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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135화 (135/202)

135화. 허균, 신대륙을 찾아! (2)

“그건 그렇지. 폐하께서 법 강연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제국을 통치할 법 제도를 만들겠다고 하시던데…….”

이덕형도 술을 한잔하며 말했다.

기방에서 만난다고 이항복을 나무라긴 했지만, 도성에서 제일가는 미녀들이 옆에서 따라 주는 술을 받으니 기분이 좋긴 했다.

“그래. 수석으로 행정 고시도 합격하고 이제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자네는 무엇을 하고 싶나?”

이항복이 허균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저는 탐험을 떠나고 싶습니다.”

허균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네. 지금 뭐라 했는가? 탐험?”

이항복은 자신이 혹여나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허균을 바라보았다.

“그러하옵니다. 저는 서반아, 남만국의 탐험가들이 새로운 땅을 발견한 것처럼 미지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자유분방하고 호기심이 많은 허균은 어릴 적부터 마젤란, 콜럼버스, 바스코 다가마 등 유명한 탐험가에 관한 책을 모조리 섭렵하며 막연하게 자신도 탐험가가 되어 미지의 대륙을 발견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이는 허균뿐만 아니었다.

이균에 의해 문호가 열린 조선은 그제야 이제까지 알지 못하던 신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럽, 신대륙의 포르투갈, 스페인의 식민지 등과 교류하며 큰 부를 얻었기에, 조선의 젊은이들은 각종 탐험가들에 관한 책을 읽으며 그들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 신대륙을 발견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졌다.

그리하여 실제로 꽤 규모가 큰 상단의 지원을 받아 갈레온선을 이끌고 탐험에 나선 이들도 여럿 있었으나, 신대륙으로 가다 우연히 발견한 하와이를 빼놓고는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고, 탐험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미지의 대륙이라?”

이덕형도 놀라 허균을 바라보았다.

탐험가를 꿈꿔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허균은 행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한 수재이기에 그도 다른 관료들처럼 높은 벼슬을 얻어 가문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자신도 입신양명하려 할 것이라 여겼는데, 갑자기 탐험을 하고 싶다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하옵니다.”

허균이 술잔을 다시 비우며 빙그레 웃었다.

“미지의 대륙이라 했는데……. 이미 많은 탐험가들이 새로운 땅을 발견해 뭐 발견할 땅이 또 있겠는가?”

이항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흐흠 분명 지구 남쪽에 아주 큰 대륙이 있을 것이옵니다.”

허균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이 아주 확신을 하고 있구만. 그래. 그리 확신을 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허균이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하자, 본래 호기심이 많은 이항복이 귀를 쫑긋 세우고 허균을 바라보았다.

“도승지 영감! 지구는 둥글지 않습니까?”

“뭐. 그거야 아는 사실이고…….”

이제 대한제국 누구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아직까지 일부 골수 유생들은 다른 생각을 하는 이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대륙은 다 북쪽에 모여 있지 않습니까?”

허균이 신이 나서 설명했고, 이항복과 이덕형은 점차 그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래. 뭐 그렇긴 하지.”

“자. 그럼 그 무거운 땅덩어리가 북쪽에만 있는데, 지구가 균형을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무엇이 이상하다는 말인가?”

이항복은 허균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감! 무거운 땅덩어리가 북쪽에만 있고 그 아래쪽에 땅덩어리가 없다면 지구가 균형이 맞지 않아 기울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 지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남쪽에도 필히 거대한 대륙이 있기에 그런 것이란 말입니다.”

“아하! 이제야 이해가 가는구만! 자네 말을 듣고 보니 통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남쪽으로 가다 보면 엄청난 큰 대륙이 나올 것이나 그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남쪽으로 항해를 하다 보면 반드시 큰 엄청난 대륙이 나타날 것입니다.”

한참 떠들어 목이 타는지 허균이 술잔을 들어 벌컥벌컥 마시며 말했다.

허균의 말을 들은 이항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뭐 자네가 탐험대라도 직접 꾸려서 한번 그 상상 속의 땅을 찾아보고 싶다 그 말인가?”

이항복이 허균의 빈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그러하옵니다. 제가 직접 탐험대를 꾸려서 한번 떠나보고 싶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거대한 신대륙을 우리 제국이 발견하면 그 땅덩어리가 다 우리 제국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제국은 더욱 부강해질 것이옵니다.”

“아니 뭐 그렇긴 하지만, 실제로 그게 뭐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또 굳이 자네가 갈 필요가 있나. 우리 막강한 해군도 있는데 해군 함선이나 상선을 보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자네는 뭐 법률 정비 일도 해야 하고…….”

이항복은 허균의 아이디어는 좋으나 굳이 허균이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거대한 돛을 단 선단을 이끌고 미지의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일이…….”

허균은 갈레온 선단을 이끌고 저 푸른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상상만 해도 설레는 것 같았다.

“아니. 이 친구가 배를 안 타봐서 모르는구먼. 내가 남만국을 몇 번이나 다녀오지 않았는가. 완전 생고생이네. 풍랑을 만나 난파되어 수장된 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이 말이네. 쓸데없는 생각 말고 황성에서 편하게 지내도록 하게. 자네를 폐하도 눈여겨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생고생을 하려고 하는가?”

이항복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이미 갈레온선을 타고 포르투갈을 몇 번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이항복은 배를 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허균이 쓸데없는 망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아니옵니다. 신대륙을 발견해서 저도 영웅이 되고 싶다 이겁니다. 도승지 영감 꼭 폐하께 말씀을 해주십시오.”

