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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36화 (136/202)

136화. 허균, 신대륙을 찾아! (3)

이항복에게서 허균이 자신을 독대하고자 하는 이유를 듣지 못한 이균은 허균이 갑자기 탐험을 떠나겠다고 하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하옵니다. 소신은 신대륙을 발견하고 싶사옵니다.”

황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음에도, 허균은 당황하지 않고 신대륙을 찾아 탐험을 떠나고 싶다는 그의 뜻을 차분히 말했다.

“신대륙이라? 더 발견할 땅이 있겠는가?”

이균은 당연히 더 발견할 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전혀 모르는 척하며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 땅덩어리가 있을 것이옵니다.”

“하하하. 아주 확신을 하는구나. 또 다른 신대륙이 있다고 확신을 하는 이유가 있느냐?”

허균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신대륙이 있을 것이라 말하자, 이균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우리가 아는 땅덩어리는 다 북반구에 몰려 있지 않습니까? 북쪽에만 대륙이 있다면 지구의 균형이 잡힐 수 없을 것이니, 분명 남쪽에도 북쪽의 대륙과 같은 큰 땅덩어리가 있을 것이옵니다.”

허균이 열정을 토해내며 남반구에 대륙이 있을 것이라 믿는 이유를 설명했다.

‘큭큭. 황당하기는 하지만, 잘하면 허균이 호주를 발견할 수도 있겠구나.’

이균은 남반구에 신대륙이 있을 것이라는 허균의 논리가 황당해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으나 이를 꾹 참았다.

지금의 과학 지식으로는 황당한 이론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조선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신선하고 획기적인 이론이라 볼 수 있었다.

허균의 이론이 황당하건 뭐건 간에 그의 생각대로 지구의 남쪽을 탐험한다면 호주를 발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 듣고 있으니 아주 참신한 생각이로구나! 그대의 이론이 사실이라면 남쪽으로 배를 타고 가다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대륙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로구나!”

“그러하옵니다. 폐하! 분명 아주 커다란 대륙이 있을 것이옵니다.”

황제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고 관심을 보이자, 허균은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이균을 바라보았다.

“흐음. 그런데 굳이 그대가 탐험을 나설 이유가 있느냐? 바다로 나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거늘…….”

“폐하! 소신의 어릴 적 꿈이옵니다. 직접 탐험선단을 이끌고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대륙을 맨 처음 발견해 폐하께 바치고 싶사옵니다.”

허균이 부디 탐험을 떠나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이균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꿈이라! 흐음.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지……. 그래서 짐보고 탐험을 지원해달라는 것이냐?”

이균이 자애로운 눈빛으로 허균을 바라보았다.

“그……. 그러하옵니다. 폐하! 황실에서 지원을 해주신다면 반드시 신대륙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균이 다시 시원한 아이스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신 후 허균을 바라보았다.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그대의 꿈이 그렇게 간절하다 하니 지원을 해줄 것이다.”

“황……. 황제 폐하!”

마침내 황제께서 탐험을 허락하자, 허균은 감동을 하였다.

어릴 적부터 꿔온 꿈을 이룰 수 있게 되니 이보다 기쁜 일이 없었다.

“흐음. 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 줄 것이니 한번 신대륙을 발견해 보도록 하거라!”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소신 반드시 폐하께 신대륙을 바칠 것이옵니다.”

“이보게 다 내 덕인 줄 알게.”

이항복이 싱글벙글 웃으며 허균을 바라보았다.

“소신이 어찌 대감의 은혜를 모르겠사옵니까?”

허균이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허허. 황제 폐하께서 그렇게 쉽게 허락을 하실 줄은 몰랐는데……. 참 알 수가 없구만.”

허균이 계속 이균을 독대하고 싶다고 하여 황제와의 만남을 주선하기는 했지만, 황제께서 허균의 청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황제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허균의 탐험에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하셨으니, 이항복은 어리둥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자네도 이해가 안 되는구먼. 편하게 지낼 길이 있는데 사서 고생을 하니…….”

이항복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바다로 스스로 나가겠다는 허균 또한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허균이 그리 좋아하니, 그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 자네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니, 술이나 한잔 사게.”

“그리합지요.”

이항복과 허균은 황제의 허락을 자축하며 그날 밤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

황제가 허균의 탐험에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허균은 본격적으로 탐험을 떠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는 해군의 협조를 받아 탐험을 떠날 해군과 지원병을 모집했고, 그도 해군에 들어가 항해술과 병법을 배웠다.

항해술을 배운 그는 해군 함선을 빌려 유구국 등을 오가며 직접 배를 몰아보기도 했다.

황실은 탐험에 떠날 약 20여 척의 갈레온 선과 필요한 자금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고 부산포에 거대한 갈레온 선 20척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고, 허균과 탐험을 함께 떠날 선원들이 배에 올라타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흐음. 드디어 떠나게 되는구나!”

허균은 대장선 갑판에 올라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고 거세지 않은 바람이 불어와 먼바다로 떠나기에 적격인 날씨였다.

“이제 출항 준비가 모두 끝난 것 같사옵니다.”

허균과 함께할 부제독 윤정수 중좌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해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항해술이 뛰어나며 유구국 원정에 참전했었고, 이순신이 탐험을 떠나는 허균을 돕도록 추천한 인물로 먼바다를 떠난 적이 없는 허균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흐음.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는구려. 윤 중좌님이 많이 도와주어야 할 것이오.”

“제가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이미 제독님은 항해술과 병법을 해군 지휘관 못지않게 익히셨습니다.”

“허허. 아무리 그래도 직접 먼바다를 나가 목숨을 건 항해를 한 윤 중좌님만 하겠습니까.”

