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41화 (141/202)

141화. 혼인 동맹 (3)

“폐하! 좌의정이나 병조판서 대감의 말씀처럼 영기리와 혼인 동맹을 맺게 되면 서반아를 더 압박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사옵니다. 수락하셔도 되지 않을까 생각되옵니다.”

이균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대신들은 거듭 영국과 혼인 동맹을 맺는 것이 나쁘지 아니하니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공주를 떠내 보내야 하는 황후의 마음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신들의 말처럼 영국과 혼인 동맹을 맺으면 이미 굳건한 동맹 관계에 있는 포르투갈과 함께 삼각 동맹 관계를 맺어 스페인을 압박할 수 있기에, 이보다 좋은 것이 없었다.

이균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흐음. 그렇게 하겠소이다. 오늘부로 대한제국 황실과 영국 왕실은 굳건한 관계가 되어 서로를 도울 것이오.”

이균이 미소를 지으며 레스터 백작을 바라보았다.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저희 여왕께서 이 소식을 들으면 누구보다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이제부터 영국과 대한제국은 함께 번영의 길을 가게 될 것이옵니다.”

황제가 드디어 마음을 정하자 레스터 백작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아졌다.

런던을 출발하기 전 엘리자베스 1세는 그를 독대하며 반드시 대한제국과 혼인 동맹을 맺어야 한다며 그를 압박했다.

그러하기에 그는 대한제국으로 오는 내내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흔쾌히 대한제국의 황제가 그의 제안을 수락하니, 이제야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영국은 동방의 대제국 대한제국과 동맹을 맺어 견원지간이나 다를 것이 없는 스페인을 압박할 수 있게 되었다.

***

교태전

“황후. 공주를 떠나보내야 하니 마음이 아프지요?”

이균은 셋째 경혜 공주를 영국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황후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교태전을 찾았다.

이균은 마음이 여린 황후가 이번 일로 마음고생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어 황후를 위로하고자 교태전을 찾았다.

“폐하! 심려치 마시옵소서. 공주를 이역만리 먼 곳으로 떠나보내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라를 위한 것인데 어찌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황후는 사랑스러운 셋째 공주를 영국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었다.

더욱이 영국은 험한 뱃길로 떠나야 하기에, 공주가 제대로 영국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또 영국으로 떠나게 되면 다시는 공주를 보지 못할 것이기에 어미의 마음은 더욱 아련하기만 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공주로 태어난 운명이기에 혼인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황후는 쓸쓸함을 뒤로 하고 공주를 영국으로 보내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허허! 어찌 황후의 마음을 모르겠소. 공주가 영기리로 떠나면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거늘…….”

이균은 애써 쓸쓸함을 감추려 하는 황후가 더 안타까웠다.

황후가 누구보다도 셋째 공주를 귀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균은 황후가 지금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었다.

“폐하! 심려치 마시옵소서. 그것이 다 황실 가족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 아니겠습니까? 공주도 충분히 이해할 것입니다.”

이균은 황후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이 밀려왔다.

그런 황후의 마음씨를 보고 황후를 짝으로 선택한 것이었지만, 생각할수록 그녀와 혼인을 잘했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흐음. 황후께서 이렇게 이해해주니 고맙구려!”

이균은 자기 뜻을 따라주는 황후가 고마워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폐하! 공주가 좋은 곳으로 시집을 가는 것인데 어찌 슬퍼하겠습니까. 경사이옵니다. 다만 사위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그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황후는 애써 태연하려 노력했다.

허나 황후의 마음을 아는 이균은 교태전에 머무르며 슬픔에 잠긴 황후를 꽤 오랫동안 위로했다.

***

대한제국과의 동맹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나 레스터 백작은 곧바로 떠나지 않고 꽤 오랫동안 제국에 머물렀다.

그는 제국의 주요 대신들을 만나고, 또 군부 인사들을 만나며 제국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폈다.

‘대한제국이 큰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강성할 줄이야.’

대한제국을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제국의 위상은 놀라워 보였다.

중원뿐만 아니라 하와이, 스페인의 식민지까지 확보한 대한제국은 도자기, 비단, 홍차 등을 수출할 뿐만 아니라, 하와이, 식민지, 유구국 등에 대규모 사탕수수, 커피 등 작물을 기르는 대규모 농장을 건설해 이들 작물을 유럽에 수출해 엄청난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교역으로 인한 이득의 상당 부분이 황실에 흘러들어왔고, 대한제국 황실은 가장 부강한 황실이 되어 있었다.

제국의 1년 예산이 전 유럽을 합친 예산의 몇 배가 훨씬 넘는 것을 본 레스터 백작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방의 작은 나라가 어찌 이렇게 단기간에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인지?’

레스터 백작은 단기간에 강국이 된 대한제국을 보고 자신의 고국 영국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여겼다.

동북아의 끝자락에 있는 자그마한 대한제국이 문호를 활짝 열고 하이테크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청화백자를 만들어 팔며 단기간에 국력을 급신장시킨 후 이에 만족하지 않고 중원의 지배자 명나라, 유럽의 패권 국가 스페인을 차례차례 굴복시키며 대제국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왜가 감히 그러한 대제국을 치겠다고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영국도 지리적으로 유럽 본토에 떨어져 있는 작은 섬나라에 불과했다.

유럽의 열강이라 할 수 있는 스페인, 프랑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이 약했다.

그러한 점이 그는 대한제국의 상황과 비슷하다 여겼다.