그러나 신대륙을 찾아 나서겠다는 허균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는 서책을 보며 키워온 자신의 꿈을 꼭 실현시키고 싶었다.

“아니 이 사람이 농담이 아닌가 보네……. 참나…….”

“그러하옵니다. 생각 같아서는 저 혼자라도 가보고 싶은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폐하께 꼭 지원 좀 해달라고 말씀 좀 해주십시오.”

허균이 간절한 눈빛으로 이항복을 바라보았다.

그가 행정고시를 본 것은 관료로 출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 관료가 되면 황실의 지원을 받아 탐험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나. 이 사람이 고생을 사서 하겠다고 난리구만. 알겠네. 알겠어. 내 기회를 봐서 폐하께 말해보겠네. 자 오늘은 인제 그만 얘기하고 술이나 마시세. 이렇게 아름다운 기녀들을 옆에 두고 이게 무슨 짓인가. 자자 마시게.”

이항복은 허균이 계속 재촉하자 대충 알겠다고 하며 말을 끊고 허균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그들은 밤이 늦도록 술을 퍼마셨다.

***

이균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들 중 똘똘한 젊은 관료들을 모아 법 강의를 집중적으로 했다.

가장 법이론이 복잡한 민법에서부터, 형법 등 기본 이론 강의가 끝나자 똘똘한 그들은 제법 레걸 마인드로 무장이 되게 되었다.

이균은 그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법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이균은 나라의 통치 이념과 통치 체계를 담은 헌법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한제국의 제정헌법은 입헌 군주정을 근본으로 하여 제국 의회에서 법을 만들도록 했다.

제국 의회는 광활한 제국의 귀족과 평민 대표로 구성된 의회의 의원들은 법률안에 대한 표결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 의회는 법률 개정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할 뿐 별다른 권한은 없었으며 권력은 모두 황제에 집중되어 있었다.

제국 헌법을 만든 후 민법, 형법, 상법 등 법률 개정작업이 속속 진행되었다.

특히 제국이 상선을 이용해 유럽, 신대륙 등 세계 각국과 무역을 하여 해난 사고와 그로 인한 분쟁이 자주 발생하기에 해상법 제정에 큰 정성을 기울였다.

그리고 수사와 공소제기를 담당하는 검찰조직도 만들고 법률 분쟁을 판단하는 사법부도 신설했고, 검사와 판사 등 법률가는 사법고시를 통해 선발하도록 했다.

이제 대한제국은 입헌군주정을 기본으로 한 법치국가가 되어 법에 따른 통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

한성은 더욱 번잡해졌다.

자금성과 버금가는 황궁을 만들기 위한 증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웅장한 성벽과 궁궐이 자태를 뽐내며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남 개발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많은, 허허벌판이었던 강남 곳곳에 유럽풍의 건축물과 커다란 기와집 등 건물이 들어섰다.

“또 정착민을 모집한다는구먼!”

도성 곳곳에는 스페인에게서 빼앗은 신대륙 식민지로 떠날 정착민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걸려 있었고, 많은 백성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구만. 이번에도 정착민에게 정착자금과 땅을 준다는 거구만.”

제국은 스페인에게서 빼앗은 누에바 에스파냐의 식민지를 개척하기 위해 대규모로 정착민을 모집하는 공고를 올렸는데, 정착민을 많이 모으기 위해 정착금과 경작할 수 있는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흐음. 그런 조건이면 가볼 만하지 않겠는가? 신탐라도로 간 정착민들도 지금 엄청난 부자가 되어 있다고 하던데…….”

“흐음. 그건 사실일세. 우리 조카가 신탐라도에 갔는데, 초기에는 좀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아주 저택에 떵떵거리며 살고 있네.”

“그럼 나도 한번 가봐야겠구먼!”

제국의 백성들은 정착민 모집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이미 하와이로 떠난 정착민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소문이 제국 곳곳에 파다하게 퍼졌기에, 신대륙으로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할지라도 새로운 기회를 잡아 떠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제국의 백성들은 새로운 기회를 위해 스스로 신대륙으로 가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대륙의 백성들도 차별 없이 정착민으로 갈 수 있었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원의 백성들도 대거 신대륙으로 떠나는 정착민에 지원했다.

곧 수많은 갈레온선이 한반도와 중원의 항구에서 정착민을 가득 태우고 신대륙으로 향했다.

***

“흐음. 그대가 짐을 독대하고 싶다고 했느냐?”

이균이 인자한 모습으로 허균을 바라보았다.

허균은 도승지 이항복에게 줄기차게 황제를 독대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이항복은 허균의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황제를 독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허균은 특유의 천재성으로 이번 법 제정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기에 이균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그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대가 이번에 법 제정 작업에 큰 공을 세웠기에 한번 그대를 부를까 했는데, 잘되었구나. 법 제정 작업도 끝났는데, 그대가 원하는 자리라도 있는 것이냐?”

이균은 법을 만드는 작업에서 큰 공을 세운 허균이 원하는 자리를 주고 싶은 심산이었다.

“폐하! 소신은 자리 욕심은 없습니다. 다만 청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허허. 그래. 그대가 나한테 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이냐?”

이균이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시원한 밀크티를 한 모금 마시며 그를 바라보았다.

“소신! 폐하께서 허락하시면 신대륙을 찾아 탐험을 떠나고 싶사옵니다.”

“탐험? 지금 탐험이라 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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