허균이 웃으며 윤정수 중좌를 바라보았다.

“흐음. 제독님. 남쪽으로 향하면 정말 대륙이 있겠습니까?”

“분명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아주 거대한 대륙이 있을 것입니다.”

허균은 여전히 지구 남쪽에 커다란 대륙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정말 그러한 대륙이 있다면 대단한 일일 것이옵니다.”

윤정수 중좌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고 말고요. 우리가 그 대륙을 발견한다면 콜럼버스 못지않은 영웅이 될 것이오.”

허균은 여전히 신대륙이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출항합시다. 미지의 대륙을 향하여!”

허균이 마침내 출항할 것을 명하자 마침내 갈레온선 선단이 닻을 올리고 커다란 삼각돛과 사각 돛을 펼치고 남태평양을 향해 나아갔다.

선단이 출항하자, 이를 배웅하는 탐험대의 가족들과 백성들은 손을 흔들며 그들이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배에 올라탄 선원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그들은 누구보다 바다가 무섭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스한 어머니의 품처럼 한없이 평화롭고 잔잔하다가도 순식간에 돌변해 커다란 파도와 비바람으로 함선을 집어삼키는 것이 바다였다.

게다가 이번 항해는 개척된 기존의 항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항로를 개척해야 하기에 그 위험은 훨씬 클 수밖에 없어 살아 돌아오기가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허균은 달랐다.

먼바다를 나가본 적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신대륙을 향한 탐험이 설레서인지 비장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

요란한 꽹과리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제국의 황실을 상징하는 독수리 문양의 깃발이 펄럭이고, 수백 명의 몰이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동물들을 몰고 있었다.

이균은 황태자를 비롯한 황자들을 이끌고 오래간만에 사냥을 나왔다.

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균은 백마를 몰았고, 황태자와 황자들은 이균의 뒤를 따랐다.

도승지 이항복, 좌의정 율곡, 병조판서 류성룡 등 이균의 최측근도 함께했다.

오래간만에 황궁에서 벗어나 상쾌한 공기를 맞으며 말을 달리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하늘을 날 것 같았다.

“흐음. 고라니 한 녀석이 궁지에 몰렸구나. 활을 쏘아 보거라!”

몰이꾼들에 의해 마침 고라나 한 마리가 쫓기자 이균이 미소를 지으며 황태자에게 활을 쏘아보라 했다.

“알겠사옵니다. 폐하!”

활을 직접 쏘아보라는 이균의 말을 들은 황태자는 주저함이 없이 활시위를 당겼고, 시위를 떠난 활은 곧바로 두려움이 가득한 고라니를 향해 날아가 그대로 심장을 명중시켰고, 고라니는 신음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푹 쓰러져 버렸다.

“와아아아!”

고라니가 쓰러지자 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폐하! 황태자 마마께서는 신궁이옵니다. 신궁!”

황태자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쏜 활이 그대로 고라니의 심장을 명중시키자, 율곡이 감탄하며 말했다.

“하하하. 활 솜씨가 많이 늘었구나!”

이균이 흡족한 표정으로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과찬이시옵니다.”

이균이 칭찬하자, 황태자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폐하! 태조 대왕께서 재림하신 것 같사옵니다. 어찌 저렇게 활 솜씨가 좋으신지…….”

도승지 이항복이 마치 신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태조 이성계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며 아부를 떨었다.

이항복이 듣기 좋으라고 아부를 떠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균은 그것이 싫지 않았다.

어느덧 장성한 황태자는 이성계의 피가 흘러서인지 기골이 장대하고 무예 실력이 출중했다.

그중에 활 솜씨는 신궁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이성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신궁으로 이름을 날렸다.

무예만 출중한 것이 아니라, 학문도 뛰어나 서학에 능통했고,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중국어, 영어 등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았다.

“무예뿐만 아니라, 학문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느니라! 드넓은 제국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많은 법이다.”

이균이 미소를 지으며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명심하겠나이다!”

“폐하! 황태자 마마께서는 이미 학문이 출중하시옵니다. 스승인 마테오리치 신부께서도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하실 정도이옵니다.”

좌의정 류성룡이 말했다.

이균은 국립대학 총장인 마테오리치에게 황태자 교육을 맡겼고, 그는 어릴 적부터 황태자에게 그가 아는 모든 지식을 전수했다.

마테오리치도 황태자의 영민함에 감복할 때가 많았다.

“하하하. 그래도 영민함이 좌의정만 하겠소. 좌의정도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오.”

“폐하! 이미 황태자 마마의 영민함은 소신을 뛰어넘었사옵니다.”

“이 사람들이 듣고 좋은 말만 하는구려. 너무 그렇게 황태자를 칭찬하면 자만하게 되는 것이오. 황태자! 결코, 자만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사옵니다.”

“자. 다시 사냥을 시작해보자꾸나. 자 이번에는 황자들이 활을 쏘아 보도록 해라!”

황태자의 뛰어난 활 솜씨에 기분이 좋은 이균은 다시 사냥을 시작했고, 몰이꾼들은 다시 꽹과리를 울리며 숲속의 동물들을 몰았다.

몰이꾼들에 몰려 이번에는 까투리 한 마리가 날아오르자, 이균은 직접 활을 뽑아 순식간에 활시위를 당겼고 날아오르던 까투리는 활을 맞고 날개를 푸드덕거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와아아아아!”

“폐하! 명중이옵니다.”

오래간만에 사냥을 나섰지만, 이균의 활 솜씨는 죽지 않았고, 그의 활 솜씨를 본 신하들은 감탄사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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