진린과 등자룡이었다.

진린은 광동성 출신으로 명나라 중원을 지배하던 시절 수군을 이끌고 해적을 소탕하는 등 수군 지휘 경험이 풍부해 이균은 진린에게 중원에서 파병된 병력을 지휘하도록 했다.

등자룡은 강서성 출신으로 누가 보아도 호탕한 장수의 풍모를 가지고 있었다.

키가 무척이나 크고 체구가 건장했으나, 커다란 체구에 비해 몸이 날래고 민첩하여 젊은 무장 시절부터 변방 오랑캐의 반란을 진압하는 작전에 투입되어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명이 대한제국에 의해 멸망한 후 모든 관직을 버리고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산으로 들어가 은거하였으나, 명나라 출신의 능력 있는 관료와 장수를 차별 없이 적극 등용하라는 황명에 따라 복직하라는 명이 내려졌다.

등자룡은 한 몸으로 두 나라를 섬길 수 없다며 복직을 한사코 거부하였으나 왜국과의 전쟁을 앞두고 등자룡의 뛰어난 무장으로서의 능력을 안타까워한 진린의 설득으로 다시 복직해 병력을 이끌고 부산포로 오게 된 것이다.

“흐음. 등 장군. 대명국의 장수로 있다가 대한제국의 장수가 되어 이렇게 참전하게 되니 복잡한 감정이 드는구려!”

명나라 황제를 평생 섬겨오다가, 대한제국 황제를 위해 전장에 나선 진린은 아무래도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드는 듯했다.

“저도 그렇군요. 이렇게 대한제국 황제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등자룡도 마음이 심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명나라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다짐했던 그가 명을 멸망시킨 대한제국의 장수가 되어 출정을 앞두고 있으니 자신의 운명이 기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대한제국의 군세를 이렇게 직접 보니 명나라가 망할 만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제국의 위세가 대단하구려. 왜국이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지 않소. 이런 군세를 가진 대한제국을 치겠다니….”

진린도 부산포에 모인 제국의 군대와 함선을 보며 대한제국의 어마어마한 위세에 혀를 내둘렀다.

그도 오랫동안 장수 생활을 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대군과 함선이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왜국이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왜국의 그 태합이라는 자가 자신의 명을 스스로 재촉하는 꼴이지요.”

등자룡도 왜국이 무모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라 여겼다.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왜국은 애초에 대한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등 장군! 마음은 복잡 미묘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제 우리는 새로운 황제 폐하를 모시고 있지 않소.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왜군은 섬멸해야 할 것이오. 큰 공을 세워 우리 한족의 기세를 황제 폐하께 알립시다.”

“알겠습니다. 장군. 우리 한족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황제 폐하께 보여드릴 것입니다.”

등자룡은 어찌 되었건 이균을 새로운 주군으로 섬기기로 했으니,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고, 황제를 위해 큰 공을 세울 것을 다짐했다.

해군을 책임지고 있는 이순신과 육군을 책임지고 있는 신립도 부산포 곳곳을 돌아보며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제독님! 이제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신립이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이순신과 신립은 이미 전쟁 영웅이 되어 있었다.

대한제국 백성들은 그들을 전쟁의 신으로 여기고 있었고, 그들의 인기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들의 전쟁 무용담을 소재로 한 서책들이 쏟아져 나와 불티나게 팔렸으며, 웅장한 무용담을 담은 연극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대한제국의 두 전쟁 영웅 이순신과 신립이 왜국을 치기 위해 나섰기에 백성들은 대한제국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흐음. 그렇습니다. 함선들도 모두 출항 준비를 마쳤고, 신 장군께서 이끄는 육군 병력도 모두 준비를 마치지 않았습니까?”

이순신이 미소를 지으며 신립을 바라보았다.

“흐음. 저 배가 귀선이구려! 함선이 특이하고 무섭게 생겼구려. 왜군이 보면 기겁을 하겠습니다.”

거북선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기에 기존의 함선과 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거북선을 신립은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귀선은 돌격선인데, 귀선이 돌격하여 왜군 함대의 진영을 흩어놓으면 큰 혼란을 느낄 것입니다.”

“흐음. 아주 훌륭한 함선이구려. 갑판을 저리 막아놓고 뾰족한 쇳조각을 달아 놓았으니 왜군이 배에 오를 수도 없을 것이고, 사방에 함포를 배치해 놓았으니 왜군의 진영에 돌격해 사방에서 함포를 쏘면 왜군이 큰 혼란을 느끼겠군요.”

신립은 이순신의 설명을 듣고 거북선이 큰 활약을 할 것이라 여겼다.

“그렇습니다. 귀선만 한 돌격선이 없을 것입니다.”