영국이 비록 작은 섬나라이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바다로 나아가면 영국도 대한제국 못지않은 대제국이 될 수 있다고 여겼다.

사실 엘리자베스 1세는 여자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영웅호걸 못지않게 스페인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바다로 나아가 대영제국의 기초를 닦아 놓고 있었다.

레스터 백작은 엘리자베스 1세가 대국으로 가는 길을 잘 닦아 놓고는 있으나 더욱 큰 제국이 되기 위해서는 대한제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약 5개월 정도 대한제국의 황도에서 머무르던 레스터 백작 로버트 더들리 경이 마침내 영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리고 황후가 아끼는 셋째 공주도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1세와 혼인을 하기 위해 마차에 올라타려 했다.

“부디 몸 챙기고 안전하게 잘 도착하거라!”

황후는 다시는 공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울먹이며 공주의 손을 꼭 잡았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소녀 무사히 잘 도착할 것입니다. 소녀 한 왕국의 국왕과 혼례를 치르러 가는 것이니 경사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자애로운 황후의 따스한 마음을 그대로 닮은 셋째 공주는 울먹이는 황후를 오히려 위로하였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균도 안쓰러움과 미안함에 황후와 셋째 공주의 얼굴을 차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공주. 부디 몸조심하고, 영기리에 도착하거든 꼭 서신을 보내도록 하거라!”

황후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내관들과 궁녀들도 모녀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알겠습니다. 어머님! 소녀. 영기리에 도착하면 꼭 편지를 전할 것이니, 심려치 마시고 어서 들어가시옵소서.”

황후가 눈물을 보이자, 힘겹게 눈물을 참고 있던 공주의 눈에도 결국 눈물이 흘렀고, 이균도 결국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공주야!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그것이 효도하는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균은 눈물을 훌쩍이며 공주의 손을 잡았다.

“아바마마!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소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잘 살 것입니다.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눈물을 왜 보이십니까. 눈물을 거두소서!”

경혜 공주는 눈물을 훌쩍이는 이균마저 위로하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이려 했으나, 그 웃음이 황후의 감정을 더욱 복받치게 했는지, 황후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나왔다.

“어마마마. 눈물을 거두소서. 그리 서글프게 우시면 소녀 길을 떠날 수 없사옵니다.”

공주가 하염없이 흐느껴 우는 황후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부디 거두시라 말하자, 황후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래! 공주. 이제 이 어미는 울지 않을 것이다. 혹여나 영기리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꼭 보내 달라 서신을 하거라. 이제 어서 떠나거라.”

“소녀. 이만 떠나겠습니다.”

경혜 공주는 마지막으로 이균과 황후를 향해 큰절을 올린 후 이균과 황후의 손을 번갈아 꼭 잡은 후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공주를 태운 마차는 마부의 커다란 채찍질 소리와 함께 움직였고, 공주는 마차의 창을 열고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고, 황후는 거두었던 눈물을 다시 흘리며 손짓을 했고, 이를 지켜보는 궁녀와 내관들도 함께 대성통곡을 하여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모녀의 이별이 참으로 가슴 아프구나.’

이를 지켜보고 있는 레스터 백작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도 조만간 그의 여식을 대한제국에 보내야 하기에 대한제국 황후와 공주의 가슴 아픈 이별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결국, 공주를 태운 마차는 황실 기마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서히 사라져갔고, 황후는 마차가 사라질 때까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을 흔들며 떠나는 공주를 아쉬워했다.

***

동래 앞바다

달이 없는 칠흑 같은 어두운 밤 동래 앞바다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함선 수십 척이 나타났다.

“주군. 드디어 동래 앞바다에 당도했습니다.”

함선은 왜선의 모양을 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모습은 정규군의 모습이 아닌 왜구의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흐음. 드디어 조선 앞바다에 당도했구나. 적선의 움직임은 없느냐?”

왜구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대장선 갑판에 올라 비장한 표정으로 동래 앞바다를 살펴보았다.

“탐망선을 보내 살펴보았으나,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듯하옵니다. 적선의 움직임은 전혀 살필 수 없었습니다.”

“하하하. 조선 수군이 방심하고 잠을 쳐 자고 있다 이 말이구나. 이 와키자카 야스하루님이 온 지도 모르고 잠을 쳐 자고 있으니……. 오늘이 네놈들 제삿날인 줄 알아라.”

왜구의 수장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충복 와키자카 야스하루였다.

본격적으로 대한제국과 전쟁을 하기 전에, 대한제국군의 전력이 얼마나 강한지 확인해보라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에 따라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노략질을 하러 온 왜구처럼 왜구의 복장을 하고 동래 앞바다에 나타났다.

그는 대한제국군 수영이 있는 동래 앞바다를 기습 공격해 대한제국 해군의 전력을 살피고자 한 것이다.

“전원 전투준비 태세를 하라! 조선 놈들을 마음껏 죽여라!”

“존명!”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명령에 따라 약 50여 척의 왜선은 빠른 속도로 동래 앞바다를 향해 갔고, 왜구의 복장을 왜구는 전원 전투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퍼퍼퍼 펑-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포탄이 날아와 왜선을 때렸다.

“으……. 으악!”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와 함께 포탄이 날아오자, 함선에 타고 있던 왜군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떨어지고, 포탄에 맞은 왜선 여러 척이 심한 손상을 입고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도대체 어디서 포가 날아오는 것이냐?”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당황한 모습으로 고함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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