이미 포르투갈 해방 전쟁에서 거북선의 활약을 직접 경험한 이순신은 왜국과의 전쟁에서도 거북선이 큰 활약을 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해전에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것입니다. 이 제독만 믿겠소이다.”

신립도 섬나라 일본과의 전쟁이기에 해전에서 승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해전의 신 이순신이 있기에 그는 든든한 마음이었다.

“하하. 물론 해전이 전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결국 육군이 상륙해야 오만방자한 풍신수길의 목을 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 장군이 이끄는 육군이 큰 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이순신이 빙그레 웃으며 신립을 바라보았다.

부산포에는 속속 광대한 대한제국 곳곳에 있던 병력이 집결했고, 거대한 군사기지가 되어 왜와의 일전을 준비했다.

“군세가 대단하구만 그래!”

“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많은 군대는 본 적이 없구먼”

부산포의 백성들은 엄청나게 모인 군대의 위세를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군대를 보지 못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왜놈들이 감히 우리 대한제국을 공격한다고 하니, 황제 폐하께서 그놈들을 응징할 만도 하지!”

“그러게, 말일세. 왜놈들이 미쳤구만. 작은 섬나라 주제에 감히….”

백성들은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왜국이 감히 대한제국을 치려 한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하며, 황제께서 군사를 일으켜 당연히 왜국을 응징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리고 약 일주일 후 대한제국의 황제 이균이 직접 부산포에 내려왔다.

“황제 폐하 만세!”

“대한제국 만세!”

이균이 황실 경호부대의 경호를 받으며 백마를 타고 모습을 보이자 도열해 있던 수십만의 대한제국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황제를 맞이했다.

병사들은 황제를 연호하며 거대한 깃발을 펄럭였고, 그 환호성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균은 60만 대군이 대형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60만 대군은 흩어짐 없이 절도 있게 대형을 갖추고 있었으며, 모두 강도 높은 훈련을 해서인지 검게 그을려 있었으며 모두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같이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찾을 수 없었으며, 당장이라도 전장에 나아가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늠름한 제국의 전사들을 일일이 격려한 이균은 곧 군 수뇌부들을 만났다.

이순신, 신립뿐만 아니라 진린, 등자룡, 누르하치 등 이민족을 대표하는 군 수뇌부들이 모두 모였다.

“흐음. 우리 군의 기세가 대단하구려! 그래 이제 출정 준비를 모두 마친 것이오?”

이균이 이번 원정을 책임지고 있는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그러하옵니다. 모든 준비를 마쳤나이다. 폐하의 명령이 있으면, 우리 용맹스러운 군사들이 앞으로 나아가 왜국을 정벌할 것이옵니다.”

이순신이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균은 전쟁 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이순신의 말을 듣고 있으니 절로 안심이 되었다.

조선을 정벌하고 중원을 치겠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욕으로 조선 땅은 7년 동안 전란에 휩싸여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비극은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균은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감히 대한제국을 넘보는 왜국을 용서하지 않고 응징하기로 결심했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대군이 이균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흐음. 이 제독의 말을 들으니 뿌듯하구려! 이 제독이 직접 전장에 나선다고요?”

“그러하옵니다. 소장이 직접 전장에 나아가 오만무례한 왜국의 태합이라는 자의 목을 칠 것이옵니다.”

이순신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바다의 신 이 제독이 직접 전장에 나선다고 하니, 짐은 걱정할 것이 없겠구려!”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순신 제독께서 왜군의 함선을 모두 수장시킬 것이옵니다.”

이균이 호탕하게 웃자, 장수들은 모두 이순신이 왜국의 함선을 수장시킬 것이라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신립 장군도 상륙 준비를 모두 마쳤소?”

“그러하옵니다. 이 제독께서 왜군의 함대를 섬멸하면 이 제독과 함께 상륙해 왜군을 도륙할 것이옵니다.”

북방의 맹장답게 신립이 호탕한 목소리로 왜군을 모두 도륙하겠다고 말하자, 이균이 또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해전의 신 이순신과 북방의 맹장 신립이 있으니 이균은 그 어떤 적과 대적해도 두려운 것이 없었다.

“내 그대들에게 전권을 줄 것이니, 왜군을 모두 섬멸하여 제국의 기상을 높이도록 하시오.”

이균이 자리에서 내려와 내관에게서 상방검을 건네받은 후 이순신과 신립에게 하사했다.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소장! 신명을 다하여 왜군을 섬멸하겠나이다!”

이균이 직접 상방검을 하사하자, 이순신과 신립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상방검을 받아 들었다.

이균과 군부 수뇌부들은 밤이 늦도록 왜군을 치기 위한 전략을 검토하였고, 이균은 각 장수들에게 직접 술을 하사하며 그들을 격려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